어느 화창한 토요일 오후, 초등학교와 골목 하나로 연결되어있는 아파트가 술렁거렸다. 초등학교 특기적성 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한껏 차려입고 카메라를 둘러 맨 가족들의 얼굴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다. ‘우리 아이가 오늘 무대에 서는데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지.’ 예쁜 꽃다발까지 품에 안은 꼬마들까지 가히 작은 졸업식 분위기였다. 그런데 발표회장에 들어서면서 가족들의 기대는 무너졌다. 평범한 교실에 간이 의자를 놓은 발표장. 음향장비며 진행 준비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몇 십분 씩 기다려야 했다. 우여곡절 끝에 시작된 발표회 첫 순서는 마술이었다. 발표장을 가득 메우고도 들어서지 못한 가족들은 까치발을 들어야했다. 천이 펄럭이고 솜씨를 자랑하는 아이의 모습이 보일 듯 말 듯, 준비한 카메라로 사진이라도 한 장 남겨야 한다는 의지로 이리저리 틈을 비집고 자리를 옮겨봤지만 허사였다. 급기야는 여기저기서 불만의 소리가 터져 나왔고 발표회는 중단되었다. 그 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진행 관리를 하는 담당 교사가 나갔다 들어오더니 강당으로 발표장을 옮긴단다. 그리고보니 심각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시던 분이 교감 선생님이었던 것도 같다. 의자를 하나씩 들고 옮겨간 발표장은…
동양에서 예로부터 전해 오는 말이 있다. 어느 젊은이가 한 현자(賢者)를 찾아와 “내가 선 자리에서 한 바퀴 돌 동안에 내가 평생에 지켜야 할 한 가지를 말해 주십시오.”라고 하였다. 이에 현자가 이르기를 “네가 하기 싫은 것을 남에게 시키지 말라”고 일러 주었다. 일본은 가정교육에서나 학교교육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 한 가지가 있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성경은 이 점에 대하여 훨씬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르기를 “네가 원하는 것을 남에게 하라”고 가르쳤다. 그런데 이 가르침이 경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우리는 미처 느끼지 못하며 지낸다. 다름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바로 이 가르침 위에 서 있다는 점에서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제1조에서부터 우리의 체제가 자유 민주주의임을 분명히 규정하고 있고 자유민주주의가 내세우는 경제 질서가 시장경제이다. 그런데 시장경제가 바로 “네가 하기를 원하는 것을 남에게 하라”는 원칙 위에 서 있다. 시장경제의 원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을 이웃과 사회를 위해 많이 한 사람이 잘 살도록 되어 있다. 남들이 필요로 하는 일을 더 잘 수행한 사람에게…
20세기 최고의 인물로 평가받는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는 정치를 국민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라고 했다. 정치는 왜 있어야 하는 것이고 그 정치를 행하는 정치인의 존재이유는 무엇인지를 명확히 지적한 말이다. 폭우로 뒤 덥힌 장마가 지속되고 있다. 그로 인한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온 국토가 상처투성이에 멍들고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쏟고 있다. 인명피해가 벌써 50명을 넘어섰고 재산피해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장마와 홍수는 물론 자연이 내리는 재난이다. 그러나 거대한 자연에 도전하고 극복하면서 인류는 오늘의 문명을 만들어 왔다. 자연의 시련에 대한 대응은 전적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몫이다. 따라서 우리는 언제나 천재(天災)에 대비하고 끈임 없이 그것을 복구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일에 수범을 서는 것이 정치이다. 정치는 지속적으로 인간의 행복과 사회의 정의를 실현시키고자 노력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의 정치는 어떠했는가. 장마가 홍수로 변해 남부지방을 거쳐 중부지방으로 확대되고 있는데도 오로지 자당의 이익계산과 정쟁에만 여념하고 있었다. 여당은 제헌절이라지만 홍수에 몸부림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듯 개헌
불과 며칠 동안의 큰비에 60여명이 실종 또는 사망하고 수만 명에 이르는 이재민이 발생했다. 집과 가재도구는 물론 논밭과 마을길이 물 속에 잠겨 흔적도 없이 사라졌으며 국토의 대동맥이라는 고속도로까지 끊겼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강수량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쏟아진 탓도 있지만, 이같은 집중호우는 올해 처음 있는 일도 아니다. 게릴라성 집중호우는 한국 날씨의 특성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고 ‘수십 년 만에 가장 큰 비’라는 기록은 해마다 경신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나라의 방제시스템은 수십년 전 홍수대책 그대로다. 정부는 2003년 태풍 ‘매미’가 전국을 할퀴고 간 후 소방방재청도 신설하고 ‘재해관리제도개선 추진계획’이라는 것도 발표했다. 그러나 이런 일에 혈세만 더 들어갔을 뿐 달라진 건 별로 없다. 방재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정부와 여당이 18일 당정 정책협의회를 갖고 그동안 환경단체 등의 반발로 무산되거나 진척을 보지 못한 한탄강댐, 남한강 영월댐, 함양댐 등의 건설을 재추진, 홍수조절 능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 댐
교육부총리 인사청문회가 끝났다. 내정자 발표가 나기 전부터 언론과 정치인들의 심상찮은 논란이 있더니 발표 직후에는 마치 내정자가 부총리로 임명될 자격이 없음은 물론 임명되면 교육에 큰일이라도 날 것 같은 기사가 거의 모든 지면을 장식했다. 그러니 교육부총리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관전자 입장에서 보면 커다란 관심거리였다. 그러나 결말은 예상 외로 싱겁게 끝났다. 별다른 쟁점이 없었음은 물론 무딘 송곳을 가지고 억지로 흠집을 내려는 의원들의 노력에 쓴웃음이 나오는 청문회였다. 다른 한편으로는 말 잘하는 의원 십수 명, 그것도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덤비는 대수의 상대방을 향하여 거의 하루 종일 비슷한 말을 반복하면서 방어해야 했던 내정자의 처지가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의원들은 청문회가 끝나면서 각자 ‘적격’과 ‘부적격’ 의견을 내었다고 한다. 대체로 여당 의원들은 적격이고 야당 의원들은 부적격. 물론 이들의 판단이 대통령의 인사권을 저지할 힘은 없다고 한하지만 부적격 의견이 많을 경우 이를 거슬러 임명하는 것도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엔 여당 의원 수가 많은 덕분에 임명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러한 청문회를 보면서 왜 이러한 소모적
민선 4기의 닻이 올랐다. 경기도 김문수 도지사의 새로운 도정모습을 경기도민은 한껏 기대하고 있다. 그런데 새로운 도지사의 출현과 함께 관행처럼 새롭게 변화하는 곳이 있다. 바로 경기도 산하기관의 단체장들이다. 이번에도 현재 경기관광공사, 경기지방공사, 경기문화재단, 경기개발연구원 등 경기도 산하기관 단체장들도 현 도지사에게 부담을 덜어주고 새롭게 일신할 수 있도록 관행처럼 일괄사표를 제출하고 새로이 선임 또는 재선임되고 있다. 그중에 필자의 관심에 있는 기관이 있다. 바로 경기개발연구원이다. 이번에 제8대 경기개발연구원장에 좌승희 前 한국경제연구원장이 7월 12일 취임했다. 새로운 원장의 취임을 빌어 몇 가지 경기개발연구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경기개발연구원(KRI)은 ‘경기도와 시ㆍ군의 정책현안과 제도개선 등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분석을 통하여 지역단위의 정책을 개발ㆍ제시함으로써 경기도와 시ㆍ군이 지향하는 지역경쟁력 및 주민의 삶의 질 제고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95년에 설립되어 작년에 10주년을 맞이했다. 그동안 경기개발연구원은 스스로 경기도의 싱크탱크로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연구조사활동을 통해 경기도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중국의 역사를 간단하게 정리하여 표현한다면 통일과 분열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춘추전국 시대를 거쳐 진(秦)나라로 통일이 되었지만 한(漢)나라 이후 다시 삼국시대로 분열되고, 다시 진(晋)나라로 통일되었다가 5호16국으로 분열되고 이후 수나라가 중국을 통일하였으나 당나라 이후 다시 5대 10국 시기를 거친 후 송나라고 통일된다. 이렇듯 통일과 분열을 반복하면서 중국의 역사는 중앙집권적 정치와 지방분권적 정치가 자연스럽게 발전하였다. 이러한 특징은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이후에도 중앙과 지방의 조화 및 대립이라는 정치적 모습으로 발전하여 지금까지 상호작용을 하고 있다. 중국의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정책을 따르면서도 지방정부의 발전을 우선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을 잘 나타낸 말이 “上有政策, 下有對策”이라는 말이다. 해석하면 “위에 정책이 있으면 아래 대책이 있다”는 뜻이다. 필자가 3년 전 중국 광동성 광주시 정부와 “신용평가시스템”을 광주시에 구축하기 위한 프로젝트 사업타당성 조사를 할 때이다. 당시 중국은 “신용평가시스템”이 없었고, 이를 위해서는 금융기관간의 협조 및 정보공유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사업이었다.
제 57회 제헌절인 17일, 임채정 국회의장은 개헌 연구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전임 의장인 김원기 전 의장에 이은 입법부 수장의 공개적인 두번째 개헌론 제안이다. 임 의장은 제헌절 경축사에서 "학계와 시민단체, 정치권은 물론 대다수 국민도 개헌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국회도 정치적 이유를 들어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 며 국회의장 자문기구로 '헌법연구조사위원회'를 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하여 한나라당 여의도 연구소장인 김기춘 의원은 같은 날, 정부 여당이 현 재 거론하고 있는 개헌론은 '정국의 주도권을 쥐어 보려는 정략적 목적에서 나온 것'이라며 반대하고, 이어 "내년 대통령 선거에 즈음해서 각 당의 대통령 후 보들이 개헌 문제를 공약으로 내걸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소산이다. 그래서 '87헌법'이라고 부른다. 당 시 국민들은 대통령 직선제를 요구하며 신군부에 맞서 거세게 투쟁했다. 국민적 저 항에 직면한 미국과 신군부는 국민의 요구에 굴복, '6.29선언'을 발표하게 된다. 이후 개헌작업은 급물살을 타는데, 이 헌법은 신군부와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이른바 3김씨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것
다음달 분양하는 판교 신도시 중대형 아파트의 분양가가 정부에 의해 ‘버블 세븐’ 지역으로 지목된 인근 분당 신도시의 비슷한 평형대 시세를 기준으로 삼아 그 90%선으로 책정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분당지역의 아파트 가격에 20~30%의 거품이 끼었다면서 이 지역을 서울 강남지역 등과 함께 이른바 ‘버블 세븐’의 한 곳으로 지목했었다. 그러던 정부가 거품이 낀 인근 지역의 아파트 시세를 그대로 신도시 분양가의 기준으로 삼아 분양가를 책정함으로써 결국 ‘버블 세븐’의 집값 거품을 그대로 추인하는 셈이 됐다. 이는 “서울 강남과 분당?용인지역 등의 아파트에 낀 집값 거품을 빠지게 만들어 부동산 시장을 반드시 정상으로 안정시키겠다”던 정부의 ‘집값 안정’ 정책과는 앞뒤가 안 맞는다. 정부는 그동안 판교 분양가가 인근 분당?용인과 여타 버블지역 아파트 값에 영향을 미친다는 판단 아래 분양가 책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지금까지 특정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거품이 끼는 과정을 살펴보면 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와 기존 아파트가 서로 가격을 견인하는 식으로 상호작용을 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판교 개발로 주변 집값을 폭등시키고 다시 폭등한…
지난 한 세기 동안의 우리 겨레의 발자취는 글자그대로 파란만장(波瀾萬丈)하였다. 백년 전 하와이로, 맥시코로 일감을 찾아 떠나던 때의 동포들은 가는 곳마다 사람대우를 받지 못하였다. 오십년 전의 우리는 경제적으로는 국민소득이 불과 60불 안 밖인 최빈국에 속하여 있었고 정치적으로는 어느 외신 기자가 지적하였듯이 코리아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 통에서 장미꽃을 구하는 것과 같은 처지였다. 그러나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어떠한가? 경제력으로는 GDP 7,800불에 이르는 세계 10위권에 이르렀고 정치적으로는 아세아에서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한 나라로 인정받게 되었다. 자랑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상스럽게도 근년에 들어 우리 역사를 부끄러운 역사라고 평가 절하하는가 하면 심지어 우리 정부를 일컬어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정부라는 식의 극단적인 말까지하는 사람들이 등장하였다. 그것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혜택 받지 못하고 살아온 바닥 사람들이 아니라 이 체제, 이 질서 안에서 누릴 것을 누리면서 좋은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하고 있으니 실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가 오늘 만큼 성공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근거가 무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