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촉촉이 내리자 잔뜩 부풀었던 꽃망울들 서둘러 꽃 문을 연다. 봄비에 더는 못 견디겠다는 듯 나무의 껍질을 뚫고 나오는 새순들이며 지난 계절을 견딘 풀씨들 어디에 다 숨어있었는지 들판이 푸릇하게 올라선다. 빗방울 맺힌 봄에 카메라를 들이대자, 어린 순들 물기를 털어내는 모습이 경이롭다. 카메라 둘러매고 봄비 내리는 거리를 걷다가 커피향이 은은히 번지는 카페로 들어선다. 낮은 조명과 음악이 편안한 듯 세련된 분위기의 카페에서 차 한 잔을 주문했다. ‘녹차는 4천500원이십니다’ 한다. 만 원짜리 지폐를 내자 ‘거스름돈 5천500원 이십니다’ 하며 돈을 건네준다. 예의 바르고 친절한 그녀를 보면서 내내 불편한 마음으로 차를 마시고 나왔다. 그녀는 본인이 하고 있는 말의 의미를 알고 있을까. 그렇다면 사람보다 돈이 중하다는 뜻일까. 돈에 대해 그렇듯 깍듯한 예의를 차리는 그녀, 존대의 대상마저도 착각할 만큼 황금만능주의에 사로 잡혀 있는 것이 현실일까, 젊은이들의 사고방식이 그런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우리말의 표현 방법에 대한 미숙함인가. 우리나라 사람이 자국의 말조차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한대서야 하는 씁쓸한 마음에 붙들린다. 단지 카페 한 곳에서 경험한 것
우리는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아가면서 각자의 이미지를 다듬고 관리하기 위해 스스로 이미지 메이킹에 심혈을 기울이며 살아가고 있다. 이미지는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이미지, 내가 타인을 바라보는 이미지, 타인이 나를 바라보는 이미지를 통해 우리는 늘 누군가에 의해 평가받고 있고, 그 평가에 따라 가치를 존중받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시대가 급변하고 경쟁력이 치열하면 치열해질수록 이미지 차이 하나가 모든 것을 평가하는 냉혹한 시대에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높이는 것은 업무적인 실력만 갖춘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업무적인 능력과 더불어 자신만이 갖추고 있는 고유한 이미지를 구축해야 한다. 제 아무리 실력을 갖춘다 해도 사회에서 요구하는 전략적인 이미지를 연출하지 못한다면 능력을 불문하고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미지를 메이킹하는 문화가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은 그 만큼 살아가는데 있어 이미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외적인 이미지를 강화해 내적인 이미지를 끌어내는 시너지 효과를 이미지 메이킹이라고 한다면, 이 때에 외모는 외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표정
4·11 총선에서 과반 의석(152석)을 확보한 새누리당은 ‘박근혜당’으로 급속히 탈바꿈할 것으로 전망된다. 100석도 얻기 어렵다는 비관적 분위기에서 시작한 선거에서 대역전승을 일궈낸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여권 내 유일한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한층 공고히 하게 됐다.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친박근혜계)으로 나눠 계파싸움에 몰두했던 과거와 달리 친박계가 독주하는 여권의 역학구도가 새롭게 형성된 것이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12일 “또 다시 과거의 구태로 돌아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각오로 새롭게 다시 시작하겠다”면서 “먼저 저희 당 안에서부터 계파니 당리당략이니 하며 분열과 갈등으로 국민들께 실망을 드리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새 지도부를 구성하고 불법사찰방지법 제정 등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을 철저히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총선 승리의 여세를 몰아 ‘박근혜 리더십’을 확고히 구축하고 ‘박근혜 대세론’를 확장하는 데 자신감을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야권은 리더십의 조속한 재정비가 필요하다. 차려진 밥상도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통절히 반성한 후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드디어 수원천 복원공사가 마무리돼 오는 21일 지동교 광장에서 복원기념 수원천 축제를 연다. 아주 기쁜 일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원천 복개를 반대하고 자연형 하천으로의 복원을 기원했는가. 복개 반대운동이 벌어질 때 적지 않은 복개 찬성론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일부 시의원들까지 가세해 복개찬성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수원시의 입장도 복개 찬성이었다. 그러나 결국 시민들이 승리했다. 복개 반대 운동의 선봉에 섰던 고 심재덕 씨가 수원시장으로 당선됐고 복개공사는 중단됐다. 심재덕 시장은 수원천을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했다. 정치적으론 심 시장의 적이었지만 김용서 시장도 수원천 복원에 한몫했다. 그는 수원천 지동교∼매교 복개구간 콘크리트 덮개를 걷어내는 복원 공사를 지시했다. 그리고 심 시장과 김 시장의 뒤를 이은 환경운동가 염태영 시장 대에 이르러 복원공사가 완료됐다. 수원시는 지난 2009년 복개구간 복원사업을 시작으로 지동교∼매교 길이 780m, 너비 30∼40m의 복개구간 콘크리트 구조물을 제거하는 등 총 6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지난달 자연형 하천으로 복원을 마쳤다. 이미 복원된 수원천 구간은 많은 시민들의 산책 구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흐뭇하다.…
서커스단 천막을 배경으로 덩치 큰 코끼리 한 마리가 가는 쇠사슬에 발목이 묶여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다. 이 코끼리는 어린 시절, 서커스단에 들어올 때부터 묶여져 있었을 것이다. 어릴 적에는 힘이 모자라 쇠사슬을 끊지 못했지만, 덩치가 커져서도 고정관념에 빠져 끊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 세상에는 이와 같이 고정관념이라는 자기 틀에 갇혀 변화를 거부하고 더 큰 이익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일터의 안전문제이다. ‘일을 하다보면 다칠 수도 있지!’, ‘설마 우리 사업장에서 산업재해가 나겠어?’라고 생각해 일터에서 간단하게 실천할 수 있는 안전 활동조차 하지 않는 사업장은 여지없이 산업재해가 발생한다. 전국의 산업현장에서 산업재해로 매일 250여명의 근로자가 다치고, 그중 5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는 이유다. 최근 화성시 소재의 근로자가 7명인 자동차부품 생산업체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 사업장은 최근 3년간 11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했으며, 근로자 중에는 산업재해를 두 번 겪은 사람도 있었다. 용접불꽃이 눈으로 튀어 근로자가 실명위기까지 간 사고, 사다리에 올라가 형광등을 교체하던 근로자가 사다리에서 떨어져 다리가 골절된 사고,…
선거가 끝났다. 제 정당의 승패와 각 후보의 당락을 뒤로하고 이제는 차분히 선거를 뒤돌아 볼 때다. 이제껏 수많은 선거가 있었지만 “선거만 끝나면 그만”이라는 안일함 속에 우리 선거문화는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당선만 되면 모든 것이 용서되고 미화되는 정치풍토가 발목을 잡아왔다. 승자는 각종 범법사실에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는 현실을 감안해 관용을 받아왔다. 또 패자는 상호간 고소취하 등으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관행이 상존해 있다. 우리는 지난 선거기간 동안 우리는 주변에서 불법 및 편법 선거를 수없이 목도했고 경악했다. 허위경력, 공천헌금, 아니면 말고 식의 인신공격, 진화한 색깔론, 금품 및 향응 접대의혹, 지역주의에만 기대는 영혼 없는 선거운동 등도 경험했다. 심지어 후보자가 동생의 아내 즉 제수(弟嫂)를 성추행했다는 막장 폭로까지 멀뚱히 지켜봐야 했다. 이런 정치권의 행위는 국민에 대한 테러이자 범죄 행위에 가깝다. 이러한 상황은 후보자들의 자질에 한정되지 않는다. 승리를 위해서라면 무슨 수를 써도 상관없다는 기존 정당의 행태도 자유로울 수 없다. 낯 뜨거운 네거티브 선거전은 후보가 끌고 정당이 뒤에서 밀어주는 형태로
‘잇기 위해서 잊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국가보훈처에서 호국보훈의 달에 공모했던 표어 중 하나이다. 뜻은 말 그대로 우리의 역사와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잊지 않고 가슴에 새겨 기억하고 기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들이 이어가야 할 것들 중에 잊고 지내는 것이 얼마나 많은가. 그 중 하나가 바로 다가오는 13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 아닌가 싶다. 연중에는 공휴일로 지정해 휴무하는 3·1절 기념일이나 광복절도 있고 공휴일은 아니지만 정부에서 주관하는 기념일이 있는데, 그중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기념행사 중의 하나가 ‘4·13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기념일’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과정을 살펴보면, 1919년 3·1 운동 이후 4월 10일 이동녕 등 29명의 애국지사가 중국 상해에 임시 회의장을 설치하고 역사적인 제1회 임시의정원 회의를 개최한 것에서 출발해 4월 11일 10개조의 헌법을 축조심의하고 정강정책, 임시헌장선포문을 확정해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하고 연호를 대한민국 원년(1년)으로 공포하기로 의결했다. 마침내 4월 13일 임시의정원과 임시정부의 선거, 선임의 법적 절차를 밟아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성립했음을 내외에 정식
보이스 피싱이 등장한 건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당시에는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의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를 현금인출기로 유인하고 돈을 송금하도록 만드는 고전적인 방법뿐이었고 피해자들은 주로 50~60대의 장년층들로 피해 금액도 그다지 크지 않았다 이후에 보이스피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며 이런 방법들이 통하지 않자, 교통사고로 부모나 자녀가 다쳤으니 빨리 치료비를 달라거나 아들을 납치했으니 몸값을 빨리 지불하라는 등의 신종 수법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단순히 전화를 이용하지 않고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이용하거나 피해자의 이름으로 카드론 대출을 받아 가로채는 방법뿐 아니라 수단도 진화를 거듭했다. 그 결과 2006년 38억원이던 피해액은 2011년에는 10배 증가한 374억으로 늘어나게 됐다. 이러한 피해를 줄이고자 ‘보이스피싱 피해금 환급 특별법’이 2011년 9월부터 시행됐고, 금융감독원은 이 법이 시행된 후 5개월 만에 피해자 6천400여명에게 약102억원을 돌려줬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피해자들 가운데 연령이 30~50대가 80% 이상을 차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요즘 보이스피싱은 개인의 신상정보 등도 피해대상으로 삼고 있다. 얼마 전 군포경찰서에서는 보
사람이 선하냐, 악하냐는 쉽게 규명할 수 없지만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올바른 공직의 윤리를 풀어 나가는데 열쇠 역할을 한다.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은 사람의 본성은 의지적인 확충작용에 의해 덕성으로 높일 수 있는 단서를 천부의 것으로 갖추고 있다. 성선설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은 윤리를 개인의 심성에 호소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순자의 성악설은 사람의 타고난 본성은 악(惡)하다. 윤리사상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은 개인적 차원의 윤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것을 제도적 측면에서 치료하려고 한다. 다산 정약용이 재야에 있을 때 절박한 심정으로 부패의 모든 양상을 파헤치고 여기에 대해 처방을 내렸다. 공직의 위엄성, 공식성, 객관성이었다. 다산은 관료의 도덕적 정신무장을 끊임없이 주장했다. 선의 원천과 덕의 근원의 핵은 청렴이라고 했다. 그는 상산록(象山錄)을 소개하며 제1등급 청렴은 “봉급 이외에는 아무 것도 받지 않으며 벼슬을 그만두고 집으로 돌아갈 때에는 말 한필로 시원스럽게 떠나는 것이다”라고 했다. 다산의 청심(淸心) 강조는 뇌물수수, 착복, 매관매직 등의 불법적이고 부당한 행위를 금지하는 것에 한정하지 않았다. 또한 다산은 청심을 이야기 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