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이 왔다. 명절이 되면 그 누구보다 바빠지는 이들이 있다. 많은 이들을 고향까지 안전하게 수송하는 직업을 지닌 기관사와 운전사들이 바로 그들이다. 경찰이라는 직업도 마찬가지다. ‘민족의 대이동’이라 불릴 만큼 수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귀성길에 누구 하나 사고 없이 안전하게, 그리고 꽉 막힌 교통체증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끔 경찰관들도 바빠진다. 경찰이라는 직업을 가진 후 첫 명절을 맞이했을 때, 참으로 이 생활이 얄궂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로 한가운데 교통체증으로 꼼짝없이 서 있는 차들을 원활히 소통시킨 후 차 안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손으로 건네는 감사의 인사를 받은 뒤 드는 뿌듯함도 잠시 뿐이었다. 너무나 보고 싶은 가족과 친지들 생각에 틈 날 때마다 고향녘 하늘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온통 차들로 꽉 막힌 도로 속이지만 조금만 고생하면 보고픈 가족들을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차 안의 사람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평온해 보였다. 그들을 바라보면서 그 평온함을 나도 함께 누리고 싶다는 생각을 머리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곤 했다. 이제 경찰이라는 옷을 입은 지도 강산이 두 번도 더 지났다. 명절이 되면 늘 시골 고향집이 아닌 도로 위와 밤거리에 서 있어
이근안(73) 씨의 객관적 경력은 경찰관과 목사이다. 경찰관과 목사라는 어울리지 않는 직업을 경력에 올릴 정도로 이 씨의 인생은 굴곡져 있다.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군(軍) 헌병대를 거쳐 경찰에 입문했으며 퇴직후 목사안수를 받아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이 씨에 대한 국민의 기억은 그가 ‘고문 기술자’라는 것이다. ‘고문’과 ‘기술자’의 합성으로 파생한 신조어인 ‘고문 기술자’는 생경할 수밖에 없지만 1970~1980년대를 지내온 이들에게는 낯선 명칭이 아니다. 민주화와 학생운동의 중심에 있던 활동가들에게 ‘이근안’이라는 이름은 공포 그 자체였다. 국민의 뇌리에 깊숙이 박힌 이 씨의 이미지는 지난 연말 타계한 민주화의 대부 김근태 민주당 상임고문을 소위 칠성판에 묶어 전기고문 등 갖은 악행을 자행한 것이 알려져서다. 김 고문은 이 씨에 당한 고문 후유증으로 인해 정치생활중 말이 어눌해 연설에 애를 먹었고 급기야 파킨스병을 앓다가 사망에 이르렀다. 또 이 씨로부터 수많은 인사들이 고문을 당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심지어 이 씨에게 고문을 당하던 여성은 모진 고문 중에 때아닌 생리가 터지자 이 씨가 속옷과 생리대를 사다 준 기억을 되살리며 인간성이 망실된 잔
하얀 전깃줄에 앉은 참새 복받으세요 아침인사에 내 눈썹이 희어졌는지 만지지요 섣달 그믐밤 잠자면 눈섶이 희어진다 방마다 불 밝히다 새벽녘에 잠들고 하얀 전깃줄에 앉은 참새 복받으세요 짹짹 중천에 뜬 아침 새편지를 안고 햇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큰절을 마주받고 올해는 복 많이 달라고 기원을 했지요 <시인소개> 충북 영동 출생 ‘문예창조’, ‘동시와 동화나라’로 등단 하와이 한인 문인협회 회원 한민족통일문예제전 외교통상부장관상 수상, ‘광야’ 문예공모 및 주부백일장 시 입상 시집으로 <내안에 자리 잡은 사랑>, <그 고운 이슬이 맺히던 날> 등
외국에 나가면 제일 부러운 것이 별로 크지 않은 도시에도 번듯한 미술관이 있고, 유명한 작품들을 언제나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런 광경을 볼 때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무역국 맞아?”라는 생각이 든다. 세계 10대 무역국이라는 나라가 미술관 운영의 열악함은 물론 미술관 건립비용도 마련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 규모로 보면 우리와 비슷한 거 같은데, 그들은 대체 무슨 묘수(妙手)를 부려 그렇게 훌륭한 미술관들을 건립·운영하고 있는 것일까? 문화를 사랑하는 그들의 조상덕으로 돌리려다가도 은근히 부아가 난다. 10여년 전 문화입국을 외치며 1천개의 미술관·박물관 시대를 외치던 때, 나름의 자부심으로 어깨에 힘을 주고 외국의 미술관들을 견학했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그런 자부심은 사라지고 이제는 죽었다 깨어나도 그들을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마저 든다. 서울·광주·부산·대전·전북·경기·대구에 이어 인천·강원도도 대형 공공미술관 건립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계획과는 달리 지역 미술관들의 건립이 부진했던 이유는 물론 재정문제 때문이었다. 사실 지자체들이 막대한 건립비용과 운영비용이 드는 공공 미술관을 건립·운영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사회는 과연 공정한 사회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하고 궁금해하던 차에 그 답이 나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정사회는 여전히 저 멀리 있는 이상향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국민이 많은 것 같다. 국민 10명 가운데 6명 가량은 가난의 원인으로 사회구조를 꼽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으니 말이다. 또 우리사회의 공정성 및 정부의 친서민정책에 대한 평가 항목에서는 긍정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소가 최근 발간한 ‘공정사회를 위한 친서민정책 개선방안’ 보고서에 인용된 ‘공정성에 관한 국민의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 사회의 가난 발생에 대해 응답자의 58.2%가 사회구조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반면 노력부족 또는 태만, 재능부족, 불운 등 개인에게 원인이 있다는 응답비율은 41.8%로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우리사회의 공정성이 개선됐는지에 대해서도 ‘그저 그렇다’는 응답비율이 37.3%로 가장 많았고, ‘약간 개선됐다’는 응답은 35.0%를 기록했다. 우리 사회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전제조건으로는 ‘경제적 약자에 대한 배려’(28.8%), ‘법치주의 정립’(28.4%), ‘기회균등’(19.9%), ‘시민의
예전엔 삼겹살을 구워 먹을 때 지붕에 사용하는 슬레이트 판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골이 파여져 있어 기름이 빠져나가고 고기가 잘 익는다는 말에 야외로 놀이를 떠나는 사람들은 불판 대신 슬레이트를 챙겨서 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무지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슬레이트는 석면 덩어리였기 때문이다. 인체에 극히 유해한 석면 덩어리를 지붕에 덮고 사는 것도 위험한 일인데 거기에 고기까지 구워 먹다니... 물론 모르고 한 일이었지만 그 정도로 우리 국민들은 석면의 공포를 느끼지 못했다. 석면은 불에 대한 내화성으로 인해 여러 부문에서 이용돼 왔다. 브레이크 라이닝, 건축재료, 전기기기, 방화복에도 사용되며, 극장용 커튼과 공공건물의 방화천장 같은 곳에도 사용된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석면이 인간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보고가 나오면서 석면 공포로까지 확산됐다. 석면은 석면침착증(石綿沈着症), 폐질환 및 급속히 진행되는 치명적인 폐암인 중피종(中皮腫)을 발병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환경부는 석면으로 인한 건강피해자 및 유족을 보호하기 위해 2010년 3월 22일 석면피해구제법을 제정, 2011년 1월 1일부터…
국가와 회사를 막론하고 어느 조직이나 간신(奸臣)이 주도하면 망한다. 이는 만고의 진리로 동서고금의 수많은 사례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역사상 손꼽히는 간신인 조고(趙高)는 어린 황제를 유린하며 진나라를 농단했다. 오죽하면 신하들이 황제가 있는 자리임에도 조고가 사슴을 보고 말(馬)이라고 우기자 모두가 말이라며 고개를 끄덕였을까. 이같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고사성어를 만들어 낸 조고가 중국을 대표한 간신이라면 우리 역사에는 대한제국을 일본에 판 이완용 등 을사오적이 대표적 간신으로 기록됐다. 간신의 특징은 국가나 사회, 국민들보다 자신의 안위와 개인의 영달을 우선시한다는 것으로 요즘 표현으로 하자면 ‘회사는 어찌되던 나만 살면 된다’는 식이다. 덧붙여 환관인 조고가 그랬듯 조직을 이끌 혜안도, 능력도, 숙련된 기능도 없지만 최고의 권력을 휘둘러 조직의 필요한 인재들을 도태시킨다. 그러면서도 최고 권력자에게는 해서는 안 될 아부와 교언영색으로 측근을 자처하며 주위를 맴돈다. 건국초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리현상을 옆에서 듣던 장관이 “각하, 시원하시겠습니다”라며 두 손을 비볐다는 이야기는 신화처럼 전해진다. 이러한 간신들을 연구한 동양 최초의 간신 연구서인…
사회적 삶을 이뤄 나가는데 대화와 협상은 필수 요소이다. 가족이나 이웃 간, 자치단체간은 물론 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또 정치적 현상에 있어서도 경청이 잘 이뤄져야 화기애애하고 발전적이다. 이렇듯 경청은 성공적 삶을 영위해 나가는 하나의 방법이기도 하다. 말을 할 때에는 ‘1:2:3 법칙’이 있다. 하나를 이야기했으면 둘을 듣고 셋을 맞장구치라는 뜻이다. 사람들은 자기 말을 잘 들어주는 상대방에게 호감을 갖기 마련이다. 건성으로 들어주는 것이 0점이라면 들어주기만 하는 것은 50점, 맞장구를 치며 호응해주는 것은 100점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하는 가운데 자기의 말을 잘 들어주길 원한다. 또 우리의 신체 구조는 입은 하나인데 귀는 둘이다. 이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데 더욱 정성을 기울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대화의 기본은 경청이며 남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을 말한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고 어떻게 보면 가장 쉬운 것인데 실천하기 가장 어려운 것 같다. 아라비아 속담에 ‘듣고 있으면 내가 이득을 얻고, 말하고 있으면 남이 이득을 얻는다’라는 말이 있다. 곱씹어 볼 일이다. ‘말하는 것은 지식의 영역이고, 듣는 것은 지혜의 영역’이라고 하지 않았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입찰과 계약과정에 이의제기가 증가하면서 입찰무효와 관련된 분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경쟁 업체가 다른 업체의 입찰 내용을 샅샅이 조사해 사소한 서류의 누락을 이유로 무효임을 주장하거나 법원에 제소하기도 한다. 일반적인 행정력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업체 내부 정보까지 파악해 이의를 제기한다. 사실을 확인하고 법원의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계약은 연기되고,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사업 중단으로 인한 사회적 간접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수입산 물품을 공급하는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해외 제조자 증명서나 공급 확약서, 원산지 증명, 수입 신고필증과 같은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일부라도 누락하면 입찰 무효 사유가 된다. 입찰 무효에 대해서는 규정을 매우 엄격히 적용, 재량의 여지를 구조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여러 업체가 입찰에 참여하다 보니 다양한 정황이나 개개업체의 소명을 반영할 여지는 없다. 기계적 공평성이 입찰 질서나 객관적 공정성 확보에 직접적이고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사소해 보이는 실수도 입찰 무효로 직결된다. 무효 판정을 받은 업체들에게는 억울한 일이겠지만 현재의 제도 내에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법령에 의해 입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