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4일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대남공세의 포문을 연 이후 남한과 북한 그리고 미국은 또다시 ‘멘탈 게임’을 시작했다. 대남 비난 담화를 발표한 지 5일 만에 판문점 직통전화 등 남북 간 연락채널을 전면 차단한데 이어 노동신문 및 ‘우리민족끼리’, ‘메아리’ 등 선전매체를 총동원하여 우리 측이 「4·27 판문점 선언」과 「9·19 남북군사합의서」에서 규정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전단살포’, ‘적대행위 금지’라는 약속을 어겼다며 비난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판 기싸움이자, 정신력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북한의 계산된 공세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분출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까지 지낸 모 인사가 “우리 측의 잘못 때문”이라는 굴종적인 해석에서부터 ‘남한 압박을 통한 대외관계 돌파구 마련’, ‘경제난 속의 체제결속용’, ‘김여정의 역동적 이미지 구축의 일환’이라는 해석 등이 난무하고 있다. 통일부가 대북전단 살포 단체 관계자 2명을 남북교류협력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한 것이나, 동 단체 허가 취소 검토 발표는 멘탈 초장부터 문 정부가 밀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형님과 같은 포용적 자세를 견지하여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
북한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거듭된 비방전을 펼친 끝에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저들이 끝내 남북 합의 파기 수순에 돌입하는 사태를 보면서 북한을 설득하는 일이 외계인과의 타협만큼이나 어렵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북핵폐기’를 목표로 북한의 억지를 참아가며 평화전략을 구사해온 문재인 정권의 노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고 있다. 남북이 열광하며 맞았던 ‘평화의 봄’이 결국 무참히 사라져 안타까움을 더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은 17일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문 대통령의 지난 15일 6·15선언 20주년 행사 영상 메시지를 두고 “자기변명과 책임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고 혹평했다. 김여정은 성명에서 ‘구접스럽다’, ‘잘난 척’, ‘꼴불견’이라는 험악한 표현을 총동원하는 등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다. 특히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특사로 파견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비공개 특사파견 제안 사실을 폭로하면서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이를 거절했다고 보도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7일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북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용인이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원내대변인)이 최근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아동학대치사 범죄의 기본 형량을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으로 높이고, 아동학대중상해죄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강화했다. 현행법상 아동학대치사죄의 형량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아동학대중상해죄의 형량은 ‘3년 이상의 징역’이다. ‘아동복지시설의 종사자 등에 대한 가중처벌’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대한 가중처벌’로 바꿔 신고의무자의 책임을 분명하게 명시했다. 저항할 힘이 없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학대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최근 충남 천안시에서 학대당하던 9살 초등학생 남자 아이가 친부의 동거녀에 의해 가로 44㎝·세로 60㎝ 여행용 가방에 7시간이나 갇혀 있다가 생을 마감했다. 또 경남 창녕군에선 같은 나이의 여자아이가 친모와 의붓아버지로부터 가혹한 학대를 당하다가 간신히 탈출해 구출된 일도 있었다. 이 아이는 경찰에서 부모가 플라스틱을 녹여 물체를 접착할 때 사용하는 공구인 글루건과 불에 달궈진 쇠젓가락, 프라이팬 등을 이용해 몸 일부를 지졌다고 말했다. 또 물이 담긴 욕조에 가둬 숨을 못 쉬
사계리 /고주희 우리였던 일들이 이곳에 있다 내가 허리 숙여 조개껍질을 줍듯 언젠가 당신은 아픈 한 계절을 수습하러 조용히 다녀갈지도 모르는 일 당신, 아직 거기인가요? 무대조명처럼 일제히 불 켜진 한치 배들 사이로 눈부시게 출렁이던 바다 수평선을 향해 달려가던 맨발과 가슴 속 가장 먼 별을 당겨 솨 솨 파도 소리를 내던 두 사람의 눈빛 섬이라는 징후는 한쪽이 먼저 출발하고 남은 한쪽은 막 정박한 배의 운명으로 기울어지는 것 잠이 빠져나간 자리에 선명한 물이 들기 전까지만 유효하고 안전한 발자국들 사계의 여름쯤에서 마음을 돌린 일이 색색의 질문으로 쌓여가는 지층일 때 대답인 줄도 모르고 잠겨가던 밤의 노래들 파도 없이도 젖은 열 개의 발가락으로 당신은 정박지가 된다 모르는 섬이 매일 밤 다녀간다 ■ 고주희 1976년 제주출생.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해 2015년 《시와 표현》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우리가 견딘 모든 것들이 사랑이라면』 등이 있다.
한동안 신조어 중에 ‘샐러던트(Saladent)’ (샐러리맨 + 스튜던트)라는 게 있다. 공부하는 직장인 이라는 의미의 합성어로, 출·퇴근 시간 등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휴대전화로 영어공부를 하는 ‘모잉족’ (모바일잉글리시족)과 ‘직터디족(직장인 재테크 스터디족)’들이 급증하고 있다.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직장인들 중 리스크 관리를 위해 그동안 관심을 두고 있던 분야나 장래를 위한 투자의 방법으로 공부를 선택하는 샐러던트를 우리 주변에서 자주 볼 수 있다. IMF 이후에 우리의 40대에겐 ‘사오정’ 을 비롯하여 ‘낀 세대’, ‘이름 없는 40대’, ‘철도 들기 전 망령 난 세대’ 등 패배적이고 자조적인 명칭이 부여되어 왔다. X세대, N세대와 발맞추어 한때나마 중년의 샌드위치 성격을 표현하는‘H세대’ 라는 명칭 역시 우리 사오십 대들의 자화상을 잘 설명하고 있다. H세대란 지금껏 살아 온 날과 앞으로 살아갈 날이 얼추 비슷한 인생의 중간에 서 있는 세대이자, 보릿고개, IMF 위기의 어려움을 어느 누구보다도 제대로 겪어낸 세대, 더불어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는 세대이다. 컴퓨터, 외국어 회화 등을 뒤늦게 익히느라 복잡하고 분주한 머리로 무
시간은 나의 생을 자꾸 갉아먹는다. 잠자리에 들어서 하루의 일이 정리되지 않아 뒤챌 적에 뜨악 뜨악 소리를 내는 벽시계는 어둠 속으로 수명을 자꾸만 끌고 간다. 시계가 없으면 시간관념이 덜할 터인데 금전을 들여 사다 놓고 생이 짧아지는 소리를 태연히 듣고 있으니 아직은 나이에 대한 의미를 따질 때가 안 되었나 보다. 생명도 없는 시곗바늘의 방향에 따라 분주히 움직이는 나의 생활이 실속을 차릴 때도 있지만, 대개는 안갯속을 허우적거리다가 빈손만 쥐고 만다. 어느 회화전 초대에 기꺼이 응했다. 그림에 문외한이라서 걸려있는 작품이 어마어마한 가치가 부여되었으리라 여기면서도 나와는 동떨어진 세계로 느껴진다. 그림 중에 새장 밖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새는 눈동자가 죽어있어서 날아갈 곳을 찾지 못하는 모습으로 보이고, 반원의 철제 위에서 꼬챙이에 꽂혀있는 생선 뼈의 조각은 주제인 「슬픈 잠」이 아닌 고철 그 자체로만 보인다. 꾀나 심각한 표정으로 감상하는 무리 속에서 나는 공간 속에 떠 있는 이방인이 되었다. 그림을 볼 줄 모르는 부끄러움보다는 현대에서 소외되는 지독한 외로움이다. 외로움을 감추며 휘적휘적 걷는데 붉게 타는 화폭 앞에 걸음이 멈추어졌다. 온통 붉은 바탕
1975년 초여름날에 시골마을에 쇳소리가 울려퍼진다. “신 이장님께 알립니다. 내일 오전 11시에 면사무소에서 이장 회의가 있다고 면사무소 담당서기의 연락이 왔습니다.” 잠시후에 다시 울려퍼지는 스피커 소리. “네네, 이장님 잘 알겠습니다.” 이 소리는 화성시 어느 시골마을 구 이장장님과 신 이장님이 면사무소 긴급 연락사항을 주고받는 동네 마이크 대화다. 고향마을에 우체국 교환전화기 한대가 배정되었다. 당연히 동네 이장님 댁에 설치되었고 동네 사람들의 바깥세상 연락처가 되었다. 도시로 나간 큰 아들이 시골집 막내에게 연락을 하고 시골에 사시는 어머니가 도시로 나간 아들딸에게 할 말이 있으면 이장님댁에 간다. 이장님이 우체국으로 연결해서 시외전화를 신청해준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역할을 하시던 이장님이 사직했다. 당연히 동네 마이크는 신 이장님댁으로 이전하였지만, 안타깝게도 전화기는 먼저 구 이장님의 개인소유였다. 그래서 구 이장님 댁에 동네 마이크를 하나 더 놓기로 했다. 소나무에 매달린 스피커는 4개 그대로인채 마이크시스템을 하나를 더 들인 것이다. 그래서 동네로 걸려오는 전화는 먼저 이장님이 받아서 동네에 알려주는 역할을 하면서 그중에 신임 이장님께 오
21대 국회가 또다시 ‘정치력 부재’의 초라한 현주소를 드러냈다. 설마 이렇게까지 할까 싶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18개 상임위원회 중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등 6개 상임위 위원장을 단독으로 선출했다. 시급한 국정과제를 빨리 해결하고 싶은 여당의 조급증이나 절대 소수인 통합당의 막막한 처지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런 시작이라니 참담한 일이다. 제1야당을 배제한 단독 원(院) 구성은 1987년 이후 약 33년 만에 처음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5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21대 국회의 원 구성에 대해 민주당의 뜻은 분명하다. 단독으로라도 21대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권이 바뀐 다음의 여야 행태는 ‘개구리가 올챙이 적 기억 못 한다’는 말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한다. 그 이중 논리는 그릇된 관행을 고친다거나, 법을 지켜야 하지 않느냐는 명분론을 앞선 고질적 모순이다. 민주당이 야당이었던 시절을 회고해 보자. 지난 2009년 당시 노영민(현 대통령 비서실장) 대변인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몇 되지도 않은 야당 몫의 상임위원장까지 독식해 의회 독재를 꿈꾸는 것인가”라고 비판했었다. 2012년에도 당시 우원식 대변인
공무원을 향한 민원인의 폭언·폭행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18일 도청 민원실에서 이른바 ‘특이민원’ 발생상황을 대비한 모의훈련을 실시한다. 이번 훈련은 상황이 발생하면 청원경찰이 현장 대처를 하고, 비상벨을 호출하면 경찰관이 출동해 가해 민원인을 신속히 제압하는 등 실제상황을 연출할 예정이다. 비상벨 호출 등 초기상황 대처반과 다른 민원인 2차 피해예방을 위한 민원인 대피유도반 등으로 구성된 비상상황대응 전담반도 운영한다. 모의 훈련 내용을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민원 공무원들은 막무가내 민원인들의 폭력으로부터 노출돼있다. 지난 2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사회복지과에서 남성 민원인이 사회복지 담당 여성 공무원의 얼굴을 때려 기절시키는 영상을 본 국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가해자는 “긴급생계지원금이 아직 들어오지 않았으니 당장 내놓으라”며 여성 담당자에게 욕설과 함께 행패를 부리다가 주먹질을 했고 이를 맞은 여성공무원은 실신한 상태로 넘어져 머리를 바닥에 부딪혔다. 단지 담당자 안내를 따라달라고 말했을 뿐인데 말이다. 자신이 때린 여성공무원이 실신해 있는 상황에서도 가해자는 태연하게 아이스크림을 먹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보여 국민들을 분노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