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걸었을까, 또박또박 내딛는 발끝에서도 한 자락 바람이 이는 듯하다. 저만치 억새 주억거리는 모습 드문드문 보이기 시작했다. 쉼 없이 일렁거리며 시간을 실어 나르는 바람의 본성은 분명 내 삶과도 내통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바람처럼 던져진 세상 속에서 나는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추지 못한 것이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도, 내가 간절히 원해서도 아니다. ‘그저 바람처럼 일렁거리며 쉼 없이 걸어가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에 이르렀을 때쯤 나는 이미 바람새 마을 안으로 깊숙이 들어와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부터 누군가 가꾸었을 코스모스가 지천이었다. 꽃잎마다 묘하게 다른 미소를 머금고 발 닿은 사람 다 불러 세웠는지 발자국이 다닥다닥 남아있는 꽃밭 사이로도 가을은 진득하게 묻어났다. ‘저 꽃잎 얇게 펴서 끼워 둔 아득하게 밀려난 내 여고 시절처럼 나의 가을도 저렇게 성큼 다가왔구나.’라는 생각에 이르자 비로소 하늘이 보였다. 구름 다 밀어내고 환하게 웃어젖히는 바람새마을의 하늘, 올려다 본 그곳에는 그 어떤 질문도 대답도 필요 없을 듯 보였다. 마주보는 빛깔만으로도 충분히 마음 나눌 수 있기
“그 골목에 애를 무릎을 꿇게 한 다음 신발로 얼굴을 막 밟는 거예요. 슬리퍼 날아가고 이걸로 분이 안 풀린다면서 막 쇠파이프 같은 걸 가져오라면서 시키는 거예요. 애들한테. 그것도 그냥 보통 쇠파이프가 아니라 끝이 날카로운 거란 말이에요. 그걸로 애 머리를 내리찍으면서 그것도 엄청 세게 계속 그렇게 때리는 거예요. 그러면서 막 병 같은 걸 가지고 오라면서 그 애 머리에다 소주병으로 내리치는 거예요. 눈물에서도 피눈물 같은 게 나오는 거예요…” 고운 나이의 여중생들이 벌인 일이 이처럼 충격적, 자극적이다. 무섭다. 언제 어디서 변을 당할지 모르는 사회가 된 것이다. 가출하여 서로 어울려 지내다가 선배 대하는 태도가 불량했다는 것이었다. “피 냄새가 좋다” “어차피 살인미수 아니겠느냐”며 더 때리자고 했다. 선배에게 사진을 보내고 묻기도 했다. “심해?” “들어갈 것 같아?(감옥에)” 잊고 싶고, 느낌으로는 이미 서너 달 전의 일 같을 수도 있지만 겨우 달포 전 일이다. 잊어도 그만이지만 잊을 수가 없고 잊어서는 안 되는 경우도 있어야 한다.
스페인 프로축구 ‘라 리가’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간 대결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 이유는 스페인 역사를 보면 쉽게 납득이 간다. 주도가 바르셀로나인 카탈루냐는 수도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카스티야와는 역사 민족 언어 문화적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그럼에도 15세기 무렵 지중해 무역으로 부를 축적한 카탈루냐는 카스티야와 아라곤의 통일왕국에 편입된다. 그러자 과도한 세금과 자치 규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1640년과 1705년 두 번의 독립전쟁을 벌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한 패배로 이어져 마침내 스페인에 합병되고 만다. 특히 230여년이 지난 1936년 발발한 스페인 내전은 카탈루냐와 카스티야에게 더욱 씻을 수 없는 앙금을 남겼다. 카스티야의 독재자 프랑코에 맞선 공화파들이 카탈루냐로 집결했지만 다시 패배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독립이 좌절된 내전 당시 상황은 조지 오웰의‘카탈로니아 찬가’헤밍웨이의‘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에 잘 묘사돼 있다. 8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 카탈루냐는 수없이 독립을 외치고 있다. 카스티야가 중심인 스페인 중앙정부와 끝없는 갈등도 야기되고 있다. 이같은 카탈루냐와 카스티야 간 갈등은 한·일 간 감정보다 절대 덜하지 않다는 것이…
가을바람 /정재호 아늑했던 느티나무 그늘 안개로 피어오르고 아스라한 추억 위로 달려가는 귀성열차 스치는 풍물들 새롭게 변모하고 있어 낯설어라. 옛 모습 더듬어 찾아 봐도 잠자리 어지러이 날던 빈 들판 어디로 갈 바 몰라 하느적거리는 가을바람. - 정재호 시집 ‘외기러기의 고해’ 중에서 세대가 한 번씩 바뀌면 세상도 한껏 바뀐다. 미래가 많이 남아있는 사람들에게는 미래가 인생의 중요한 마당이 되지만, 미래가 별로 남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지난 과거가 중요한 시간이 된다. 이제는 꿈꿀 의미가 별로 없는 것이다. 가을의 분위기조차도 시대에 따라 많이 변해간다. 잠자리 날던 빈 들판과 허공을 헤매던 가을바람은 시야에서 멀어지고, 빽빽하게 들어서는 아파트촌과 건설현장들이 고속도로 주변을 메운다. 모든 것들이 낯설어지고 있다. /장종권 시인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들이 예산의 편성·집행 및 결산 등 모든 과정에 참여하는 소통행정이다. 1989년 브라질의 포르트 알레그리시에서 처음 실시된 이후 전 세계로 확산된 제도로, 우리나라에서는 광주광역시 북구가 지난 2003년 전국 최초로 시행했다. 이후 2005년 지방재정법으로 입법화되고 2011년도부터는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예산의 투명성을 높이고 주민이 직접 참여해 재정자치를 구현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재정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다. 2011년도부터 이 제도를 도입한 수원시의 경우 시민들이 2011~2016년 주민참여예산사업 3천822건을 제안했고, 그중 913건이 실제 예산에 반영됐다. 주민참여예산제로 진행된 사업 중에는 ‘마을버스 정보시스템 구축’, ‘화서동 작은 쉼터 조성’, ‘벽적골 생태 산책로 조성’ 등이 있다. 내년에도 주민참여예산사업으로 총 224건, 96억2천만원을 최종 결정했다. 주로 지역주민의 안전과 주민생활불편사항 개선, 소규모 생활밀착형 사업으로 벽적골지하보도 미끄럼방지 시설 보수, 보행환경 개선사업 등이다. 수원시의 주민참여예산기구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 ‘주민참여예산 분과위원회’, ‘주민참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논의가 언론에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얼마전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비밀리에 두당의 통합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하게 하였고, 최근 그 여론조사의 결과를 언론에 공개하였다. 물론 두 당이 지금 당장 통합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서 통합할 것으로 보여진다. 두 당의 통합이야기가 최근 갑자기 나온 것은 아니다. 이미 몇달 전부터 두 당의 통합이야기가 나왔었다. 그때 두당은 펄쩍뛰면서 통합은 불가하다고 하였다. 바로 정당 탄생의 태생적 이유때문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국민의당의 뿌리는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구 민주당 세력이고, 바른정당은 개혁보수를 지향하지만 실제 구 여권인 새누리당의 기반을 두었다. 두 당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호남과 영남지역을 대변하면서 정치적 대립을 했었고 나아가 이념적 대립으로까지 확대되었다. 그렇기때문에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바른정당과 통합은 도저히 있을수 없는 일이라고 하고 있고, 박지원 전 대표 역시 안철수 현 대표의 개인적 견해일 뿐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하고 있다. 바른정당 지지자들 역시 국민의당과의 통합은 전혀 고려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한다.
2017년 가을, 재한고려인과 중국동포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뜻 깊은 큰 행사들을 잇달아 개최했다.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80주년을 맞은, 최근 5만7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재한고려인동포사회는 자신들이 조상의 나라 ‘한국에 정착하기 위해 귀환한 한민족’임을 천명하면서 한국사회의 따듯한 배려와 지원을 호소했다. 광주 고려인마을은 3월15일 광주시 월곡2동 고려인마을에서 고려인강제이주8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4월부터 9월까지 매월 제4주 토요일 광주 고려인마을 방문의 날 행사를 통해 나날이 활성화 되고 있는 ‘고려인마을’을 알려왔다. 9월2일(토)에는 월곡동 고려인마을을 벗어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라이브러리파크 B2층 컨퍼런스홀 및 복도와 또 야외 예술극장에서 대규모 <고려인문화제>(학술회, 전시회, ‘나는 고려인이다’ 공연) 행사도 가졌다. 10월15일(일)에는 2017년 고려인마을 행사를 종합하는 제5회 ‘고려인의 날’ 행사에서, “올해 고려인 강제이주 80년 기념사업을 통해 고려인 4세 강제추방을 막을 수 있는 한시적인 법을…
어제는 우리 아이가 어떤 성격 유형을 가졌는지 알아보기 위해 심리치료 도구로 사용하는 ‘에니어그램 9유형’을 토대로 필자가 개발한 ‘성품유형’을 함께 적용하여 1유형부터 4유형까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에는 지난 글에 이어 5유형부터 9유형까지 살펴보자. 5유형- 안정형: 분석력과 통찰력이 뛰어나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는 편이다. 5유형에 해당하는 성품유형은 ‘안정형’으로 감사와 순종의 성품이 고루 발달한 유형이다. 분노와 두려움을 잘 표현하지 않으며 목표와 수단이 명백하게 제시된 상황을 좋아한다. 이 유형의 자녀들에겐 충분히 생각하고 관찰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생각과 감정을 적절하게 잘 표현하도록 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네가 무언가를 깊이 생각하는 것 같던데, 엄마아빠에게 말해줄 수 있니? 네 생각을 듣고 싶어”라며 부드럽게 권유해 주자. 자신의 생각이 인정받는다고 생각하면 아이도 마음을 열고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6유형- 안정형에 가까움: 두려움과 의심이 있는 편이라 의사결정에 항상 신중하며, 공동체에 잘 협력한다. 6유형은 감사와 순종의 성품
농고農高 /이덕규 들판으로 심부름 가던 뒷말 숙영이가 으슥한 벼 포기 그늘 밑으로 수줍게 하얀 엉덩이를 디밀 때 이제 막 들길 입구에 접어든 삼 년생 4H미루나무 두 그루가 가던 길 멈춰 서서 휘청휘청 짝다리를 흔들며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 봐도 다 안다는 발랑 까진 나팔바지 가을과 다 봤는데 도통 모르겠다는 얼간이 가을이 나란히 아무것도 모르는 초가을 들판 속으로 땡땡이를 치는 길이었다 가도 가도 투명하기만 해서 보이는 게 전부였던 시절이 있었다 -애지( 2017년 봄호) 농고, 이 얼마나 아득한 그리움의 단어인가! 내 고향 이천에도 한 개의 여고와 두 개의 남고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천농고, 다른 하나가 이천북고였다. 오빠가 적을 두고 있어서인지 나는 <農高>란 교표의 교모와 옅은 카키색 교복만 봐도 가슴이 뛰곤 했었다. 정말로 ‘가도 가도 투명해서 보이는 게 전부였던 시절’, 은근한 눈빛 하나만으로도 서로 설레었었지. 소피를 보는 여학생의 엉덩이를 상상하며 짝다리 흔들던 미루나무는 누구였던가. 발랑 까진 나팔바지 가을과 초가을 들판 속으로 땡땡이치던 얼간이 가을은 우리들의 사춘기를 물들이던 그 오빠들 아니었던가
용인시가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내년부터 중·고교생에게 무상으로 교복을 지원한다. 성남시가 고교확대를 추진했으나 시의회의 반대로 무산된 사업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달 SNS에 고교생 무상교복 지원에 반대한 시의원 명단을 공개해 해당 의원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용인시의회는 지난 13일 자유한국당 소속 시장의 무상교복사업에 반대했던 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이 고교무상급식 확대 등의 시행을 조건으로 무상교복사업에 찬성하기로 당론을 바꾸면서 17일 조례안이 통과됐다. 전체의원 27명(자유한국당·더불어민주당 각 13명, 국민의당 1명) 만장일치다. 용인시의 내년 중·고교 진학자는 중학생 1만1천여명, 고등학생 1만2천여명 등 총 2만3천여명으로 추정되며, 내년도 지원금액은 교육부가 산정한 학교 주관 구매 상한가(1인당 29만6천130원)를 기준으로 총 68억여 원이 소요될 전망이다. 이제 질세라 경기도의회 민주당도 연정예산으로 교복 지원에 590억원을 편성할 것을 요청했다. 교복 지원 사업은 내년도 중·고교 신입생 27만4천849명(예상) 전원에게 1인당 22만원의 교복비를 모바일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도(25%), 시·군(25%), 도교육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