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길 /문정영 나무와 나무 사이에도 길이 있다 바람이 건너다니는 길이다 새가 날개를 접었다 펴면서 건너면 길은 수많은 의문의 잎을 달고 생각에 잠긴다 그 옆으로 열열이 달려가는 전봇대가 보인다 그 길은 묶여서 자유롭지 못하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서로를 붙잡을수록 지독한 가슴앓이를 한다 서로를 묶는 일 나무들은 하지 않는다 놓아둘수록 길은 수많은 갈래를 만든다 어디든지 나무만 있으면 갈 수 있다 늦은 봄까지 초록이 전염되는 것을 보면 안다 가을이 깊을수록 의문을 떨구어 길을 환하게 한다 어렵게 어렵게 살려하지 않는다 가고 오지 못한 길 사람만이 만든다 - 문정영 시집 ‘잉크’中 길에 대한 정의를 사람이 다니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길은 다양하다. 동물이 다니는 길, 바람이 다니는 길, 햇빛이 다니는 길, 달빛이 다니는 길… 등등. 이 시에서 나무는 자연을 비유하고 전봇대는 인간이 만든 구조물이다. 나무의 길은 자유롭지만 선으로 이어진 전봇대는 자유를 억압하는 굴레라고 할 수 있다. 전선줄로 묶이지 않는 자유로운 길, 자연이 늘 살아 숨쉬는 자유로운 길초록물이 가득한 그 나무 길을 가고 싶은 충동이 드는 7월이
나라를 잃은 지 107년이 되는 날이다. 1910년 8월 29일 우리는 일제로부터 국권을 강탈당했다. 그러나 이를 기억하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 특히 각급학교 학생들은 더 그렇다. 우리는 광복절과 한글날 등 공휴일만을 기억할 게 아니라 국치일이 갖는 중요한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 중학교 시절 3월 1일에는 등교했다. 공휴일이었지만 학교에 나와 기념식을 꼭 해야 한다는 교장 선생님의 지론 때문이었다. 그땐 교장 선생님이 미웠지만 지금은 그 분의 깊은 뜻과 생각을 이해하고도 남는다. 국치일이 치욕스런 날이라고 해서 결코 수치스럽다는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왜 그로부터 36년간 수모의 생활을 견디어 왔는지, 당시 2천만 선조들의 서러움과 고통이 어떠했는지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경술국치 9년 뒤 태극기를 휘두르며 목숨을 바친 기미독립운동을 통해 광복의 기반을 조성했던 3.1절을 기억하듯이 이 날도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비록 부끄러운 역사이지만 국치일을 기억하고 다시는 그런 수치스러운 일을 만들지 않도록 이 날을 기억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안동 임청각(臨淸閣)의 원형 복원을 약속했다. 휴가차 안동을 찾은…
최근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5월 강남역 살인사건, 수락산 주부 살인사건, 부산 폭행사건, 올해 인천 10대 소녀 초등학생 흉기 살해사건, 10대 아들 어머니 흉기살해사건 등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정신질환자들이 저지른 이른바 ‘묻지마’ 살인사건을 비롯한 범죄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법무부가 발표한 ‘2016년 범죄백서’에 의하면 정신질환 범죄는 2006년 4천889건에서 2015년 7천16건으로 10년 간 43% 늘었다. 특히 2014년 6천301건에서 2015년 7천16건으로 전년 대비 11.3%나 증가했다. 살인·강도·방화·성폭력 등 흉악범죄 비율도 2006년 4%에서 2015년 11%로 늘었다. 술 취한 사람과는 달리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정신이 온전치 못하기 때문에 국민들의 불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피해자의 입장에서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현행 헌법상 심신미약으로 인한 정신질환자의 행위는 처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질환자가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형이 감경 또는 면제되고 있다. 정신질환자가 사회적 약자인 것은 틀림없지만 처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고
방화로 인해 불에 탔던 우리나라 국보 1호 숭례문은 워낙 유명해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듯 싶다. 국보 2호는 원각사지 십층석탑으로 탑골공원 내에 있다. 그렇다면 국보3호는 무엇일까? 국보 3호는 생각보다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국보 3호는 북한산 신라 진흥왕 순수비이다. 오늘은 국보 3호를 만나러 여행을 떠나보자. ‘북한산’이라는 지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국보 3호를 만나기 위해서는 북한산으로 가야할 것 같다. 하지만 북한산에 가면 국보3호를 만날 수 없다. 국보 3호는 북한산이 아닌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야한다. 북한산 진흥왕 순수비는 국립중앙박물관 선사 고대관에서 신라실 마지막 즈음에 위치해 있다. 선사 고대관 구석기실부터 관람하다보면 국보 3호는 놓치기 십상이다. 그래서 곧장 신라실로 향한다. 소박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의 순수비는 전시용 유리케이스가 없어 360도 밀착 감상이 가능하다. ‘순수(巡狩)’란 ‘황제가 자신의 땅을 직접 돌아다니며 천지산천에 제사를 드리고, 지방의 정치와 민심을 시찰하던 고대 중국의 풍습’을 뜻한다. 따라서 순수비는 왕이 직접 자신의 영토를 시찰한 후 세운 비석이다. 553년 신라는 백제가 차지하고 있던 한강유역의 하류를 빼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부상당한 연합군의 가장 큰 고통은 의약품의 부족이었다. 그 중에는 야전병원의 ‘실탄’이라는 붕대도 포함돼 있었다. 피를 지혈하는 붕대는 그 어느 의약품보다 환자의 생명을 지키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공급이 제대로 안됐다. 전쟁으로 인해 면화 생산이 줄어드는 바람에 붕대를 못 만드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이때 미국의 ‘킴벌리 클라크’ 라는 회사가 면을 대신할 신소재를 들고 나타났다. 면 대용품으로 내놓은 것은 제지원료로 만든 셀루코튼(Cellucotton)이라는 것이었다. 천연 면보다 다섯 배나 높은 흡수력을 보이면서도 가격도 면보다 쌌다. 그리고 생산이 용이할 뿐 만 아니라 1회용이었기 때문에 빠르게 붕대를 대체했고 부상병 치료에도 크게 기여했다. 셀루코튼의 명성은 곧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또 놀라운 흡수력이 증명되면서 수많은 파생 상품을 양산시켰다. 1회용 생리대와 귀저기도 그중 하나다. 특히 생리대는 1차 세계대전 당시 셀루코튼의 진가를 확인한 간호사들에 의해 만들어 진 것으로 유명하다. 1회용 생리대가 없었던 당시 면으로 생리대를 대용했다. 간호사들은 이를 셀루코튼 몇 장으로 대체한 야전용 간이 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했는데 전쟁이
흘린 술이 반이다 /이혜선 그 인사동 포장마차 술자리의 화두는 ‘흘린 술이 반이다’ 연속극 보며 훌쩍이는 내 눈, 턱 밑에 와서 “우리 애기 또 우네” 일삼아 놀리던 그이 요즘 들어 누가 슬픈 얘기만 해도 그이가 먼저 눈물 그렁그렁 오늘도 퇴근길에 라디오 들으며 한참 울다가 서둘러 왔다는 그이 새끼제비 날아간 저녁밥상, 마주 앉은 희끗한 머리칼 둘이 서로 측은히 건네다 본다 흘린 술이 반이기 때문일까 함께 마셔야 할 술이 반쯤 남았다고 믿고 싶은 눈짓일까 안 보이는 술병 속에, 살아가면서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수는 없다. 정치적인 의견이든 관계적 형식이든 점잖게 살아가는 일이 욕심에서 비롯되는 일이고 그 욕심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삶의 미학적인 구조이다. 삶의 고개를 넘다가 문득 뒤돌아보면, 평범한 나날의 귀한 보물을 헛되이 흘려보내버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어버릴 때도 많다. 삶이란, 생명이란, 가늠할 수 없기에 더 귀하고 소중한지 모른다. 남은 삶의 도화지에 자신만의 아름다운 그림을 그려가는 일이란 결코 쉽지 않겠지만 오늘 하루도 주어진 시간에 감사하며 두려워하지 말고
미국 복권 추첨 사상 1인 당첨금으로 역대 최고액인 7억5870만 달러(8천548억 원)를 거머쥔 50대 여성이 “직장 동료들에게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판매된 복권은 800억 달러(90조 5000억원)에 달하며, 이는 영화, 음악 공연, 스포츠 경기 티켓 발권액을 모두 더한 것보다 많다고 AP통신은 전했다. 파워볼 추첨은 로또와 방식이 비슷하다. 1부터 69까지 숫자가 적힌 흰색 볼 가운데 5개를 뽑고 마지막 여섯 번째는 빨간색 파워볼 26개 중 하나를 뽑는 방식이다. 1등 당첨 확률은 2억9천200만 분의 1로 8번 연속 벼락에 맞을 확률과 맞먹는다. 갑자기 많은 돈이 들어오는 것을 꿈꾸며 성공할 수 있다고 믿고 도전하지만 그리 쉽게 나한테 떨어지는 로또는 없다. 그래도 오늘도 일확천금의 꿈을 꾸며 로또를 하는 이유인 것이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지난해 복권에 대한 국민인식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 71.1%가 복권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는 2015년 68.1%보다 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국민 10명 중 4명은 복권이 복권기금을 통해 소외계층을 지
성남시의회 박광순 의원(자유한국당)이 셋째 자녀를 출산하면 1억 원을 지급하는 조례안을 발의했다. 현재 성남시가 출산장려금을 현행 1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출산장려금 지원 등에 관한 개정 조례안’을 제출한 것이다. 이 개정조례안은 이달 28∼30일 성남시의회 제231회 임시회를 열어 26개 조례 안건과 함께 심의·의결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출산장려금 조례 개정안은 박 의원 등 자유한국당 11명, 더불어민주당 2명 등 13명의 발의로 상정됐다.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우선 출산 시 1천만 원을 주고 아이가 3·5·7살이 되면 2천만 원씩, 10살이 되면 3천만 원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 기간 성남시에 지속 거주한 가구에 한해 지급한다. 조례안은 또 다른 자녀에 대한 출산장려금도 둘째는 3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넷째는 200만 원에서 1천만 원으로, 다섯째 자녀 이상은 300만 원에서 2천만 원으로 각각 인상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셋째 자녀 이상에 대해서는 고교 수업료와 대학교 등록금·수업료를 전액 지원하고 성남시 산하 공공기관에 채용 신청 시 우선 채용하거나 가점을 부여하는 혜택도 준다. 이렇게 된다면 여간 획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한 언론에선 ‘지지율 독재’라는 표현까지 썼다. 나라 안팎으로 어려운 일이 중첩된 가운데도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이는 것은 전 정권에 대한 실망감과 함께 이를 문대통령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한 일자리정책 관련 국민여론조사 결과도 그렇다. 국민의 73%는 문재인정부가 일자리문제를 해결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대통령은 ‘일자리대통령’을 자임했으며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다. 그리고 새정부 출범 후 각종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공공부문부터 민간부문까지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일자리가 늘어나야 이 나라의 경제와 국민들의 삶이 원활하게 돌아간다. 특히 민간부분 일자리가 늘어나야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라는 것은 어차피 한계가 있다. 무리하게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린다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전문가들은 효과적인 일자리 정책을 만들기 위해 독일경제를 활성화시킨 ‘하르츠개혁’을 참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독일은 단기 일자리 확대와 사회복지체계를 개편
인공지능(AI) 의사의 발달 가능성에 대해 논하기 전에 생화학적 인간두뇌와 전자두뇌 AI 작동의 차이와 특성을 생각해보자. 인간의 두뇌는 생존과 사냥, 번식을 위한 선택과 운동과 요리 등을 통해서 발달했기에 필연적으로 우리 몸과 근육과 협력하기 좋은 속도나 성능에 적응되어 있다. 그래서 너무 빨리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지연뉴런을 만들어서 동작의 정확한 일치를 만든다. 쉽게 말해 인간은 AI가 보기에는 몇 백만 배나 느려서 답답한 두뇌를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의 두뇌는 40억 년의 그 구질구질하거나 긴박하거나 드라마 같았던 생존의 기억이나 동료가 살해당했던 트라우마가 없으며 지연뉴런도 없다. 머리통이 없으니 AI는 자기 두뇌를 사막에 둘 수도 있고 바다 속에 둘 수도 있다. 결국 이 지구 자체가 AI의 두뇌가 될 것이다. AI는 인간 탄생이라는 40억 년의 드라마를 데이터화하면서 최고의 효율성을 향해 빠른 속도로 발달할 뿐이다. 그러므로 의학이든 공학이든 인간이 AI보다 더 나은 영역은 완전 사라지게 된다. 미래의학을 다룬 SF영화를 보면 인간은 치료를 명령하거나 받을 계급이 존재할 뿐 의술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이 설정은 매우 정확하다. 인간은 의술이 무료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