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이라는 그를 늘여서 써보기로 했다 /송정현 달뜬 몸에서 열꽃이 핀다 붉은 칸나의 꽃물이 발진처럼 돋고 너의 뜨거움에 데인 상처를 데킬라 한 잔으로 잊으려 했던 저녁나절 백조자리 별 하나가 지상으로 떨어졌다 여름이다 - 송정현 시집 ‘꽃잎을 번역하다’ 여름은 뜨겁다. 그 뜨거움을 위해 태양도 가장 강렬히 빛나고 지상의 나무들도 태양을 향한 잎들을 무성히 펼쳐놓는다. 나 또한 그러한 계절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의 대열에 맞춰 몸이 달뜨고 열꽃이 핀다. 하지만 너와의 경쟁 속에서 발생하는 갈등으로 붉은 칸나의 꽃물 같은 발진이 돋고 그 뜨거움에 데인 상처를 데킬라 한 잔으로 잊으려 했던 저녁나절, 백조자리별 하나가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본다. 그 순간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좌절은 그 비애는 여름이었던 너를 오래도록 잊을 수 없게 하는 것인데, 이대로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는 것, 또다시 접어둔 열정을 부채질해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도무지 잊히지 않는 너처럼 나아가보자. 굳세게 못다 이룬 꿈을 이루어보자. /서정임 시인
계절의 여왕 5월이다. 숲에서 쏟아지는 초록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기에 좋은 시기가 바로 요즘이다. 오늘은 숲의 싱그러움을 함께할 수 있는 부여 부소산성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이른 아침에 출발한 덕에 부여 부소산성에는 예정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부소산성은 사비성이라고도 하며, 성왕 16년을 전후로 완성되었다. 성이 위치한 부소산의 이름을 따서 부소산성이라 부르는데, ‘부소’는 고대 백제어로 ‘소나무’를 뜻하는 말이다. 부소산성 여행은 삼충사에서부터 시작된다. 주차장에 차를 대고 조금만 올라가면 삼충사를 만나게 된다. 삼충사는 말 그대로 세 분의 충신을 모신 사당이다. 세 분의 충신은 성충과 흥수 그리고 계백으로 마지막까지 백제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분들이다. 외삼문인 의열문과 내삼문인 충의문을 지나면 핵심공간인 사당이다. 사당에는 세 분의 초상화가 모셔져 있다. 세 분의 얼굴을 마주하고 잠시 묵념을 한다. 부여에서는 매년 삼충제를 지내 세 분의 넋을 기리고 있다. 삼충사의 편액이 흥미로운데, ‘삼(三)’자 중 맨 아래 획을 제외하고 위에 있는 두 획이 하늘 쪽으로 바짝 붙어 있다. 이유는 정확치 않으나 세 분의 충신 중 두 분은 1품에 해당하는 ‘좌평’이
경기도 분도(分道)문제가 또다시 거론되고 있다. 새정부가 출범하자고 내년 지방선거가 1년 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기북부 출신 여야 의원들이 경기남북도 분도론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경기 북부지역을 경기도에서 분리해 경기북도(北道)를 설치하는 내용의 ‘경기북도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21일 대표 발의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양주)과 바른정당 김영우 의원(포천·가평) 등도 이 법안 발의에 함께 참여했다. 이들은 “경기북부지역은 그동안 정부의 각종 규제정책으로 경기남부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음에도 규제가 완화되지 않고 있어 남부지역과의 경제·교육·문화·의료 등 분야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경제권·생활권 및 지역적 특성이 다른 경기도 북부를 경기도에서 분리해 경기북도를 설치함으로써 국토의 균형발전을 촉진하고 주민생활의 편익을 증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안은 경기도 북부의 10개 시·군을 경기도에서 분리해 경기북도를 설치하고 정부의 직할하에 두는 것을 골자로, 경기도지사 및 경기도교육감이 경기북도의회의원, 경기북도지사 및 경기북도교육감의 직을 내년 6월30일까지 겸직하도록 하는 내용이…
김영삼·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통점은 유난히 ‘경제’를 앞세웠지만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것이다. 김영삼 전대통령은 경상도 사투리로 ‘갱제’를 강조했지만 ‘단군 이래 최대 경제위기’였다는 IMF사태를 불러왔다. IMF에 나라의 경제주권을 박탈당하고 국가와 국민은 그야말로 깡통을 찼다. 김영삼 정부 경제의 결과는 참담했다. 국가 부도를 초래했고 많은 기업들이 파산했고 많은 국민들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제 대통령’을 자임한 이명박 정부 5년간의 경제성적도 처참했다. 경제 성장률 7%를 공약했지만 엄청난 환경파괴를 초래하고 있는 4대강 사업에 치중한 결과 경제는 형편없이 위축됐다. 이명박정권 5년간의 경제성장률 성적표는 2.9%였다. 가장 무능력한 정권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탄핵·파면·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 4년의 경제 성적표 역시 연 평균 2.9%였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기인 최근 7년간 한국의 GDP(국내 총생산) 성장률을 보자. 이명박 정권시기인 2010년 6.5%, 2011년 3.7%, 2012년 2.3%였으며, 박근혜 정권이 시작된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6%, 2016년 2.7%였다. 2010년 이후 급격한
휘파람 새소리 가늘게 떨리기 시작했다. 구례 화엄사 톨게이트를 벗어나고도 거듭 이어지는 길. 길 따라 오른쪽으로 서서히 드러나는 섬진강의 미소, 오월이다. 지금 막 꽃망울 터트리기 시작한 하얀 몸피 사이로 아카시아 향기가 뚝 뚝 떨어진다. 봄비 더불어 펼쳐지는 눈앞의 그림들은 자꾸 자동차를 멈추고 걸어보라, 걸어보라 재촉을 해왔다. 이미 젖기 시작한 섬진강. 그 말간 민낯 앞에서 봄비 밀어내는 우산은 사치라 생각했다. 차를 세우고 숫기 없는 찔레꽃 향을 지나 몇 걸음 걸어 오르자 산나물 몇 묶음의 인심이 내어놓은 가판대 위로 몇 봉지 뻥튀기 과자가 보이고 먼데 산이 시선 안으로 들어왔다. 우두커니 바라보는 먼 산, 굽이굽이 능선 사이로 물안개 일렁거리자 수년 전 물난리에 불어난 형산강을 마주하고 건네시던 아버지 말소리 드문드문 들리는 듯 했다. “야야, 강은 흐르고 산은 저렇게 가만히 서 있는데 어째 사람들만 저래 바쁘게 오고 또 정신없이 가는지 모르겠다. 오늘 저 강물이 꼭 길 잃은 사람들 같제? 빨리 제 길 찾아야 강물도 조용할 낀데” 제 길 찾아 일렁이며 유유히 흐를 줄 아는 푸근한 섬진강을 따라 다시 출발한 길. 그 길옆으로 눈에
봄이 무르익는 5월에 우리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 끝에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했다. 그런 만큼 이번에는 새로운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른듯하다. 대통령의 통치철학은 무엇이며 어떻게 전개될지 기대와 궁금함이 교차하는 것도 사실이다. 언제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될 때는 기대도 크고 통치방법도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과거 조선 건국이라는 새로운 역사를 쓴 정도전과 이방원이 통치방식을 두고 충돌한 일은 오늘날에도 참고할만한 거울이 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정도전과 이방원의 대결은 기본적으로 정권욕이라는 요소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 해도 두 사람은 통치관에서 나름 철학적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정도전은 정치가 윤리와 도덕에 기반을 두고 실현시켜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통치자는 이를 실현할 만한 자질이 있어야 하고, 신분을 뛰어넘어 누구든 교육을 받아 온전한 통치자가 될 수 있다는 사상이었다. 정치를 행함에 있어서 백성을 근본으로 삼고 백성을 위해야 하며, 이것이 윤리도덕을 실천하는 정치라고 믿었다. 이를 소홀히 하면 민심을 거스리는 것이고, 통치권은 다른 덕 있는 사람에게 이전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통치체제도 임금이 아닌 재상 중심의 기능적 분담과 처결
예부터 서로 배려하라는 부부관계의 표현이 많이 전해지고 있다. 남편이 노래하면 부인이 따라한다는 부창부수(夫唱婦隨), 거문고와 비파를 타듯 한다는 여고금실(如鼓琴瑟), 평생을 함께 늙어간다는 백년해로(百年偕老), 하늘이 맺어준 배우자라는 천정배필(天定配匹) 등등. 당나라 때 시인 백낙천은 장한가에서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이렇게 노래하기도 했다.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하늘에선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요),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라요.)’ 비익조는 전설 속의 새이다. 이 새는 눈도 하나요, 날개도 하나뿐이다. 그래서 암수 한 쌍이 합쳐야만 양 옆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날 수도 있다. 또 연리지의 리(理)는 ‘결’이라는 뜻이다. 나뭇결이 연결된 가지를 말한다.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이다. 부부는 비록 다른 집안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이루게 되면 연리지처럼 한 몸을 이루어, 비익조와 같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준다는 뜻이다. 하지만 둘이서 하나가 되는 일은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부부관계 만큼 얄궂은 게…
황홀한 배회 /이재훈 햇살에 걸려 넘어진다 어제 먹은 술 때문인지 햇살에 걸려 넘어진다 그 긴 밤을 뜬눈으로 견디었다 붉은 눈을 하고서 무엇엔가 자꾸 걸리는 아침 햇살을 잉태한 건 밤이었다 나를 잉태한 건 밤이었다 누군가 가만히 내게로 왔다 밤새도록 먹은 것들을 토하고 있는데 햇살이 가만히 와서 내 등을 두드려준다 - 이재훈 시집 ‘내 최초의 말이 사는 부족에 관한 보고서’ 길 위를 걷다 넘어질 때가 있다. 그 절망으로 밤새워 술을 마시며 괴로워할 때가 있다. 그것은 우리가 희망이라 생각하는 햇살이 있기 때문이다. 새날을 몰고 오는 햇살을 보며 우리는 날마다 앞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 밝음이란 욕망이 우리를 때로 어둠 속으로 몰아넣는다는 것을 긴 밤을 뜬눈으로 견디었다 붉은 눈을 하고서야 깨닫는다. 무엇엔가 내 마음이 자꾸 걸리는 아침이다. 모든 것을 토하고 또다시 시작하는 하루다. 공원벤치에 앉아 있는데 한 줄기 햇살이 가만히 와서 등을 두드려 준다. 살아야 하기에, 살아나가야 하기에, 우리는 햇살에 걸려 넘어져도 그 햇살을 향한 갈망을 버릴 수 없다. /서정임 시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김동연(60) 아주대 총장을 지명하는 등 내각 인선을 시작했다. 문 대통령은 또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는 한국 여성 외교관으로서 유엔 기구의 최고위직에 오른 강경화(62) 유엔 사무총장 정책특보를 지명함으로써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에 이어 여성 인재 등용을 실천해나가고 있다. 관심이 모아진 국가안보실장에는 군 출신을 배제하고 정의용(71) 전 주제네바대표부 대사를,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장하성(64)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홍석현(68) 한국신문협회 고문과 문정인(66)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는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에 각각 기용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강경화 전 특보를 지명한 것은 이례적이다. 외무고시 출신이 아닌데다 외교부 첫 여성국장과 한국 여성 중 유엔 최고위직에 임명되는 등 외교 분야에서 우리나라 최초·최고 여성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 외교 전문가란 점이 발탁의 배경이다. 내각의 1호인 외교부장관에 여성을 지명함으로써 내각 구성에서 성 평등을 실현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조국 교수의 민정수석 임명,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윤석렬 서울중앙지검장 임명에서…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보복 조치로 인해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의 중국인 상대 관광업계에 숨통이 트일 기미가 보인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한중관계 개선을 위해 이해찬 특사가 중국으로 간 후 중국 당국의 해빙 분위기가 느껴지고 있는 것이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개별자유여행객(FIT)들에 대한 비자 발급 제한 조치, 즉 여행금지는 사실상 해제된 분위기라고 한다. FIT의 한국 여행 비자 신청 건수와 항공권 예약 건수는 60~70%까지 회복된 상태란다. 국내 중국 전담여행사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중국 관광업체의 한국 관광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FIT는 물론이고 단체관광객의 방문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사드로 인한 중국정부의 이른바 한한령(限韓令)으로 완전히 금지됐던 대규모 인센티브 단체관광객도 다시 한국으로 발길을 돌릴 기미가 보인다고 한다. 그동안 한국으로 올 예정이었던 수천 명~만 명 이상 단위의 중국 인센티브 단체관광객은 동남아시아로 방향을 틀기도 했다. 중국 전담 여행사들뿐 아니라 지자체들도 바빠졌다. 특히 제주도의 경우 중국관광객 유치에 사활을 걸다시피 했으나 5월2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봄 여행주간 중 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