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중원구에 위치한 영성중학교는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고 함께 참여하는 교육급식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급식’이라고 하면 사람들 대부분은 선택권이 없는 한 가지 메뉴의 급식을 떠올린다. 반면 영성중은 메뉴의 5개 품목 중 1개를 두 가지 맛을 준비해놓는 ‘부분 선택식 메뉴’를 실시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희망 식단을 직접 듣고 반영하는 ‘식단 공모제’나 환경보호 일환으로 자발적으로 텀블러 사용을 장려하는 ‘텀블러데이’ 등 학생참여 교육급식 활동도 꾸준히 진행한다. 이처럼 급식실에는 다양한 메뉴와 활동들이 기다리고 있어, 270명의 영성중 학생들은 매일 학교 갈 생각에 들떠있다. 3학년 김한울 학생은 “우리 학교 급식은 일주일 내내 거를 것 없이 맛있는 메뉴가 나와 영성중의 자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또 다양한 메뉴들로 음식에 대한 지식의 폭이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영성중 학생들이 이토록 점심시간을 좋아하게 된 것은 전가람 영양교사의 급식 교육에 대한 열정과 학생들에 대한 애정 덕분이다. 그는 학생들의 미래 교육이 개성과 참여가 중요시되는 것처럼 교육급식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가람 영양교사는 “학생들이 교육급식에 직접 참여해 함께 급식을 만들어 나갈 때, 진정한 교육급식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며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교육급식을 제공함으로써 학생 스스로 건강한 식생활을 실천할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 내 입맛대로 골라 먹는 ‘부분 선택식 메뉴’ ‘선택식단’은 ‘부분 선택식 메뉴’와 ‘선택식 메뉴’로 크게 나뉜다. 부분 선택식 메뉴는 주메뉴나 부반찬 일부를 선택하는 것이고, 선택식 메뉴는 대학식당처럼 복수 메뉴 또는 카페테리아식 메뉴로 구성된다. 이 중 영성중은 부분 선택식 메뉴로 운영하고 있다. 단순하게 선택지를 나눈 것이 아니라 메뉴 하나하나에 의미와 정성을 담았다. 화끈한 불닭덮밥과 매운맛을 싫어하는 학생들을 위한 순한 맛 데리야끼 치킨덮밥, 따뜻한 잔치국수와 얼죽아(얼어 죽어도 아이스)들을 위한 김치말이 국수, 고소한 크림소스 파스타와 매콤한 볼로네제 파스타 등 학생들의 기호를 고려해 구성했다. 아울러 음식 알레르기가 있는 학생들을 위해 김과 같은 단순 대체식이 아닌 맛있는 메뉴를 따로 준비해놓는다. 영성중 학생들은 선택식단이 나오는 날엔 점심시간만 기다려지고, 어떤 메뉴를 선택해야 더 맛있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진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2학년 이동환 학생은 “선택식단 날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맛있는 것을 골라 먹을 수 있단 생각에 심장이 떨린다”며 “사실 어떤 메뉴를 먹든지 전가람 선생님의 메뉴 선정과 조리사분들의 뛰어난 실력 덕분에 후회가 없긴 하다”고 전했다. 전 영양교사는 “매년 신입생들에겐 ‘급식 때문에 영성중에 왔다’, 졸업생에겐 ‘이제 영성중 급식을 먹을 수 없다니 너무 슬프다’라는 말을 듣는다”며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영양교사로서 크나큰 보람을 느낀다”고 흐뭇해했다. ◇ ‘식단 공모제’, ‘텀블러데이’…학생참여 교육급식으로 만족도↑ 영성중은 학생들의 다양성과 의견을 존중하는 ‘학생참여 교육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학생자치회 소속 교육급식부의 주도로 이뤄지는 ‘식단 공모제’다. 교육급식부는 두 달에 한 번씩 급식판 그림이 그려진 ‘우리 손으로 우리가 만드는 급식’ 신청서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면, 학생들은 영양 균형과 식재료비를 고려해 원하는 식단을 급식판 그림에 채워 제출한다. 교육급식부는 전교생의 투표를 거쳐 우승자가 선정되면 상품을 증정하고, 해당 식단은 식단표에 반영한다. 매번 공모제가 열릴 때마다 학생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평소에는 식생활관 게시판이나 조사함, 학생회실 앞 바구니를 이용해 수시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이 밖에는 텀블러 가져오면 음료를 가득 담아주는 ‘텀블러데이’, 잔반이 없으면 빨리 퇴식할 수 있는 ‘하이패스 퇴식구 운영’,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식단 공모전’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3학년 김한길 학생은 “우리 학교는 식단도 으뜸이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다양한 학생참여 활동”이라며 “그 중 텀블러데이는 환경오염도 줄이고 학생 만족도도 높여줘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생들에게 맞춤형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9년 인공지능 푸드 스캐너도 도입했다. 스캐너는 학생들이 식사 전후로 얼굴과 급식판을 스캔하면 잔반량, 섭취열량, 영양성분, 식사시간 등 개개인의 데이터를 수집해 학생의 호불호 음식과 추천메뉴, 식습관 점수 등을 산출한다. 영양교사는 산출된 결과를 바탕으로 식단을 연구하고, 학생들은 자신의 식습관을 알고 좀 더 건강한 식사를 하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 인근 학교 영양교사들과 식단 개발과 운영 방식 공유 등을 하는 ‘마을단위식단연구’도 진행한다. 이처럼 영성중은 학생들에게 좋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전 영양교사는 “학생참여 교육급식을 통해 학생들의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식생활 교육이 주체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앞으로도 학생들의 다양성과 의견을 존중하는 급식 운영을 위해 자율배식을 활성화하고 다양한 선택식을 구상하도록 힘쓰겠다”고 전했다. [인터뷰] 전가람 영성중학교 영양교사 “공부로 지친 학생들이 급식으로 즐거움 느끼길” 지난 2018년 영성중에 부임한 전가람 영양교사는 모든 학생이 만족하는 급식을 제공해주고자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해왔다. 그는 급식을 ‘동행’과 같다고 설명했다. 전 영양교사는 “영양교사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혼자서는 학생 모두가 만족하는 급식을 만들 수 없다”며 “때론 엄마같이, 때론 친구같이 학생들과 소통하며 동행할 때 비로소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영성중에 발령받았을 때부터 학생자치회 산하 교육급식부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매주 회의를 열고 양질의 교육급식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그렇게해서 2019년 영성중에서는 ‘부분 선택식 메뉴’ 운영이 시작됐다. 전 영양교사는 초반에 제한된 인력·예산으로 운영에 차질이 생기거나 실패할까 두렵기도 했다. 그러나 학생들이 고작 초코우유와 딸기우유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에 무척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선택식 범위를 확장해야겠다는 동력을 얻었다고 전했다. 이에 교육급식부 학생들과 함께 식단과 운영방식을 보완해 나가면서 지금의 급식실을 만들었다. 그는 “교육급식부가 활성화 될수록 부분 선택식 메뉴도 잘 운영되고, 학생들의 급식에 대한 만족도가 상승했다”며 “또한 교육급식 참여도도 높아지면서 편식과 잔반량이 감소하는 것이 눈에 보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훗날 학생들이 영성중을 회상했을 때 급식이 즐거운 추억으로 떠오르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전 영양교사는 “올바른 식습관 형성, 건전한 심신 발달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교 오는 즐거움이 급식이 갖는 또 다른 중요성이 아닐까 싶다”며 “공부로 지친 학생들이 급식을 통해 잠시나마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면 내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해림 기자 ]
사회 양극화, 주민 간 갈등, 지역 내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마을공동체. 지역마다 주민들 스스로 특색을 살린 사업을 결정하고 만들어 지역 문제를 해결한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지만 자기중심적 사회에서 마을공동체를 운영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활발한 활동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려 애쓰는 단체가 있다. 용인시 구성동에서 활동하는 마을공동체 ‘구성을 구성하다’가 바로 그곳이다. ‘구성을 구하다’는 2019년 출범했다. 이주연(49) 대표는 지역발전에 관심을 가졌던 구성지역 장미도서관 운영 멤버, 지역 청년 등과 함께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고자 의기투합했다. 이 대표는 공동체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마을공동체 유대감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우선 급격한 도시화, 산업화로 파괴된 공동체 가치를 주민 스스로 복원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사회 변화를 통해 이웃과 함께 사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마을 이야기’를 통해 지역을 보다 자세히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에 2020년 용인시 마을공동체 사업에 지원, ‘마을소식지 발간’ 사업으로 선정됐다. 소식지에는 신도시 개발로 소외된 인근 구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마을에 관한 조사, 교육, 문화, 복지, 환경, 역사, 안전 등 주민들의 삶과 골목길을 따라 내오려는 따뜻한 이야기, 주민들 가슴에 담겼던 소소한 이야기 등을 담았다. 2021년에는 용인 마을공동체지원센터 주관 ‘마을지도 만들기’ 프로젝트로 선정돼 마을 소식지와 더불어 구성동 마을을 들여다볼 수 있는 ‘우리동네 보물지도’도 제작했다. 이처럼 적극적인 활동은 올해에도 용인 마을공동체 사업으로 선정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가 이끄는 ‘구성을 구하다’는 매년 지역 공동체 회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통해 도시개발 이면에 숨겨진 현안을 해결하고, 따뜻한 일상이 담긴 지역을 만들기 위해 시도 중이다. 이 대표는 일회성 사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로 성장시키기 위해 올해 12월 두 번째 마을 소식지를 발간한다. 이번 소식지에는 구성동에 오래 사셨던 주민을 위주로 역사 이야기, 구성동의 과거와 현재, 주민들 삶의 희로애락을 시와 수필, 에세이로 담았다. 함께하는 공동체는 역사라는 혼이 담겨 있어야 생명력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 대표는 “마을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활동으로 지역의 소소한 문제점도 해결하는 성과도 있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들도 많이 남았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의 삶이 묻어 있는 따뜻한 마을공동체를 복원 시키겠다는 마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면서 “구성동 주민들이 지나가며 서로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눌 수 있고, 편안히 대화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구성동은 고구려 구성(駒城)에서 유래된 용인시 최초 행정지명으로 문화적, 역사적, 학술적, 향토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다. 또 구성독립만세운동은 올해 103주년을 맞았다. [ 경기신문 = 고태현 기자 ]
“남양주 공무원 칭찬하고 싶어요” 최근 경기신문 본사로 70대 할머니가 전화를 했다. 자신은 남양주시 수동면 구운천변에서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이명옥(75) 할머니다. 할머니가 남양주시 생태하천과 공무원을 칭찬하고 싶은 이유는 이렇다. 수동면 송천리 모꼬지로 234번지에서 10여년째 펜션을 운영하고 있지만 해마다 장마철만 되면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 구운천 범람으로 해마다 장마철만 되면 밤잠 설쳐 펜션앞을 지나는 구운천이 2 ∼3 m가량 높은 펜션앞 마당은 물론,펜션건물 1층 바닥까지 잠길 정도로 범람하기 때문이다. 집중호우 때는 펜션 마당에 있던 컨테이너까지 떠내려가고 옹벽 일부가 무너질 정도로 물살이 사나웠다. 뿐만 아니라, 집중호우가 내리면 물이 범람하면서 진흙과 모래 등 이물질이 건물 1층 안까지 밀려들어와 넋을 잃게 만들..
경기도 부천시가 여전히 소각장 광역화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광역화뿐만 아니라 시설 이전 여부와 대상지까지 다시 검토하는 상황에 인천시는 답답하기만 하다. 부천시는 현재 소각장 광역화와 이전 여부, 이전 후보지 등을 검토 중이라고 7일 밝혔다. 특히 광역화보다 시설 이전 여부와 이전 후보지를 결정하는 것을 우선 고려하고 있어 사실상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수준이다. 지난 9월만 해도 인천시는 조만간 부천시가 광역화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부천시의 결정이 계속 미뤄지는 데다 입지 선정부터 다시 검토하자 난감해졌다. 당초 인천시는 부평·계양 지역에 소각장을 짓는 대신 부천시에 광역소각장 건립비용과 운영비 등을 지원하고 소각장을 함께 쓰기로 했다. 행정절차는 마무리됐고 부천시장 결정만 남은 상태에서 부천시민..
더불어민주당은 7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고 10·29참사 책임의 일환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은 오는 8일과 9일에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해임건의안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할 시, 단계별 문책에 따라 탄핵소추안도 고려하고 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먼저 처리하고 그래도 해임거부 또는 자진사퇴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로 가는 것에 의원들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탄핵소추안 시점과 관련해서는 “8·9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고 국정조사 이후에도 (이 장관이) 사퇴 않고 해임을 거부한다면 탄핵소추가 더 낫겠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박 원내대표는 “해임건의는 표현이 건의라고 돼 있지..
인천 캠프마켓 B구역 내에 있는 1780호 조병창 병원 건물 관련 해결방안을 찾겠다며 지난 6일 소통간담회가 열렸지만, 논의는 여전히 도돌이표다. 회의는 4시간 가량 이어졌다. 보존을 주장하는 쪽은 여전히 보존을, 철거를 주장하는 쪽은 여전히 철거를 주장했다. 인천시는 안전성을 문제로 철거한다는 쪽에 주장을 보탰다. 결국 다음 회의에서 건물을 존치한 채 토양오염정화를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전문가를 초빙해 얘기를 들어보기로 하고 회의는 마무리가 됐다. 이날 회의는 시 관계자 4명을 비롯해 철거를 주장하는 단체인 부평숲추진위원회에서 유제홍·김제욱·최진수 위원, 보존을 주장하는 단체인 역사공원 추진협의회에선 김형회·김재용·고병욱 위원이 참석했다. 우선 시는 안전을 담보하지 않은 방법은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부 업체에서..
출판계에서 원작자 동의 없이 2차 저작물을 제작해 논란을 빚는 일이 반복되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출판업계에 따르면 출판사 창작과비평(창비)은 소속 작품인 손원평 작가의 소설 ‘아몬드’가 작가나 출판사의 허가 없이 고양문화재단 주관, 용인문화재단 주최 연극으로 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10월 17일 알았다. 이에 다음 날인 18일 제작·극단 측에 항의와 함께 ‘계약 조건’ 전달을 요청했다. 이후 공연 4일 전인 11월 29일 극단 측 계약 조건을 최종 수령했고 그제야 저작권자인 손 작가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즉 출판사는 재단 측이 사전 협의 없이 저작물을 극화한 것에 항의를 하고 최종 계약 조건을 수령한 뒤에야 저작권자에게 알린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논란이 되자 창비는 5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2차적 저작물 관리에 있어 저작권자의 허락이 최우선이라는 원칙을 간과하고 저작권자의 권리를 충실히 보호하지 못했다”며 손 작가에게 사과했다. 1990년대 한국 만화 대표작으로 꼽히는 ‘검정고무신’도 2차 저작물 작성권 문제로 갈등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2020년 6월 한국만화가협회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검정고무신’의 창작자들이 작품의 2차 저작물 관련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배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2차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작가들은 어떠한 통보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후 올해 10월 ‘검정고무신’ 극장판 2편이 개봉하자 원작 만화를 그린 이우영 작가는 “극장판 1편처럼 검정고무신 캐릭터 대행회사가 제 허락도 구하지 않고 원작자인 제가 피의자 신분으로 재판중임에도 불구하고 아랑곳하지 않고 벌이고 있는 일”이라 문제를 제기했다. 출판사·제작사인 형설앤은 반박했고 결국 이들은 법적 분쟁을 치르고 있다. 작가의 저작물을 보호해야 할 출판사에서 되려 작가의 동의 없이 저작권을 침해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뾰족한 묘안을 내놓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출판물 사업 관련 모든 계약이 출판사와 작가 개인 간 계약으로 상이한데다, 표준계약서를 두고도 양측의 간극이 커 논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출판업계 관계자 A씨는 7일 경기신문과의 통화에서 “처음 계약할 때 영화화·해외 수출 등 2차 저작물 작성을 출판사에 위임하거나 안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 출판사는 2차 저작에 대해 저작권자인 작가에게 묻고 진행하기도 하고 진행한 뒤 통보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A씨는 “여러 출판 단체들이 모여 ‘출판계 통합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는데, 2차 저작물 작성권 등이 규정돼 있다”면서 “계약을 체결할 때 그런 것들(2차 저작권 관련 내용)을 명확히 정해 놓는 게 중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공정 계약을 막기 위해 ‘출판 표준계약서’가 마련됐지만 여전히 논쟁은 지속되고 있다. 출판계가 내놓은 ‘표준계약서’는 2차 저작권과 관련해 수익 배분을 정한 뒤 출판사에 ‘위임’ 하는 등 협의의 대상으로 놓고 있는 반면, 정부가 고시한 표준계약서는 2차 저작물에 대한 권리가 저작권자에게 있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이후 작가나 단체들은 출판계의 표준계약서에 반발을, 출판계는 정부가 내놓은 표준계약서 고시를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하는 등 서로가 큰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저작권 전문가이자 출판 평론가 김기태 세명대학교 디지털콘텐츠창작학과 교수는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은 저작권자한테만 있는, 출판권보다 훨씬 더 큰 권리”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출판사가 출판권에 파생하는 다른 권리를 관행적으로 위임받아 진행해 문제가 생겼다”라며 “출판사는 저자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지켜주는 쪽으로 기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
내년부터 나이를 계산하는 기준이 달라져 이에 따른 새로운 변화에 주목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7일 전체 회의에서 만 나이 사용을 명확히 규정한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과 행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오는 8·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전망이다. 개정안은 공포 6개월 뒤인 내년 6월부터 시행된다. 현재 우리나라엔 ‘만 나이’, ‘세는 나이’, ‘연 나이’ 세 가지가 혼용돼있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만 나이’는 태어나면 0살로, 각자 매년 생일마다 한 살씩 더하는 방식이다. 반면 ‘세는 나이’는 태어남과 동시에 1살로, 새해가 지나면 모두가 똑같이 한 살을 먹는 것이다. ‘연 나이’는 현재 연도에서 출생 연도를 뺀 나이를 의미한다. 현행법상 나이는 민법에 따라 ‘만 나이’로 계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세금·의료·복지는 만 나이를 기준으로 적용하고, 청소년보호법과 병역법 등 일부에선 ‘연 나이’를 사용해왔다. 이에 더해 일상에선 대부분이 ‘만 나이’와 최대 2살 차이 나는 ‘세는 나이’를 쓰고 있어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누리꾼들은 여러 개의 나이를 하나로 통일하는 것을 두고 혼란이 정리될 것 같다며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반면 이미 맺어온 관계와 호칭 등이 각자의 생일을 기준으로 바뀔 수 있어 적응할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나이의 학생들이 ‘형·동생’하며 한 교실에서 지내다 생일이 지나면 ‘동갑내기 친구’가 되는 등 다소 어색한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윤상철 한신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날 경기신문과의 통화에서 “각각의 시기에 적절하게 완충하는 시스템(체계)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 같진 않다”고 바라봤다. 같은 학년 내 나이가 서로 다른 학생들이 있을 순 있으나 같은 학년·학번 등 서로를 수용하는 ‘코호트(동일 집단)’ 개념이 훨씬 강하기 때문에 심각한 충돌이나 혼란으로까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한국 나이에서는 문화적으로 나이에 따른 위계 개념이 같이 따라가지만 만 나이에선 그런 개념이 다소 약화되는 측면도 있다”며 “거기에 걸맞는 문화가 또 같이 올 것”이라 말했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시점을 이르면 내년 1월, 늦어도 3월로 제시했다. 백 청장은 7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마스크 의무 조정 관련 기준과 대상, 방법 등을 현재 전문가 그룹이 논의 중"이라고 했다. 백 청장은 "이행 시기는 향후 유행 상황 등 기준이 충족되면 이르면 내년 1월에서 늦어도 3월 사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백 청장은 다만 "대부분의 실내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 조치가 권고로 전환되더라도 고위험군 보호를 위한 필수시설은 여전히 의무로 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행 시점을 결정하지 못한 이유는 현재 유행이 감소 추세이 이르지 않았고, 고연령층의 2가 백신 접종에 시간이 더 필요하며, 인플루엔자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 방향이 불명확해서라고 했다.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논의는 최근 정부가 조처하지 않으면 대전시와 충청남도가 자체적으로 해제하겠다고 나서면서 불거졌다. [ 경기신문 = 유연석 기자 ]
국민의힘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친윤계 의원을 주축으로 한 공부모임 ‘국민공감’이 7일 첫 출범했다. ‘국민공감’은 표면적으론 특정 계파와 전혀 관계없는 공부 모임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당 안팎에서는 내년 2월 말∼3월 초로 시점이 가닥이 잡힌 전당대회를 앞두고 일부 친윤계 의원들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여진다. 국민공감은 국민의힘 의원 115명 중 65명이 참여하는 당내 최대 의원 모임으로 ‘윤핵관’으로 알려진 이철규 의원이 간사다. 당권주자인 김기현·안철수 의원도 회원으로 참여했다. 이 의원은 “국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생산하기 위한 순수 플랫폼 모임”이라며 “(공부모임이)계파모임 등 다른 길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윤핵관 브라더스’로 알려진 권성동·장제원 의원도 이날 출범식에 함께 참석해 그간 일었던 불화설을 일축하기도 했다. 앞서 장제원 의원의 주도로 시작한 국민공감의 전신인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는 당초 지난 6월 출범을 앞두고 있었으나 당시 당 대표 권한대행이자 원내대표인 권성동 의원과 계파 권 의원은 이날 국민공감 출범식 참석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와 장 의원은 오랜 기간 함께 의정활동을 해왔던 동지”라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저와 장 의원의 관계에 대해 과도한 해석과 추측이 있어 왔다. 제가 굳이 하나하나 설명하거나 반박하지 않은 이유는, 서로의 신뢰가 굳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 의원은 또 출범식 직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공감에 대해 “그때는 순수 공부모임이라기보다는 약간 정치적 색깔을 띠고 있는 단체이기 때문에 반대했다. 지나고 보니까 약간 오해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성원들을 보면 계파를 형성하거나 특정인을 중심으로 모인 게 아니다. 순수 공부모임이 맞는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장관 차출론에 대해선 “한 장관 스스로 판단을 내리겠지만 장관직 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극히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 아닌가 이렇게 본다”며 일축했다. 권 의원은 “차기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수도권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수도권 그다음에 2030세대, 중도 지향으로 나아가는 것은 선거 전략으로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당 대표가 어느 지역 출신이냐 이렇게 못 박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첫 공부모임에서는 ‘103세 철학자’ 김형석 연세대학교 명예교수가 ‘정치가 철학에 묻는다 - 자유민주주의의 길’라는 주제로 강연이 진행됐다. 국민공감은 2주마다 정기모임을 갖고, 오는 21일 모임에서는 김태길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노동개혁'을 주제로 한 강연을 앞두고 있다. [ 경기신문 = 김한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