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덤 머니’는 미안한 얘기지만 흥행이 잘 될 영화는 아니다. 주식 투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이 영화에 도통 집중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 투자에 능통한 사람들은 이런 영화에, 역시 도통, 관심을 갖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관심 따위, 돈에 대한 것에 비하면 하잘것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자들은 영화를 잘 보지 않는다. 영화는 대체로,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돈이 없는 사람들이 즐기는 대중 예술이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주식을 하지 않는다. 아니 주식을 할 돈이 없다. 그러니 주식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니까 결론은 ‘덤 머니’라는 영화는 돈 없는 사람들도 내용을 잘 몰라서 안 보게 되고 영화를 우습게 하는 돈 많은 부자들은 관심이 없어서 안 보게 되는 작품이다. ‘덤 머니’가 미국 영화임에도 극장에 많이 걸려 있지 않은 이유이다. 이 영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지 낮은 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은 영화 42분쯤에 나오는, 한 경제뉴스 채널의 앵커 멘트를 한 번에 알아듣느냐 그렇지 않으냐에 달려 있다. 멘트는 다음과 같다. 헤지펀드들이 ‘게임스탑’에 공매도를 시작했는데 공매도는 해당 주식이 떨어져야 돈을 버는 시스템이죠. 그런데 헤지펀드들에겐 안된 이야기지만 개인들이 그 주식을 사기 시작했습니다. WSB(월스트리트 베츠)라는 유치하고 과격한 커뮤니티가 ‘게임스탑’에 대한 헤지펀드의 공매도가 과한 수준인 것을 알고 월가의 큰 손들을 혼내기 위해 조직적인 구매운동을 시작한 겁니다. 레딧의 혁명가들이 월가의 볼기짝을 때리고 있죠. 적어도 세 가지 곧 헤지펀드와 공매도, 레딧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어야 한다. 레딧은 www.reddit.com으로 미국의 뉴스 SNS이다. ‘덤 머니’가 다루는 핵심적인 내용은 공매도이다. 그러니 공매도를 알아야 한다. 공매도. 한자로 쓰면 空賣渡이다. 영어로 얘기하면 Short selling이다. 역설적이게도 공매도의 개념은 한자로 보면 이해가 간다. 빌 공, 혹은 가짜 공이다. 가짜로 매수매도 행위가 이루어진다는 것인 바, 지수(수자) 금융자본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공중에서 상대의 주식을 빌리고 그것을 액면 가로 시장에 내다 판 후 주식이 떨어지면 다시 사서 빌린 주식을 갚는 것이다. 5천 원짜리 주식 10주를 빌려 5만 원에 팔고 주가가 3천 원으로 떨어지면 10주를 사서 갚는다. 그러면 3만 원이 든다. 내게는 2만 원이 남는다. 한 마디로 공중에서 숫자만 날아다니는 거래이지만 잘만 머리를 쓰면 실물의 돈이 들어올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런 거래가 개인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자본력을 지닌 금융자본가들이 자기끼리 회사나 펀드를 만들어(헤지펀드) 진행한다고 하면 한 마디로 돈 놓고 돈 먹기가 된다. 이들은 자신들의 ‘돈 다발’ 영역에 일반인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갖가지 제어 장치를 해 놓는다. 특정 거래소, 자신들의 웹 사이트, 자기들이 만든 온 라인 계좌만을 이용하게 하는데 운용 규범을 아주 까다롭게 만들거나 그러면서도 사용자들에게 막대한 수수료를 챙겨 먹는다. 증권가 큰 손들은 도랑치고 가재 잡는다. 크레이그 길레스피 감독(‘아이, 토냐’ ‘크루엘라’ 등 다수)이 만든 ‘덤 머니’의 덤 머니는 개인 투자자들, 우리 식으로 얘기하면 개미 투자자들의 돈을 말하는 속어이다. ‘덤 머니’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으며 2021년 코로나로 세상이 난리를 겪을 때 벌어진 월스트리트의 일대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키스 길이라는 무명의 증권 애널리스트(폴 다노)는 어느 날 게임스탑이라는 컴퓨터 디지털 기기 회사의 주식이 지나치게 저평가 돼있다고 생각하면서 자신의 유튜브로 유저들에게 게임스탑 주식의 매수를 권유한다. 사건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게임스탑은 공매도 리스트에 올라가 있으며 주식 큰 손들은 이 회사의 주식을 ‘인위적으로’ 계속해서 떨어뜨리는 ‘합법의 작전’ 혹은 ‘제도적으로 허락한 주가 조작 행위’를 진행시킨다. 키스 길의 제안은 개미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고 무려 800만 명이 매수를 시작한다. 주가는 20달러에서 350달러까지 치솟고 주가가 오르면, 이를 되사서 갚아야 하는, 그래서 오히려 큰 손해를 보게 되는 헤지펀드들은 막대한 손실액을 방어하기 위해 고민에 빠진다. 그리고 결국 ‘개미들’의 주식 거래를 갑자기 차단하는지 하는 방식으로 공매도 주가의 조정에 나선다. 그러자 곧 사태는 게임스탑이라는 회사를 가운데 놓고 벌어지는 월가 금융가 Vs 일반 개미들의 싸움으로 확대된다. 개미 투자자들, 일반인들은 게임스탑 사태를 부르주아에 항거하는 프롤레타리아의 저항, 곧 프랑스 혁명처럼 받아들인다. 2021년 미국 월가의 게임스탑 사태의 과정이다. 크레이그 길레스피는 이 영화를 만들면서 몇 가지 원칙을 세웠던 것이 분명하다. 하나는 공매도를 포함해 지금의 금융 자본주의, 혹은 지수 자본주의의 허점을 분명히 얘기하겠다는 것이고 지금과 같은 체제와 시스템으로는 공정한 거래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라는 점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키스 길이 미 하원 금융조사소위 앞에 나가(코로나 때여서 PC 줌으로) 하는 증언은 이 영화가 들려주고자 하는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그는 조사 위원이, 내부 정보 없이 어떻게 게임스탑 사태를 알 수 있었느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증언한다. “예측한 게 아닙니다. 주식을 면밀하게 추적했습니다. 임계 증권 목록, 주문 흐름, 매수 정지 등의 요인이 해당 주식에 실질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런 상황은 우리가 시장의 내부 작동 원리에 무지한 결과입니다. 터무니없는 공매도 비율과 공매도 세력의 시장 조작과 증권사의 정산 지연의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주식 시장의 개념은 공정한 운동장으로 머리와 운이 따른다면 돈을 벌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제 머리와 운도 통하지를 않습니다. 대기업들이 기술과 정보에서 크게 앞서가고 재력으로 밀어붙이니 개인은 희망이 없는 것이죠.” 감독 크리스 길레스피의 작품 기획의 또 다른 전략 하나는 키스 길 같은 특정한 한 사람의 영웅보다 그에게 동조하는 사람들, 개미 투자자들을 가능하면 많이 보여주자는 것이다. 빚과 아이 이빨 교정을 해줘야 하는 간호사 제니의 사례, 학자금 10만 달러를 갚아야 하는 대학생 하모니와 리리 레즈비언 커플, 미시건 디트로이트의 다 쓰러져 가는 게임스탑 매장에서 풀 타임으로 일하는 중남미 이민자 2세 마르코스 등등의 에피소드가 극 전편을 이어 나간다. 제니는 말한다. “나 같은 사람은 기껏해야 재난 지원금으로 600달러를 받았다. 평생을 뼈빠지게 일했고 지금도 코로나 병동에서 힘들게 일한다. 그런데 어떤 인간들은, 헤지 펀드 회사들을 구하겠다고 돈 가진 자들은 30억 달러를 준다.” 제니나 마르코스, 하모니와 리리 모두 세상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고 가진 자가 더 많이 가져가는 지금과 같은 시스템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 모두 게임스탑 주식을 끝까지 쥐고 장에서 빠져나가지 않았다. 적당한 고점에서 팔고 나가도 됐지만 키스 길이 1200달러어치가 된 주식을 팔고 나가지 않는 한 자신들도 버티겠다고 말한다. 자신들 한 명 한 명이 버티면 월 가는 붕괴한다, 고 그들은 생각한다. 그들은 생각한다. 혁명이란, 한 명 한명이 버티는 것이다,라고. 영화 ‘덤 머니’는 어리석(다고 생각되)은 개미 투자자들, 민중들 한 명 한 명의 혁명 투쟁기이다. 모든 혁명은 경제 투쟁에서 시작된다. 영화 ‘덤 머니’는 경제 민중의 승리를 기록하고 있다. 그 점이 후련함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무엇보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단어를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공정한 주식 거래란 없다. 따라서 공정한 세상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를 일이다. ‘덤 머니’가 영화 너머로 알려주는 진실일 것이다.
최동훈 감독의 비운의 역작 ‘외계+인’ 2부를, 영화는 세 가지 좋은 점을 찾을 수 있으면 '좋은 영화'라는 원칙 아닌 원칙에 입각하여 분석해 본다. ‘외계+인’ 2부에 좋은 점 세 가지는 있는가. 있다면 그건 무엇인가. 일단 이 영화의 복잡한 줄거리부터 대략 파악하고 가는 게 좋다. 그건 결코 스포일러가 아니다. 스토리의 설정 ‘외계+인’ 1,2부는 알려져 있다시피 외계인 설정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외계인들은 인간의 몸속에 자신들의 죄수를 가둬 놓았는데 어느 날 이들 죄수들이 인간의 몸에서 탈출하면서 가공할 사태가 벌어진다. 주인공은 이안(김태리)이고 이안의 아버지(김우빈)가 이들 탈출한 범죄자 외계인들을 추적하는 인물이다. 그의 복제 프로그램이 바로 AI 썬더(김우빈)이다. 썬더는 과거 시대에는 우왕과 좌왕(신정근 이시훈)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돼 이안을 돕는다. 보다 정확하게는 얼치기 도사인 무륵(류준열)의 눈과 발이 되어 이안의 뒤를 쫓는다. 무륵은 어릴 때 위기에 처한 이안의 목숨을 구해주었으며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 둘은 서로 좋아하는 사이로 발전한다. 외계인 범죄자 중에 대장은 설계자(소지섭)이다. 그에 준하는 또 다른 빌런은 자장(김의성)이다. 나중에는 행동대장 빌런인 금괴 밀수꾼 윤경호도 나온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과거 시대에는 삼각산의 두 신선 부부 흑설과 청운(염정아 조우진)이 나온다. 둘은 무륵에게 도법을 전수했다. 악당 자장에게서 파문을 당하면서 맹인이 된 검객 능파(진선규)도 있다. 이들 모든 인물들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신검의 행방을 쫓는다. 이 신검은 1부에서는 어린 이안이 다시 현재의 시간으로 돌아 오기 위해 꼭 필요한 영험한 양날 검으로 묘사된다. 신검은 시간의 문을 열 수 있는 일종의 열쇠라는 것이다. 그러나 2부를 들어서면 시간의 문이 비교적 자유자재로 열린다. 에너지가 불안한 곳에서는 그럴 수 있다는 것이 AI 썬더의 설명이다. 신검은 시간의 문을 여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중요한 일, 무엇을 위해 꼭 필요한 물건임이 밝혀진다. 이안의 운명은 그걸 수행하는 것으로 돼있다. 영화의 좋은 점 ① “너는 너다!” 개념 어쨌든 영화에 따르면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몸에는 외계인 악마가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전의 ‘외계+인’ 1부가 2시간 반 가까운 러닝 타임 동안 이야기의 변죽만 울린 채 끝났다며 대중의 호된 ‘질책’을 받은 이유가 바로 ‘인간=외계인’이라는 개념 때문이다. 과거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든 2022년 현재의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이든 캐릭터들이 의도적으로 애매모호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이안의 몸에 어떤 외계인이 들어가 있는지, 그게 아빠 같은 외계인이었는지 아니면 알고 보니 진짜 악당이었는지 알 수 없게 처리됐었다. 삼각산 신선 부부에 따르면 제자 무륵의 몸 안에 요괴가 들어 있다고 하는데 그 요괴의 정체 역시 과연 누구인지 정확하지가 않다. 다 큰 이안은 역시 다 큰 무륵을 만나 재회하면서 기뻐서 어쩔 줄 모르지만 무륵은 자기 안에 이상한 무엇이 들어왔다며 이안에게 자신을 믿지 말라고 말한다. 자신을 경계하고 떠나라고 말한다. 그때 이안의 대답은 이것이다. “너는 너야. 네 안에 그 무엇이 들어 있든지 내게 있어 너는 그냥 너야.” 이 대사 한 마디가 ‘외계+인’ 1부에 대한 불만을 일소하게 해 준다. 사실상 1,2부로 나뉘어지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법한 이 영화가 어떤 전개 방향을 가져갈지를 암시해 주고 결정해 준다. 너는 너다. 네가 어떤 존재이든 너는 결국 선한 사람이 될 것이고 내가 그렇게 너를 만들 것이며 그럼으로써 우리는 함께 할 것이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영화 ‘외계+인’은 결국 더불어 산다는 것, 자아와 타자가 결합하는 선의의 방식, 더 나아가 내면의 악한 욕망을 외향적인 삶에 있어 어떻게 누르고 절제하며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동양적 선(禪)의 사상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나쁜 것이든 좋은 것이든 인연은 과거에서 현재, 현재에서 과거로 어떻게든 이어진다는 윤회의 사상을 지향하고 있다. 이번 2부는 바로 그 점을 집중적으로 확실하게 보여 준다. 그 점이 좋다. 영화의 좋은 점 ② “뜰 앞의 잣나무”를 말하다 별다른 의미가 없는 듯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이 말은 2부의 인물 우왕(혹은 좌왕인데 그건 중요하지가 않다. 그 둘은 고양이 몸에 들어간 존재들이다.)의 입에서 나온다. 우왕은 이 얘기를 할 때 시종 킥킥대는 모습이다. 자신이 주인으로 섬기는 청년 도사 무륵이 도통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을 때이거나 혹은 난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이 고양이 변신인간(신정근)은 어김없이 이 말을 던진다. ‘뜰 앞이 잣 나무지 뜰 앞의 잣나무.” 이 대사는 또 다른 고양이 요괴인 좌왕(이시무)의 존재가 소멸될 때도 쓰인다. ‘뜰 앞의 잣나무’는 불교의 명상에서 쓰이는, 일종의 선시(禪詩)의 일부이다. 한자로는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라고 쓴다. 불교의 선 사상은 서구식 이성의 논법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냥 모든 개념과 관계를 통틀어 순간적으로 다가오는 깨달음 같은 것이다. 선승(禪僧, 참선 중인 승려)이 스승에게 묻는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까닭은 무엇입니까?” 스승은 답한다. “뜰 앞의 잣나무이니느라.” 선문답(禪問答)은 해괴망측한 대화법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고고한 진리가 숨어 있다. ‘외계+인’ 1,2부는 사실 이 선문답에 기초한 스토리 라인으로 짜여 있다. 영화는 늘 논리의 구성에 치중해 왔다. 그러나 우리가 스스로 짜고 보여주고 나누는 모든 이야기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으며(우주평행이론) 종종 신비스럽게도 그 모든 시간이 뒤틀리는 지점이 있어 이야기도 앞뒤 순서가 맞지 않을 수가 있다. 세상의 모든 일이 다 논리정연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무륵이 나중에 무슨 일을 저지르고, 이안의 존재가 왜 뒤바뀌고, 민개인이라는 현대 여성(이하늬)은 왜 맹인 검객 능파의 초상을 벽에 걸고 살아가고 있으며, 그녀가 물려받은 조상의 무기는 과연 무엇인지, 그게 어떻게 과거에서 현재로 왔는지는 달마가 왜 서쪽에서 왔는지에 대한 궁금증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최동훈이 얘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것이다. 모두가 다 뜰 앞의 잣나무이거늘. 영화의 좋은 점 ③ 미래는 과거이고 과거는 미래이다 ‘외계+인’ 2부의 화룡점정은 외계인 빌런들(소지섭 김의성 윤경호)과 일대 혈투를 벌이는 무륵과 이안, 흑설과 청운 부부도사, 관세청 조사원 민개인, 그리고 AI 프로그램 썬더가 한 공간에 모인다는 것이다. 이들이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모두 다 만화적인 것이어서 보다 보면 지치는 감이 없지 않지만 탈선하는 열차 신 같은 CG는 영화 테크놀로지의 극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시각적 쾌감을 준다. 외계인 악당의 차에 부딪혀 날라가는 교통순경 차량 안이 360도 돌아가는 장면, 그 뒷좌석에서 수갑을 찬 채 몸이 같이 돌아가는 흑설과 청운, 민개인의 모습 같은 것은 촬영의 난이도, 차량 세트 구성 등의 난도가 높은 것이다. 최동훈은 영화 기술이 남다르지만 그걸 가져가려는 상상력이 뛰어난 인물이다. 이번 2편에서도 그 점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무엇보다 과거 시대의 인물과 미래적 존재인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현재의 한 공간에 모인다는 설정은 감독이 나름 각을 준 장면처럼 느껴진다. 썬더는 과거로 돌아가 현재에서 죽어(소멸해) 가던 이안의 아빠에게 이안이 신검으로 임무를 어떻게 달성해 내는가를 보여 준다. 미래는 과거가 된다. 과거가 미래가 되는 것뿐이 아니다. 미래는 그냥 과거이다. 같은 존재이다. ‘외계+인’ 2부가 보여주는 시간의 철학이다. 그 점이 흥미롭다. 결론적으로 이번 2부는 꽤나 흥미롭다. 애당초 1부 없이 이 2부만으로, 그때그때 플래시 백 기법을 사용해 가며 한 편의 영화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만들 때는 그걸 그 누가 알았겠는가. 모든 것이 다 뜰 앞의 잣나무일 뿐이다.
이낙연 전 총리가 결국 민주당을 탈당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피습사건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예상대로 제3지대 신당 추진 대열에 본격 합류한 것이다. 지난 6월 일찌감치 신당레이스를 시작한 양향자 의원의 ‘한국의 희망’을 필두로 금태섭 전의원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새로운 선택’,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개혁신당(가칭)’, 오늘 창당계획을 밝힌 민주당 탈당파 3인(김종민,이원욱,조응천) 신당에 이어 이낙연 신당까지 가시화 되면서 ‘제3지대 빅텐트’ 성공 여부가 이번 총선 최대 변수로 부상했다. 최근에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신당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적지 않다.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 지지율을 단순 합산하면 국민의 힘, 민주당, 신당세력이 3분지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 신당세력이 하나의 정당으로 총선을 치를 경우 거대 양..
경기도와 수원특례시가 광교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광교 바이오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연계해 추진하면서 바이오 산업계의 관심이 광교로 쏠리고 있다. 광교테크노밸리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을 중심으로 경기바이오센터,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 나노기술원 등 IT, BT, NT 기업 지원에 최적화된 첨단산업단지다. 현재 200여 개의 기업과 연구소가 입주해 있는데다 경기신용보증재단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지원기관도 이곳에 있다. 교통편의성도 우수하다. 동수원 및 광교 IC와 신분당선 광교중앙역이 인근에 있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이곳에 ‘광교-판교 바이오헬스 전략거점’을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광교-판교-기흥-동탄 등을 잇는 기술혁신 전략거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산출된 실증·임상 정밀의료기술과 바..
경기도가 도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기조를 담은 경기도 ‘도민청원’이 좀처럼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등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도민이 직접 정책을 제안하거나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다양한 소통창구가 활성화되면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답변 요건에 얽매인 경직된 운영이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인들의 기호에 맞지 않는 것으로 읽힌다. 스피디한 쌍방향 소통 채널 기능을 살려 실효성을 증대할 보완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난 2019년부터 운영돼온 도민청원은 경기도 주요 현안, 정책 등에 대해 도민 누구나 의견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한 제도다. 민선 8기 들어 답변 요건을 완화하고 도지사가 직접 답변하는 방식으로 소통을 강화했다. 지난해에는 일부 청원에 답변을 달고 실제 사업에 반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구잡이식..
국민권익위원회의 지방의회 종합청렴도 평가 결과 광역·기초의회의 청렴도가 형편없이 낮은 것으로 나타나 놀랍다. 그중에도 경기도의회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청렴도를 의심받는 지방의회가 할 수 있는 감동적인 정치는 존재하지 않는다. 교육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부패·갑질에 대한 ‘일벌백계’가 엄격하게 작동하는 자정(自淨) 장치를 완비해야 한다. 이대로는 안 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92개 지방의회(광역의회 17개, 기초시의회 75개)의 종합청렴도 평가에 따르면, 2023년도 광역·기초시의회의 종합청렴도는 100점 만점에 68.5점이었다. 지난달 28일 국민권익위가 발표한 행정기관·공직유관단체의 종합청렴도 80.5점과 비교해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놀라운 평가 결과는 경기도의회가 종..
비장애인들은 별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편의시설들이지만 장애인들에게는 높고 험한 산, 급류가 흐르는 강이다. 장애인들은 분명 우리사회의 구성원인데도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갈 수 없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도 접근이 어렵다. 사소한 부분까지 보다 더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이 사회는 아직도 장애인들에게 친절하지 않다. 차별은 지금 이 시간 우리나라 곳곳에 존재한다. 장애인에게만 국한된 불편이 아니다. 어린이·노인·임산부 등 ‘일시적 장애인’들은 시설물 이용, 이동 등에 불편을 느끼고 있다. 이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BF-Barrial Free)을 만드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과제다. 그래서 제도화한 것이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인증제’다. 이 제도는 2015년 법제화, 공공건축물..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 중소·벤처기업 투자 육성을 위해 추진하는 ‘경기도 G-펀드’의 2023년 신규 조성액이 3178억 원을 돌파해 단년도 최대 규모를 달성하는 등 기대 이상으로 순항 중이다. 편드 조성이 빠르다는 것은 높은 신뢰와 기대치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창업이나 기업 운영에서 자금은 인체의 혈액에 비유된다. ‘경기도 G-펀드’가 효율적 투자에 허점이 없도록 충실하게 운용돼 지역 경제 도약의 소중한 마중물 사명을 다해주길 기대한다. 2026년까지 1조 원을 조성할 계획으로 지난해 2월 23일 비전 선포 및 협약식을 열고 출발한 ‘경기도 G-펀드’는 도내 중소·벤처기업의 투자 기회를 넓히는 투자 마중물 용도로 조성하는 펀드(투자조합)다. 경기도는 지난해 스타트업, 스케일업, 경기북부 균형발전, 미래성장 분야로 나눠 펀드를 조성..
구리시의회가 방정환문학상 시상식 예산 28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고 한다. 최근 경기신문 보도(‘구리시·문화재단, 백경현 공약 발목 잡기에 발끈’)에 따르면 시의회는 지난 해 제331회 제2회 정례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2024년 구리시에서 개최될 제34회 방정환문학상 시상식 예산을 모두 삭감, 행사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방정환문학상 시상식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충분한 설명이 부족했다’는 것이 삭감이유였단다. 구리시와 구리시문화재단에서는 ‘백경현 시장 공약사업에 대한 발목 잡기’ ‘시장의 공적이나 업적을 깎아내리려는 정치적 의도’라고 판단한다. 방정환문학상 시상식 예산은 2800만 원이다. 상금이 2500만 원이고 나머지 300만 원은 운영비로 사용된다. 지역이나 대학축제에 초청하는 유명가수 한명의 출연료에도..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정치테러가 발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부산 가덕도 방문 중에 지지자를 자처한 정체불명의 괴한에게 흉기피습을 당해 중상을 입었다. 사라졌던 정치테러가 재발했다는 사실에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이런 후진국형 정치테러는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된다. 범행의 배경을 낱낱이 밝혀내는 것은 물론 총선 국면에서 재발할 여지를 강력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작금의 극단적인 ‘정쟁’ 풍토에 대한 정치권의 치열한 반성과 혁신이 절실하다. 사건은 이 대표가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범인이 순식간에 달려들면서 발생했다. 머리에 파란 종이 왕관형 모자를 쓴 한 남성이 접근한 뒤 취재진을 뚫고 이 대표에게 접근해 갑자기 목을 향해 흉기를 찌르는 모습이 촬영됐다. 목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