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가 부동산 투기로 불로소득을 얻고자하는 것은 가렴주구로 백성을 착취하는 행태”이자 “망국의 지름길”이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신도시개발을 하는 이유는 서민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인데 사전 정보를 알고 있는 공무원이나 LH와 같은 공기업 직원, 의원 등이 투기목적으로 몰래 사들인다면 우리 사회의 공정과 신뢰는 사라진다는 이혜원·송치용 경기도의원(정의당, 비례)의 말도 백번 맞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땅 투기 사태는 이제 광명·시흥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공직자들의 부동산 비리 의혹은 전국적인 현상이 됐다. 이 나라 곳곳에서 공직자와 공기업 직원, 선출직 공직자 등 투기 의심자들이 추가로 확인되면서 국민들의 분노가 거세게 일고 있다. 2018년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계양 테크노밸리 사업 예정지의 토지 거래자 상당수가 허위로 농지취득 자격을 증명해 농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천 검암역세권 공공주택지구와 3기 신도시 주변 지역 등에서도 투기의혹이 일고 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와 관련한 정치인 투기 의혹도 제기돼 부산시와 여야 정치권이 부산 선출직·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비리를 조사하는 특별기구를 구성하기로 했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일원 416만㎡에 사업비 1조7천903억 원을 들여 차세대 메모리 생산기지를 구축하는 반도체산업단지 조성과정에서도 문제가 생겼다. 이곳도 투기소문이 무성했던 곳인데 지난 18일 용인시가 공무원 3명을 수사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시의 발표에 따르면 그동안 시청과 용인도시공사 모든 직원 4817명의 토지거래현황을 1차 전수 조사했다는 것이다. 이 결과, 공무원 6명이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행정구역 내 토지를 거래한 사실을 발견했고 이중 사업부서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거나 토지 취득 경위가 분명하지 않아 투기가 의심되는 3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라고 한다. 나머지 3명은 공무원 임용 전 취득, 실거주 명목 구매였기에 투기 의심 정황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3명만 수사의뢰하겠다는 것은 ‘꼬리 자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 18일 원삼면주민통합대책위원회는 용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지정 및 주민공람공고 3년 전부터 수용부지가 표시된 항공사진까지 유출됐다고 주장했다.(본보 19일자 7면) 주민들이 직접 투기 의혹을 조사했는데 약 200여건의 투기 정황을 확보했으며 이 가운데 30여건이 공직자가 연관된 것으로 의심돼 수사를 요청하고, 증거가 확보되면 추가로 수사 요청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용인반도체클러스터 개발사업은 공람 이전 도면이 유출된 사업이기 때문에 강도 높은 수사가 필요하다”는 원삼주민통합대책위 박지원 위원장의 말이 옳다. 이들은 용인시의 자체 조사도 신뢰하지 않는다. 수사기관이 수사를 진행해야 하며 조사범위와 방법을 바꿔 훨씬 더 많은 투기꾼을 찾아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도 도시정책실과 미래산업추진단, 용인도시공사 건설사업본부에 근무했던 직원과 배우자의 직계존비속, 그 형제·자매까지 범위를 확대해 2차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
최근 우리가 겪는 문제는 어느 한 분야나 한 주체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국제적으로는 경제발전, 사회통합, 환경보전이라는 각 분야의 과제에 대해 그 분야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했다. 1972년부터 시작된 고민의 결과물이 ‘지속가능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라는 개념이다. 이는 문제해결을 위한 새로운 틀, 즉 ‘거버넌스(governance)’다. 비판이 아니라 문제해결 중심의 관점인 것이다. 1987년 유엔환경개발위원회의 ‘우리 공동의 미래’ 보고서는 경제, 사회, 환경문제를 통합적으로 포괄하고, 미래세대까지 고려해 ‘지속가능발전’ 개념을 정립했다. 1992년 유엔환경개발회의에 모인 각국 정상은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의제21(Agenda 21)’에 합의했고, NGO와 지방정부를 비롯한 9개 주요..
남에 대한 평가는 언제나 정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난, 그리고 일어나고 있는 일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주 남을 평가하며, 어떤 사람은 착한 사람이라 하고 어떤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하며, 또 어떤 사람은 어리석은 사람, 어떤 사람은 현명한 사람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사실을 그렇게 불러서는 안 된다. 인간은 강물처럼 흘러가고 있다. 내일의 그는 이미 오늘의 그가 아니다. 어리석었던 사람이 현명해지고, 나쁜 사람이 착한 사람이 되며,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인간을 심판할 수는 없다. 심판하는 순간 그 사람은 이미 변해있을 테니까. 만약 네가 자신의 단점을 알고 그것을 고치려고 노력한다면, 남을 비난한다든가 하는 생각은 전혀 머리에 떠오르지 않을 것이고 또 그럴 겨를도 없을 것이다. 상대의 가죽 신발을..
바이든 새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미국의 외교·안보 수장이 지난 17~18일 한국을 방문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을 면담하고 5년만에 외무·국방 장관회담(2+2)을 가졌다. 양국은 이번 외교·국방 장관 방한을 통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고 ‘북한 핵’을 비롯한 한반도 현안, 한미일 공조, 전시작전권 전환 등 양국의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그러나 이번 외교·국방 장관 동시 방한은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도전과 인권 문제를 둘러싼 미국의 대중포위 전략이 우선 순위에 있다. 바이든 정부는 2019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가동한 인도, 일본, 호주와의 이른바 ‘쿼드(4개국 안보협의체)’를 본격적으로 궤도위에 올려놓기 위해 지난 12일 쿼드 정상회의를 가졌다. 이어 외교·국방 장관이 일본을 방문하고..
대통령책임제 아래서 대통령은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이다. 그러나 이 시대 대한민국 대통령에게는 여러 걸림돌들이 가로막고 있어 이를 제대로 행사할 힘이 부족해 보인다. 대부분의 권력은 여전히 특권 세력의 손 안에 놓여 있고 ‘선출되지 않은 세습권력’이 권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이 세습권력, 그들은 누구인가? 자본과 언론권력, 검찰, 사학, 종교권력 등으로, 이들이 흔들리지 않는 기득권을 쥐고 있다. 이 가운데 재벌과 검찰, 언론은 가장 막강한 세습권력이다. 경영을 광고수입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언론사는 재벌의, 사실상 수직계열화된 하부구조에 불과하고 따라서 재벌을 상전으로 모시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동시에 대기업의 범죄행위와 일부 공직자들의 비리 일탈은 언론 보도와 검찰 수사의 좋은 먹잇감이다. 범..
요즘 ‘미나리’영화가 인기몰이다. 지극히 평범한 이 영화는 미국으로 이주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에 비교되는 인기몰이를 하며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코로나로 텅 빈 영화관을 독차지하고 ‘미나리’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정이삭 감독이 ‘미나리’를 호명하여 어떻게 자신의 경험을 표현하려고 했는지를 스크린을 통해 보았다. ‘네 얼굴은 왜 그렇게 납작하니?’ 데이빗(엘런 김)에게 건네오는 낮선 곳에서 친구의 만남은 이렇게 시작된다. 한국의 화투를 배우고 가지런히 칫솔을 하며 서로를 닮아가는 척박하지만 인간미 있는 그곳,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울컥했던 것은 모니카(한예리)가 한국에서 온 어머니를 눈물로 포옹하는 장면이다. 가족의 재회는 얼마나 감동적인 설정인가? 그리고 어머니가 꺼..
아이들은 글쓰기를 어려워 한다. 여러 학년을 가르쳐 봐도 글쓰기 만큼 격한 거부 반응을 불러 일으키는 수업이 없다. 교실 분위기가 활기로 가득 차 있으면 '글을 써 보세요' 한마디로 넘실 거리던 에너지를 다운 시킬 수 있다. 예고 없이 당장 수학 평가를 하겠다고 말해도 이보다 더 반응이 안 좋을 수는 없다. 글쓰기 수업을 진행하겠다고 할 때 아이들이 이목구비가 심하게 구겨지던 걸 떠올리면 가히 공포의 글쓰기다. 간혹 글로 막힘없이 술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런 아이들은 가뭄에 콩나듯 드물다. 어른들에게도 일정 분량 이상의 글을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니까. 백지 앞에서 막막한 건 어른이나 어린이나 매한가지다. 투정 부리는 아이들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다. 나도 가끔은 글이 너무 안 써져서 마감을 못할까봐 공포에 떨 때가 있다...
내 인생의 또 다른 아침이다. 산으로 가던 발길을 강으로 돌렸다. 기찻길 건너 테니스장을 지나니 00중학교다. 손녀딸이 다니는 학교다. 이 학교는 오래전부터 ‘지금 잠을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를 하면 꿈을 이룬다.’는 글귀를 교문 위에 걸어 놓고 있다. 중학생이 된 손녀는 속이 야무지다.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겠다고 작정한 뒤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어젯밤에는 그 녀석 생일이라고 가족과 함께 식사했다. 나는 작은 용돈과 함께 정성 들여 황금빛 색지에 축하의 덕담을 적어 봉투에 넣어 주었다. 손녀딸은 집에 가서 보겠다며 엄마의 가방에 넣어두라고 한다. ‘녀석은 용돈 액수가 궁금할 뿐 내가 쓴 문장과 그 의미는 뒷전일 것이다. 하지만 ‘책 읽고 글 쓰시던 할아버지로 기억할 수도 있겠지-’ 싶기도 했다. 학교를 지나 어느 교회를 뒤로하고 높직..
1. 영화 ‘왓 위민 원트’는 할리우드가 허용할 수 있는 페미니즘의 최대치가 아닐까. 주인공인 멜 깁슨은 여자를 아주 우습게 아는 남성우월주의자인데, 새로 온 여성 상사에게 밀려난다. 어쩌다 초능력이 생겨서 여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이 초능력으로 승승장구하는데, 자기에게 늘 쌀쌀맞게 굴던 식당 종업원을 홀려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꿈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그 뒤로 연락도 않던 퇴근길, 그에게 바람맞았다고 생각한 마리사 토메이가 길을 막아서고 묻는다. 너 게이지? 게이가 아니라면 그렇게 멋진 밤을 보내고 어떻게 이렇게 연락 두절하고 잠수 탈 수 있어? 게이 맞지? 그녀의 마음을 더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멜 깁슨은 그렇다, 나는 게이라고 말한다. 여자 마음을 읽게 된 뒤로 그가 변했다는 유쾌한 증거로 웃어넘기면 그만이다만, 사실 양성평등은..
화성시가 연달아 발표하고 있는 교통정책들이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시는 지난해 11월부터 청소년 무상교통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재 대상은 만 7세~18세 이하(약 14만명)로써 청소년들의 호응을 받고 있다. 7월부터는 만 65세 이상(약 25만명), 10월에는 만 23세 이하까지 확대된다. 화성시는 2022년 이후에는 전 시민을 대상으로 무상교통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화성시는 무상교통 시행으로 인해 의·식·주와 함께 시민 기본권 중의 하나가 된 교통약자들의 이동권 실현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대중교통 이용 활성화를 통해 교통 혼잡 비용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와 대기오염 문제 해소 등 환경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로 한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 더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어린 소나무 159그루가 연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동일한 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사회·경제적 편익 증대 효과도 크다고 한다. 기존의 교통 인프라를 최대한으로 활용함으로써 도로 건설 및 유지보수비, 주차장 확충 및 운영 비용, 교통 혼잡비 등 각종 사회적 비용 감소 등 연간 최소 100억원 이상의 경제효과까지도 누릴 수 있다는 게 화성시의 분석이다. 서철모 시장은 환경보호, 이동권 보장 및 생활권 확대를 위한 무상교통은 화성형 그린뉴딜의 핵심정책이라고 밝힌다. 대중교통 이용이 늘면 도로 유지보수비와 주차장 건설비, 교통혼잡비용, 환경오염 등 직·간접의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어 그린뉴딜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화성시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시 무상교통 사업은 지난해 대한민국 지방자치 정책대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화성시는 전국 최초로 관용차 대신 친환경 전기차 쉐어링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지난 12일 관내 자동차 기업 기아와 ‘친환경 미래차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업무시간만 쓰고 주말엔 세워두던 관용차를 출퇴근 및 주말 여가차량으로 시민과 함께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 관내 초등학교 32곳에 통학버스 41대를 지원하기로 했다. 도보 통학 거리가 1㎞를 넘거나 대중교통이 부족한 곳, 통학로 주변에 공사 현장이 많거나 대형 차량이 통행해 안전이 우려되는 곳 등 특수학교(1곳), 농어촌지역 초교(21곳), 도심 초교(10곳) 등이다. 이로 인해 초등학생 2200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들의 등하굣길 안전과 학습·이동권을 보장하는 복지 사업이다. 또 지난해 11월부터 '버스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수도권 최초로 시행되고 있는 버스공영제는 화성시가 산하 공기업을 통해 버스를 직접 운행하고 노선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 손님이 적다는 이유로 운행 횟수가 적거나 운행을 포기한 노선도 증차가 가능해진 것이다. 시는 기존 여객·운송업체가 반납한 23개 노선과 신설 노선 5개, 총 28개 노선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철모 시장이 갖고 있는 ‘버스는 공공재’라는 인식에 동의한다. 아쉬운 것은 화성시의 교통복지가 인접한 수원시와 오산시, 안산시 등과 단절돼 있다는 것이다. 교통복지를 향한 화성시의 실험이 어디까지 확산될지 기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