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미디어가 넘쳐나는 미디어 홍수시대다. 정보의 범람이고 미디어의 홍수다. 인쇄매체는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한 인터넷신문으로 말미암아 맞춤법 안맞는 신문기사가 그리 어색하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래도 주력신문의 위치는 아직 굳건하다. 반면 방송미디어는 판의 대이동이 일어나고 있다. ICT기술의 발달로 방송에 대한 접근루트가 다양화되고 (플랫폼의 다양화) 아무나 할 수 없던 콘텐츠의 생산과 전달이 누구에게나 오픈되면서 생긴 일이다. 이 시대 우리는 방송문화의 생산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인 프로슈머(prosumer)인 셈이다. 중국역사를 보면 주나라가 쇠하면서 춘추5패와 전국7웅이 할거하는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였다가 진시황에 의해 진나라로 통일되었다. 가히 방송은 춘추전국시대다. 지상파방송도 IPTV,케이블,위성방송이란 플..
시의적절한 우화 하나. "장자가 쌀독이 비어 말단관리인 친구에게 쌀 한 됫박을 얻으러 갔다. 친구가 말하기를, '걱정말어. 추수 끝나면 쌀 몇 가마니를 줄테니까.' 장자가 대꾸했다. '이 동네 오는 길에 뒤에서 누가 부르길래 고개 돌려 자세히 살펴봤지. 수레바퀴 패인 자국에 빗물이 조금 고였는데 거기서 물고기 한 마리가 헐떡거리며 날 부른 거였어. 왠 일인가 물었지.' '내 황해바다 용궁의 사신이오. 어찌어찌 하다가 이꼴 났으니 물 한 바가지만 속히 부어주오.' 내가 말했네. '걱정하지 마. 내가 황제를 설득해서 황해의 물줄기를 이쪽으로 끌어올테니...' 물고기는 눈 크게 뜨고 핏대를 올리며 나에게 온갖 저주를 다 퍼부었어. 지금쯤 죽었을 거네." 코로나19로 인하여 쌀독 비는 집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사실상 생사여탈권을 쥔 강적이다. 생업이 날로 위..
작은 새 한 마리 골목길 담장 아래 쓰러져 있다 늦가을 볕이 수의 한 벌 지어오고 하늬바람이 조심조심 새의 주검을 감싸주었다 저 새가 불러준 노래의 부피만큼 세상은 맑아지고 슬픔의 무게도 덜어냈겠지 먼 허공에 길을 내어 캄캄한 별들에겐 등을 꺼내 주던 새 언제부턴가 노래가 울음으로 변한 새 눈물 없는 세상 차마 그리웠던 것일까? 감긴 눈 속에 파란 하늘 한 조각 담고 못다 부른 노래의 날개도 접었다 새를 잃어버린 허공이 부르르 슬픔으로 온 몸 떠는 것을 보았다 약력 ▶조은설(본명;조임생) ▶방송통신대 국문학과 졸업 ▶[미네르바] 신인상 등단 ▶[한국일보] 여성생활수기 당선 ▶시집 [거울뉴런] 외 3권 ▶장편동화 [밤에 크는 나무들] 외 30여 권
일반인인 조민씨에 대한 기성 언론의 낙인찍기는 무얼 뜻할까? 그 광기는 그저 하나의 미친 짓에 불과한 것일까? '조민 낙인찍기 현상' 이면에 무엇이 똬리를 틀고 있을까? 일단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을 정반대 지점에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나치 체제에서 유태인들을 죽음의 가스실에 몰아넣었던 아돌프 아이히만 재판에서 아렌트는 새로운 발견을 한다. 명령에 따라 악인 줄도 모르고 성실하게 임무를 수행한 아이히만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이웃이라는 통찰. 그의 죄는 '무사유'였다. 그렇다면 의식적 '사유' 속에서 어떤 죄도 짓지 않은 유태인들을 낙인찍어 아이히만처럼 평범한 사람에게 죽이라고 명령한 이들은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악의 평범성? 악의 특별성? 누구나 악의 특별성이라고 쉽게 가려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악의..
나에게도 어린 시절이 있었다. 한국전쟁이 끝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어느 해 설날 아버지는 내 손목을 잡고 고샅길을 걸으시면서 ‘설’은 ‘서러워서 설’이라고 했단다. 라고 들려주셨다. 묻지도 않았는데 들려주신 것이다. 한국인으로서 산촌에서 순박하게 살아가며 속상한 일 많을 것이니 미리 짐작하고 서럽더라도 참고 살아가라는 말씀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왜 아버지의 이 말씀을 지금껏 기억하고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기억의 저장고 저변에 깔린 이 말씀이 내 삶의 중심으로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그 후 6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사회에서는 배고파 죽는 사람은 거의 없다. 먹을 게 없고 입을 것 없어 서럽고 슬픈 세상은 아니다. 대신 어떤 죄 닦음인지는 모르나 ‘코로나’라는 역병으로 인하여, 여럿이 술·밥 먹지 말 것이요, 뭉쳐 다니지도 말고..
마늘과 쑥을 먹고 인간이 되었다는 건국신화를 보면 옛 조상들은 맵고도 따듯한 성질의 채소를 좋아한 듯하다. 배추와 무가 우리나라로 들어와 고추와 젓갈을 넣어 김치라는 형태를 가지기 전 맵고도 알싸한 맛과 독특한 향을 내는 갓 종류인 이것은 임금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다. 생육신의 한 사람인 성담수(成聃壽 자는 耳叟)에게 보내며 지은 시 ‘산갓김치를 이수(耳叟)에게 보내다’에서 맛과 향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한다. “...날로 씹으니 어찌나 매운지/산방에서 전하는 묘법에 따라/끊은 물에 데쳐 김치를 만드니/금시 기특한 향내를 발 하네/한 번 맛보자 눈썹을 찡그리고/두 번 씹자 눈물이 글썽/맵고도 달콤한 그 맛은/계피와 생강을 깔보니/산짐승, 물고기의 맛/온갖 진미가 겨를 수 없네...”로 표현하고 있다. 고기에 후추가 필요해 대..
‘수술실 CCTV 의무화 법안’이 국회 법사위를 넘지 못하고 사실상 무산됐다. 의원들이 수술실 내 CCTV 설치에 부정적이거나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법안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이에 이 지사가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지사는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선출직 공무원(국회)이나 임명직 공무원(복지부 등)들이 국민의 뜻에 어긋나도록 수술실 CCTV 설치를 외면하는 것은 위임의 취지에 반하며 주권 의지를 배신하는 배임행위”라며 맹렬하게 비난했다. 이 지사는 “극히 일부 의료인에 관련된 것이겠지만 수술과정에서의 대리수술, 불법 수술 등 불법행위를 사전예방하고 환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문제 발생 시 진상규명을 위해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압도적 다수의 국민이 찬성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국회에서 수술실 CCTV 의무화가 사실상 무산의 길로 들어서 매우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국회 입법과 무관하게 가능한 공공병원 수술실에 CCTV를 곧바로 설치하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현재 경기도의료원 산하 6개 병원에 수술실 CCTV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 지사에 따르면 일부 민간병원도 자율적으로 수술실 CCTV를 설치하고 있으며 이 중 일부 병원은 환자유치를 위해 CCTV 설치 사실을 홍보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 지사가 강력히 반발하자 여당 내에서도 수술실 CCTV 설치 법안이 재논의 되고 있다.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성주 의원(민주, 전주시병)은 “CCTV설치는 절대 '물건너 간 것'이 아니니 국회가 책임을 방기했다고 오해하거나 비난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해명했다. “여당 간사 입장에서는 당장 처리하고 싶었으나 야당의 신중론이 있었기 때문에 더 시간을 두고 심의하기로 한 것”이라는 것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김남국 의원(민주, 안산단원을)도 “해당(보건복지위) 상임위원회 위원들과 통화를 해보니까 다행히 이번 주에 다시 한 번 더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며 법안 통과 가능성을 기대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어난 것은 지난 2016년 성형외과에서 수술을 받다 중태에 빠졌다가 숨진 고 권대희 씨 사건 이후다. 이재명 지사는 전국 최초로 공공의료원에 CCTV를 도입한 데 이어 민간병원 확대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도는 지난 2018년 10월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을 시작으로, 지난해 5월까지 수원, 의정부, 파주, 이천, 포천, 안성 등 경기도의료원 전체에 수술실 CCTV 설치를 완료했다. 또 ‘민간의료기관 수술실 CCTV 설치·지원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시범 설치‧운영할 병원급 민간의료기관엔 1개 병원 당 3천만 원의 수술실 CCTV 설치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야 한다는 여론은 압도적이었다. 2018년 당시 만19세 이상 경기도민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경기도의료원 수술실 CCTV 설치·운영’ 찬성이 91%, ‘수술실 CCTV 민간병원 확대’ 찬성이 87%였다. 의료진의 권리가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공감한다. 그러나 환자의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을까?
진리를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랑으로 얘기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의 말만이 사람들의 귀에 들리게 마련이다. (소로) 진리를 말하는 것은 바느질을 잘하고 능숙하게 풀을 베고 글씨를 아름답게 쓰는 것과 그 이치는 똑같다. 그것은 바느질을 많이 하고 풀을 많이 배고 글씨를 많이 써본 사람에게만 가능하다. 아무리 애써도, 수없이 해보지 않은 일은 잘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진실을 말하고 싶으면 그 일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그 일에 익숙해지려면 아무리 사소한 일에 대해서라도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도록 해야 한다. 우리는 남들 앞에서 자기 자신을 위장하는 것이 완전히 습관이 되어버려서, 종종 자기 자신에게조차 자신을 위장하기 쉽다. (라 로슈푸코) 실질적으로는 자신의 내부에 뿌리내린 사상에만 진리와 생명이 있고,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
오는 26일부터 국내에서 처음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이 예정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의사협회(의협)이 또다시 불협화음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중대 범죄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된 의사의 면허를 제한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한 게 불씨가 되고 있다. 의협이 이번에도 습관처럼 ‘파업’을 으르고 나왔는데, 아무리 보아도 자충수다. 이미 여론전에서 KO패를 당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논쟁거리가 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측의 명분은 이렇다. 국가 면허가 있어야 하는 다른 직군은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자격이 박탈되거나 일정 기간 정지되는데 의사들은 그렇지 않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면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같은 전문가들이 그렇다는 얘기다. 국회의원도 의원직을 상실한 뒤..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는 왜 이성이 아니라 폭력을 사용하는 것일까?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달콤한 유혹으로 노동자들이 서로 경쟁하도록 부축이고, 최대한의 노동력을 끌어모아 쓸모도 없는 물건을 생산하고는 이용가치가 사라지면 굶어 죽든 말든 마음대로 해고해도 되는, 그런 사회체제를 원하고 있다. 흙과 햇빛, 동식물계, 광석층을 비롯한 자연 안에는 무진장한 부(富)가 있어서, 모두의 물질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자연 속에는 빈곤을 초래할 원인이 없다. 불구자와 노동자가 가난에 빠질 이유도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질적으로 사회적인 동물이므로 사람들이 만성적인 가난으로 짐승처럼 타락하지 않는 한, 가정적인 애정과 사회적 동정이 스스로 자신을 부양할 힘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을 조달할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