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은 올해 들어 가장 추운 날이었다. 추위가 절정을 이루면서 중부내륙 등 일부 지역의 기온이 영하 20도 아래로 떨어지는 등 전국이 꽁꽁 얼어붙었다. 한파의 원인이 북극진동이라고 한다. 북극진동은 북극에 존재하는 찬 공기의 소용돌이가 강약을 되풀이하는 현상이다. 이 공기가 우리나라에 접근하면 말 그대로 '북극 추위'가 되는 것이다. 북극권 나라인 모스크바 8일 아침 기온은 영하 4도, 서울은 영하 18도였으니 말이다. 이번 추위에 한강도 꽁꽁 얼어붙었다. 요즘의 우리 삶은 코로나19로 경제적인 위기에 놓여있다. 더군다나 한파까지 불어닥쳐 모두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다. 요즘은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버티고 견디는 것이라고 할 만큼 버거운 일상이다. 이번 한파로 어민들은 양어장의 숭어가 얼어 죽는 큰 피해가 있었다. 시설 농가에서도 기록적인 한..
“문화예술·체육인 건전화사업 계획” 이 제목을 보고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제목의 단어만 보면 1980년 전두환이 만든 삼청교육대에서나 쓸만한 표현이 아닌가? 왠걸, 이 제목은 2010년 국정원이 만든 활동계획이었다. 이번에 국정원이 시민단체 ‘내놔라 내파일 시민행동’에 공개한 민간인 사찰자료 중 일부를 경기신문이 단독보도한 내용을 보면 그 내용의 꼼꼼함이라니.. 느닷없이 어느 야당 서울시장 후보의 “독하게 섬세하게”란 구호가 떠올랐다. ‘좌파 연예인의 방송활동 차단 강화, 정부비판 성향 인물 견제 방안 강구’, ‘비리를 적출, 사회적 공분 유도’ 등의 문구를 보면서도 나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아니, 거꾸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이 "이런 짓을 저지를줄 몰랐단 말인가?" 그렇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렇게 모은 사찰자료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었고, 정권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밥줄을 끊으려 했다. 사찰이 국가안보를 위해선지 정권의 보위를 위해선지는 구분할 필요조차 없었다. 그들에겐 정권이 곧 국가였으니깐 말이다. 그냥 ‘국정원이 국정원했을 뿐’인 사실을 새삼 확인하며 나는 익숙한 참담함에서 배어나오는 실소를 머금었다. 이들이 꿈꾸었던 세상은 아마도 구)동독의 정보기관 슈타지가 전국민의 1/3 정도를 감시했던 그런 세상일 것이다. 하긴 우리도 80년대에 전화기 감이 갑자기 떨어지고 잡음이 끼어들면 전화하다가도 “야 이 새끼들아 잠 좀 자라!”라고 고함치던 시절이 있었으니.. 그때는 대국민 녹화사업 수준의 사찰이 당연시 되던 군사정권이었으니 차라리 논외로 하자. 내가 더 안타깝게 여기는 사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사찰이라는 시점이다. 김대중·노무현대통령으로 이어진 민주정부 10년이 막 지난 시기였다. 강산도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지나자말자 마치 놓으면 제자리로 돌아가는 고무줄처럼 국정원은 과거로 되돌아가버렸다. 국정원장이 대놓고 “종북좌파 세력들이 국회에 다수 진출하는 등 사회 전분야에서 활개치고 있는 데 대해 우리 모두는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이들에게 정부비판세력은 바로 좌파이자 종북이었고 국가전복세력이었으며 국민들은 댓글부대를 통한 심리전의 대상이었다. 하다하다 국정원은 서울시 공무원이던 유우성을 간첩으로 만들어내기까지 했으니 역사에서 생산기술은 퇴보하는 법이 없지만 민주주의는 얼마든지 역주행할 수도 있음을 역설적으로 가르켜 준 셈이랄까? 그런 점에서 이번에 굳이 지나간 정보공개를 요청해 사찰자료를 건네받은 까닭은 앞으로 다시는 국정원이 정권안보의 도구로 돌아가지 못하도록 분명히 못박는 의미이다. 과거의 범죄를 드러냄으로서 미래의 또다른 범죄를 경계함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 공개된 사찰문건을 보고 노여워하지만은 않겠다. 그것은 이 사안의 핵심을 비껴가는 감정이다. 우리는 광장에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고 노래불렀다. 비리와 농단으로 점철된 이명박근혜정부 시절, 어둠이 지배한 권력기구를 개혁하는 과정 중에 드러난 민낯일 뿐이다. 무한권력을 휘둘렀던 국정원이 이제 국내정보수집기능을 없애고 대공수사권마저 경찰에 넘기는 목전까지 다다렀다. 아직 충분치 않겠지만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여정으로 여김이 마땅하다. 그럼에도 이 대목에서 안타까움을 넘어 슬픔이 밀려온다. 현 정부가 숙명적 과제로 여겼던 권력기구개혁에서 ‘정보와 수사권’을 같이 쥐고 있던 탓에 스스로 칼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했던 국정원은 겨우 개혁의 문턱을 넘어섰다. 간첩이라도 조작해야 존재이유를 찾을 수 있었던 조직에서 개혁은 국정원이 선진정보기관으로 나아갈 동력이 될 것이다. 하지만 과거 나는 새도 떨어뜨리고 없는 죄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국정원의 권능은 지금 검찰에 있다. 그런데 검찰은 아직 메아리조차 없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다 가진 채 기획수사, 표적수사의 유혹을 떨쳐낼 수 있을까? 어려울 것이다. 하여 나는 소망한다. 국정원 개혁을 지렛대 삼아 문재인정권 임기내에 검찰개혁까지 이어지기를.. 그래서 이번 사찰공개를 이끌었던 시민단체가 외친 ‘열어라 국정원, 내놔라 내파일’을 이렇게 바꿔서 소리지르고 싶다. ‘열어라 검찰, 내놔라 수사권!!’
새해들어 여권이 검찰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이 있은 뒤 “기소권 중심의 조직 정비를 위한 검찰의 제도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개혁은 지난해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과 공수처법 국회 통과 등으로 중대한 첫걸음을 내딛었다. 공수처가 마침내 21일 공식 출범했고 수사권을 넘겨받은 국가수사본부도 출항했다. 이제 임기 5년차인 문재인 정부는 검찰개혁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마지막 섬세한 붓 솜씨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지만 이른바 ‘추-윤 갈등’(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대립)으로 많은 시간과 힘을 소모했다. 월성원전 수사 등이 혹시라도 부담이 됐는지 모르지만, 앞으로는 좀 더 의연하게 검찰의 제도개혁이라는 본래의 궤도 진입에 집중해야 한다. 대통령의 신년 회견 직후 나온 여당 원내대표의 제도개혁에 방점을 둔 언급은 시의 적절한 방향 설정이다. 민주당 검찰개혁특위는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 등 5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검찰인사·직제 개혁, 조직문화·수사관행 개선 방안 등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역시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 분리다. 검찰은 1954년 수사와 기소권을 거머쥔 이후 영장 청구권까지 독점하면서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했다. 그러다가 올해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검찰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됐고, 경찰이 1차 수사종결권도 갖게 됐다. 하지만 검찰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 등 6개 분야에 대해서는 여전히 직접 수사가 가능하다. 그동안 검찰이 보여온 ‘제식구 감싸기’나 ‘정치중립’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는 남아있는 수사권도 넘기고 검찰은 궁극적으로 기소만 전담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교한 수술이 요구된다. 검찰의 수사권 완전 폐지를 놓고 당장 여당내 검찰 출신 의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검찰의 저항도 예상된다. 검사들은 수사를 위해 검찰의 길을 택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행상의 속도 조절이나, 기존의 검찰 수사권을 지금보다 더 독립화된 국가수사본부나 제3의 수사청을 신설해 흡수하는 방안을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둘째 검찰과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삼두마차가 상호 견제하며 민주적 통제 아래 작동되도록 촘촘한 접근이 필요하다. 균형이 깨져 한쪽으로 쏠림현상이 나타나면 검찰개혁의 대의는 빛을 바래게 된다. 최근 정인이 사건 등에서 보듯 비대화된 경찰의 견제 장치와 보완책 마련은 검찰개혁이 낳은 또다른 숙제다. 끝으로 검찰개혁이 모든 논란을 잠재우며 100% 완수되려면 반드시 하나의 조건이 더 충족돼야 한다. 바로 정치권력의 스스로에 대한 개혁 의지와 자세다. 검찰의 칼날이 정치권을 향할 때 힘으로 반발하거나 상호 공생 관계속에서 예봉을 피해갔던 게 과거 우리 정치권이다. 검찰개혁의 1차적 주체는 셀프 혁신과 정치중립을 실천하는 검찰, 그리고 공수처와 경찰이다. 그러나 궁극적인 검찰개혁의 시작과 끝은 비리·약점이 없는 그래서 어떤 칼날에도 당당할 수 있는 정치권의 몫이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청마(靑馬) 유치환의 명시 ‘행복’이 문득 떠오르네요. 청마는 돌싱 시인 정운(丁芸) 이영도를 지독하게 짝사랑하여 무려 5천 통이나 되는 연서를 날린 시인으로 유명하죠. 정치권 화두 중 하나인 ‘이익 공유제’ 뉴스를 읽다가 다시 ‘기부문화 선진국’ 생각에 빠져들던 끝이었습니다. 모두가 죽을 쑤는 코로나 시대에, 오히려 돈을 많이 번 기업들로 하여금 피해 기업들을 돕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라고 했던가요.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 기자회견에서 “자발적”이라면서 정부의 “강력한 인센티브”를 언급했네요. 참 좋은 뜻이 담긴 아이디어인데, 왜 자꾸만 ‘준조세’의 쓰라린 기억이 떠오를까요. 결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을 만들던 케케묵은 ‘억지 춘향전’이 되지 않을..
1. 승어부(勝於父)란 말이 있다. 자식이 가문을 빛냈을 때 쓰는 말이다. 그 집 자식이 승어부했다는 말은 큰 칭찬이어서, 듣는 이마다 즐거워했다. 아버지는 무섭고 엄한 존재다. 아버지는 금지하고 벌주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자기 욕망을 억누르고 타인과 공존하는 덕성을 사회성이라 하면, 아버지는 바로 사회성을 길러주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 아버지는 수시로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고 말한다. 거짓말을 하지 말라고 하고, 공중도덕을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어기면 제재를 가하는 사람도 아버지다. 아이에게 아버지란 압제자이며 훈육자이며 벌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것은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인류의 전통이다. 무서운 아버지, 그를 이겨야만 하는 아들이 겪는 갈등과 고통은 대를 거듭해서 전해질 끝나지 않는 이야깃거리다. 2. 아버지 이기기가 가끔 엉뚱한 결론을 내기도 한다. 뛰어난 소설가였지만, 극우의 나팔수란 평가도 듣고 있는 이문열이 좋은 예이다. 그의 아버지 이원철은 서울대 농대 학장을 지낸 인텔리였지만 가족을 버리고 월북했다. 정보과 형사들이 노다지 찾아와 남편 행방을 대라며 이문열 어머니를 두들겨 패서 야반도주하는 일이 잦았다고 한다. 그런 고난을 겪던 이문열이 ‘사람의 아들’로 문명을 얻고, 소설가로 승승장구한다. 인세로만 백억 대를 벌었다니 대단한 성공이 아닐 수 없다. 뒤에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고, 악취 가득한 말로 진보를 모욕했다. 진보진영 시민들이 그의 책을 불사르기도 했다. 그가 보수의 나팔수가 된 것을 신참자 콤플렉스로 풀 수 있다. 신참자(novus homo)란 말은 시저가 집정관을 맡을 당시 새로 원로원 의원으로 임명된 사람을 가리킨다. 시저는 로마를 제정국가로 만들기 위해 원로원 의원을 세 배로 늘렸다. 그리고 그 인원을 자기가 점령했던 갈리아와 브리타니아 등의 속주 출신 부족장이나 귀족 자제들로 채웠다. 놀랍게도 이 신참자들은 일치단결해서 로마의 이익을 위해 헌신했다. 로마의 이익을 위해 헌신했던 신참자들처럼, 이문열은 자기에게 부와 명예를 보장한 보수의 영광을 위해 노력했다. 그 근저에는 자기를 버리고 달아난 아버지에 대한 미움과 원망이 자리하고 있었을 것이다. 나중에 황석영을 통해 이원철이 결국 숙청당하고 어렵게 목숨을 부지하다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는, 가족을 버리고 갔으면 잘이나 살 것이지 하면서 목 놓아 울었다니 가긍한 마음이 든다. 아버지를 이기는 게 그와 반대 방향으로 가야만 하는 것은 아닐 텐데, 시대가 그만 그에게 가혹한 선택을 강요한 게 아닌가. 3. 지금은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77.2%에 달한다. 하지만 불과 30년 전인 1990년만 해도 단독주택과 아파트 비율은 3:1로 주택이 더 많았다. 불과 한 세대 만에 주거 형태가 획기적으로 바뀐 것인데, 단독주택에서 공동주택으로 주거형태가 바뀌면서 사라진 공간이 있다. 바로 아버지를 위한 사랑방 공간이 집에서 사라졌다. 아버지를 위한 공간이 사라진 까닭은 우리가 가부장제가 아닌 민주적인 가족제도에서 살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무섭고 두려운 아버지란 본질까지 뒤바뀔 것 같지는 않지만, 보다 성숙한 가족관계를 통해 우아하고 아름다운 방식의 ‘아버지 이기기’가 승하길 바란다.
자주 듣는 질문이다. 당신은 누구 편인가. 혹은 답하고 혹은 침묵한다. 간혹 편이 없다고 애써 손사래 치는 사람도 있다. 왜 없는지, 없을 수밖에 없는지, 없어야 마땅한지, 글을 써서 입증하려고도 한다. 그럴 때, 그러니까 편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편이 없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수단’으로 자주 사용하는 것이 ‘인용(引用)’이다. 인용은,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생각과 주장을 빌어 나의 생각과 주장의 타당성을 밝히는 손쉬운 방법이다. 그런 만큼 인용에 동원되는 사람과 책과 말과 글귀 또한 다양하다. 철학과 사상, 과학과 예술, 심지어 신화와 종교까지 인용의 대상이 된다. 거기에 인용의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내 것이 아닌 것을 끌고 와서 내 것으로 꾸미는 것 말이다. 그런 이유에서일까. 습관처럼, 무언가를 인용하는 사람의 글에는 눈길이 오래 머물지 않는다. 손..
결혼생활 40년이지만 아직도 우리 부부는 다툴 때가 가끔 있다. 인간관계에서 소통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하물며 70년 넘게 헤어져 다른 이념과 체제속에 살아온 남북관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이 있은 후 7년여간 남북간 교류현장에서 북측인사들과 수십차례 만남을 가진 경험이 있다. 초창기에는 언어문제는 물론 근본적 사고의 차이로 대화에 많은 어려움을 가진 기억이 있다.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할까 고심을 한 끝에 발견한 한 가지 분명한 사실. 소통을 잘하려면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년초 개최된 제8차 당대회에서 김정은위원장이 사업총화보고를 통해 밝힌 대남ㆍ대미 정책방향을 역지사지 관점에서 그 속내를 정확히 인식한다면 유의미한 대응책이 나올 수 있다고 보며, 새해 남북관계의 복원과 북한..
지난 15일, 영국의 보리스 총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대면 회담 방식으로 오는 6월 개최할 계획이라고 발표하며 한국, 호주, 인도를 공식초청했다. 게스트 초청일지라도 한국이 처음으로 대면 참석하는 G7 회의이며, 영국은 차후 G7을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민주주의 10개국(D10)으로 확장하는데 관심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것으로 보아 서방국가에서 바라보는 대한민국이 이제는 개발도상국을 넘어 경제적, 사회적으로 선진국의 반열에 올라왔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6.25전쟁당시 유엔군 총사령관이었던 맥아더 장군도 전쟁 직후 “대한민국이 전쟁에서 회복하려면 최소한 100년은 걸릴 것이다”라고 말했으며, 전쟁 이후 우리나라는 1960년대에도 GDP 91.6달러로 필리핀은 동경의 대상일 정도로 세계 최빈곤국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
지난해 10월 1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집값정상화 시민행동’이란 청원인의 글이 올라왔다. 내용 중 집 없는 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이 공감할 만한 부분이 있다. “잠을 청한들 무엇하랴, 밤이슬이 발목을 적시고, 설움이 이불을 적신다. 아내가 울고 가장은 탄식한다” “폭등한 집값, 구름 위의 전셋값, 신선들이 사는 곳이 수도권인가, 서민 살 곳은 온 데 간 데 없어졌다” ‘아내가 울고 가장은 탄식’하는 우리나라의 집값은 혼인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같은 달 한국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주거유형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월세로 거주하는 사람이 집을 보유한 사람보다 혼인할 가능성이 65% 이상 감소한다는 것이다. 자가 거주에 비해 전세 거주 시 혼인 확률은 약 23.4%, 월세 거주의 경우에는 약 65.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 출산도 자가 유무의 영향을 받았다. 전세 거주 시 첫째 자녀 출산 가능성이 자가 거주보다 약 28.9% 감소했고, 월세 거주의 경우에는 약 55.7%까지 감소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집값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해결하지 못한 채 집값은 여전히 상승하고 있다. 집값폭등의 원인은 투기꾼의 과욕과 조작에 더해 정부가 기획하고 집행한 집값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해 11월 자신의 SNS를 통해 국내 부동산시장 안정화를 위한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좋은 위치에 품질 높은 공공임대 주택, 즉 ‘경기도 기본주택 분양형’이 공급된다면 빚을 내 비싼 집을 살 필요도 없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불필요한 투기나 공포수요도 사라질 것이란 주장이다. 이 지사는 “실거주용 주택은 합리적으로 보호하고 값싸고 질 좋은 주택을 공급하되, 비거주 주택에 대해서는 불로소득이 불가능할 정도로 높은 세금 부과, 금융 혜택 박탈 등 강도 높은 규제”를 하자고 제안했다.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지난해 7월 하남 교산, 과천, 안산 장상 등 수도권 3기 신도시와 용인플랫폼 시티 등 대규모 개발사업 용지 내 역세권에 기본주택 건설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도심지역내 용적률이 일반적으로 200~250%, 지구단위계획 내도 용적률이 최대 500% 여서 기본주택을 최적화로 추진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런데 19일 국무회의에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의결함으로써 걸림돌이 사라졌다. 개정안은 역세권 고밀개발을 통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역세권 복합용도개발 지구단위계획으로 주거지역 용적률을 700%까지 완화하고, 비도시지역의 난개발 방지를 위해 계획관리지역에서 성장관리방안 수립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이르면 4월부터 적용될 전망인데 역세권 지구단위계획 지정대상에 일반주거지역이 포함되며, 이 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하면 용적률은 최대 700%까지 가능해진다. 이 지사는 부동산 투기가 무주택자들을 깊은 고통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재화 독점을 통해 타인의 노력을 빼앗는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단언한바 있다. 젊은이들의 출산과 혼인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주택 불균형은 사회 안정을 저해하기 때문에 적절한 공급과 규제로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이지사의 소신을 성원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날벼락을 맞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에 대한 ‘손실 보상’ 문제를 놓고 여야 정치권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손실보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창궐은 인류에게 발상의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과성 조치가 아닌, 효율적인 제도를 구축하는 일에 뜻을 모으는 게 온당할 것이다. 좀처럼 그칠 줄 모르는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 절망에 빠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애간장이 녹는 “살려달라”는 애원이 한숨을 부른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을 하는 업체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3분기 216%에 달했다. 2015년 통계 집계 이래 100%대 중반이었던 부채비율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지난해 2분기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는 중이라는 얘기다. 벼랑 끝에 몰린 영세 자영업자들은 문자 그대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응급환자’나 마찬가지다. 응급환자는 우선 살려놓고 보는 게 순서다. 당장 살려내지 않으면 우리 경제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될 수도 있다. 세기적인 전염병 코로나19는 인류에게 전혀 예기치 못했던 새로운 시대의 도래와 함께 가치관의 변화를 강박하고 있다. 코로나가 깨우친 가장 큰 진실은 지위의 고하나 빈부의 구분에 상관없이 인류는 누구나 바이러스에 걸릴 수 있고, 누구든지 불과 며칠 사이에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평등의 가치로 인류의 삶이 훨씬 더 공평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깨닫게 해주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종 출현과 함께 또 다른 악성 바이러스의 습격도 우려되는 시점에 세계 각국은 이미 자국민의 경제생태계를 지켜내기 위해서 과하다 싶을 정도의 응급처방들을 내놓고 있다. 일본은 지난 7일 긴급사태를 선포하면서, 영업 제한조치를 받은 식당업종에는 해당 기간 하루에 6만 엔(63만 원)을 보상하기로 했다. 한 달 20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 사업체마다 1천200만 원가량의 보상금을 받는다. 독일에서는 전면 봉쇄 때 월 최대 1만 5천 유로(약 2천만 원)의 보상금 지급을 결정했다. 사업주 기준으로 고작 100만~300만 원을 지급한 한국과 확연히 대비된다. 방역 조치에 협조하다가 빚만 늘어난 자영업자들은 ‘눈물의 시위’에 이어 소송전에 돌입했다. 전국실내체육시설 업주 모임인 필라테스 피트니스사업자 연맹(피트니스연맹)은 정부를 상대로 수십억 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영업 제한만 있고 보상은 없는 현행 감염병예방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냈다. 집합제한 조치로 인해 자영업자들이 입은 손실 보상을 의무화하고 구체적인 보상 기준을 마련하는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고 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으로는 이미 빈사 상태에 빠진 영세 자영업자들을 살려낼 수 없다. 더욱이 이런 악성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도깨비 불장난은 변수가 아니라 지구촌에 상수(常數)로 자리 잡힐 가망이 높다지 않은가. 온 동네가 화염에 휩싸여 있는데, 바가지로 끌 것인가 물동이로 끌 것인가를 놓고 갑론을박 주저주저하는 바보들이 어디에 있나. 발상의 전환, 파격적인 대책이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