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습관은 바로 고쳐야 한다고 정수리를 때리던 어머니의 잔소리가 전신을 타고 흘러내리다 얼어붙었나 차가운 바위대문 밖에서 - 열려라, 참깨 – 라고 주문을 외우다가 딱 한 번 뒤돌아본 죄로 굳어버렸나 아니면 다른 계절 내내 네 앞에 섰던 자들의 잔등을 때린 죄로 포박되었나 사연은 딱하다 높은 곳 좋아하다 첩첩산중을 나오지 못하고 징역을 산단다 참, 세상에 뭐든지 갖다 붙이면 다 죄가 된다지만 처음 들어보는 물의 죄는 또 뭔가 그러나 봄이 오면 출소한단다 어머니의 잔소리도 들을 겸 두부 한 모 사 들고 마중 가야지 약력 경남 밀양 출생 [서정시학](2016)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물속도시](2017) 요양병원 간호사
우리나라 선박이 이란 혁명 수비대에 의해 나포됐다. 이란 측이 나포의 이유로 드는 것은, 이른바 “환경오염”이다. 그런데 해당 선박을 소유하고 있는 회사는 이런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을 오염시킬만한 물건을 선적하지도 않았고, 또 환경을 오염 시켰다면 위성으로도 확인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란은 과거 영국이나 다른 국가들의 선박을 나포했을 때도, “해양 오염” 과 같은 이유를 든 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란 측의 주장을 믿기는 매우 어렵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 계좌에 동결된 이란 석유대금 70억 달러와 관계가 있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한은에 예치된 일반은행의 초과 지급준비금의 90% 이상이 이란 멜라트 은행 서울지점이 맡긴 돈이고, 기업은행과 우리은행에도 이란 중앙은행 명의로 원화 계좌가 개설돼 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기본소득’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한 데 이어 새해 정치권과 자치단체에서 다시 보편적 재난지원금 또는 기본소득론이 화두로 등장했다. 국민 또는 경기도민 10명 중 7명이 전국민 지원금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도 나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기본소득을 정강정책 전면에 내세웠다. 여권에서도 이재명 경기지사를 중심으로 기본소득론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기본소득은 재산과 관계없이 모든 국민에게 일정액을 정기적으로 현금으로 지급한다는 게 기본 골자다. 올해 서울.부산 시장 선거와 내년에 대선, 지방선거가 잇따라 실시된다. 이에따라 기존의 복지 시스템을 뛰어넘는 대안으로 기본소득론이 선거의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본소득론은 인간의 기본 생존권이라는 이상적인 명분에..
요즘 새로 습관이 하나 생겼다. 집을 나설 때 무의식적으로 마스크를 챙긴다는 점이다. 마스크 없이 집을 나서면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외출한 것처럼 찜찜하고 불안했다. 우리는 이 습관에 더 강력하게 길들여지기 위해 자석고리를 철문에 붙여놓고 마스크를 걸어두기 시작했다. 외출할 때 깜빡할래야 깜빡할 수 없게 만들어놓았다. 이런 삶이 몇 개월은 귀찮고 답답했는데 지금은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 당연함 속에 불편함도 녹아 있었다. 마스크 쓰게 되면서 얼굴의 반이 가려져서 상대를 단숨에 알아보는 일은 둔해졌다. 유심히 쳐다보지 않으면 누구인지 도통 알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50년 넘는 세월을 살면서 이런 시절은 한 번도 없었으니 지금의 시간들은 낯선 경험이 될 터였다. 지난 늦가을 잠깐 동안 대면 수업이 2주 정도 허용된 적이 있었다. 그래도 마스크를..
오늘은 합주실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합주실이란 말 그대로 합주(合奏)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장소이다. 각 시나 도에서 운영 중인 곳도 있으나, 작업실이나 합주실 앞에 개인이라는 말이 붙지 않는 경우 대부분 사설 대여 합주실을 지칭한다. 마치 노래방과 같이 시간당 일정 금액을 내고 합주할 수 있는 공간을 대여하는데, 리허설 스튜디오도 같은 개념이다. 방의 크기는 여러 가지가 있으며 내부에는 방음, 차음 시설이 되어있고 드럼 세트, 기타와 베이스 기타 앰프, 믹서, 마이크, 스피커 등 연주에 필요한 장비들로 채워져 있다. 아마 이 땅에서 밴드를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거쳐 가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내가 밴드를 시작했던 시기에 서울에는 유명한 합주실이 몇 개 있었다. 서대문의 서문 합주실 그리고 종로의 세화 합주실, 강남의 화이트 합주실 등이 유명했..
섬은 수평선(水平線) 위에 뜨고 산은 지평선(地平線) 위에 선다. 수평선에 뜨지만 바다일 수 없는 섬처럼, 지평선에 서는 산 또한 들녘이 될 순 없다. 섬은 섬이고 산은 산이다. 그래서 둘은 외롭다. 타고난 팔자 따라 섞이지 못하고 도드라질 운명이랄까. 그런 점에서 섬과 산은 닮았다. 섬이 바다에 떠있는 산이라면, 산은 들녘에 서있는 섬이다. 지치고 힘든 것들이 섬으로 산으로 마음을 여는 것도 그래서다. 섬 같은 산에 오른다. 갯벌에 찍힌 새 발자국처럼 생긴 산이다. 새 발자국 같은 그것이, 밑으로 함몰하지 않고 위로 도드라지며 간신히 산의 모양새를 갖추었다. 세 갈레로 갈라진 발가락 끝이 동쪽과 서쪽 그리고 남쪽을 가리키는데, 발톱이 박힌 세 지점에 각기 다른 지하철역이 들어섰다. 지하철 역사의 출입구는 산을 눈앞에 둔 기대감으로 종일 요란하다. 먼 길을 돌아 온 사람들이 세 갈레로 갈라진 발가락 끝에 기대고 산에 오른다. 와우고개는 갈라진 세 발가락의 한 가운데 있다. 산의 옛 이름이 와우산(臥牛山)인 것과도 관련이 있으리라. 소의 해 첫날을 ‘누운 소’의 등허리를 밟으며 맞이한다. 누운 소는 봉우리랄 것도 딱히 없어서,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꼬리가 머리 같고 머리가 꼬리 같다. 이리도 변변찮은 산기슭에 흐르다 고일 물이 어디 있다고 곳곳에 약수터가 들어섰을까. 숲길을 따라 걸을수록 섬인지 산인지 정체가 모호하다. 소처럼 산의 꼭대기에 웅크린다. 도시에 웅크릴 때는 산이 보이더니 산에 들자 도시가 보인다. 갯벌을 뒤덮은 칠게처럼 도시는 제 영역을 표시하려는 온갖 것들로 질퍽하다. 찬양과 비난의 외침들이 마스크로 모습을 가린 체 거리를 활보한다. 도시는 아직 소비되지 못한 것들을 흔들며 끝없이 소비하라고 사람을 압박한다. 사람이 만든 제도와 시스템에 소비자만 있고 사람은 없다. 소비되고 마는 사람처럼 불쌍한 것들이 또 있을까. 누운 소가 벌떡 일어나 도시의 벽이란 벽을 죄다 허무는 상상을 하다 접는다. 그러기엔 누운 소가 짊어진 어깨가 너무 무겁다. 능선을 따라 설치된 군부대 철책이 소의 척추를 짓이기며 죽음을 강요한다. 지뢰처럼 곳곳에 박힌 군사보호시설 경고표시가 DMZ에 든 것 같은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도시의 평화는 고사하고 누운 소의 목숨조차 위태롭다. 와우고개 출렁다리가 온몸으로 저항하는 것도 그래서일지 모른다. 돌아보면 죽음이 두렵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끌려가는 것도 갇히는 것도 두렵지 않았다. 그때마다 ‘죽어도 좋다’고 속으로 되뇌었다. 마음을 고쳐먹은 건 큰아이를 낳으면서였다. 산통은 열세 시간이나 계속되었다. 출산을 마친 아내 얼굴에는 터진 실핏줄이 열꽃처럼 피어있었다. 죽음의 고통과 맞바꾼 새 생명 앞에서 ‘맥없이 죽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산을 내려오면서도 같은 다짐을 했다. 누운 소의 심정으로, 한 해를 또 살아낼 작정이다.
이명박-박근혜 사면 건의 뉴스가 연일 대서특필되고 있다. 숱한 이슈를 집어삼키며 우뚝 솟았지만 새로울 게 없다. 시대감각에 동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인식하고 있듯이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은 늙수그레하다. 대통령이 특정인을 지정해서 사면하는 것이지만 그 대상은 전직 대통령이나 재벌 총수 등 소수 특권층에 한정된다. 사회를 통합하고 화해시키기보다 갈등을 더욱 심화한다. 불평등을 고착화한다는 점에서 정의롭지 못하다. 누가 봉건적 군주 시대의 잔재인, 폐지하거나 제한해야 마땅한 대통령의 특별 사면권을 들먹이는가? 당사자가 다름 아닌 민주당 대표라는 점에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촛불 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의 중요 직책에 있는 사람의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은 아니다. 촛불 혁명은 감각의 혁명이 아니었..
힘겨운 격동의 시간이 가고 신축년 새해아침이 왔다. 연간지 경기예술이 2007년 중단되었다가 2020년 복간됐다. 경기예술지를 펼쳐드니 ‘예술인의 길이란 어떤 것인가’, ‘과연 예술의 장(場)에 기록을 남겼으며, 예술가로서의 사람들에게 위로와 행복을 주었는가’ 하는 심사를 가져다준다. 신종바이러스 균으로 혼란했던 격동의 시간을 건너오면서 미생물에 대한 고민은 보이질 않고, 위기만 모면하려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인류는 정보화를 넘어 AI문명의 시대가 왔다. 복지문화 혜택을 넘어서 자연의 재해를 이기려는 좋은 정책들도 있지만 미래 세대에게 남겨줄 유산보다 빚만 안겨줄 정책들이 더 많아서 어떤 두려움들이 밀려든다. 여기에 인간의 잔혹성과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늘어난 모습을 목도하자니 불안하기까지 하다. 신종코로나 확산의..
딱히, 바둑이 너무 좋아서라거나 치매예방에 효과적인 뇌운동이라거나 종일 얼굴 맞대어야 하는 답답한 시선을 피해서만 아닙니다 평생 이루지 못한 신의 한 수를 찾아 오늘도 하염없이 바둑판을 응시합니다 기기묘묘한 알박기를 위해 죽었던 돌이 다시 살아나고 한 수 삐끗하면 판 전체가 끝장나는 긴장이 맴도는 그런 대국, 마지막 돌을 던지는 순간에도 장고하는 건 일생일대의 대결을 위해서가 아닙니다 바로 잡을 수 없는 생의 족적을 비우기 위한 절묘한 수가 어딘가 있을 거라는 희망 때문입니다 나의 숨소리와 마주앉은 이의 숨소리가 한 테이블에서 흑백의 생을 재단합니다 조금이라도 더 큰 집을 짓기 위해 허물고 허물어지며 바둑판 거미줄에 생을 걸쳐 놓습니다 시간이 똑, 똑 떨어집니다 거꾸로 세워놓은 석간수 한 통 다 비워지는 저녁 갈 길은 먼데 다시 급한..
대한민국 체육을 선도해 온 경기도 체육인들의 집결체인 경기도체육회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도체육회는 도로부터 22건의 지적사항에 대한 처분 요구를 받았다. 또 도의회 행정사무감사 지적에 따라 내년도 예산편성에서 체육회 사무처 운영비 대폭 삭감, 도 위·수탁사업 회수, 도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 활동 등 엄중한 감독과 제재를 받았다. 현재 도체육회가 겪고 있는 일련의 사태에 대해 이원성 경기도체육회 회장이 지난달 사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관선 시대의 관행 등으로 묵인된 안이한 체육행정과 규정에 어긋난 예산 집행 등 실책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고 사과했다. 내우외환에 빠진 민선1기 경기도체육회는 출범 당시부터 난항을 겪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월 15일 선거로 민선 도체육회장이 당선됐다. 174표를 얻어 신대철 후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