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라는 통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형사사법기관들의 국민 신뢰도 추이에서 법원은 35.3%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의원이 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OECD 통계와 맞아 떨어진다. 판결을 톺아보면 밑바닥인 신뢰도 통계수치가 더 떨어져야 하는 것인지, 억울한 것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즈음 판결 몇 개만 비교해보자. '지난 총선 당시 재산 11억 원을 누락 신고한 국민의힘당 조수진 의원, 벌금 80만 원(의원직 유지) VS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턴한 대학생에게 증명서를 발급해준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원직 상실)', '86억 원 횡령-배임-뇌물 삼성 이재용 부회장, 징역 2년6개월 VS 회삿돈 10억 원 횡..
도시인의 삶은 하루살이다. 해 뜨면 전쟁하듯 일하고 해 지면 뻗고, 또 해 뜨면 전쟁하듯 일하고 해 지면 뻗는 처참한 삶이 반복된다. 그렇게 사는 데 지쳐서 도시를 떠나 농촌에 안착한 친구가 있다. 도시와 농촌의 가장 큰 차이가 뭐냐 물으니, 그곳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단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 아니냐, 삐딱하게 되받아치는 나에게 친구가 제법 현자처럼 말한다. 도시의 시간은 해가 기준이지만, 농촌의 시간은 달이 기준이라고.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친구의 입에서 절기가 술술 흘러나오더라. ‘입춘’이니까 농기구를 손봐야겠다는 둥, ‘우수’니까 고추 모종을 심어야겠다는 둥, ‘경칩’이라 개구리가 운다는 둥. 친구의 시간은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에 따라 보름 단위로 흐르고 있었다.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농부의 달력인 음력은 달이 지구 둘레를 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제작하는 사업체로 코로나19 항원·항체 신속진단키트를 개발해 국내외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신속항원진단키트는 지난해 9월 WHO(세계보건기구)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고, 11월에는 전국 최초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정식 허가를 받았다. 최근 수원시에 1만 명분의 진단키트를 무상 기부했으며 경기도·강원도·충청북도 등 몇 지역에도 수만 개의 키트를 후원했다. 이 회사의 선행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23일엔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구촌 어린이를 위한 기금 1억 원을 전달했다. 같은 날 경기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수원시 취약계층을 위해 써달라며 1억원을 기탁했다. 이에 앞서 9월에도 경기사랑의 열매의 나눔명문기업(1억원 이상 고액 법인 기부자 프로그램)으로 가입, 1억5000만원을 기탁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해 7월엔 세계 공중보건 증진을 위해 보건복지부, SK바이오사이언스, LG화학, GC녹십자, 종근당, 제넥신, 빌앤멜린다게이츠재단 공동 출자로 2018년 7월 설립한 글로벌 민관협력 연구기금 라이트펀드와 신종 및 풍토성 감염병 R&D 지원 확대를 위한 연구기금 출연 약정을 체결, 매년 2억5000만원 기금을 출연하기로 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창업자 조영식 회장이 지난 2010년 12월 설립한 체외진단기기 업체다. 이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신속 진단할 수 있는 키트를 개발해 체외진단업계에 잘 알려진 기업이다. 인플루엔자, 지카 바이러스, 에볼라 바이러스 등에 대한 진단키트도 개발, 한국 진단 기술의 위상을 격상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창업자인 조영식 회장도 역사·민족관이 뚜렷한 기업인이다. 수원에 있었던 서울대학교 수의대를 졸업한 뒤 진단 시약과 측정기를 개발·생산하는 체외진단 전문 기업 에스디바이오센서를 설립했다. 현재 인도, 중국에 해외법인을 두고 있으며, 현재 전 세계 100여 개 나라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지만 아픈 민족 역사에 무심하지 않았다. 국내 체류 고려인 동포들이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사단법인 ‘너머’의 초대 대표이사도 맡았다. ‘너머’는 2011년 경기도 안산지역 고려인 대상 한글 야학단체로 시작해 2017년 사단법인으로 공식 출범했다. 조 회장은 ‘너머’를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등 고려인의 복지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공로로 2020년 8월 사단법인 독립운동가 최재형기념사업회로부터 제1회 ‘최재형상’을 수상했다. 기념사업회의 평가처럼 조 회장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최재형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상의 취지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어려운 시기지만 많은 기업인들이 조회장과 같은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호박과 오이는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은 함께 살기로 했다 뿌리째 텃밭에 옮겨 함께 살기로 했다 그러다 열매가 서로 달라지자 속마음을 알 수 없다며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둘은 꽃이 시들 때까지 잎과 줄기가 다 마를 때까지 한 번도 그 텃밭을 떠나지 않았다 박태현 ▶[서정과 현실](2011)로 등단. ▶시집 [부메랑] [둥근 집] [새들이 해를 물어 놓았다] 등.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2015),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등 수상.
한국현대시조대사전(韓國現代時調大事典)이 발간된다. 코로나의 엄중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시조의 종가인 (사)한국시조시인협회에서 3년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한국시조의 결정판을 발간하게 된 것이다. 협회는 한국현대시조 대사전 작업 이외에도 현대시조창작교육센터의 설립, 중앙일보의 학생시조 백일장과 시조 낭송대회 개최, 백수문학상과 백수문학축제, 시조창작교육지도사(1급, 2급, 전문가) 자격증 제도 신설과 승인 등 많은 일을 진행하였다. 2020년에는 많은 행사가 축소되었지만 이번에 가장 중요한 대사전 사업의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지만 현대시조의 발전을 위해서 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조를 자연스레 접하고 익힐 수 있는 문화풍토의 조성과 세계화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문화풍토는 단순히 어느..
지난 1월 20일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전 세계 이목을 받으면서 출범하였다. 바이든 정부는 당면한 코로나 19 대응과 미국 경제 회복, 국제무대를 선도하는 미국 위상을 재건하겠다는 목표하에 자유민주주의 가치 공유 국가들과 동맹을 통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 대한민국을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이자 동아시아 안정과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는 미국에게 있어서도 중대한 문제(vital interests)이며 기존 한반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면서 동맹국인 한국, 일본 등과 긴밀히 협의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적합한 방안을 찾아 보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가 보는 북한문제는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고 어려워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원론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고민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회의원과 배우자가 보유한 농지 면적을 합치면 여의도 면적의 47.5배가 넘는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제21대 국회의원 76명이 모두 39만9천193㎡의 농지(전, 답, 과수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발표했다. 국회의원과 고위공무원들의 농지 소유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농지보유 자체가 적법·적합한지, 이해충돌의 여지는 없는지, 투기성 투자는 아닌지 엄중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경실련이 국회의원 재산공개 관보 및 통계청 자료를 참고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국회의원 300명 중 4분의 1 가까운 76명이 보유하고 있는 농지의 총 가액은 133억6천139만 원에 달하고, 1인당 평균 면적 및 가액은 각각 5천253㎡(1천592평), 1억7천여만 원으로 집계됐다. 의원 본인만 농지를 가진 경우는 46명이었다. 9명..
지난 1958년부터 3년간 중국에서는 무려 3천여만 명이 굶어 죽는 희대의 참극이 일어났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어마어마한 메뚜기 떼들이 논밭의 곡식들을 모두 먹어치웠기 때문입니다. 자연재해였을까요? 아닙니다. ‘인재(人災)’였습니다. 마오쩌둥(毛澤東)이 펼친 ‘제사해(除四害) 운동’의 여파였죠. 이 운동은 들쥐, 파리, 모기, 참새 등 네 가지 해충을 제거하는 국민운동을 말합니다. 마오쩌둥은 쓰촨성(四川省)을 방문했을 적에 “참새가 먹는 곡식이 엄청나다”는 보고를 듣습니다. 마오는 즉각 참새를 없애라고 지시했고, 정부 주도로 참새 소탕 작전이 벌어집니다. 관료들은 참새 100만 마리를 잡으면 6만 명분 곡식이 절약된다는 계산까지 내놓습니다. 그래서 ‘인민의 적’ 참새가 박멸 대상 1호가 됩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천적 참새가 사..
'시사IN'은 지난해 11월 24일 발행된 제688호에서 '뉴욕타임스' 과학전문 기자들과의 인터뷰를 중심으로 팬데믹 저널리즘을 다루었다. 미국을 대표하는 과학 저널리스트인 칼 짐머는 인터뷰에서 “사회에서 마주하는 모든 중요한 질문은 이런저런 방식으로 과학과 연결된다. 만약 과학을 외면한다면, 우리는 잘못된 선택을 할 것이다.” 라고 강조했다. 짐머는 의학전문기자처럼 의사나 과학자일까? 짐머는 놀랍게도 과학 전공자가 아니었다. 대학에서는 영문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과학 전문 매체에서 우연히 과학 기사를 담당하게 되면서 과학 저널리스트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짐머는 스스로 공부를 하며 과학자들과 대화하고 기사를 쓰면서 미국을 대표하는 과학 저널리스트가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감염병 전문기자 도널드 맥닐도 대학에서 과학을 공부..
오래전 ‘추억’이 ‘안동’에 있다. 안동대학교 민속학과 졸업생인 후배들과 함께 안동을 방문했다.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안동역까지의 기차였다. 안동 ‘하회마을’에서 개최된 ‘하회마을 탈축제’(현재의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가 보기 위한 전통의 도시 '안동'의 문화탐방이었다. '지역의 문화원형을 잘 살린 축제'의 시작이었다. 안동역에 도착해서 숙소인 호텔로 들어선 순간, 청결하고 단아한 숙소에 기분도 상쾌해졌던 기억이 있다. ‘안동댐’ 근처의 은어회집에서 뒤늦게 합류한 민속학과 교수 분들과 같이 ‘안동의 지역문화’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그 후 올해 코로나 사태로 인한 여행 자제로 방문을 하지 못했지만 매년 안동은 주요 문화 콘텐츠의 탐방지였다. 헛재사밥과 안동 간고등어의 유래, 안동 낙동강 하류에서 잡은 은어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