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역사는 가늠하기 힘들다. 문자가 생긴 이후 그 글자를 적어 놓기 시작하면서부터 등장했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의 것들, 즉 갑골. 돌, 기와 등에 글자와 그림을 새기거나 쓴 것을 책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이러한 것을 제외해도 기원을 따지기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정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죽간(竹簡)을 체계있게 편철하여 사용하였던 책(策)을 책(冊)이라 보는 게 그것이다. 죽간은 종이가 발명되기 전까지 가장 많이 사용된 책의 재료였다. 대의 경우 길이 26cm 전후의 판대기를 만들어 거기에 8자에서 30자 정도를 한 줄에 썼다. 그러나 30자 이상 100자 정도까지를 쓸 필요가 있을 때는 길이 90cm 내외를 사용 하기도 했다. 이같은 대와 나뭇조각의 위아래를 마치 댓발 엮듯이 끈으로 잇달아 엮어, 수록된 문장을 체계 있게 정리 했고 이를 책(策)이라 불렸는데 오늘날 통용되고 있는 책(冊)이란 글자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역어진 댓발의 형태를 보고 만든 상형문자인 셈이다. 서양에서는 5세기까지 이집트 피피루스가 책의 재료였다. 종이를 뜻하는 영어의 페이퍼, 독일어의 파피르, 프랑스어의 파피에, 러시아어의 파푸카 등은 모두 이를 어원으로 두고 있다. 현재…
자벌레 /정하선 찔레꽃 그늘 아래 가는 나뭇가지 가시 더러 있는 길을 외길을 자벌레 한 마리 기어갑니다 곁눈질하지 않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체투지로 전 생애를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구부렸다 폈다 머리를 아래로, 아래로 숙이고 가늘고 긴 외길을 기어갑니다 한 생애를 절로 채우며 - 정하선 시집 ‘한 오백년’, 월간문학 출판부 ‘한 생애를 절로 채우며’ 가는 삶을 생각해본다. 겸손은 아니고 종교적 이유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인간의 눈으로 보는 오체투지의 삶은 자벌레의 실존이며 생존이다. 최선이 선택한 진화의 결과물이다. 모든 생명체는 부여받은 환경 아래 스스로 최선을 선택할 것이다. 그러니 함부로 말할 수 없다. 어쩜 저리 힘들까, 갸우뚱하는 그것이 엄혹한 삶이다. 삶은 움직임이고 움직임은 고된 순간이다. 자벌레를 생각하면 나의 숨 쉬는 한 순간이 더없이 소중해진다. /이미산 시인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것이 여럿 있지만 한복만큼 외국인들을 매료 시키는 것은 없다. 특히 선과 색이 아름다운 여성 한복은 그 자체가 문화 상품이자 우리 민족의 정체성으로 평가 받고 있다. 따라서 국가 이미지를 높이기 위한 인증 마크로도 사용된다. 지난 9월23일 문화체육관광부가 우리 문화에 대한 일관성 있는 브랜드 마케팅을 위해 마련한 새 인증 마크에 한복의 옷고름과 태극 문양을 도입한 게 그것이다. 한복을 세계에 알리는데 박근혜대통령 만큼 기여한 사람도 드물다. 취임초기 국가원수로서 외국 순방시 품격과 기품을 섬세하게 고려한 명품 한복을 입고 문화외교를 펼쳐 한국미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심어 주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취임식은 물론 국내외 각종 행사에도 ‘한복의 화려한 외출’을 연출, 한복의 단아함과 기품을 알려 호평을 받기도 해서다. 모두가 한복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여성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영향을 받은 박대통령의 한복사랑이 더해진 결과다. 한국미(美)를 대변하는 한복은 고조선시대로 부터 1600년 이상 입어와 전통복장으로는 세계에서 역사가 가장 길다. 상체의 옷인 저고리, 하체의 못인 바지와 치마가 그때부터 기본적으로 착
쾌(快) /이정원 상쾌, 유쾌, 통쾌를 한 쾌에 꿰어볼까 상쾌만으로 조금 찜찜한 구석 있을 때 유쾌만으로 조금 허름한 구석 있을 때 통쾌만으로 조금 미진한 구석 있을 때 흔쾌도 잡아다가/명쾌도 잡아다가 북어처럼 말려 보면 어떨까 댕그랑, 종소리가 날 때까지 창자 들어낸 목어 허공에 텅 빈 울음 산란할 때까지 그 울음 백두대간에 널어놓으면 한 쾌의 낭랑한 징후들 겨울바람에 익어 갈까 숨찬 오르막 골/구룡령 고갯마루에 선다 상류를 꿈꾸며 바람결 거슬러 온/쾌한 어족 한 두름 호쾌, 장쾌도 불러다 채 잡혀 두드리는 운판같이 구름에서도 맑은 소리가 난다 오래 묵은 내 병증 꼬들꼬들 쾌차하겠다 - 이정원 시집 ‘꽃의 복화술’/천년의시작 좀체 웃을 일이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아니 헛웃음은 아주 흔하게 목격된다. 배꼽을 쥐고 웃거나 손뼉을 마주치며 웃는 일은 사자성어 속에서나 찾을 일이 되었다. 먹고 사는 일로 노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노동한 대가만큼 보상이 따르지 않는 사회, 가진 자들이 독식하고 빈익빈, 부익부 그것이 시스템으로 확고하게 구축되어가는 현실, 그런 것도 모르고 나쁜 정권에게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힘든 원인을 알지
우리는 우리나라 학교교육이 웬만한 수준은 유지하고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어느 교사의 수업이 ‘우물쭈물’ ‘우왕좌왕’이라면 당장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령 다음 시간에는 시장의 기능을 가르치게 되었다면 교사들은 ‘무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기 마련인데, 그 ‘무엇을’ ‘어떻게’에 대하여 국가에서 정해 놓은 기준이 ‘교육과정’이다. 이론적으로는 이 기준만 있으면 수업을 전개할 수 있지만 모든 교사에게 그런 수준을 요구할 수는 없다. 또 교육과정을 잘 알고 있다고 해서 꼭 훌륭한 교사도 아니며, 구체적인 교육목표와 내용에 대한 교사들의 수준이 천차만별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준도 그렇지만 그들의 견해나 경험, 개성 또한 다양하다. 그렇다고 해서 개별 사정을 평준화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 견해, 개성이 바람직한 것이라면 오히려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옳다. 교사들이 “무엇으로 가르쳐야 하는가?” 물었을 때 “이런 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 혹은 &ldqu
관광지에 가면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기본이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또 있다. 관광지의 기념품이 그것이다. 국내나 해외 관광객 모두 관광지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서나 가족, 친지들을 위해 뭔가 살 만한 것이 없을까 고민하기 때문이다. 관광 기념품의 기본은 색다름에 있다. ‘다른 곳에서는 없을 것’이라는 차별화가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관광지에서는 파는 물건도 그다지 특별함이 없다. 어디를 가든지 효자손이나 지도, 관광지의 사진 등이 인쇄된 손수건 등 거의 비슷한 물건들이다. 게다가 중국산이나 베트남산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내년 수원화성방문의 해를 맞는 수원도 마찬가지다. 국내·외 관광객들이 대부분 거쳐가는 화성행궁 인근의 수원시 관광기념품 지정점은 물론 시내 곳곳의 기념품 판매점에는 중국산 제품들이 버젓이 팔리고 있다. 일부 품목은 원산지 표시도 없다. ‘2016 수원화성 방문의 해’ 홍보 스티커만 부착해 놓았을 뿐이다. 매장을 임대해준 수원문화재단이나 수원시는 국내산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거나, 중국산 상품을 판매하는 것에 대해 지도·점검할 권한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서울시도 수년 전 인사동 문화지구 내에서 외국산 제품의 판매를 금
경기연구원(이하 경기연)이 각 지자체들의 고민거리인 장기미집행 도시공원에 관한 연구보고서를 발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경기연은 이 보고서를 통해 이달 1일부로 경기도 장기미집행 도시공원 137개가 없어질 운명에 처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기도내 도시공원은 모두 6천17곳(총 면적 228.9㎢)이다. 그리고 미집행 상태 도시공원은 2천960곳(총 면적 135.8㎢)이나 된다고 한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제17조(도시공원 결정의 실효)에 의하면 2005년 10월1일 이전에 공원으로 결정·고시된 곳 가운데 고시일로부터 10년이 되는 날까지 공원조성계획 고시가 없는 도시공원은 2015년 10월부터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선 137곳(총 면적 11.4㎢)이 이달부터 적용 받게 된 것이다. 경기연은 오는 2020년까지 전체 미집행 공원의 70%가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왜냐하면 미집행 도시공원에 들어있는 땅의 71.1%가 사유지이기 때문이다. 도시공원 효력이 상실된 토지는 당연히 소유자의 권리 실현이 가능한데 이곳에 소유자가 공원을 자발적으로 조성할 리는 없다. 대신 각종 개발사업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방지하고 도시공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무예는 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반만년의 역사는 곧 전쟁의 역사이기도 했기에 무예는 항시 준비해야할 기본 덕목을 넘어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였다. 이런 이유로 고대부터 국가적으로 각종 무예에 관한 전문 교육기관을 설치하고 인재들을 양성하였다. 이후 고려시대에는 무신정권(武臣政權)이 들어 설 정도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기도 하였다. 특히 조선시대의 경우는 처음으로 과거시험을 통해 무관들을 공식적으로 배출해 내기 시작하면서 무예 수련에 관한 상당한 체계화를 이뤄내었다. 대표적으로 무예 수련에 활용한 각종 병법서들을 편찬함으로써 수련의 표준화와 안정화를 꾀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무과시험 심사를 위한 객관적 기준을 삼을 수 있었으며, 더 나아가 무예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수련을 통해 전문화의 단계까지 끌어 올린 것이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무예서 중 가장 오래된 사료는 임진왜란이라는 참혹한 전쟁 중 만들어진 ‘무예제보(武藝諸譜)’(1598)였다. 이 무예서에는 당시 전란을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명나라의 군사무예인 곤방·등패·장창·당파·낭선·쌍수도 등 모
이 정부는 ‘대동제(大洞制)’라고도 불리는 ‘책임읍면동제’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는 것 같다. 행정자치부 관계자가 “정부가 지자체를 상대로 시행하는 제도를 ‘지자체 길들이기’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지만 이는 행자부의 입장일 뿐이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책임읍면동제를 ‘옥죄기’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으로 인식한다. 책임읍면동제를 주장하는 정부는 행정동 2~3개를 1개 동으로 통·폐합, 4급으로 직급이 상향 조정된 동·읍·면장이 권한과 책임을 갖고 본래 동·읍·면의 기능에 더해 시·군청이나 구청의 행정권한까지 함께 갖기 때문에 효율적인 제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실패했던 과거를 갖고 있다. 지난 1997년 경남 창원시가 전국 최초로 실시했다. 당시 창원시는 인구 50만 명을 채워 행정구를 설치할 수 있었지만 대동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거대동 탄생에 따른 행정비효율과 최일선 주민복지행정의 차질이 발생함에 따라 폐지됐다. 이후 2008년에도 행안부가 도입을 검토했지만 지자체 반발로 무산된 일도 있었다. 한데 정부의 고집도 참 대단하다. 지난 5월13일 시흥시가 구도심인 대야동과 신천동을 하나로 통합한 ‘대야·신천 대동 행정센터’를 개청한 데…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학교교정에서 존경하는 교사들의 사랑을 받으며 깊은 우정을 쌓아가며 학습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에 학교에서 엄청난 폭력이 발생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최근 3년간 경기도내에서 1만4천여 건의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어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경기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올 7월까지 학교 폭력 사건 발생 건수는 1만4천72건으로 밝혀졌다. 신고된 인원만 9천406명에 이른다. 미신고된 사건까지 합하면 엄청날 것으로 예측된다. 경기도내 41개 경찰서별로 학교폭력신고건수를 보면 사정이 심각하다. 안산단원경찰서가 652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평택경찰서 551명, 남양주경찰서 523명, 부천원미경찰서 468명 순으로 나타났다. 친구들과 추억을 만들고 내일의 꿈을 이야기하며 행복하여야 할 학교가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교사들의 과중한 학습지도는 학생들을 심도 있게 관찰하며 지도할 수없는 현실이 문제다. 감정이 예민한 학생들에게 깊은 관심과 사랑으로 지도해 가야한다. 수업지도와 행정업무에 시달리는 교사에 대한 특단의 조치가 절실하다. 금전문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