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마지막 금요일, 이른바 블랙 프라이 데이가 시작되면 미국내 대. 소형마켙에는 사람들로 넘쳐난다. 평소보다 80%이상 싼 값에 판매하는 물건들을 구매하기 위해서다. 개장 수시간 전부터 인파가 몰려 수백 미터씩 줄을 서는가 하면 매장 내 에서 서로 먼저 물건을 차지 하려는 몸싸움도 예사로 일어난다. 이런 쇼핑 소동은 12월 첫째 월요일까지 지속된다. 이 기간에는 최대의 세일이 진행되는데 할인폭도 평소의 두 세배가 넘어 미국 연간 소비의 약 2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대규모 쇼핑이 이뤄어 진다. 특히 시작 당일은 공식 휴일이 아니지만 증시는 오후 1시에 조기 폐장하며 대부분의 노동자가 휴가를 내고 상점을 찾을 정도다. 시작 요일을 ‘검다’라고 표현 한 것은 상점들이 이날 연중 처음으로 장부에 적자(red ink) 대신 흑자(black ink)를 기재한다는 데서 비롯됐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크리스마스 세일에 들어가는 공식적인 날이기도 해서 관련업계에선 이날 매출액으로 연말 매출 추이를 점친다 영국을 비롯 많은 영연방국가에선 이같은 세일기간을 박싱데이(Boxing Day)라 부른다. 이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12월 26일)을 가리키는 말로, 휴일로 정하여 성
젖은 생각 /권현형 마른 빨래에서 덜 휘발된 사람의 온기, 달큰한 비린내를 맡으며 통증처럼 누군가 욱신욱신 그립다 삼월의 창문을 열어놓고 설거지통 그릇들을 소리나게 닦으며 시들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며 나는 자꾸 기린처럼 목이 길어진다 온 집안을 빙글빙글 바람개비 돌리며 바람이 좋아 바람이 너무 좋아 고백하는 내게 어머니는 봄바람엔 뭐든 잘 마르지 하신다 초봄 바람이 너무 좋아 어머니는 무엇이든 말릴 생각을 하시고 나는 무엇이든 젖은 생각을 한다 - 권현형 시집 ‘밥이나 먹자, 꽃아’에서 살아가면서 가끔은 새로운 바람이 한번쯤은 불어오기를 누구나 바란적 있을것이다. 진부하고 식상한 삶속에서 높새바람처럼 후끈거리는 바람, 아니면 하늬바람처럼 청량해지는 바람, 아니면 삭풍처럼 가슴 시린 바람, 삶의 정황에 따라 그런 바람을 기다릴 때도 있었을 것이다. 이 시에서는 바람이 좋아 좋아, 하며 자꾸 목이 길어지는 딸과 바람이 좋아서 무엇이든 잘 마르겠다는 어머니와의 풍경이 이채롭다. /정겸 시인
수원과 인천이 2017년 FIFA U-20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다. 우선 두 도시 시민들에게 축하를 드리며 그동안 이 대회 유치를 위해 노력한 관계자들의 노고를 치하한다. 우리는 왜 국내 도시들이 이 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큰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지 잘 안다. 지난 2002년 월드컵의 감동과 개최 효과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록 그보다야 못하겠지만 이 대회는 FIFA에서 주관하는 두 번째 큰 대회다. 특히 젊은 선수들이 그동안 닦아 온 기량을 전 세계에 선보이는 무대로서 각국 유명 프로축구단은 이 대회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FIFA U-20 월드컵대회는 2017년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열린다. 이번 대회는 수원·인천·대전·천안·전주·제주 등 등 6개 도시에 분산돼 열리는데 모두 24개 팀이 참가해 52경기를 치르게 된다. 이번에 개최도시로 확정된 수원은 그동안 2001년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회, 2002년 FIFA 한일 월드컵, 2007년 FIFA U-17 대회에다 이번에 FIFA U-20 월드컵 등 FIFA가 주관하는 4대 메이저 대회를 전부 유치하는 전 세계 2번째 도시(첫번째 도시는 멕시코의 멕시코시티)이자, 아시아 최초의
독서의 계절 가을에 많은 책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통계상으로는 매년 독서인구가 줄어가고 있다. 격변하는 사회변화로 인한 시간부족이 이유이기도하다. 물론 전자 단말기와 스마트폰 독서앱 등이 서적을 대치하는 이유도 있다. 업계는 최근에 서적 시장이 냉랭한 원인을 스마트폰 보급 영향 탓으로 분석한다. 청소년을 비롯한 젊은 층은 도서구입에 의한 독서보다 스마트폰을 많이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롯데마트가 2011년부터 올해까지 최근 5년간 매출을 분석한 결과 유·아동서적, 일반서적 등 서적 카테고리의 매출은 매년 지속적인 감소세를 기록했다고 발표하고 있다. 올 9월에도 서적 전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1% 가량 감소했다. 독서하기 좋은 가을이 왔음에도 서적 구매가 늘어나지 않는다. 과거에는 여가 시간과 출퇴근 시간에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 서핑, 게임, 동영상 감상 등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되어 책의 필요성이 줄었기 때문이다. 독서방법이 전환되었으며 최근 몇 년간 입시와 취업 대란으로 인해 10~20대 청장년 세대들이 자격증과 외국어 등 스팩을 위한 일회성 서적 위주로 구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가 화제가 되고 있다. 9월16일에 개봉한 영화 ‘사도’는 개봉 첫 주 만에 180만 관객을 돌파할 정도로, 소위 ‘대박영화’의 조짐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사도’는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은 ‘임오화변’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뒤주에 갇힌 사도세자는 8일 만에 세상을 달리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하루가 지날 때마다 사도세자와 영조를 중심으로 한 사건들과 에피소드들이 하나씩 펼쳐진다. 오늘은 영화 ‘사도’ 속 이야기가 펼쳐졌던 역사의 현장을 찾아서 여행을 떠나보자. 영화 ‘사도’는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두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참으로 잔인한 출발이다.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히는 장면이 영화 속에서는 궁궐 법전 앞마당인 조정으로 그려지고 있지만, 실제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힌 곳은 창경궁 문정전 앞마당이다. 문정전은 창경궁의 편전(便殿)으로 왕의 집무실이다. 편전은 왕이 신하들과 일상적인 정치현안을 처리하는 곳으로 어전회의가 주로 열리는 공간이다. 하지만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힐 당시 문정전은 ‘휘령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휘령전은 영조의 첫 번째 왕비였던 정성왕후의 혼전(魂殿)으로, 왕비가 승하하신 후 국상을 치른 뒤에 종묘에
안심하고 절망하기 /이외현 해꽃이 우주를 돈다. 달꽃이 지구를 돈다. 별꽃이 땅을 돈다. 칩이 구른다. 룰렛이 구른다. 꽃잎이 구른다. 멈추지 않을 것처럼. 끝이 어디일까 하는 생각, 퀴퀴한 지하실, 천 길 땅속, 차라리 열려라 지옥문, 몽환이 새끼집을 짓는 사이 쿵, 소리가 난다. 꽃잎이 으깨진다. 뿌연 초승달이 끌끌 혀를 차며 언뜻 가렸다가 보였다가. 땅에서 올라오는 한기에 전율이 인다. 찢어진 꽃잎 사이로 보이는 흐린 하늘, 사람들이 별 볼 일 없는 틈을 타 달이 손 내밀어 일으키네. 별이 흙을 툭툭 털어주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다 하네. 이제야 꽃은 안심하고 절망한다. -이외현 시집 ‘안심하고 절망하기’에서 당연히 인간은 비극적 존재이다. 슬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다가 끝내는 죽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슬프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끝내 죽게 되지는 않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은 마치 지구가 태양을 돌고, 달이 지구를 도는 것처럼 분명하게 진행되는 이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개인의 생명이라는 것도 이런 자연과 우주의 이치처럼 순행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어떤 비극
수원을 찾는 관광객들은 세계문화유산 화성만 보러 오는 게 아니다. 수원갈비도 먹고 싶어 하고 통닭거리에서 치맥을, 지동 순대타운에서 순대볶음과 순댓국을, 나혜석거리 노천에서 생맥주를 찾는다. 수원시 당국의 홍보도 일조를 했겠지만 SNS의 효과가 더 커 보인다. 수원을 수원답게 하는 신흥 명소 중엔 행궁동 공방거리도 포함된다. 공방거리는 지난 2012년 수원시가 도로와 건물 외벽 등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수원의 명소로 ‘재탄생’했다. 재탄생이란 표현을 쓰는 이유는 이곳이 1970년대엔 그래도 문화와 낭만이 있는 거리였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30촉 백열등이 달린 목로주점과 시인이 운영하던 카페가 있었다. 암울했던 군부독재 시절 민주화를 열망하던 젊은 지성들이 분노의 술잔을 기울이다가 눈물 글썽이며 ‘산자여 따르라’를 노래하던 지하주점도 그 거리에 있었다. 그러나 상권이 옮겨가면서 이 거리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그걸 수원시가 큰 예산을 들여 부활시킨 것이다. 420m 정도 구간에 문화예술을 통한 거리 활성화 사업이 시작되고 이곳에 공방과 갤러리들이 들어섰고 음식점들도 맛집 홍보에 나서는가 하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들이 운영되고 있다. 화성과 행궁을 관람한 관
종업원의 안전한 근무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후된 산업단지의 개선을 위해 당국이 적극 나서야한다. 산업단지 안전사고의 원인 중 80%가 노후화로 밝혀진 가운데 인천지역 노후 산업단지의 구조고도화 사업이 보수가 아닌 편익시설 등 건립에만 치중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안전사고율이 인천 산단이 12건으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 산업단지의 노후화에 따른 안전사고는 종사자의 건강을 해치고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산업단지는 변화하는 자동화 시설확충과 전문 인력을 확대하여 구조적으로 과감한 개혁이 수반되어야 한다.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시설에서 종업원이 근무할 때에 기업에 대한 애착심을 높여 생산성을 높여가게 된다. 인천의 산업단지는 부평·주안산단이 올해 50주년을 맞이하고 남동산단도 30여년이나 지난서 노후 건물이 대부분이다. 노후건물의 비효율적인 시설은 경쟁력강화와 생산성증대를 악화시켜서 문제가 된다. 인천지역은 2009년부터 구조고도화 사업을 통해 노후산업단지에 대한 개선을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구조적 모순이 너무 많은 실정이다. 당시 산업부는 노후국가산업단지 중 남동산단을…
축제 개최목적은 지역 고유성에 기반한 자원을 활용하여 인지도를 높이고, 관광객 유입을 통해 지역경제를 선순환 구조로 유도한다. 그리고 축제 본질 중 중요한 역할인 지역 커뮤니티 결속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많은 축제가 열리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축제의 경우 경쟁적인 성장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축제목적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최근에 프랑스 샬롱 거리극 축제를 다녀왔다. 축제의 목적, 지역 커뮤니티와의 적절한 역할 등이 분명한, 근래에 보기 드문 기분 좋은 축제였다. 샬롱(정식 도시명은 샬롱 쉬르 손-Chalon sur Saone, 손강가의 샬롱)은 프랑스 중부를 흐르는 손(Saone)강에 자리 잡은 인구 약 6만 명의 옛 건축물이 잘 보존되어 있는 작은 도시다. 포도주와 소고기로 유명한 브르고뉴(Bourgogne) 지방의 중심도시로서, 파리에서 출발하여 마르세이유에 도착하는 고속도로인 A6의 인근에 위치하고 있어, 여름 바캉스 시즌에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춘 도시다. 샬롱축제는 1987년 두명의 지역예술가인 삐에르 라야(Pierre Layac), 자끄 껑땅
이제 며칠지나지 않아 추석이 돌아온다. 벌써부터 열차표를 예약하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나 형제들에게 전할 선물을 준비하기도 하고 미리 택배를 이용해 보내기도 하면서 가족들과의 재회의 기쁨을 미리 맛보기도 한다. 물론 요즘 경기가 워낙 어렵다고는 하지만 예전보다는 모든 면에서 풍족하고 윤택해진 생활 덕분에 소비 또한 쉽게 이루어져 먹는 것부터 입는 것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크게 힘들이지 않고 구할 수 있다.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을 위해 인터넷 쇼핑이나 홈 쇼핑의 활성화로 집에 앉아서도 원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어 구태여 명절밑이 되어 새 옷을 사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어린 시절 추석은 손꼽아 기다리는 날이었다. 예쁜 새 옷에 기분 좋으면 신발도 새로 사다 주셔서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로 차리고 날아갈 것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아이들과 함께 서로 자랑하듯 뛰놀기만 하던 추억과 차례 음식을 장만하는 모든 과정이 아이들을 즐겁게 했다. 그러나 그 즐거운 순간에도 간간이 어른들의 힘에 겨운 말씀이 들리기도 했으나 그 마음을 헤아리기에는 너무 어리기도 했고 눈앞에 벌어지는 풍경이 주는 즐거움에 온 마음을 빼앗겼다. 이처럼 추석은 어린 아이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