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이 아름답고 먼 산에 초록물이 들어 손에 잡힐 듯 다가오도록 아주 잠깐 시선을 보내는 것으로 만족한다. 남들 놀 때 더 바쁜 사람들에겐 꽃도 단풍도 다 놓치는 수밖에 없다. 그날도 바쁘고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던 참이었다. 잠시 안에 들어왔다 남편이 부르는 소리에 벌떡 일어나 나가려는 순간 불덩이를 밟은 느낌이 들었다. 그대로 구부러져 발끝을 잡은 순간도 기다리는 사람에겐 길었을지도 모른다. 독촉하는 소리에 아픈 발을 끌고 나가서 동동거리며 그때그때 전해 오는 아픔을 묻었다.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 식탁에서 먼저 일어났다. 그날따라 모임 있어 늦더라도 꼭 참석을 하기로 되어 있어 약속 장소로 향했다. 걸으면서도 모임 자리에서도 온 신경이 발가락으로 가는 바람에 무슨 얘기를 주고받는지 하나도 둘리지 않았다. 돌아오는 길에 집에까지 태워다 준 사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는 노릇이 다시 발가락으로 손이 간다. 그래도 남 앞에서 아픔보다 부끄러운 생각에 얼른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들어와 양말을 벗고 보니 상처가 상상보다 훨씬 컸다. 가운데 발가락이 마디가 퉁퉁 부어오르고 피멍이 들어 가지색으로 변해 있었다. 약을 바르고 듣지 않으면 병원에 가 보라는 말을 들으며
경기도에서 최초로 개최된 2015 전국생활체육대축전이 지난 14일부터 나흘간 이천시를 비롯한 도내 12개 시·군에서 진행돼 성황리에 마무리 됐다. 이번 전국생활체육대축전 기간동안 경기도는 주개최지인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스포츠체험박람회를 진행해 전국에서 대축전에 참가한 생활체육 동호인은 물론 일반 시민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다. 생활체육을 즐기는 동호인은 전국적으로 클럽 등에 등록된 동호인만 500여만명에 달한다. 등록되지 않은 동호인들까지 합친다면 그 수는 1천30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체육 동호인들이 늘어나면서 운동할 공간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최근들어 각 지방자치단체에서 동마다 체육관을 짓는 등 생활체육 동호인들이 운동을 할 수 잇는 공간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급격하게 늘어난 동호인을 모두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공공체육시설은 3.8㎥로, 선진국 수준인 5.7㎥에 턱없이 부족하다. 이처럼 운동을 즐기는 동호인 수에 비해 공공체육시설이 부족해지면서 같은 종목을 즐기는 동호인들 서이에서 공간 사용 문제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는 일도 많아졌다. 더군다나 특정 동호회나 클럽이 공공체육시설에 대한 우선 사용권을
대통령이 행사 때 종이 원고를 보지 않고 자연스럽게 연설할 수 있는 것은 프롬프트라는 투명 모니터 덕분이다. 일명 원고 내용을 ‘커닝’하는 자막기라는 별칭의 이 프롬프트는 TV뉴스 진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다. 요즘은 오페라 배우들까지 애용할 정도로 보편화 되어 있다. 공인된(?) 커닝기구 프롬프트(prompt)’는 ‘슬쩍 가르쳐 주다’, ‘생각나게 하다’라는 뜻이다. 프랑스, 독일, 러시아에서는 ‘숨을 불어넣는 사람’이라는 뜻의 ‘수플뢰(souffleur)’라고 부른다. 이탈리아에서는 ‘마에스트로 수게리토레(maestro suggeritore)’라고 한다. ‘힌트를 주는 지휘자’라는 뜻이다. 커닝은 일본식 영어발음 ‘간닝구’에서 유래했다. 본래 시험의 부정행위는 영어로 교활하다는 뜻의 치팅(cheating)이다. 여기엔 커닝뿐 아니라 도박, 게임 등의 속임수까지 포함하고 있다. 시험 있는 곳에 빠지지 않는 게 커닝이다. 결과에 대한 반대급부가 큰 시험일수록 다양한 방법이 동원됐고 성행했다. 특히 과거급제는 곧 인생역전을 가져온다고 해서 수법이 상상을 초월했다. 가장 보편적인 방식은 예나 지금이나 커닝페이퍼를 몸에 지니고 들어가는 것이다. 붓두껍 속에 깨알
잔열의 마을 /허만하 마을에는 인기척이 없었고 소리도 없었다. 색채도 없었다. 개도 없었고 바람도 없었다. 오직 눈부신 빛의 흡수와 짙은 그 음영만이 흩어져 있는 빈 마을을, 이따금 출토하는 목간(木簡)의 잔열처럼 건조한 마을을 나는 황폐한 게릴라처럼 들어서고 있었다. 누가 없소! 누가 없소! 절망과 같은 고요를 향하여 거의 갈증처럼 고함을 질렀으나…… 나의 인후는 토담처럼 부스러질 따름이었다. 그때 내가 잡고 있었던 것은 분명히 한 자루 총의 싸늘한 무게였지만 나의 탄환은 피로하였다. 나의 질문은 납의 침묵처럼 피로하였다 누가 없소! 누가 없소! 아, 누란, 스스로를 모래에 묻은 실크 로드의 누란과 같은. - 시집 〈비는 수직으로 서서 죽는다〉1999년 마치 죽은 자들의 세계에 들어선 망자처럼, 자신이 죽은 줄 모르고, 살아있는 자들을 목청껏 부르다 혼자라는 사실을 깨달을 때의 심정이 저럴까. 시간의 전갈들이 다 갉아먹어버린 생의 끝에 다다른 자의 절규가 들린다. 모래 속에서 목조가옥의 흔적과, 부서진 가구에 남은 장식무늬 조각과 배(舟)모양 목관에 담긴 미라와 지난날의 관습이 적힌 목간(木簡)이 출토된 곳. 누란, 고고학자들의 조
주택사업과 관련한 정부의 규제개선 제도가 건설업자 등의 불신 속에 무용지물로 전락해 가고 있다. 업계에선 사업 인·허가 관서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해 불합리한 제도개선을 요구하지 못한다. 국민들이 편안하고 안락한 주거공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적절한 공급을 위한 주택정책이 절실하다. 아직도 많은 서민들이 주택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대한주택건설협회 경기도회에 따르면 회원사로부터 주택사업 관련 민원과 제도개선 요구를 수렴해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 등 관계기관에 건의해 오고 있다. 그러나 올 들어 대한주택건설협회 경기도회에 공식접수 된 주택사업 관련 민원과 제도개선 요구는 단 한건도 없다. 다만 주택사업과 관련한 법령이나 제도 가운데 올해부터 바뀐 내용을 묻는 전화만 2~3건 있었다. 이들의 민원신청에 소극적인 이유는 신분노출로 인·허가 관련 불이익을 받을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관계기관의 열린 행정제도가 정착되어야 이런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13년에 창조경제 실현을 기치로 국무조정실 밑에 민관합동 규제개선추진단을 두고 운영하고 있으나 문제가 많다. 현실적인 문제를 적극적으로 조사 분석하여 대안을…
인천시 서해 5도가 극심한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오로지 장마철만 기다리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서해 5도 가운데 특히 소청도, 소연평도는 2~3일에 겨우 1시간만 제한급수가 이뤄질 정도로 식수난이 심각하다. 인천시가 올해 1월1일부터 지난 5월12일까지 분석한 서해 5도 강우량은 소청도 72.5㎜이고, 백령도 88.9㎜, 대연평도 108㎜ 밖에 안된다. 같은 기간 경남 창원에는 438.8㎜나 비가 내렸고 수도권인 파주는 139.9㎜로 집계됐다. 전체적으로 중부권의 강우량이 적었다고는 하나 소청도의 경우 경남 창원의 20% 밖에 안된다. 이는 평년의 절반 밖에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올해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으로 가뭄은 앞으로 더 자주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물 부족 현상에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가뜩이나 수자원이 부족한 섬 지역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가장 시급한 것은 바닷물을 담수화해 사용하는 해수담수화시설을 건립하는 일이다. 서해 5도 식수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인천시는 바닷물을 담수화해 사용하는 해수담수화시설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시는 국비 40억원, 시비 17억
몇 년 전 아내가 대수술을 했다. 여성 호르몬의 부족과 갱년기 증상이 찾아오게 됐다. 우연히 홈쇼핑 채널을 돌리다가 아내의 똑같은 증상을 개선한다는 상품광고에 눈을 번쩍 떴다. 그것도 이름을 대면 다 아는 수원 출신의 유명 방송인이 상품을 소개하는 진행자로 등장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걸 3년째 빠짐없이 먹었다. 효과를 보고 있다는 아내의 말에 기분이 으쓱하기까지 했다. 중년을 넘긴 아내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라며 주변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도 했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다니는 대학병원의 주치의가 아내에게 물었단다. 병원에서 처방해준 호로몬제 외에 더 먹는 게 없냐고. 000를 사 주어 계속 먹고 있다 하니 최고의 남편이라 칭찬했단다. 은근히 기분 좋았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의사까지 암묵적으로 추천한 ‘백수오’였다. 감쪽같이 속은 거다. 그동안 사 먹는 데 들어간 돈 수백만원이 아까운 건 제쳐놓고 탈이나 나지 않을까 더 걱정이다. 이른 바 ‘가짜 백수오(白首烏)’ 파동이 먹거리 시장을 불신의 늪에 빠지게 하고 있다. 제조사는 너무 잘 팔리다 보니 3년이라는 재배기간을 기다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식품위생법상 사용할 수 없는
이담골은 동두천시의 옛 이름이다. 해방이후 양주군 이담면이었다가 1963년 읍으로 승격되면서 동두천읍으로 행정명칭이 바뀌었고 이후 1981년 시로 승격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동두천이란 이름을 쓰기 시작한지 5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토박이 어르신들을 제외한 많은 이들에게 이담골이라는 이름은 낯설기만 할 뿐이다. 다만 동두천에는 이담풍물놀이가 전승되고 있고 신시가지에 들어선 이담초등학교와 동두천문화원이 운영하는 청소년 지역문화 창조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향토사 바로알기 사업명인 ‘이담골 역사 문화교실’에서만 그 존재가 남아있을 뿐이다. 경기 북부의 조그마한 시골동네 이담골이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53년 7월 휴전이후 소요산 자락, 지금의 동두천동과 보산동 일대에 한국전쟁에 참여하였던 미7사단병력이 주둔하면서부터다. 물론 명칭이야 별로 좋은 느낌은 아니지만 그 당시 미군의 동두천 주둔은 이 지역의 경제를 이끌어 가는 중요한 버팀목의 역할을 톡톡히 하였다. 국민소득 몇백 달러밖에 되지 않고 모든 것을 대외 원조에 의존하며 살았던 시절, 미군들이 지역에 소비하는 달러는 동두천 발전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개발의 초석
“세계적인 IT 기업에 다니는 부모들은 어떤 교육을 중요하게 여길까?” 미국의 최첨단 정보기술(IT) 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실리콘밸리. 이곳에 있는 구글, 애플 등 대표적인 IT기업의 직원들은 과연 자녀들에게도 IT교육을 강조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IT 전문가들이니 마땅히 컴퓨터와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교육에 몰두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이들은 스마트 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학교로 아이들을 보낸다. 그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컴퓨터가 없는 것은 물론 스마트폰을 소지할 수도 없다. 종이와 연필 등을 사용할 뿐 아니라 독서 및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창의적인 사고와 좋은 인성을 배우고자 애쓴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교육자들과 학부모들이 효과적인 교육을 위해서는 마땅히 스마트 기기를 활용해야 한다고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 결과 스마트 기기를 활용한 교육 프로그램들과 콘텐츠들이 넘쳐나고, 학생들은 학교, 학원, 가정 등에서 스마트 기기를 이용한 학습에 익숙하다. 국가의 교육정책 또한 스마트 교육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지난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스마트교육 추진전략’을 발표하여 20
예부터 다정한 부부 사이를 일컬어 금슬(琴瑟)이 좋다고 했다. 거문고와 비파 둘이 잘 조화를 이루어야 아름다운 음악을 연주할 수 있듯이 부부관계도 마찬가지라 해서 붙여진 표현이다. 당나라 때 시인 백낙천(白樂天)은 장한가(長恨歌)에서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영원히 헤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소망을 이렇게 노래했다.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하늘에선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요),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라요.)’ 비익조는 전설 속의 새이다. 이 새는 눈도 하나요, 날개도 하나뿐이다. 그래서 암수 한 쌍이 합쳐야만 양 옆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날 수도 있다. 또 연리지의 리(理)는 ‘결’이라는 뜻이다. 나뭇결이 연결된 가지를 말한다. 뿌리가 서로 다른 나무가 허공에서 만나 한 가지로 합쳐진 나무이다. 부부는 비록 다른 집안 다른 환경에서 나고 자랐지만, 결혼을 해서 한 가정을 이루게 되면 연리지처럼 한 몸을 이루어, 비익조와 같이 서로 부족한 점을 채워 준다는 뜻이다. 지금도 이처럼 서로 의지하고 아끼며 살아가는 부부들이 많다. 하지만 세상엔 다정한 부부들만 있겠는가. 둘이서 하나가 되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그래서 생겨난 신조어들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