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눈부시다. 가정의 달 푸른 오월이 가고 있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이 달력을 채우고 있다. 각각의 위치에서 가정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달이 오월이다. 최근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육아 예능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조카 바보라는 말이 등장하고 있다. 딸 바보나 손 자바보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조카 바보라는 말은 좀 생소하다. 바보는 바보일까? 바보라는 말은 사리분별이 부족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내 마음을 몰라주는 사람도 바보이고, 자신을 돌보지 않고 베푸는 사람도 바보이고, 순진하고 착하기만한 사람도 바보라고 한다. 원래 바보라는 말은 ‘바보 온달’이나 ‘바보 이반’과 같이 대상의 앞에 붙여 쓰였다. 조카 바보와 같이 대상의 뒤에 붙이면 주체가 바뀌게 된다. 몇 해 전 동성중고교 개교 100주년전에 김수환 추기경이 직접 그린 자화상 ‘바보야’를 출품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파스텔로 간략하게 윤곽을 잡고 이목구비를 나타낸 자신의 얼굴 아래에 ‘바보야’라고 쓴 그림이다. 자화상의 ‘바보야’는 자
남양주시와 구리시의 시민과 경제인 대표들이 양 시(市)의 통합을 재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 제대로 추진되려면 결자해지(結者解之) 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지난 6일 본지 보도 이후 “뜬금없이 웬 통합 이야기냐”는 반응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2009년 당시 통합이 무산된 것은 구리시의 반대 때문이었다. 때문에 통합이 재 추진 되려면 구리시에서 먼저 뜻을 모으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구체화 된다면 구리시의회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당연히 논의가 있겠지만 통합에 부정적이었던 박영순 시장이 이 문제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게 중론이다. 동시에 박 시장이 찬성을 한다면 직접 나서서 구리시민의 뜻을 묻고 대다수 시민이 통합을 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나면 ‘구리-남양주 행정구역 통합 준비모임’에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당시 양 시의 통합과 관련한 여론조사에서 대다수가 찬성했던 남양주시의 이석우 시장도 “갑자기 통합 문제가 왜 거론되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통합이 재추진되려면 구리시민들의 뜻을 모으는 것이 우선 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남양주시의회 이철우 의장은 &ldqu
화창한 봄날이다. 길가의 가로수며 멀리 보이는 숲들이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날이다. 이런 날은 서정주 시인의 시 ‘푸르른 날에’가 생각난다. 더불어 누군가 한동안 소식이 끊긴 사람이 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문득 평생을 예비역중대장으로 일하시다 퇴임을 앞두고 병환이 나서 병환 중에 퇴임한 그가 생각난다. 퇴임 후 어찌 지내나 궁금해서 지인과 그를 방문하였다. 평소에 직장에 충실하고 의리를 첫째로 여기며 꾸준히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주변사람들에게 틀림없는 정확한 사람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소리소문도 없이 그의 문들 두드리자 깜짝 놀라며 반색을 하며 안으로 안내를 한다. 예전에 보던 건강미는 없고 푸석한 얼굴이지만 아직도 그의 강한 의지가 보이는 얼굴을 보자 우리는 안심을 하고 그와 지나간 일들을 기억하며 담소를 즐겼다. 창가에 놓인 침상에서 정원을 내다보며 새롭게 돋아나고 새롭게 피어나는 나무들과 꽃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그의 모습은 여전히 예전의 모습이다. 정원의 아름다움에 푹 빠져 있다가 거실 탁자로 눈을 돌리니 커다란 기념패가 눈길을 끈다. “이건 무슨 패인데 이렇게 크죠?” “가족
정조의 첫 건축은 사도세자의 혼(魂)을 모시는 사당인 수은묘(垂恩廟)와 백(魄)을 모시는 무덤 수은묘(垂恩墓)의 개건(改建)이었다. 정조는 즉위하자 바로 사도세자와 관련된 호칭, 건축물, 제례에 대해 대대적인 개선을 한다. 존호를 ‘장헌(莊獻)’이라 하고, 수은묘의 봉호(封號)를 ‘영우원(永祐園)’, 수은묘(垂恩廟)를 ‘경모궁(景慕宮)’이라 했다. 이와 같이 묘(墓)를 원(園)으로, 묘(廟)을 궁(宮)으로 승격시켰다. 묘는 3단계로 왕과 왕비는 능(陵), 세자와 세자비는 원(園), 대군 공주는 묘(墓)라 했는데 폐세자(廢世子)의 지위에서 죽은 사도세자는 원(園)이 아닌 묘(墓)였다. 영조의 유명(遺命)을 지켜야 하는 정조가 영조의 장례가 끝나기 전에 사도세자의 존호를 새로 올린 것은 대단한 결심의 실천이었다. 정조가 10년 이상을 왕세자로 대리청정하면서 꿈꾸던 일을 즉위하면서 단계별로 시작한 것이다. 영조실록을 살펴보면 사도묘는 56.5칸이였지만, 영조가 크다고 지적해 이건(移建)하면서 그보다 작은 45.5칸의 수은묘로 바뀌게 됐다. 그러나 정조에 의해 재건된 경모궁은 122.5칸으로 종묘에 버
‘낫 놓고 ㄱ자를 누가 모르리/창앳등 ㄴ은 절로 아리라/자 들고 세로 재면 ㅣ자가 되고/홍두깨 가로 놓으면 ㅡ자가 되네’ 1930년대 초 어린이들이 불렀던 문맹타파가(文盲打破歌)의 가사 중 일부다. 조선어학회가 문맹자를 계몽하기 위해 한글강습회에서 보급한, 요즘으로 치면 일종의 ‘문맹퇴치 캠페인송’인 셈이다. 당시 우리나라 인구는 2천만이었다. 그러나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문맹자가 80%에 달했다. 조선시대부터 내려온 폐습이 빚은 결과였다. 여기에 일제의 악랄한 문맹정책이 더해져 날이 갈수록 국민적 문해 능력이 피폐해지자 이런 식으로 글의 깨우침을 강조하고 동시에 기본적인 글자를 쉽게 익히도록 한 것이다. 문맹퇴치운동은 1900년대부터 전개되어 왔으며 일제강점기를 전후해 애국계몽운동과 궤를 같이하며 눈물겹게 이어졌다. 각고의 노력은 해방 후에도 멈추지 않았다. 정부주도 하에 범국민적 운동으로까지 추진됐다. 현재 우리나라의 문맹률은 세계 최저수준인 1%대다. 중국은 문맹률이 50%를 넘는다. 한자의 어려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불행히도 조건이 열악한 아프리카와 비슷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중남미지역은 35%대, 최대 부국이라는 미국도 문맹률이 20%인 것을 감안
깨 /장인수 깨를 턴다. 선풍기를 돌려 바람을 부른다. 알맹이만 남아라. 쭉정이, 티끌, 보푸라기, 부스라기, 잔가지, 깨벌레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거라. 날아가 쌓이는 것들이 알맹이보다 훨씬 많구나. 저것들이 알맹이를 감싸고, 보살폈겠지. 껍데기는 다 소중했구나. 교실에도 껍데기 덮어쓴 학생들이 모여 있다. 깨밭처럼. - 시집 〈교실-소리 질러〉에서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한 시인도 있기는 하였으나, 이는 말하고자 한 바가 달리 있어서였을 것이다. 어쨌거나 껍데기 없이 알맹이는 존재하지 못한다. 껍데기는 아무 짝에도 쓰지 못하는 그저 껍데기가 아니다. 알맹이가 제 능력을 보일 때까지 곱게 쌓아 외부로부터 침범 당하지 않도록 해주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이다. 그것이 한자로는 甲이다. 물론 껍데기는 알맹이를 지키기 위해서만 의미가 있을 뿐이다. 세상은 껍데기이고 청소년들은 알맹이이다. 알맹이의 소중함을 알아야 하고, 껍데기가 알맹이 노릇을 지나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장종권 시인
수원시와 화성시민의 숙원이었던 수원 군공항 이전문제가 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풀려나가고 있다. 지난 14일 국방부가 민간전문가 22명으로 구성된 평가위원회를 구성해 수원시가 제출한 수원 군공항 이전건의서 평가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종전부지 활용방안, 군 공항이전방안 및 이전 주변지역 지원방안, 재원조달 가능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평가한 결과 수원시가 제출한 수원 군공항 이전건의서는 총점 1천점 중 800점 이상을 획득해 ‘적정’ 판정을 받았다. 이날 평가위원회는 수원 공군비행장 이전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수원시는 그동안 ‘수원 군공항은 도시팽창으로 도심지에 위치하게 돼 전시 작전운용에 위험이 따르고 소음피해가 확대되고 있으며 피해에 대한 배상으로 국가 재정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이전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특히 ‘60년 소음에 시달린 주민의 숙원을 해결하고 공군 전력의 현대화를 위해 이전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수원 공군비행장 개발이익금으로 이전사업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며 국방부를 설득해왔다. 14일 양평에서 열린 국방부 수원 군공항이전건의서 평가위원회에서 7조원을 들여 국가 안보 요충지에 기술집약형 첨단 군공항을 건설해 공
엊그제 서울시내 한 동원사단에서 예비군 사격훈련 도중 전대미문의 참사가 벌어졌다. 2박3일 간의 동원훈련에 참가한 한 예비군이 총기를 난사, 2명을 숨지게 하고 2명을 부상시킨 뒤 자신도 총을 쏴 자살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의 행동으로 추정되지만 예비군 훈련장에서 이처럼 무작위로 동료 예비군을 조준 사살했다는 것은 충격적이다. 군생활에 이어 예비군 훈련까지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향토예비군은 향토방위를 위해 조직된 우리나라의 비정규군이다. 지난 1968년 1월 21일 북한은 31명의 무장 부대를 남파하여 청와대 습격을 시도했다. 이틀 후인 23일에는 미 해군의 푸에블로 호를 나포하였다. 자주국방의 필요성을 절감한 당시 정부는 250만 명의 향토예비군 무장화를 통해 북한의 전쟁야욕을 분쇄하고 국민들의 안보의식 고취를 위해 그해 3월 ‘향토 예비군 설치법 시행령’을 제정, 공포하였고 4월 1일 향토 예비군을 창설하였다. 어떻든 47년의 긴 세월동안 전쟁 억지력을 발휘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돼온 건 사실이다. 전투력 증강도 그렇지만 정신전력 향상을 통해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높이는 데도 기여했다. 그러나 유사시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인류 역사이래로 단 한가지 변하지 않는 무예가 있다. 바로 인간과 말이 함께 호흡을 하며 펼치는 마상무예가 그것이다. 전장에 대량살상용 화약무기가 판을 치기 전까지 마상무예는 기병의 필수훈련이었으며, 인간과 말이 함께 만드는 최고의 전투무예였다. 이 지구상에는 수많은 무예가 존재해 왔고, 지금도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그 중 기본이 되는 전통시대의 맨손무예는 ‘초학입예지문(初學入藝之門)’라 하여 무기술을 배우는 기본 몸만들기 및 기본 격투술을 연마하게 되었다. 맨손무예를 익히면서 신체활동 영역을 넓히고, 무기를 사용할 만큼의 기본 근력과 담력을 갖추는 것이 최고의 목표였다. 그런데 수 많은 맨손무예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보법(步法), 즉 걸음걸이의 변화에서 출발한다. 예를 들면 현재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무예인 태권도와 중요무형문화재로 유일하게 지정되어 전수되고 있는 택견의 차이가 바로 걸음걸이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태권도의 경우는 기본 품새에서 주춤서기를 중심으로 앞굽이나 뒷굽이 등의 형태로 걸음걸이가 만들어진다. 그런데 택견의 경우는 ‘능청 굼실’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품밟기를 통해서 자세가 연결된다.
민주주의는 다수를 위한 다수의 정치이면서 동시에 합리성의 제도다. 따라서 여러 사람들이 토론에서 합의에 이르려면 서로 다른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와 합리적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동양사회는 역사적으로 정치적 민주주의와 경제적 자본주의라는 근대의 과정을 거치지 못하고 유교적 왕권주의에서 현대로 직접 뛰어넘었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외피는 갖췄지만 문화로서의 민주주의는 책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수준에 머무르게 되었다. 그 결과 우리는 근대화를 추구하면서 전통적인 인습의 질곡에서 벗어난 것도 많지만, 정치적 사회적으로 토론과 타협과 협상을 통하여 통합할 수 있는 민주주의문화는 만들지 못하였다. 전통적인 유교적 왕권사회에서는 상고주의(尙古主義)라는 정신적 공리에 입각한 원리주의가 있었기 때문에 토론에서 의견을 주고받다가도 문제가 있으면 그 자리에서 해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집에 가서 책을 보고 맞느냐의 여부를 결정해야 했다. 이런 원리는 정치에 있어서도 「유교적 원리와 선왕(先王)의 유지(維持)」를 그대로 받들어야 했기 때문에 미래를 위한 개혁은 금기시할 수밖에 없었다. 정당정치에서 진영논리에 빠져드는 것은 이런 문화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우리 정치와 관련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