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천득 선생은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살 청신한 얼굴이다 /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며 담록(淡綠)의 싱그러움을 수필로 노래했다. 시인 노천명은 ‘푸른 오월’에서 ‘청자빛 하늘이/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연못 창포잎에/여인네 맵시위에/감미로운 첫 여름이 흐른다/라일락 숲에/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내가 웬 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하면서 오월을 ‘계절의 여왕’이라 했다. 김영랑의 시 ‘오월’도 빼놓을 수 없다.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러울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모든게 싱그런 오월이 시작됐다. 꽃과 신록, 눈부신 햇빛이 어우러진 산을 보고…
마을을 떠난 길 /안정훈 마을을 떠난 길은 사라진다 소멸의 틈새를 비집고 일어서는 밟혀도 아프지 않는 풀들이 푸르게 자라고 있다 저물어 가는 사람들이 걸어서 온다 이 길을 걸어서 가본 사람은 안다 아픔도 그리움이 될 때 뼈와 풀은 일가(一家)를 이룬다 - 안정훈 시집 『누군가 내 몸에 살다 갔다』(문학의전당, 2014) 사라지는 것은 어쩌면 시간이 아니라 분리되어 살아 온 삶의 기억이다. 세상을 ‘마을’이라고 부르면 마을을 떠난 발길에게 그 마을의 길도 이미 사라진 것이리라. 밟혀도 아프지 않는 듯 살아가는 사람들, 삶이 저물어갈수록 마을 속으로 돌아오는 사람들은 안다. 밟히고 버려지는 아픔만큼 생애의 뼈와 향기는 결국 하나가 되는 것을. 내가 자리한 이 ‘마을’에서 나는 얼마나 아픔을 견디며 하나가 되고 있는가? 나는 이 마을의 어떤 풍경이 되어가고 있는가 되돌아보게 하는 심상(心象)의 시편이다. /김윤환 시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설립된 것은 지난 2011년 11월이다.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에 이바지’한다는 것이 설립 목적이다. 독립적 지위를 가지는 합의제 행정기관으로서 입법, 사법, 행정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정책업무, 조사 구제업무, 교육 홍보업무, 국내외 협력업무 등을 수행한다. 우리 국민은 물론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에게도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적용된다. 즉 모든 사람의 인권과 자유를 보호한다. 국가인권위원회 지역 인권사무소는 부산·광주·대전·대구 등 광역시 4곳에 설치·운영 중이다. 그런데 ‘광역시급’이긴 하지만 기초지자체인 수원시가 자체 인권센터를 오늘(4일) 개소한다. 수원시는 ‘사람중심 더 큰 인권도시’를 지향하고 있는데 시정의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를 방지하고 침해를 당한 시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인권센터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시는 인권침해 사항을 독립적으로 조사해 권고하는 시민인권보호관 2명을 채용했다. 수원시가 자체적으로 인권센터를 설립한 것은 보다 시민들이 시정과 관련, 발생할 수 있는 인권침해 사
인문학의 본질은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굳이 고전 속에 들어 있는 좋은 문장을 들먹이며, ‘누구는 이런 말을 했네’ 혹은 ‘그의 철학적 바탕은 무엇이네’를 말할 것이 아니라 내 삶 속에서 의문을 깊이 있게 생각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서 인문학은 ‘사색’의 학문이다. 그 어떤 것에 대하여 한번 더 생각하고 이치를 따져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수 많은 길을 만들어가는 행위학문이다. 똑같은 상황이나 문제를 직면했을지라도, 그 생각하는 힘의 차이로 인해 결과는 천양지차로 달라지게 된다. 그 생각하는 힘의 중심에는 ‘나’라는 존재가 있다. 그러나 그 생각하는 힘이 전달되는 것은 나와는 다른 사람이다. 바로 공동체 속에 존재하는 나를 제대로 이해할 때 인문학은 보편성을 갖추게 된다. 나와는 다른 사람 즉, 상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인문학적 발상은 힘을 얻게 것이다. 정치 또한 상대를 두고 하는 것이다. 설사 자신이 목숨보다 귀하게 여기는 생각과 이념 가치가 다르더라도 논리와 정책 그리고 그것의 실행을 통해 인정받으려는 노력 속에서 성장하고 발전해 왔다. 그러나 현
4·29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은 일단 탄력을 받게 됐다. 연금개혁안도 미흡하기는 하지만 합의안이 도출됐다. 이제는 경제 살리기와 각종 국정개혁 과제들을 차근차근히 풀어나가야 할 때다. 그중에서도 차기 총리 인선문제도 중요하다. 공석 중인 총리는 이번 만큼은 실패하지 않아야 한다. 국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유능한 총리가 내정돼야만 국정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2년 여가 지났는데 그동안 임명된 총리는 무려 다섯 명이나 됐다. 여섯 번째 총리를 물색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는 고충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첩과 진영’에서 총리를 고르다보니 총리에 대한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 총리후보자를 찾기 위해 장고에 들어갈 만큼 후임 총리를 고르는 것은 보통 부담스런 일이 아닐 게다. 벌써부터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들이 즐비하다. 그러나 면면을 보면 국민이나 정치권이 공감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면이 없지 않다. 그래도 도덕성과 국정과제 추진력을 겸비한 후임 총리를 빨리 찾아 청문회에 부치는 것이 여러가지로 혼란스런 정국을 속히 매듭짓는 길이다. 그러기에 이번 후임 총리 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막바지 협상에 들어갔다. 공무원연금개혁특위는 실무기구 활동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2일까지 공무원 연금 개혁안 마련을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게 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 실무기구는 기여율을 9.5%로 잡고 있다는데 이들이 제시한 지급률을 적용하면 내년부터 2085년까지 들어가는 총재정부담은 1천637조원(지급률 1.70%) 또는 1천702조원(지급률 1.79%)이라고 한다. 현행 총재정부담은 1천987조원으로 이번 개혁으로 재정부담이 285조~350조원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현재 연금 수급구조는 분명 뒤틀려 있다. 누군가는, 언젠가는 손을 보긴 해야 한다. 그러나 원칙이 있어야 하며 일방적으로 추진돼선 안 된다. 특히 당사자들을 설득해 어느 정도라도 동의를 얻어야 한다. 그것이 다른 사람들도 아닌 국정의 최일선에 서있는 공무원들임에도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부가 힘을 합쳐 몰아쳐대는 것이 현재의 모습인 것이다. 당연히 반발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과장된 홍보와 특정 매체를 이용한 언론플레이로 마치 악덕기업주처럼 국민과 공무원들을 이간질하고 사회적대타협이 전제되어야 할 공무원연금개혁 논의를 토끼몰이하고 있다”는 홍종학 의원의
지자체의 특성 있는 역사와 문화를 대대적으로 홍보하여 지속적으로 방문객이 찾아오도록 하는 일은 미래를 위해서 중요하다. 최근 고양국제꽃박람회장 내에 있는 ‘고양600년 기념전시관’이 지난 주말 1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등 새로운 볼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오랜 역사적 사실을 통해서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꽃박람회 개막당일 2만1천여 명에 이어 주말에는 무려 9만4천여 명이 고양시600년 기념전시관을 다녀갔다. 이는 관람객이 지난해에 비해서 두 배나 늘어났다. 결국 고양지역을 홍보하며 발전되어가는 지역이미지를 크게 제고시켰다. 지역의 특수사업을 지속적으로 아이디어를 가미해서 전개해간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고양600년 기념전시관은 콘텐츠의 다양화와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각종 이벤트가 인기를 끌었다. 방문객들에게 다시 오고 싶은 새로운 지역이미지 제고를 위해서 여론의 총체적인 분석을 기본으로 새로운 호기심과 방문객의 욕구를 진작시켜 가는 일에 더욱 매진하기 바란다. 물론 교통의 편의성과 중심성에 기인한 원인도 크지만 지역특성에 따른 전통적인 꽃박람회의 긍정적인 효과이기도 한다. 앞으로 고양시는 글로벌시대를 선도해 갈…
누구나 한 번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두 번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대기업에서 중장기 사업의 기획팀에서 일을 한 관계로, 중장기 기획업무의 실행단계 ‘위기관리’에 대한 나름대로 경험을 갖고 있다. 대기업에서는 보통 3년 단위 혹은 5년 단위를 중장기계획을 수립한다. 다양한 계량적 기대효과(투자 회수율, 손익분기의 계상 등)와 비계량적 효과(시장잠재수요의 증대, 파급 효과 등)를 철저하게 계산해 투자를 결정하는 것이다. 여기서 대두되는 것이 상황대처에 따른 위기관리 프로그램을 짜는 것이다. 문화 콘텐츠의 개발이라는 업무를 하면서 대기업 기획팀장의 실무 업무를 보면서 경험했던 것들을 지금도 일부는 예술경영에 적용하고 있으며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문화 콘텐츠 사업계획을 수립할 때 큰 도움을 지금도 받고 있다. 왜냐하면 문화 콘텐츠의 기획과 개발이라는 것은, 끊임없는 위기관리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술 경영의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이러한 경험을 갖고 있는 경우는 흔치 않다. 흥행업인 영화나 공연 등에 있어 영화관이나 무대에 올리는 것은 수많은 의사결정에 의해 ‘결과’라는 종착
오산시가 또다시 막대한 혈세를 들여 대규모 자전거 축제행사 개최를 준비하고 있어 곳곳에서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름하여 ‘오산천 두 바퀴 축제’인데 매년 적자 운영으로 애물단지가 되고 있는 문화재단을 비롯해 해마다 열리는 축제와 마찬가지로 선심용에 불과한 일회성 행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번 자전거 축제에서 얼마만큼의 기대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구심이 앞선다. 특히 7시간 행사에 쏟아 붓는 예산이 1억 원이라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산시장은 매년 축제 때마다 시민의 헌신적 노력으로 성공개최를 했다며 비전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동안 오산시의 축제는 ‘자전거 쳇바퀴’ 돌 듯 허공을 가르고 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오산시는 아직도 혈세만 낭비하며 제자리 걸음에 멈춰져 축제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갈 길을 헤매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오산시가 준비한 이번 자건거 축제는 많은 문제점을 돌출시키고 있다. 시작부터 시민들이 아닌 공무원 자전거 동호회만 참여시켜 논란이 일었고 재단 측이 어린이 사생대회를 제외한 나머지 자전거 관련 행사에 민간단체를 배제한 사실이 드러나 과연 누구를 위한 축제를 준비
1991년 30년 만에 지방자치제가 부활되면서 지방의회가 구성되고 1995년 6월 26일 4대 지방선거 실시로 자치단체장도 민선함으로써 온전한 지방자치제가 시행된 지 올해로 20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되는 셈이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겉만 어른이지 여전히 걸음마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방정부의 조직과 인사가 사실상 중앙정부의 통제 아래 있어 무늬만 지방자치제인 꼴이다. 중앙정부의 일상행정의 부하(負荷)를 덜어주고 국민의 정치의식 향상, 도시집중 방지, 정당정치의 저변확대로 지방 엘리트를 양성하는 등 중앙집권 경향에서 파생되는 병폐를 감소시키고 지방의 정치·경제발전을 촉진시키기 위한 지방자치의 본질에 정면 배치되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재정구조의 개선을 통한 ‘재정 자치’의 확립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44.8%로 1995년 63.5%에 비해 되레 18.7%p나 하락했다. 3곳 중 1곳은 자체 재정으로 소속 공무원 인건비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방의 세입 세출 비율부터 불합리한 구조 탓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세출 비율은 4대 6인 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