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좁쌀을 씻어 고슬고슬하게 밥을 짓고 무는 채 썰고 파는 5㎝ 길이로 자른다. 생강과 마늘을 곱게 다지고 고춧가루는 따뜻한 물에 불린다. 적당히 마른 갈치를 5㎝ 정도로 썬다. 조밥과 잘라둔 갈치, 생강, 마늘, 소금, 물에 불린 고춧가루를 넣고 버무려서 항아리에 담고 5~10일 정도 지난 뒤에 무채를 소금에 살짝 절인 다음 꼭 짜서 넣고, 다시 항아리에 담아 3~5일간 익힌다. 경상도 남해안 지방에서 즐겨 먹는 별미로, 예부터 밥반찬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갈치식혜 만드는 방법이다. 명태, 가자미 식혜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식혜로 불린다. 그러나 갈치가 유명한 것은 오랫동안 우리의 식탁을 풍요롭게 하고 있는 생선이기 때문일 것이다. 짭조름한 밥도둑 갈치조림을 비롯, 갈치구이, 갈치국, 김치 담글 때 부재료로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갈치속젓과 갈치통젓, 그리고 별미인 갈치회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입맛 돋우지 않는 것이 없어 더욱 그렇다. 갈치란 이름은 형태가 칼과 같이 생긴 데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칼’을 ‘갈’이라 했던 옛 신라 지역에서는 갈치라 부르지만 그 밖의 지역에서는 대부분 ‘칼치’라 부른다. 우리말 뿌리를 적은 조선시대 어
이 연장이 사는 법 /이향지 이 연장은 조금 안다 흙을 판다 흙을 덮는다 나는 파지 팔지 않는다 나는 흙이 조금 묻어서 돌아온다 나는 굳이 흙을 씻지 않는다 물이 마르면 흙은 알아서 떨어져 간다 흙을 파고 덮는 짧은 사이에 씨앗을 넣었다 흙은 알아서 길게 먹이고 재우고 키워 준다 씨앗은 알아서 일찍 죽거나 서리 내릴 때까지 산다 이 연장은 죽은 것을 캐거나 산 것을 옮길 때도 사용된다 흙은 알아서 가슴을 뜯어 주거나 엉덩이를 들어 준다 흙은 알아서 남몰래 삭이거나 뼈를 남겨 준다 흙이 문을 닫고 겨울로 떠나면 이 연장도 알아서 쉰다 이 연장의 끝은 놀고 있을 때 빛이 죽는다 ― 이향지시집 〈햇살 통조림/천년의 시작〉 이 연장은 정말 조금만 알까? 무엇을, 어떤 것을, 우리가 흙에 대해 아는 것처럼, 흙에 대해 모르는 것처럼, 그러나 파지 팔지 않는 연장이다. 모든 것을 사고파는 것에만 열중하는 세상에서 이 연장은 파지 팔지 않는다. 고집이다. 고귀함이다. 이 조금은 너무 깊은 조금이다. 흙에 대해서도 조금 묻어서 돌아온다. 깊이 묻히지 않는다. 그러나 이 연장은 죽은 것과 산 것 모두에 관여한다. 그래서 흙이 문을 닫고 겨울로 떠나면 알아서 쉬기로 한다. 마
와글와글 끓어오르는 만개한 웃음. 웃음은 날개를 달고 풀풀 날아올라 사람들을 불러들였다. 지난밤을 기점으로 흐드러지게 핀 벚꽃, 축제가 시작된 것이다. 분홍 꽃잎에 하늘거리는 뭇 사람들의 감성도 벚꽃 사이 기웃거리는 꿀벌에 섞여 춤을 추는 시간. 밤이 되자 더 화사해지는 향기, 선을 넘은 유혹은 간혹 또 다른 흥분으로 이어져 고성방가로 떠들다 마침내 나락으로 곤두박질치게도 한다. 벚꽃에 취한 사람들, 벌들에 취한 벚꽃들의 축제. 일 년 중 딱 한 철, 그 한 철의 며칠을 벚나무는 또 얼마나 기다려왔을까. 꽃을 피워내야 한다는 벚나무의 소명을 다 해내기 위해서 말이다. 막을 내린 축제의 끝은 늘 그리움이다. 뭇사람들이 거쳐 간 발자국과 더불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그 화려했던 꽃들의 기억. 사람들은 결코 돌아보지 않는다. 꽃이 떨어진 벚나무는 그저 가로수일 뿐 그에게 꽃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은 듯 무심코 지나칠 뿐이다. 이제 꽃을 기억하는 그리움은 벚나무 혼자의 몫으로 남을 것이다. 또 다시 봄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참아내야 할 긴 담금질의 시간이 될 것이다. 마치 언젠가 빛날 생의 그날을 기다리며 매일을 참아내고 있는 뭇 사람들의 인고의 시간처럼 말이다. 사람
여기저기 꽃소식이 줄을 잇고 있는데 워낙 추운 지역으로 소문난 우리 동네는 깜깜하다. 오히려 꽃샘추위에 부풀어 오른 꽃망울이 걱정이 된다. 괜히 섣부르게 피었다 얼어 죽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작년에는 목련이 피고 이삼일도 못 가서 진눈깨비가 퍼붓고 꽃들은 전부 흙탕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나무에 달린 채로 죽어버리는 참담한 봄이었던 기억이 있다. 작년에는 온 나라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슬픔에서 헤어나기 힘든 시간이었고 지금도 그 가족들이나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결코 지나간 일이 아니다. 그들의 달력은 영원히 4월 16일에서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그 아픔을 어루만지고 일으켜 세워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몰고 가는 몰염치를 보여주는 행태에 염증이 나 시선을 돌리고자 의식적으로 꽃소식에 귀를 기울인다. 나에게 봄은 언제나 게으름을 부리며 느린 걸음으로 온다. 이웃집 지붕위로 목련이 다시 피고 진달래가 피었다는 소리도 들리고 들에 냉이꽃이 핀다. 큰 길에 플래카드가 바람을 맞고 섰다. 주민자치회와 몇몇 단체가 주축이 되어 벚꽃길 걷기 대회를 한다는 소식에 아침 이른 시간이라 참가를 했다. 며칠 전부터 잦았던 비에
빛과 색의 신비를 푸는데 평생을 바쳤던 위대한 철학자이고 과학자이며 대문호였던 독일의 ‘요한 볼프강 폰 괴테’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대화(對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금으로 만든 왕이 뱀에게 묻는다. “금보다 찬란한 것이 무엇이냐?” 뱀이 “빛입니다.”라고 답했다. 왕이 다시 묻는다. “왜 빛이 금보다 좋으냐?” 뱀이, “금이란, 자기 자신만을 밝힐 수 있지만, 빛은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물을 포함해서 만물을 비춰주기 때문입니다.” 왕이 다시, “빛보다 좋은 것은 무엇이냐?” 뱀은, “대화(對話)죠”, 라고 대답했다. 왕이 또 묻는다. “왜 대화가 빛보다 좋으냐?” 뱀이 답한다. “인간은 황금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서로 대화를 하지 않고서는 상대를 확인하고 자신을 발전시킬 수 없지만, 대화를 통하면 상승(相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답했다. 인간은 대화를 통해서 서로를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라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 구분된다. 인간은 서로 이야기
예부터 우리나라는 춘하추동이 뚜렷한 계절 덕분에 철철이 피는 꽃의 종류가 매우 다양했다. 따라서 우리 민족은 산수절경에 싸여 꽃과 함께 시와 노래를 즐겨 불렀다. 꽃을 사랑하고 풍류를 좋아한 탓이다. 특히 꽃은 주로 아름다움·화려함·번영·영화로움 등 긍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서 좋은 일, 영화로운 일에 많이 비유 했다. 꽃에 대한 이 같은 유별난 사랑은 수많은 시나 시조, 가사 등을 남겼고 지금도 진행형이다. 우리의 꽃 사랑은 과거 왕궁에서도 찾아 볼수 있다. 백제 고이왕(古爾王)때는 금꽃으로 꾸민 왕관, 즉 금화식오라관(金花飾烏羅冠)을 썼다. 관모에도 꽃 모양의 납작한 금판(金板) 한상을 붙였으며 관리들에게는 은으로 만든 꽃으로 관을 꾸밀 정도였다. 이런 전통은 고려시대에도 이어졌다.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왕성을 지키는 친위군장들이 금화(金花)로 장식한 모자를 썼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사(高麗史)에는 금화장식이 된 모자를 과거에 급제한 사람에게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엔 과거 급제자들에게 임금이 어사화를 하사 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의 꽃 재배는 어제 부터일까. 그 첫 기록은 동사강목에 나와 있다. 백제 진사왕 때인 390년에 궁실에 연못을…
접근 /김하늬 두렵다 나는 벽을 쌓고 있는 그대가 집을 짓고 있는 그대가 나는 무섭다 그대와 조용히 대화를 나누고 싶어도 내가 가까이 가기만 하면 새처럼 멀리 날아가 버리는 그대 두렵다 나는 등을 돌리고 있는 그대가 말을 않고 있는 그대가 나는 무섭다 다정하게 그대와 산책을 하고 싶어도 내가 가까이 가기만 하면 말처럼 잘도 달아나 버리는 그대 두렵다 나는 눈을 감고 있는 그대가 옷을 바꿔 입고 있는 그대가 나는 무섭다 이 세상에는 서로 말을 주고받고 정을 나눌 수 있는 대상이란 얼마 되지 않는다. 서로를 사랑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지 않고 서로를 아껴주지 않는 비극은 사회 구조적인 제 모순에서 시작된다. 우리 모두는 분명히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목숨이 유지되고 현존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통하는 일은 벽을 무너뜨린 것이다. 쉬운 일 아니지만 내려놓은 자가 이긴다. 말로만 이웃사랑을 형제라고 외치던 어느 날이 기억난다. 권위의식, 개인주의를 먼저 버릴 수 있는 용기를 주면 어떨까? 이 시는 말을 하고 있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
경기도의 ‘남경필 연정(聯政)’이 경기도내 여·야를 넘어 타 지자체까지 확대되고 있다. 도는 오늘(20일) 남경필 지사가 강원도청을 방문해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상생 협력을 위한 우호교류 협약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남 지사는 지난 11일 최 강원지사에게 광역지자체 간 연정을 하고 싶단 뜻을 밝힌 바 있는데 여당 새누리당 소속 남 지사의 제의를 야당 새정치민주연합 소속인 최 지사가 흔쾌히 받아들여 성사된 것이다. 오늘 두 지자체의 도지사들은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확충 ▲비무장지대(DMZ) 공동 방제 ▲인접지역 소방 활동 등 안전 분야 공조 ▲공무원 인적교류 등을 약속할 예정이라고 한다.(본보 17일자 1면) 이 가운데 경기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은 소방 활동 공조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연천-철원, 포천-화천, 가평-춘천, 양평-홍천, 여주-원주 등의 경계가 접해있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산간지역이나 오지, 농촌지역으로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해당 행정중심지에 있는 소방서의 진화인력과 장비도착이 늦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이웃한 지역의 도움이 더 필요한 것이다. 경기도와 강원도는 앞으로 인접 지역에서 발생하는 화재 뿐 아니라…
수원문화원과 본보가 공동 주최한 ‘수원화성 돌기’ 행사가 세계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지난 18일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이 행사에는 수원시민 각급학교 학생 등 1만여 명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행궁 광장을 출발한 이들은 팔달산 화성장대로 올라가 화서문~장안문~화홍문~방화수류정~연무대~창룡문 등 5㎞를 돌며 동양 성곽의 백미로 불리는 수원화성을 직접 체험했다. 수원화성은 특히 최근 문화관광부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대표 관광지’에 선정돼 그 의미를 더했다. 시민과 학생들은 서로 손을 잡고 성곽길을 걸으며 한창 무르익은 봄의 정취를 만끽했다. 수원화성이 유네스코로부터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받은 것은 2007년이어서 벌써 7년이 됐다. 성곽이 군사적 목적이었다기보다는 오히려 정치·경제적 측면과 정조대왕의 효심이 서려있는 철학 그 자체여서 지정에 큰 힘으로 작용했다. 게다가 김홍도를 비롯한 예술가들과 채제공, 정약용을 포함한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건설에 참여한 역사의 현장이다. 특히 기중기의 효시라 할 수 있는 거중기의 사용, 목재와 벽돌의 조화를 이룬 축성 방법 등 실사구시에 바탕을 둔 새로운 기술을 축성에 도입했다. 화성성역
세상 모든 것에는 순서가 있다. 앞에 할 일과 뒤에 할 일이 있는 것이다. 만약 그 앞뒤를 바꿔서 진행하려 하면 일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옛말에 ‘급하다고 바늘 허리에 실 꿰어 쓰려한다’는 말처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순서와 과정은 몽땅 생략하고 일을 추진하는 경우가 종종 벌어진다. 심지어 국가 정책과 같은 큰 안목으로 풀어 갈 일들도 오로지 눈에 보이는 결과만을 중시하는 성과지향주의적인 발상으로 앞뒤를 가리지 않고 정책이 추진되는 경우도 많다. 눈 앞에 보이는 현상이나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졸속으로 일을 추진하다보니 아예 거꾸로 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무예수련에서도 이런 순서와 관련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 대부분 수련인의 근시안적인 욕심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으로 단순히 수련의 성과를 높이지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몸을 다치게 하는 일까지 생기는 것이다. 어떤 무예든 간에 기본적으로 신체의 역량을 강화하거나 유연성을 높이는 것부터 무예는 시작된다. 그 무예를 담는 그릇인 몸을 체계화시키는 것이 근본이다. 자기 스스로가 자신의 몸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 안에 아무것도 담을 수 없다. 이런 이유로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