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는 민족분단의 상징으로 휴전 이후 지금까지 남북이 총과 대포를 마주하고 대치하는 일촉즉발의 현장이다. 지금도 간혹 총소리와 대포소리가 들리며 전운이 감돌기도 한다.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는 군사구역 DMZ일원엔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생태가 잘 보존돼 있다. 식물과 동물의 천국이 되고 생태계의 보고가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관광지가 되고 있다. 이런 DMZ를 지자체가 그냥 두고 지나치지 않았다. 관광지로 개발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하지만 그동안 DMZ 사업은 개발에만 치우쳤다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경기도가 지난 1월에 발표한 ‘2015 DMZ 발전계획’은 이런 지적을 수용, DMZ 보존을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계획에는 민통선 내 캠프 그리브스 폐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안보전시관으로 재활용하겠다는 사업도 포함돼 있다. 이곳에 2018년까지 355억원을 들여 병영·생태체험관과 역사전시관, 휴양시설 등을 조성하는 역사공원 조성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미 캠프 내 병사숙소 1개동을 리모델링해 청소년 안보체험시설로 활용하고 있다. 도는 또 ‘나라사랑 DMZ 캠프’, ‘평화가족 한마당’ 등 어린이·가족 행사를
서울대트렌드분석센터에서 발간한 ‘트렌드 코리아 2015’의 10대 트렌드 상품을 살펴보면 눈에 띄는 항목이 있다. ‘숨은 골목 찾기’가 그것이다. 예전에는 낙후되고 촌스럽다고 인식되던 골목들이 복잡한 도시 속 잠깐의 휴식을 주는 곳, 젊은이들의 새로운 아지트와 데이트 코스로 새롭게 인식되면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모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붐을 타고 청년 사업가들이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담긴 가게들을 열고, 예술가들이 담벼락과 집들 위에 예쁜 그림을 그리면서 골목 풍경은 더욱더 아기자기하게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바람이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사람들의 가치관과 생각의 변화를 타고 불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취향은 점차 섬세해지고 있다. 아름다운 것에 대한 기준은 보다 일상적인 것, 가까운 주변의 것으로 중심을 두기 시작했다. 마치 첨단기술과 경제력의 상징이라도 되는 양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빌딩들의 도심에서, 어린 시절의 향수와 잔잔한 힐링의 분위기를 선사하는 골목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물론 으리으리하고 위풍당당한 것도 좋은 것이다. 그러나 한쪽으로만 치우쳐 있는 현상은 그게 뭐가 됐든 결코 좋
‘눈 먼 돈’으로 불리는 실업급여 부정이 아직도 뿌리뽑히지 않고 있다. 중부고용노동청이 이번에 또 실업급여 부정수급사례를 적발했다. 지난해 12월부터 두달 간 건설일용근로자의 실업급여 부정수급을 예방하기 위해 건설업 사업장에 국한해 특별점검을 한 것이다. 점검 결과 적발된 것은 5개 사업장에서 총 33명, 금액은 1억6천만원이다. 점검법위를 늘렸다면 불법사례는 더 늘어났을 것이다. 이번에 적발된 부정수급자들은 공사현장에서 실제 일하지 않았는데도 현장소장, 작업반장과 짜고 고용보험 근로내역을 허위로 신고한 뒤 실업급여를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실업급여는 4대 보험의 하나인 고용보험 가입 근로자가 실직하여 재취업 활동을 하는 기간에 소정의 급여를 지급하는 제도다. 실업으로 인한 생계불안을 극복하고 생활의 안정을 도와주며 재취업의 기회를 지원해주기 위함이다. 이때 실직이란 본인이 근무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 자발적 실업임에도 회사에서 서류를 만들어줄 때부터 편법은 동원되기 시작한다. 그래서 고용보험 허위신고 사례도 많이 적발돼 사업주가 형사 고발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 같은 사례가 지속적인 단속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고 있
필자가 과거 공직에 있을 때, 장관급까지 지낸 어느 선배와 점심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 선배는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으면 다른 일을 시작했을 텐데 여생이 얼마 안남은 줄 알고 계획없이 지냈다’고 후회하는 말을 하셨다. 그분은 53세에 퇴직하였는데 그 말씀 하실 때는 72세였고, 금년에 80세인데도 아직 건강하시다. 본인이 만든 작은 연구원에 출근하고는 있지만 적극적인 생산적 경제활동을 못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700만명을 웃도는 베이비붐 세대가 본격적으로 은퇴시기를 맞고 있다. 전후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나 각고의 노력으로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데 기여한 세대이다.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면서 이들 세대는 능력과 경험이 충분함에도 산업 현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고스펙, 고임금일수록 더 위험하다. 우리사회는 저금리시대를 맞고 있어서 은행예금에서 나오는 이자만으로는 도저히 생활할 수 없게 되어 퇴직하는 사람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5억원을 모았다고 하더라도 이자수입에서 세금 떼고 나면 월 100만원 수준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향후 20년 또는 30년 노후생활 기간중 계속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젊은이들도 취업을 못
연말정산 파동, 공무원 연금 개혁 문제, 그리고 지금은 정부가 꼬리를 내렸지만 주민세, 자동차세 인상 발표. 이런 문제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 문제들의 공통점은 바로 정부 여당의 이른 바 공약 지키기 콤플렉스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대선 당시에 이른 바 ‘증세 없는 복지’를 공약했었다. 그리고 정부 여당은 대통령의 이런 공약을 지키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리를 개발했다. 예를 들어 주민세는 세금이라기보다는 일종의 ‘회비’ 같은 성격이라고 주장한다든지, 연말정산 문제를 얘기하며 이것은 결코 증세가 아니라는 식의 논리를 펴며 국민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더해 청와대 안종범 경제수석의 말은 그 백미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사전적 개념 학계 개념도 증세는 이른 바 정부가 목적을 갖고 제도적으로 세제개편을 해서 세율 인상 통해서 하는 행위를 증세라고 합니다.”라고 하며 지금 정부의 행위는 결코 증세가 아니라는 입장을 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주장에 과연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분명한 것은 지금 학술적 개념 정의에는 아
‘국태민안 가급인족(國泰民安 家給人足)’ ‘우순풍조 시화년풍(雨順風調 時和年豊)’ 그리고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에 이르기까지 예부터 입춘이 되면 각 가정에서는 이 같은 입춘축(立春祝)을 대문이나 문설주에 붙였다. 지금은 비록 줄어들긴 했어도 아직 도시, 시골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입춘축은 가정의 건강과 복을 빌고 나라의 안녕을 기원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나라에서도 입춘은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입춘이 새해에 드는 첫 절후라 해서 궁중에서 의례를 베풀었기 때문이다. ‘고려사(高麗史) 입춘하례의(立春賀禮儀)’에 의하면 ‘인일(人日)의 축하 예식과 동일하나 다만 입춘에는 춘번자(春幡子)를 받는다’고 했고 ‘입춘날에 백관이 대전에 가서 입춘절을 축하하면 임금이 그들에게 춘번자를 주고, 이날 하루 관리에게는 휴가를 주었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으로 치면 입춘하례(立春賀禮)가 있었던 셈이다. 임금이 하사한 춘번자는 비단을 잘라 만든 작은 표기를 말한다. 그런가 하면 문신이 지은 연상시(延祥詩) 중에 좋은 것을 뽑아 연잎과 연꽃무늬를 그린 종이에 써서 궁궐 여기저기 붙였다. ‘경도잡지(京都雜志)’에 따르면 이를 춘첩자(春帖子)라 했으며 적는 글은 입
‘매일 사고현장을 찾던 아버지의 모습에 늘 안타깝기만 하던데, 그렇게 너그럽게 베푼 마음이 태어날 손녀와 당신 아들에 고스란히 전해져 좋은 곳에서 편히 눈감을 겁니다.’ ‘whtmznfzja’라는 네티즌은 댓글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네티즌들의 반응도 한결 같았다. 지난 10일 새벽 임신 7개월 된 아내의 임용고시 응시를 돕기 위해 화물차 기사 일을 하던 강모씨는 청주시 흥덕구의 한 도로에서 뺑소니 차량에 치어 숨졌다. 사범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하고 임용고시를 준비해오던 그는 형편이 어려웠던 탓에 함께 시험을 준비하는 임신 7개월의 부인을 위해 화물트럭 운전을 하면서 뒷바라지해 왔다. 그는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들고 집으로 가던 중 뺑소니 사고를 당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누리꾼들은 이 사건을 ‘크림빵 아빠 사건’이라고 부르며 이른 바 ‘네티즌수사대’를 꾸려 번호 판독 및 특이점, 여러 사진과 함께 분석내용이 담긴 게시글을 올리는 등 범인 검거를 적극 도왔다. 그리고 취중 사고를 낸 뺑소니 사건 범인은 자수했다. 자수를 결심한 그의 용기, 자수를 설득한 아내의 정의로운 판단에 죄의 유무를 떠나 인간적인 동정심이 생긴다. 그런데 더욱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대입 정시모집 발표가 잇따르자 각 고등학교 정문에는 현수막이 걸린다. ‘00대 00명’ 등 이른 바 명문대 합격 숫자와 ‘서울 4년제 000명’ 등 특정 학교 합격을 알리는 내용이다. 이에 질세라 중학교에도 같은 내용들의 현수막이 여지없이 걸린다. 과학고 외국어고 예술고 자율고 영재고 등의 합격자 이름이 게시된다. 급기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년 ‘특정학교 합격 홍보물 게시에 의한 학벌 차별 관행 개선을 위한 의견표명’을 받아들여 각급 학교에 현수막 철거 및 홈페이지 공시를 하지 않도록 권고했다. 학벌차별을 유발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인천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국가인권위의 이 같은 의견을 적극 수용해 관내 학교에 안내하며 게시 관행 자제를 당부했다. 학교 측이 남보다 열심히 가르친 결과를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주민들에게 홍보한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아도 입시위주의 교육을 부추기고 학력, 학벌에 의한 차별화를 조장한다는 측면에서는 다분히 부정적이다. 특히 청소년기는 각자가 가진 서로 다른 다양한 가능성을 검증받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여서 더욱 그렇다. 합격홍보 현수막 게시의 병폐를 조사한 시민단체도 있었다
전통시대에 무예는 기본적으로 전투에 활용되었기에 무기를 다루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중 칼을 사용하는 도검술은 다른 어느 병장기보다 효과적으로 사용되었다. 그래서 아무리 긴 창이나 월도와 같이 무거운 무기를 사용하는 군사들도 기본적으로 짧은 칼을 사용하는 훈련을 했으며, 심지어 원사무기를 활용한 궁수(弓手)나 조총수(鳥銃手)도 근접거리 전투를 위해 허리에 짧은 칼을 패용하고 전투에 임했을 정도였다. 검술 수련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된다. 첫째는 칼이 움직일 때 만들어내는 기본 각도를 몸이 이해하도록 훈련하는 기본기법 수련, 둘째는 칼의 공방을 가상으로 만들어 연결 지어 수련하는 검법 수련, 셋째는 일대 일 혹은 일대 다수가 직접 다양한 무기를 가지고 서로 몸과 몸을 부딪치며 힘과 충격력을 느끼는 교전법 수련, 마지막으로 정확한 힘과 속도를 가늠하기 위하여 인체가 아닌 대나무나 짚단 등 다양한 소재를 직접 공격하는 베기법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네 가지 수련법을 적절하게 안배해야 좋은 검선(劍線)과 실전성을 구비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근래에 무예가 신체수련에 그치지 않고 남에게 보이기 위한 시범 공연화 되면서 네 가지 수련법 중 오직 베기에 치우친 모
최근 가스 누출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관들이 누출된 가스 양과 추가 누출 여부 등을 확인하고, 주민들의 접근을 막거나 대피시키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했어야 하는데, 그러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 가스폭발이 일어났다면 해당 소방관이 소속된 지방자치단체는 가스폭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4다 58108판결). 2008년 9월22일 여주군에 있는 상가 건물 지하에서 원인 모를 가스가 상당량 누출된 후 폭발하여 상가건물이 완파되고 건물 주변에 있던 많은 주민이 상해를 입거나 사망한 가스 폭발 사고(2명 사망, 30여명 부상)가 있었는데, 사고의 피해자들이 가스시공업자, 한국가스안전공사, 경기도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의 판결이 6년 여만에 확정된 것입니다. 통상 위와 같은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 및 형사재판이 먼저 이루어지게 되는데 그 결과가 민사재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위 사건에서도 먼저 진행된 형사재판 과정에서 가스 폭발 사고에 대한 책임소재와 관련하여 가스가 누출된 장소, 누출된 원인, 점화원이 무엇인지 등에 관하여 첨예한 대립과 논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