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역시 ‘희망’은 ‘바람’으로 끝났다. 사자성어 얘기다. 2014년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는 ‘전미개오(轉迷開悟)’였다. 전미개오는 어지러운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의 깨달음에 이르는 불교용어다. 청마해에 속임과 거짓됨에서 벗어나 세상을 밝게 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나 연말, 한해를 되돌아보는 평가는‘지록위마(指鹿爲馬)’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처럼 1년동안 거짓된 행동이 우리사회에 횡횡했다고 해서 선정됐다. 지난 2001년부터 연말만 되면, 대학교수들은 새해의 희망을 함축적으로 담은 사자성어를 발표해 왔다. 이 풍속도는 교수신문이 국내 일간지에 칼럼을 쓰는 일정 수의 교수들에게 설문조사를 한 후 투표로 순위를 결정, 발표하면서 등장했다. 그리고 2006년부터 새해 희망의 사자성어 발표 직전, 한 해를 뒤돌아보는 ‘올해의 사자성어’도 함께 선정·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희망은 바람으로 끝나기 일쑤였다. 연초와 상반된 사자성어가 그해 연말이면 어김없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생각한대로 안 되는 것이 세상살이인것처럼 사자성어의 풀어 논 뜻이 올해처럼 어느 한해 희망대로 맞아떨어진 해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2011년만 하더라도 연초 사자성어
경기도의회의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과 새누리당 대표단과의 협상을 해 결론을 내렸지만 새정치연합 예결위 소속 의원들이 협상 내용에 반발하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도의회는 지난 19일 제292회 정례회 본회의를 열고 도와 경기도교육청이 제출한 2015년도 예산안을 의결 할 예정이었으나 본회의가 개회조차 되지 못하면서 예산안 처리가 불발됐다. 지난 16일 본회의 미처리에 이어 두 번째다. 더욱이 경기도의회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포함된 이른바 ‘100억원대 쪽지예산’을 여야 합의로 반영키로 한 것도 문제다. 이 예산은 최소 70%를 부담해야 하는 일선 시·군과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경기도 부담분만 일단 확보한 것으로 전해져 논란을 빚고 있다. 국회를 닮은 ‘묻지마 예산’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도의회 여야 대표는 지난 19일 정례회 폐회 본회의에서 논란이 제기되면서 새해 예산안 처리를 오는 24일로 미뤄졌다. 새해가 시작되기 30일 이전에는 확정돼야 할 예산안이 자꾸 미뤄져 걱정이다. 도의회 농정위도 지난 19일 도의회 1층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의 예산 편성과
경기도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올해 11월 현재 23만8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통계청의 발표이기도 하다. 올해 전국적으로 증가한 54만3천개의 일자리 가운데 무려 44%를 차지하는 것이다. 도는 이 같은 자리 창출 성과가 본격적인 민선6기 일자리 70만개 창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고 자찬하고 있다. 남경필 지사는 ‘최고 복지는 일자리’ 라며 ‘민선6기 일자리 70만개 창출’을 도정 최우선 과제로 선정한 바 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올 한 해 일자리 정책 평가에서 많은 상을 타기도 했다. 2014 전국 지방자치단체 일자리 대상, 지역일자리 브랜드 경진대회 우수상 등 6개나 수상했다. 22일엔 지역 노사민정 협력활성화 공로상(총리상)도 받았다. 고용부 관계자의 말처럼 경기도는 각종 사업체가 집중돼 있어서 국내 고용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경기도의 일자리 창출 노력 여하는 이 정부의 고용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일자리 만들기는 만만치 않다. 도 관계자의 말처럼 중국 제조업 부상, 엔저(低)가속화 등에 따른 도내 기업들의 경쟁력 악화, 최근 지속되고 있는 내수부진 등 고용불안 요인이 상존하기 때
갑오년 새해를 밝히는 해오름이 채 동해를 벗어나기도 전에 자본주의 국가거래 시스템의 최첨단을 유지한다는 보안창구에서 도저히 믿기 어려운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우리나라 주요 카드3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1억 4천만건에 달하는 국민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고 총 피해국민은 2천만명에 달하는 대형 금융사고가 터진 것이다. 대책을 세운다며 온갖 감언이설을 쏟아낸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이미 새나간 정보는 언제, 어디서 우리를 공격해 올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세월호 참사는 애도로 규탄으로 모든 국민들의 삶과 사회에 대한 과거, 현재, 미래를 다시 되돌아 볼 수 있는 성찰의 기회를 던졌다. 안전불감증이라고 치부하는 천박한 권력과 자본 앞에서 선량한 국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두렵지만 원하지 않은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안전한 세상을 위해 하루하루를 이겨냈다. 정권과 자본의 자기반성 없는 시대를 보는 우리는 앞으로도 긴 세월을 눈물과 비통함에서 보내야 함에 숨이 턱턱 막힌다. 소위 ‘관피아’, ‘철피아’ 등 ‘~피아’라는 신조어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이어갔다. 세월호 참사로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결혼식이 많다. 결혼식장에 가보면 그 집안 일생일대의 과업을 축하하는 현장으로, 그간 부모와 결혼 당사자가 열심히 살아온 결실로 이러한 기회를 맞게 되었구나 생각되어 감회에 젖을 때가 많다. 그리고 결혼은 가족의 일이기도 하지만 출산을 통해 미래 인재를 키워내고 민족과 인류가 계속 이어가도록 하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중대한 일이기도 하다. 이렇게 큰 의미를 갖는 결혼에 대해 국가는 세금상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 지 알아보자. 우리 헌법은 혼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고, 혼인을 강제하거나 혼인으로 불리한 입장에 서는 일이 없도록 하고 있다. 세법에서도 헌법정신에 따라 혼인으로 인해 과세상 불리해지지 않도록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다. 소득세법은 개인단위주의를 채택해 각 개인 별로 납세의무를 지우고 있다. 소득을 세대단위로 합산한다면 현행 초과누진세율 구조 아래서는 결혼 후 부부의 소득세 부담이 결혼전 두 독신자의 부담보다 현저히 증가되는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종전에는 개인단위주의를 원칙으로 하면서도 자산소득에 한해 부부단위로 합산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소득세 부과에 있어 혼인한 부부를 차별 취급하는 것으로써 헌법에 위반된다고 200
교과서도 사실은 별것 아니라고 하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하거나 당장 부정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건 사실이다. 학교교육이 대학입시에 종속되지 않고 교육과정에 따라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선진국에서는 엄연한 사실이다. 그런 나라들은 ‘교육과정 기준’을 잘 만들고 교과서를 그 기준 운영·관리의 자료·도구로 삼는다. 우리처럼 교육내용 하나하나를 두고 일일이 간섭하거나 왈가왈부하기보다는 교육목표 달성을 철저히 관리한다. 교과서는 당연히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제작·선정·활용한다. 그게 의무이자 권리이다. ‘바이블(성전)’의 의미를 가진 ‘교과서’라는 이름을 아예 없애버린 나라도 있다. 우리도 이론상으로는 다 알고 있다. 여러 학자들이 이미 1970년대부터 수십 년째 그렇게 주장해왔다. 학교교육은 교육과정을 관리하는 체제로 운영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수업자료, 학습도구에 지나지 않는 교과서를 성전(聖典)으로 여기고 있어 교사들은 그 내용을 전달하는 단편적 지식 주입에 치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실상이 드러난 사례가 대학수학능력고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는 예부터 세시명절로 여겨왔다. 조선시대에도 동지를 '다음 해가 열리는 날 즉 아세(亞歲)' 또는 '작은 설'이라고 했다. 이런 동지는 드는 시기에 따라 별칭이 있다. 동지가 초순에 들면 애동지, 중순에 들면 중동지, 하순에 들면 노동지라 하는데 중동지와 노동지에는 팥죽을 쑤지만 애동지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 그 까닭은 아이에게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팥죽을 먹었다는 기록은 고려시대부터 등장한다. ‘익재집(益齋集)’에 동짓날은 흩어졌던 가족이 모여 팥으로 쑨 죽을 끓이고 채색 옷을 입고 부모님께 장수를 기원하며 술을 올리는 것을 큰 즐거움으로 여겼다는 기록이 있다. 그러나 경로사상의 일환으로 먹던 팥죽이 악귀를 물리치는 세시음식으로 언제 변했는지는 정확치 않다. 중국 세시기 가운데 가장 오래된 ‘형초세시기(荊楚歲時記)’에 동지팥죽의 유래가 있다. ‘요순시대 공공 씨(共工氏)에게 바보 아들이 하나 있었다. 그 아들이 동짓날에 죽어 역질 귀신이 되었는데 생전에 팥을 두려워했으므로 동짓날 팥죽을 쑤어 물리쳤다’는게 그 내용이다. 조선후기 풍속집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는 이같은 내
지난 3일 충북 진천군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청주와 증평, 음성 등으로 확산되며 수도권 지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충북 전체 12개 농장으로 확산된 데 이어 호남지역에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충북에서만 살처분된 돼지는 1만5367마리로 방역당국과 인근 자치단체가 구제역 확산방지에 고심하고 있는 터다. 경기도 인근 접경지역이 전전긍긍하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구제역 위기경보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되면서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어 지난 2011년 구제역의 공포가 되살아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구제역은 발굽이 2개인 소·돼지 등의 입·발굽 주변에 물집이 생긴 뒤 치사율이 5∼55%에 달하는 가축의 제1종 바이러스성 법정전염병이다. 구제역에 감염된 동물은 잘 일어서지 못하고 통증을 수반하는 급성구내염과 수포가 생기면서 앓다가 죽는다. 구제역은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이 병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하며 감염된 동물과 접촉한 모든 동물은 소각하거나 매장해야 한다. 경제· 사회적 피해가 엄청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34년 처음 발생했다가 2000년 경기도 파주지역에서 발생, 충청도 지역까
수원시민들은 박춘봉 사건 이후 수원역 인근과 고등동, 매교동 등의 외국인밀집우범지역을 기피하고 있다. 이곳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은 더하다. 2년 전 오원춘 사건이 발생했던 지동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진 바 있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이 있는 역사와 문화의 도시이자 안전도시를 꿈꿔 온 수원은 이 두 사건으로 인해 외국인 범죄의 도시란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살인의 도시 수원’ ‘수원이 무서워졌다’는 인터넷 누리꾼들의 반응에 수원시민들은 상처 받고 억울하다는 하소연을 하고 있다. 수원시민이 일으킨 사건도 아닌데 말이다. 실제로 두 사건의 범인은 모두 중국 국적의 외국인들이다. 박춘봉 사건의 피해자 역시 중국인이다. 그런데 죄 없는 수원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들을 보는 수원시민들의 눈초리가 고울 리 없다. 특히 불법체류자들은 강력히 단속해서 모두 내보내야 한다는 여론이 터질 듯이 팽배하다. 이런 상항에서 경기지방경찰청이 관련범죄가 많은 외국인밀집 지역을 ‘외사 치안안전구역’으로 선정, 특별 관리에 나섰다. 경기청은 경찰관기동대와 외사요원을 이 지역의 특별방범 활동에 집중 투입, 치안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피해 당사자인 수원시
보통 사람들은 ‘무예’라는 단어를 머리 속에 떠올리면 신체를 통해 뿜어 나오는 강력한 힘과 빠른 속도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무예의 본질에는 힘과 속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섬세함이다. 만약 무예에서 섬세함을 뒤로하고 오로지 힘이나 속도에 의존하게 되면 말 그대로 힘자랑하는 싸움꾼의 기술로 전락하고 만다. 처음 무예를 수련할 때에는 멈춰있는 물체를 손이나 발을 이용하여 타격하거나 칼이나 봉을 이용하여 공격하는 기법을 수련한다. 초보 수련생의 경우는 어깨나 허리에 힘을 잔뜩 줘서 세고 빠르게 물체를 공격하려 하기에 부자연스러운 자세와 제대로 된 공격지점을 맞추기가 어렵다. 수련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어깨와 허리의 힘이 빠지면서 섬세하고 정확한 움직임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멈춰있는 무생물의 물체에 대해 어느 정도 정확한 타격을 만든다고 해서 그것이 실전에 활용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와 대적하는 상대는 살아 있는 생명체로 쉼없이 움직이며 나의 동작에 따라 반응하기에 더욱 신중하게 몸을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보통 갓초보를 벗어난 수련자들이 실제 상대와 맨손 겨루기나 격검을 시작하게 되면 긴장감으로 인해 쓸데없이 어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