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이제 막바지로 들어섰다. 단풍으로 울긋불긋 하던 산들은 어느새 갈색으로 변하고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만 꿋꿋이 변치 않는 그 모습 그대로 산을 지킨다. 물론 남부 지방은 이제 단풍이 한창이라고도 하지만 중부산간 지방은 벌써 첫눈이 내렸고 고인 물은 얼고 밖에 세워 놓은 차는 하얗게 성에를 뒤집어쓰고 밤을 새운다. 한 때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앙상한 가지만 남은 은행나무는 다른 나무나 들풀처럼 마른 이파리 하나 지니지 못해 유난히 추워 보인다. 가을날에는 멀리서 보아도 금방 눈에 띄던 금빛 잎은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으나 아무것도 지닌 것이 없는 가장 초라한 몰골로 서 있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계절의 질서에서 비켜갈 수는 없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한다. 우리 삶에 있어서도 영화는 이렇게 짧게 지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나 이제는 짧았던 영화보다는 가을의 상징으로 여기던 은행나무가 가로수에서 퇴출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시야를 가리고 은행잎의 특성상 미끄러운 성질 때문에 길에 떨어지면 지나가는 사람들도 그렇고 차도에 쌓이면 미끄러워 위험한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 후 은행나무는 윗부분이 잘려
지난 11월4일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는 내년도 도 예산에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발표하여 큰 논란이 일었다. 이와는 다른 맥락에서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는 11월6일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재원을 더 이상 부담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도 내년도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 예산을 중앙정부가 책임지라며 동조했다. 지자체장과 교육감들이 복지재원의 부담문제를 놓고 중앙정부와 벼랑 끝 대치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양상이다. 급기야 11일에는 경남도의 18개 시군이 내년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기로 뜻을 모았다. 사태 전개에 따라서는 현재 시행되고 있는 복지의 중단이라는 파국적인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지방은 중앙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노인기초연금과 무상보육을 시행하면서 그 부담을 지방정부에 떠맡겨 가뜩이나 옹색한 지방재정을 파탄지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아우성이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가 당연히 떠맡아야 할 책임을 중앙정부에 전가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복지재원을 둘러싼 중앙과 지방정부 간 갈등은 빠르게 여야 정치권으로 옮겨 붙어 증세 논란으로 불거지고 있다. 여권이 지금껏 고수해 온 &ls
미국의 가족학자 ‘스테파니 쿤츠’는 그의 저서 ‘진화하는 결혼’에서 사랑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건 18세기 유럽에서 생긴 현상이라고 했다. 이같은 말에 비추어 볼 때 그 이전에는 사랑이 결혼의 결과이지 이유로 보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쿤츠는 18세기 이전의 결혼은 성생활과 자녀 양육, 노동력 분담,재산 축적을 위한 거래이자 비즈니스였다는 고도 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자식이 어릴 때 부모들끼리 짝을 맺어주는 조혼 풍습이 대표적인 예라고 밝혔다. 그러나 결혼의 조건이야 어떻든 일단 하고 나면 거의 모든 부부가 번민에 휩싸이기는 마찬가지다. ‘발열로 시작해 오한으로 끝난다’ ‘해도 후회하고 안해도 후회한다’.‘결혼 전엔 공작, 결혼하면 당나귀’ ‘전쟁터에 나갈 땐 한 번, 바다에 갈 땐 두 번, 결혼할 땐 세 번 기도하라’ 등등 결혼에 관한 명(?) 문구들을 나열할 필요도 없다. 남남이 만나서 사는게 결혼인 만큼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사소한 말다툼이 쌓이면서 애정도 자주 식는다. 덩달아 부부간의 의무, 가족에 대한 책임도 흔들리게 되고 결국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을 깨버리기 일쑤다. 물론 슬기롭게 극복하는 부부들이 더 많다. 우리사회를 지탱하는 근간이
규제 개혁이나 완화문제를 논할 때 영국의 사례가 거론된다. 마가렛 대처는 투자를 촉진시키기 위해 기업활동을 막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하는 구조개혁을 실시했다. 이 결과 노동시장 유연성이 높아지고 해외 직접투자 유입액이 많아졌다. 가히 ‘규제백화점’이라고 할 만한 우리나라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기업 활동을 옥죄고 있는 온갖 규제를 완화하거나 철폐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됐다. 박근혜정부는 취임 1주년 때 ‘경제침체를 회복하는 길은 규제완화밖에 없다’고 공언했다. 아예 ‘규제는 죄악’이라는 인식도 갖고 있다. 사실 심한 규제들이 있었다. 지난 2004년 1월 당시 고건 총리가 정부중앙청사에서 경제계 인사 및 민간전문가, 관계공무원 등 10명을 초청, 기업들이 현장에서 절감하는 애로사항을 청취한 자리에서 박용성 대한상의회장이 “골프장 하나 만드는 데 도장이 780개나 필요한 나라가 한국”이라고 꼬집은 이야기는 잘 알려져 있다. 이처럼 쓸데없이 과도한 인허가 절차는 완화돼야 한다. 경기도와 안전행정부가 경기지역 기업들의 규제애로를 해소하고자 지난 13일 일산 킨텍스에서 실시한 ‘경기지역 규제개혁 끝장토론회’에서도 이런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남경필 경기
수능의 난이도가 예상대로 변별력을 잃어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때문에 수험생들은 정시보다는 수시에 올인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각 대학별로 실시하는 입시설명회에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지난 9월 시행된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모의평가(이하 모평)의 채점 결과, 일부 교과 영역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6월 모의평가 영어 영역에서도 역시 ‘물수능’ 논란이 이어졌는데 이번 수능시험에서도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 난이도 조절 실패라는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 입시전문가나 수험생들의 실망하는 표정이 열력하다. 국어는 예상보다 너무 어려워 만점이 응시자 전체의 0.1%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영어와 수학B는 너무 쉬워서 단지 1개만 틀려도 2등급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실수도 실력의 일부라고 하지만 실수 하나에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가 없다면 말이 안 된다. 무분별한 어학연수를 방지하고 사교육비 지출을 줄인다는 목적으로 영어를 쉽게 낸다는 게 출제기조다. 그렇다고 해서 시험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는 변별력을 잃는다면 그건 시험이 아니다. 그래서 수험생과 학부모들만 혼
전통시대 군사들이 익혔던 무예 중 가장 보편적인 것이 칼이었다. 조선후기의 경우는 칼집에 고리를 만들어 허리에 매는 칼인 환도(環刀)를 주로 사용하였다. 그래서 긴 창을 사용하던 장창수나 화포를 다루던 포수들도 모두 허리에는 환도를 하나씩 패용해서 혹시 모를 근접전을 준비해야 했다. 그런데 사람의 키가 다르고 뽑아낼 힘이 다르기에 저마다 환도의 크기를 조절해서 사용하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장기에 따라 칼의 규격을 일정정도 조절해서 전투에 가장 효과적인 움직임을 얻으려 했다. 심지어 병서를 보면 각각의 군사들의 신체조건에 따라 주특기에 활용하는 무기를 구분하기도 하였다. 예를 들면, 키가 작은 사람들은 방패를 집중적으로 수련하게 하여 만약 자리 앉으면 상대가 공격할 틈이 전혀 없도록 하였으며, 키가 큰 사람들은 장창을 잡게 하여 조금이라도 먼 거리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도록 훈련시켰다. 또한 가장 용감하고 뛰어난 사람은 무기를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군사들의 전술행동에 직결되는 징이나 북과 같은 신호용 악기를 훈련하도록 하였다. 이처럼 자신의 장기를 적극적으로 살려 무예를 익히거나 군사훈련을 해야만 최고의 실력을 키울 수 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남이 사용하는
삶의 기준을 늘 밖에서 찾으며 선진국을 부러워하다보니 그들도 어려운 시절을 겪었다는 걸 잘 모른다. 우리가 아는 선진국들이 처음부터 잘 사는 나라는 아니었다. 그들도 많은 시련과 고통, 시행착오를 겪으며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다. 그러는 와중에 아르헨티나처럼 주저앉은 나라도 있다. 꽤 오래 전 〈엄마 찾아 3만리〉로 소개된 애니메이션 작품은 가난한 이탈리아 시절 부유한 아르헨티나로 일을 하러 떠난 엄마를 찾아가는 이야기다. 이탈리아도 처음부터 프라다, 구찌, 페라가모 같은 명품의 나라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최고의 패션 국가 가운데 하나지만,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이탈리아는 프랑스 패션도시 리옹에 직물을 공급하던 OEM 국가였다. 요즈음 정치권이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문제로 시끄러운데, 복지논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모델인 북유럽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스웨덴은 덴마크의 식민지였고, 노르웨이는 해방된 스웨덴의 식민지였다. 핀란드는 제정 러시아의 변방 식민지나 마찬가지였고. 그러니 이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세 나라 사람들 과거 살림살이가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다.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르겠지만 〈정복자 펠레〉라는 뛰어난 영화가 있다. 그 영화는 스웨
커피 한잔 들고 창밖을 내다본다. 바람의 속도로 제 몸을 벗는 은행나무의 샛노란 잎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지난 겨울 가지치기로 몽당 나무가 되었을 땐 나무에 미안한 생각이었는데 여름내 제법 가지도 늘였고 은행잎도 실하게 매달았다. 슬그머니 은행나무를 안아본다. 한 아름이 되고도 남는다. 십여 년 넘게 나를 지켜온 나무이기도 하다. 우울할 때나 무료할 때 그리고 누군가가 그리워질 때 은행나무에 심통을 부리곤 했다. 발로 걷어차기도 하고 등을 기대기도 하고 타박하면서 투덜대곤 했다. 현이란 친구였다. 은행나무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친구다. 순수하고 착했다. 스산한 가을에 마시는 유자차처럼 싱그럽고 새콤한 향기를 지닌 그는 은행잎이 떨어지면 책갈피마다 은행잎을 끼웠다. 대학진학에 실패해서 두 번씩이나 재수를 하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던 긍정적인 사고를 하는 그 친구와 보낸 가을이 오늘은 한편의 영상처럼 스친다. 긴 만남은 아니었지만, 서로를 보살피면서 서로에게 희망과 이상을 심어주었고 소중한 기억을 남겼다. 자그마한 키에 검은 뿔테 안경을 썼고 조금은 마른 편이었다. 검은색 가죽 재킷을 늘 입었고 가죽장갑을 끼고 다녔다. 공원 벤치에 앉아 하모니카를 불거나 찻집
고대 로마에선 일정 연령 이상 미혼자에겐 별도의 세금을 내도록 했다. 특히 결혼 적령기를 넘긴 노총각에게 특별 세금을 부과했다. 만약 30세가 넘도록 미혼으로 남아있으면 고위직에 오르는 데도 불이익을 주었다. 심한 경우 선거권도 박탈했다. 이같은 사실은 로마 아우구스투스 황제가 일찍이 기원전 18년 ‘정식 혼인에 관한 율리우스법’을 제정,독신자들에게 세금을 물렸다는 기록에서 찾아볼 수 있는데 모두가 인구를 늘리려는 자구책의 일환이었다. 물론 이같은 자구책은 노동력의 확보 차원에서 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현대에 와서도 결혼하지 않은 사람에게 특별히 걷는 세금 때문에 독신자들의 수난(?)은 계속됐다. 1927년 이탈리아 무솔리니 정부는 25세 이상 30세 이하의 처녀총각은 1년에 3파운드, 그 이상은 2파운드의 독신세를 납부하도록 강제했다. 독일의 히틀러 또한 1933년 집권하자마자 독신세를 신설 결혼권장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다. 모두가 민족의 우월성을 전파시키려는 발상으로 일명 ‘나탈리즘(Natalism 출생을 늘려서 인간의 인구를 늘리겠다는 사상)’으로 불린다.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세스쿠도 1966년 피임을 불법화하는 법안을 만들었는데 이 법안에는…
날이 갈수록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이 성행하고 있어 엄정한 대처가 절실하다. 매년 늘어나는 서해안 해역에서 수백 척의 중국어선이 불법으로 침입하여 조업을 하고 있어 당국은 철저히 대처하여야 한다. 서해안 근해는 어족자원이 풍부하여 도서지역 주민들의 생계터전이 되고 있는데 이들의 횡포로 피해가 심각하다. 생계를 위협할 정도로 막무가내식의 중국어선고기잡이가 날로 더해가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어선 수백 척이 우리 해역을 침범하여 불법조업을 벌이고 있으나 무방비 상태이다. 꽃게잡이가 한창인 11월에는 대청도와 소청도 어민들의 피해가 더욱 심각하여 생계마저 위협을 받게 되었다. 인내의 한계를 벗어난 이들의 끊임없는 불법어업에 대해 국가차원에서 대처할 때이다.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위원회는 지난 12일 인천시청 본관 앞에서 중국어선 불법조업 규탄에 관한 기자회견을 개최하였다. 정부는 외교부를 통해서 강력한 항의와 대책을 모색하여야함은 물론 피해에 대한보상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 금년처럼 중국어선이 몇 백 척씩 넘어와 피해를 준 것은 처음이며 심지어는 어민들이 설치해 놓은 통발까지 싹쓸이해가서 조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책위에서 제공한 소청도 남단 지역의 피해현황을 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