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이란 게 있다. 이를테면 공무원을 비롯한 직장인들의 근로시간은 하루 8시간이다. 일주일에 토요일과 일요일, 그리고 국가가 정한 공휴일은 쉰다. 경우에 따라 야근과 휴일 출근 등 초과근무란 게 있지만 여기에는 대부분 보상이 따른다. 그런데 중.고등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아이들의 인생에서 첫 경쟁인 입시라는 관문을 돌파하기 위해 새벽이라고 해도 좋을 시간에 눈을 비비면서 학교로 간다. 그리고 밤늦게 학교에서 나와 또 학원에 간다. ‘4당 5락’이란 말도 있다.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낙방한다는 얘기다. 측은하다. 이 시기는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한참 성장하는 때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입시경쟁으로 인해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큰 아이들에게 ‘이타(利他)’나 ‘공동체’를 요구할 수 없다. 논리의 비약 같지만 학교나 군대에서의 왕따문화는 여기에서 연유할 수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시행하겠다는 ‘9시 등교’와 ‘야간자율학습 폐지’, ‘벌점제 폐지’ 등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공부를 즐겁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다. ‘자율성’ 보장 등을 내세운 이재정교육감의 ‘교육개혁’은 2학기부터 시행될 것 같다.
“재미동포타운 사업 ‘인천경제청’ 주도로 추진”, “인천경제청, 송도국제도시 ‘재미동포타운’ 사업 직접 주도”, “민간주도 송도 재미동포타운: 인천경제청 주도로 전환”, “민간이 실패한 ‘송도 재미동포타운 사업’ 인천경제청 직접 추진”, “송도 재미동포타운 조성 官주도로 탄력”, “인천경제청, 재미동포타운 건립사업 관 주도로 추진”, “송도 ‘재미동포타운’ 인천경제청이 직접 추진”, “인천경제청-코암인터내셔널, 재미동포타운 조성사업 MOA 체결”, “재미동포타운 효율적 추진 MOA 체결” 지난 7월 9~13일 사이 중앙·지방의 주요언론이 게재한 기사 제목들이다. 누가 보더라도 ‘민간이 실패한’ 송도국제도시 ‘재미동포타운’ 사업을 ‘인천경제청’이 ‘직접’ 주도·추진하려고 &ls
7·30 재보선이 9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재보선은 규모면에서 역대 최대다. 그런데 규모면뿐만 아니라 이번 재보선은 정치권에 상당한 변화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먼저 새누리당의 입장에서 보면 7·30 재보선은 새로 출범한 김무성 지도부의 역량을 시험할 수 있는 계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여당은 ‘박근혜 현상’에 의존하지 않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같다. 지난번 지방선거만 보더라도 새누리당은 ‘박근혜 마케팅’을 사용했다. 대통령을 도와달라는 것이 바로 그것인데, 이런 덕을 봐서 그런지 지난번 지방선거는 새누리당이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아직까지는 거의 없다. 대신 ‘혁신’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고 있다. 그래서 만일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박근혜 대통령 없이도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힘이 그만큼 빠졌다고 볼 수 있고, 그것은 곧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의지가 당에 잘 투영되지 못할 수 있는 상황이 초
예로부터 담배의 별명은 다양했다. 남초(南草), 남령초(南靈草), 담바고(淡婆古), 망우초(忘憂草), 심심초 등. 한 번 빨아 습성이 되면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어 상사초(相思草)라고도 했다. 초기에는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여자가 남자보다 더 많이 피웠다는 기록도 있다. 적어도 근세까지는 그랬다. 당시 참고 살아야 했던여성들은 담배로 스트레스를 풀었던 모양이다. 명성황후도 궐련을 즐겨 피웠다고 한다. 또 옛날 양가의 마님들은 나들이를 할 때 항상 담뱃대와 담배쌈지를 든담배전담 여종을 뒤따르게 했다. 이들을 연비(煙婢)라고 불렀다. 이런 담배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1616년 광해군 때다.. 조선 중기 문인 장유(張維)는 이름난 애연가였다. 인조때 우의정을 지낸 그는 뒤에 효종의 장인이 된 인물이다. 장유는 자신의 문집 계곡만필(谿谷漫筆)에서 담배의 전래 과정과 당시의 흡연 풍속 등을 상세히 기록에 남겼다. 조선 왕들 가운데는 정조, 고종, 순종이 애연가로 알려져 있고 특히 정조는 신하와 백성들에게 담배예찬론을 적극적으로 펼친 왕으로 유명하다. 우리의 담배 판매 역사는 1897년부터다. 청나라 상인들은 주로 영국에서 수입한 궐련을 팔았고 일본인들
23일 서울에서 전국 17개 시도교육감들이 첫 회동을 갖는다. 이날 첫 임시총회에서는 협의회장을 선출하고 여러 가지 교육 현안들에 대해 논의를 벌일 예정이다. 진보 교육감들의 대거 당선으로 교육부와의 갈등도 우려되고 있는 마당이다. 그래서 많은 국민들이 회의를 주목하는 이유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전교조 전임자의 복귀 문제와 진보교육감들의 핵심 공약이었던 자사고 축소·폐지가 주요 의제로 논의될 전망이다. 어떤 결과가 도출될지는 모르지만 그 내용에 따라 자칫 교육계의 혼란과 갈등을 배제할 수 없다. 교육감협의회가 어떤 결정에 대해 구속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진보성향의 교육감이 대다수인 상황이어서 교육부 또는 학교 학부모들과의 마찰이 일정 부분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서울 지역 25개 자사고 교장들로 구성된 서울자사고교장연합회는 21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폐지 방침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조 교육감이 새롭게 도입한 기준으로 평가해 재지정을 취소할 경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은 즉각 자율형사립고 폐지 정책의 하나로 자사고의 학생 면접 선발권을 박탈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벌써부터 충돌이 불가피하다. 전교조 문제도
내가 갑작스럽게 일을 처리하고 나서는 찬찬히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하게 된다. 생각은 하되 급하게 하지는 말라. 급하게 하다보면 어긋남이 많아진다. 생각하기를 너무 깊게 하지말라(思之勿深). 깊게 생각하면 의심이 많게 된다(深則多疑). 참작하고 절충해 보건데 세 번쯤 생각하는 것이 가장 알맞다(商酌折衷 三思最宜)고 백운거사라는 분이 말씀하셨다. 아주 멋진 명언이다. 생각 없이 말하는 사람은 한번 생각하고 세 번 말하는 사람, 세 번 생각하고 한번 말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니 三思一言하는 사람들은 생각이 깊고 말을 정말 아끼는 사람이다. 말을 많이 하거나 성급하게 하다보면 반드시 후회할 일이 생긴다. 생각이 떠오른다고 해서 말을 바로 내뱉어서는 않된다. 찬불가에 이런 구절이 있다. ‘개에 물린 사람은 반나절 만에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뱀에 물인 사람은 3일 만에 치료받고 집으로 돌아갔다. 사람의 말(언)에 물린 사람은 아직도 입원 중이다.’ 아니 어쩌면 평생 치료받지 못할지도 모른다. 늘 세 번 이상 생각하고 일을 결정한다(三思而後行)는 말을 듣고 공자는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두 번만 해도 충분한데(再思可矣) 세 번까지 하다보면
너구리가 순하게 지나간 자리에 마른장마가 불청객을 데리고 왔다.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초복도 오기 전에 수은주는 30도를 넘는다. 그늘에 가만히 있어도 더운 날씨에 불을 끼고 살자니 살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다. 땀이 흘러 눈이 쓰리고 찬물만 들이켜는 바람에 입맛도 달아난다. 그래도 이 정도는 양반이다. 이 더위에 도로 위에서 땡볕과 아스콘 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일하는 공사현장 인부들을 보면 덥다는 말이 쑥 들어간다. 저녁에는 물병에 찬물을 반쯤 채워 냉동실에 넣는다. 불볕더위를 이기라고 보내는 응원이다. 잠시 쉬는 참에 낯익은 풍경이 지나간다. 넓은 챙에 또 얇은 천을 커튼처럼 덧대 늘어뜨린, 아무리 봐도 여성용으로 보이는 모자에 선글라스까지 쓴 도무지 얼굴을 분간할 수 없는 사람들이 손에 종이컵을 들로 지나간다. 무리 중 한 사람이 이럴 때 소나기나 한바탕 쏟아지면 좋겠다고 하늘을 보며 불평조로 하는 말도 그들에겐 절실한 희망일 것이다. 그에 답이라도 하듯 모자에 드리운 천이 나풀거린다. 예전에는 밖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햇볕을 최대한 가리기 위해서 만든 모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노점상을 하는 분들도 쓰는 남녀공용 모자로 자리 잡아 새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연일 불볕더위에 사람도 산하도 타들어가고 있다. 세월호에, 풀리지 않는 경기에,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드러나는 민낯에, 비는 오지 않는 ‘마른 장마’에 이래저래 우울한 우리 사회의 자화상 꼭대기에 자리한 불명예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십 년째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는 ‘자살 공화국’일 듯 싶다.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단기간의 압축성장을 통해 국민소득은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여 단군 이래 최고의 성대를 구가하고 있는 이 때, 살기가 힘들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숫자가 세계 최고라니 우리 사회의 정체성과 삶의 질 문제를 새삼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보건복지부가 월초에 발표한 OECD 건강통계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의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가 29.1명이었다. OECD 평균 12.1명의 2.4배고, 가장 적은 터키 1.7명의 17배다. 자살률 중 눈여겨 볼 부분이 노인 자살이다. 외환위기 당시 회사에서 거리로 내몰린 40·50대들이 현재 노인에 접어들어 가장 가난하고(65세 이상 노인 중 중위소득 이하 비율이 45%로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자살도 가장 많
‘고통은 영원하다(The sadness will last forever)'. 우울증을 앓아온 빈센트 반 고흐가 스스로 가슴에 총을 쏜 이틀후 동생 테오 곁에서 숨을 거두면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37세로 생을 마감한 고흐는 죽기 2년전엔 자신의 귀를 자르는등 충격행동을 하기도 했고 정신병원에 입원도 했었다. 비극적일 정도로 짧은 생애였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미술가 중 한명인 고흐 처럼 인생의 고뇌 속에 우울증의 큰 고통을 안고 살았던 천재 예술가들은 많다. 슈베르트, 말러, 버지니아 울프, 헤밍웨이, 헤르만 헤세, 휘트먼, 에드거 앨런 포, 마크 트웨인 등등. 이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으면서도 우울증과의 질긴 인연으로 괴로워 했다. 물론 그들중 대부분은 이같은 우울증을 극복, 또 다른 예술적 영혼을 불태워 인류역사에 큰 발자취를 남기기도 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사고 흐름의 장애, 행동장애, 판단력 장애, 사회 대처능력의 감소, 집중력의 감소와 아울러 자살을 시도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우울증 환자 5명 중 4명은 자살을 생각하며 6명 중 1명은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최근에도 우울증을 앓고 있던 많은 사람
수도권의 광역버스 입석금지 조처는 졸속행정의 표본이었다. 시행 첫날인 지난 16일 수원, 성남, 용인, 고양 등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는 시민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는 버스를 보고 발을 동동 굴러야 했고, 지각사태가 속출했다. 지자체 공무원들이 주요 정류장에 나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대책이 없었다. 아무리 안전을 위한 조처라지만 준비소홀로 인해 시민들을 실험대상으로 삼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지자체마다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시민들이 겪을 불편을 예상하지도 못했느냐는 것이다. 수도권 광역버스 입석운행 전면 금지가 논의된 것은 지난 4월 세월호 참사 이후다. 사회 전반에 걸쳐 안전 불감증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당연히 승객의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논의가 이뤄진 다음달인 5월에 입석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그때만 해도 광역버스의 증차를 계획 중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정부는 장담했다. 그러나 시행 첫날 증차 댓수는 약 137대에 불과했다. 입석승차 인원이 하루 평균 1만5천명임을 감안했을 때 1만명에 가까운 인원을 소화한다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두 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