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속에서 싹튼 미군 파일럿과 베트남 여인의 사랑을 그린 뮤지컬 ‘미스 사이공’. 전쟁 속에서 만난 미군과 사랑에 빠졌고, 그 남자의 아들을 홀로 낳아 키우며 남편이 미국으로 데려가기만을 꿈꿨던 여인. 혼혈의 아픔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만이라도 풍요로운 땅 미국으로 보내기 위해 죽음을 택한 여인의 슬픈 사연이 줄거리다. 지극히 오리엔탈리즘적 작품이라는 비난 속에서도 1989년 9월 초연된 이후 25년 동안 롱런하며 세계 4대 뮤지컬 반열에 올라 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한국인도 수많은 현지 여인들과 사랑이 있었다. 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라이 따이한’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에선 1996년 이들을 소재로 한 ‘블루사이공’이라는 뮤지컬이 만들어져 백상예술대상을 받기도 했다. 1992년 양국의 수교 이후 베트남 여인과 한국 남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신(新)라이따이한이라 부르기도 한다. 현재 이들이 얼마나 있는지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에서는 1천500명 정도로 추산하는 반면, 현지 사람들은 1만명 이상 존재한다고 추정한다. 이들은 편모 가정에서 극심한 가난과 사회적 냉대 속에 자라고 있어 사회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다. 또…
본보 18일자 24면 ‘북한 이탈주민 이방인…’ 제하의 기획특집 기사를 보면 북한이탈주민들이 한국생활을 하면서 느끼는 마음의 부담감과 경제적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이들은 정착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상상하기 어려운 고초를 겪으며 죽음을 무릅쓰고 ‘따듯한 남쪽나라’로 찾아 왔지만 기대와는 다른 삶을 살고 있다. 이들을 특히 괴롭히는 것은 경제적인 궁핍이다. 자본주의 체제에 쉽사리 적응을 못할 뿐 아니라 정착금만으론 자립이 힘들기 때문이다. 또 사회·문화적 차이와 심리적 불안 등으로 인해 사회적 약자로 살아가고 있다. 2014년 현재 남한에 거주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2만6천여명(올해 3월 말 기준)이다. 한국 인구 약 5천만명에 비해 얼마 안 된다고 할 수 있지만 앞으로 다가올 통일시대에 대비, 북한이탈주민의 역할은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이해하고 보듬어 안는 국가적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 중 도내 거주 북한이탈주민은 6천935명이다. 이는 전체의 약 26%에 해당한다. 지난 5월, ‘통일한국 중심의 경기도 600’을 선언한 경기도는 북한과 경계를 맞대고 있어 타 지역보다 이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아직도 여성의 일자리 창출 사업이 어려워 미취업자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이제는 남녀가 함께 자신의 능력과 취향에 맞는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지자체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때이다. 40대 여성일자리, 주부아르바이트, 여성취업정보센터, 여성고용지원센터 등의 다양한 여성취업을 위한 단체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취업기여도가 매우 미미하다. 서민들의 어려운 가정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여성들의 일자리 창출은 시급한 당면 과제다. 육아기간과 가사노동을 고려하여 사이버공간과 파트타임제 등 자유자재로 근무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의 개발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에 경기도 여성능력개발센터는 용인시에 여성창업센터 ‘꿈마루’를 개관하게 됐다. 개관되는 ‘꿈마루’는 전체 317㎡의 공간에 3개 회의실, 네트워킹 라운지, 사무지원시설 등을 갖춘 여성 특화 창업지원시설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을 비롯한 다양한 재능의 소유자들이 상호간에 정보를 교류하면서 일터를 찾게 된다. 꿈마루는 창업 준비자, 문화 기획자, 프리랜서, 발명가 등 여성 기업인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으며 각종 교육, 자금, 지원정책에 관한 정보를 수시로 받아볼 수 있다. 사전에 예약을 통한…
유월은 본래 음력 6월이다. ‘동국세시기’의 기록을 보면, 유월에는 일 년 중에서 가장 더운 때로 유두(流頭)가 들어 있는 달이라고 한다. 절기로 소서와 대서가 들어 있어 한 해 중 가장 더운 때이기도 하다. 유두에는 맑은 개울물을 찾아가서 목욕을 하고 머리를 감으며 하루를 즐겼다. 그렇게 하면 상서롭지 못한 것을 쫓고, 여름에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믿어왔다. 유두의 풍속은 신라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동쪽으로 흘러가는 냇가에 가서 머리를 감는 것은 동방이 청(靑)이고 음양오행에서 목(木)이기에 양기가 가장 왕성한 곳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늦봄의 학술대회, 학술적 의사소통 나무 밑동 이끼들 속에서 겨우내 움츠리다가 벌레들이 깨어나듯이 왕성한 변화가 봄에 일어난다. 만물이 샘물처럼 솟는 듯한 봄은 인생으로 비유하자면 한창 자라나는 청춘이다. 더구나 ‘꽃잎 흩날리던 늦봄의 밤/아직 남은 님의 향기 이제나 오시려나’ 노랫말처럼 늦봄은 찬란하다. 대학 학기 중에 교내외 행사가 사뭇 유월에 집중되는 것도 양기가 충만한 시기를 겨냥한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람들의 생활 리듬은 대개 계절과 밀접하다. 흔히 ‘언제 철들
한국 여성의 평균 수명은 84세로 폐경은 대부분 50세 전후에 발생한다. 그렇기에 여성은 일생의 3분의 1이 넘는 30여 년 동안을 폐경 후에 보내게 되며 건강한 노년을 위한 준비단계로서 폐경 여성의 건강관리는 무척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폐경은 여성이 나이가 들면서 난소가 노화돼 기능이 떨어지면 배란 및 여성호르몬의 생산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데서 오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1년간 무월경 상태가 지속될 때 폐경으로 진단한다. 이 같은 변화는 대개 50세 전후에 시작돼 점진적으로 진행되는데 이때부터 생리가 완전히 없어지는 폐경이 나타난 이후의 1년에 이르기까지를 폐경이행기, 더 흔히는 갱년기라고 한다. 특별한 원인 없이 발생하는 자연 폐경이 대부분이나 양측 난소 제거 수술이나 항암 치료에 의한 의인성 폐경인 경우도 있다. 자연 폐경의 진단은 1년간 무월경 상태가 지속된 경우로 추후에 폐경이 되었음을 알게 되며 폐경이 되기 수년 전부터 월경이 불규칙해지고 에스트로겐 호르몬 결핍에 의한 안면홍조, 발한, 불면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혈관운동 증상들은 대부분의 폐경 여성이 경험하게 되며 보통 폐경 후 1~2년까지 지속되고 일상생활에 지
바쁘게 종종걸음을 치는데 신발 속에서 이상한 느낌이 전해진다. 처음엔 별로 거슬리지 않았으나 차츰 더 신경이 쓰이게 한다. 하는 수 없이 신발을 벗고 보니 가운데 발가락이 콩나물 대가리처럼 보인다. 빨아 놓은 양말을 꺼내 들고 발을 들이밀고 당기려는 순간 예의 콩나물 대가리가 쏙 빠져나온다. 다시 서랍을 열고 보니 구멍 난 양말을 따로 묶어 놓은 뭉치가 보인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난히 긴 가운데 발가락이 자주 하는 일이 양말에 구멍을 내는 일이다. 그 바람에 나는 구멍 난 양말이 그냥 버리기 아까워 한 번씩 꿰매서 신는다. 혹 누가 보기라도 할라치면 요즘 세상에 양말 깁는 사람도 있느냐고 핀잔이다. 그러면 사람도 손이나 발 조금 다치면 치료해서 살게 하지 말고 그냥 죽여야 한다고 웃으며 대꾸하기도 한다. 기왕 손에 댄 김에 구멍 난 양말 뭉치를 다 꿰매기로 했다. 양말을 꿰매는 일이 지금은 놀림감이 되었지만 예전에는 옷을 손질하는 일은 물론 형제가 물려 입는 일이 다반사였다. 무엇이나 함께 나누고 조심스레 다루고 아꼈다. 영어사전도 한 권으로 형제가 돌려가며 사용하기도 했고 미술도구도 언니나 동생 교실로 건네지며 쓰는 일도 흉이 아니었다. 대부분 가정에…
철딱서니 없이 때 이르게 찾아온 불볕더위와 함께 ‘세월호의 충격’마저 삼켜버린 또 한번의 선거가 끝났다. ‘승자 독식’이란 물고물리는 정글의 숲에서 참혹할 정도로 냉정한 승부의 세계답게 승자와 패자가 나뉘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불복’의 광경도 여전하다. 새로운 지도자가 기존의 조직, 조직원들과 ‘미래’와 ‘발전’을 하나의 목표로 융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직도 순진한 바람일까. 곳곳에서 흡사 소설 ‘완장’의 주인공이라도 환생한 것인 양 놀라움마저 자아내게 하는 ‘점령군’의 새 이름인 ‘직(職) 인수위원회’의 완장을 찬 목에 뻣뻣이 힘들어 간 분들이 공직 안팎을 들쑤시고 다니는 게 영 배알이 뒤틀린다. 백번, 천번을 양보해서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이미 수없이 경험한 여야 구분 없는 ‘정치’ 논리에 고개를 끄덕인다고 해도, 진짜 아닌 사람들의 펼치는 그들만의 논공행상은 해도 너무한다 싶다. “생전 얼굴 한번 못 본 사람들이 후보…
라면 하나를 먹더라도 조리법을 이렇게 저렇게 달리해 먹는 게 요즘 젊은이들이다. 이를테면 한 냄비에 종류가 다른 두 개의 제품을 넣어 색다른 맛을 내는 식이다. 이름도 기막히게 붙인다. 라면에 골뱅이를 넣어 비벼놓고 ‘골빔면’이라 하고,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고 ‘짜파구리’라 부른다. 이처럼 기호에 맞게 조리법을 바꿔서 즐기는 젊은 소비자들을 업계에서는 모디슈머(modisumer)라 부른다. 술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소맥’도 일종의 모디슈머 작품이다. 젊은 모디슈머들은 이 또한 변형 발전(?)시키는 게 최근 추세다. 소주와 맥주를 함께 섞어 마시는 단순한 조합에서 갖가지 음식료와 소주를 섞어 만든 다양한 칵테일형 소주가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칵테일소주는 1990년대 인기를 누린 적이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얼음소주를 비롯 체리소주, 레몬소주, 오이소주 등 한정된 칵테일 레시피가 고작이었다. 인기도 금방 시들해져 음주문화에서 서서히 자취를 감추었다. 그러던 것이 최근 소주에 원하는 음료나 재료 등을 섞어 마시는 개성 있는 소주 칵테일이 다시 등장하면서 젊은이들 사이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이다. 사용하는 식재료도 생과일을 비롯해 오미자·허브·우유…
요즘 흔해지긴 했지만 예전에 석·박사 학위는 개인은 물론 가문의 영광이란 소리를 들을 정도로 명예로운 것이었다. 박사학위를 받으면 주민들이 마을입구에 축하 현수막을 걸어줄 정도였다. ‘학위 장사’ ‘논문 대필’ ‘논문 표절’ 이런 말이 시중에 나돌고 언론에 보도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이번에도 치과 의사들에게 돈을 받고 ‘학위 장사’를 해온 수도권 대학교 치과대학 교수들이 적발됐다. 모 유명 대학의 홍모 교수는 논문을 대신 써주고 학위 심사까지 통과시켜 주기로 하고 12명으로부터 3억2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고 한다. 사실 대부분 의사들은 경제적 여유가 있지만 바쁘기 때문에 대학원에 출석하거나 논문을 작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편이다. 특히 개원의들은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병원에 박사학위증서를 걸어놓고 싶어 한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석사 학위 500만∼1천500만원, 박사학위의 경우 2천만∼3천500만원씩을 받고 논문을 대필해 심사를 통과시켰다(본보 18일자 23면). 학자의 양심을 돈 몇 푼과 맞바꾼 것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홍씨가 대필해 심사를 통과시킨 일부 논문들은 ‘복제’ 논문이었다고 한다. 즉, 제목만 조금씩 다르고 내용은 대동소이한…
제6회 지방자치 출범이 13일 후면 시작된다. 당선자들은 그간 유권자에 대하여 고맙다는 인사를 하였다. 더불어 철저한 인수·인계 작업을 마치고 새로 선출된 단체장의 인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신임 자치단체장은 과거처럼 선거를 도와준 사람에게 자리를 만들어주는 관피아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광역시 산하 지방공기업 기관장의 경우 60%가 지자체 관료출신이다. 여기에 상임이사와 감사도 70%가 지자체 관료출신이 차지 하고 있다. 경기도의 관피아도 이와 비슷한 실정이다. 자치단체장은 고유하고 특별한 권력인 듯 오인하고 있다. 전문성과 도덕성은 관계없이 단체장의 당선을 위해서 헌신한 사람에 대한 보답만을 생각할 뿐이다. 현실적으로 관련 업무에 대한 무지와 무능한 사람이 자리만 지키고 월급만 타먹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바른사회시민단체가 전국 광역자치단체 산하 지방공기업 28곳의 상임과 비상임 임원 225명을 분석한 결과, 26%가 해당 지자체 관료출신이다. 이중 기관장은 68%가 해당 지자체 관료출신이고 21%는 중앙정부와 공기업출신이다. 반면에 내부 승진자는 21%이며 비상임 임원은 141명 가운데 지자체 출신은 6%에 불과하다. 특히 인천광역시의 경우 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