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부시다는 표현, 그대로인 오월 하늘입니다. 며칠 전부터 회사 앞 동산에 꽃이 지천이던 생각에 화들짝 놀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찾아갔습니다. 오호통재(嗚呼痛哉), 말 그대로였습니다. 연분홍 또는 순백의 철쭉이 누렇게 바랜 채 고개를 숙이고 주검으로 누워 있었습니다. 목련은 이미 진 지 오래였구요. 참담한 마음에 풀밭에 주저 앉아 망연히 하늘을 보는데, 이 시 구절이 지나갑니다. ‘목련이 지는 것을 슬퍼하지 말자/피었다 지는 것이 목련뿐이랴/기쁨으로 피어나 눈물로 지는 것이/어디 목련뿐이랴/우리네 오월에는 목련보다/더 희고 정갈한 순백의 영혼들이 꽃잎처럼 떨어졌던 것을/…/눈부신 흰 빛으로 다시 피어/살아있는 사람을 부끄럽게 하고/마냥 푸른 하늘도 눈물짓는/우리들 오월의 꽃이/아직도 애처로운 눈빛을 하는데/한낱 목련이 진들/무에 그리 슬프랴.’ 1988년 전남대가 주최한 ‘5월 문학상’ 수상작가인 박용주 시인의 ‘목련이 진들’입니다. 당시 나이 만 15세, 중학생이었습니다. 지는 목련을 보면서 수많은 죽음과 부활을 마치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그러나 비장하게 읊조리고 있습니다. 시를 쓰기 몇 해 전 그 마을에서 있었던 ‘끔찍한 죽임’을 꿈에서 생생하게 본 것이
경기도지사 선거가 남경필·김진표 후보로 압축됐다. 몇몇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경필 후보가 제법 큰 차이로 앞서고 있었으나 최근 조사에서는 김진표 후보의 상승세가 두드러져 오차범위 내에서 혼전을 보이고 있는 양상이란다. 두 후보 진영은 피를 말리는 싸움이겠지만 관전하는 입장에서는 아주 흥미로운 대결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 도민의 의중이 어떤 사람에게로 향할지 자못 궁금하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김진표·남경필 후보가 비록 여·야로 나뉘어 있는 정치인이지만 사석에선 ‘형님·동생’으로 부를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다. 두 후보는 수원지역에서 몇 안 되는 서울 경복고 동문이다. 김 후보가 41회, 남 후보가 58회로서 김 후보가 17년 선배라고 한다. 종교도 같은데다 함께 다니는 수원의 한 교회에서조차 남 후보는 집사이고 김 후보는 장로라는 것이다. 지연, 학연도 모자라 ‘교회연’(敎會緣)마저 일치하는 셈이니 이런 인연도 참으로 드물다. 아무튼 두 사람 모두 당당하게 경선을 통과해 도백이 되기 위한 마지막 관문에 서있다. 누가 1천200만이나 되는 웅도 경기도의 도지사로서 적합한 자질과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김진표 후보는
하절기를 맞아 청결한 생활환경을 조성해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폐기물처리업체가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여 주민건강이 크게 우려되고 있다. 감염병을 비롯한 해충에 의해 예상되는 발병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서는 쾌적한 생활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빈틈없는 지자체의 여름철 위생관리로 주민건강을 돌봐야 할 때이다. 위생처리업체의 직업의식 부족은 물론이고 관계당국의 미온적인 관리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여주시에서 발생한 불법 폐기물처리는 성남시 소재의 폐기물업체가 불법으로 매립하여 주민들이 악취에 시달린다. 각종 오수가 인근 실개천을 경유해서 한강과 연결되는 금사천으로 유입되어 환경오염이 크게 우려된다. 오염의 확대는 국민건강과 자연환경을 해치므로 작은 일에서부터 철저하게 관리되어야 마땅하다. 폐기물업체는 쾌적한 임야에다 양파와 야채 찌꺼기 등 음식물 쓰레기 100여t을 불법으로 매립해온 것이다. 토지주의 허락 없이 불법으로 자행된 이번 사건으로 음식물 썩는 냄새가 진동하며 각종 오수가 실개천에 넘쳐나서 많은 해충까지 들끓고 있어 주민들의 보건위생이 크게 염려된다. 고인 물과 음식물에는 모기와 파리의 서식이 이루어져서 다양한 질병을 전파시킬 우려가 걱정이다. 하절기에…
4·16 참사의 원인을 두고 흔히 말하는 것이 ‘안전불감증’이다. 하지만 이 말은 ‘증상’ 곧 결과를 놓고 원인이라 말하는 것과 별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감기에 걸려 그 증상으로 열이 날 때, 열을 원인이라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는 다분히 의도된 것이라 생각한다. 예컨대 노동자를 가리켜 ‘근로자’라 한다든가, 주식시장의 투기자본을 ‘외국인’이라 한다든가, 이런 식으로 대상을 달리 호명해, 이른바 프레임을 다시 짜는 리프레이밍(reframing)을 통해 문제의 본질을 흐리기 위함이다. 4·16 참사는 사회과학에서 사용되는 용어로 말하자면 ‘시장실패’와 ‘국가실패’의 최악의 조합이다. 침몰의 핵심원인으로 지목되는 배 바닥의 평형수를 빼내고 대신 화물을 적재, 해당 기업은 듣기에 약 8천만원의 수익을 추가했다 한다. 이는 해상운송산업의 열악한 환경에서 기업의 영업 전략이라 하겠지만, 명백히 범죄적인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범죄에 대해 그 심리적, 제도적 환경을 조성한 것은 각종 규제완화를 떠들고 또 집행
너무나 애통하고 어처구니없는 세월호 참사로 꽃봉오리 같은 어린 생명들을 떠나보냈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어린 생명들의 명복을 빌고 애를 끊는 슬픔에 잠긴 유족을 위로하는 한편, 다시는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든 분야의 시스템과 행동방식을 바꾸어 나가야겠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고 그간의 안전에 대한 의식과 행동을 발전시켜야 하며, 이를 다시 한 번 도약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어린 학생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세월호 참사를 안타까워하면서 우울한 나날을 보내는 동안 소비는 위축되고 대내외적인 경기여건도 나빠져 우리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경제가 어렵고, 하우스푸어, 에듀푸어, 자영업 도산, 청년실업 등으로 많은 국민이 고통 받고 있는데 설상가상으로 세월호 참사가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정부와 국민이 한마음이 돼 이를 타개해 나가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할 위기상황이다. 우리국민은 과거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한마음이 되었듯이 행복과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국가시스템 구축과 관리에 힘을 모아야할 시점이다. 정부는 국방, 재난, 금융, 건설, 대중교통
도시에는 도로와 인도 사이에 인도보다는 살짝 높고 차도보다는 한참 높은 폭이 좁은 경계벽돌을 설치한다.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대개 그러하듯이 그 경계벽돌 위를 밟고 안 떨어지려고 양팔로 균형을 잡으며 걸어가는 놀이를 한다. 도로도 아니고 인도도 아닌 경계선상에서 서로 누가 안 떨어지고 멀리 걸어갈 수 있는지 내기를 하곤 한다. 혼자 걸어갈 때도 그런 놀이를 하면서 간다. 독일어로 아이(kind)는 남성(der)도 아니고 여성(die)도 아닌 중성(das)을 관사로 사용한다. 어린이는 남성과 여성의 경계선상에 있는 셈이다. 오래 전, 영국에서 생활할 때 엄마와 인도를 같이 걷던 유치원 아이가 양팔을 벌리고 뒤뚱거리면서 경계 벽돌 위를 걷는 모습을 뒤에서 본 적이 있다. 아이가 경계벽돌 위를 걷는 동안 엄마는 하지 말라고 말리지 않았고 아이가 균형을 못 잡고 한 쪽 발이 인도에 닿을 때도 그냥 두었다. 그러나 한쪽 발이 차도에 닿는 순간 엄마가 아이의 손등을 세차게 때리는 광경을 목격했다. 혼을 낼 거라면 엄마는 처음부터 아이가 벽돌 위를 걷지 못하도록 할 것이지 왜 저럴까 생각했다. 경계벽돌 위를 걷는 것은 불법까지는 아닐지라도 벽돌이 어린이의 몸무게 정도는
‘부끄러운 자화상’, 해외입양 얘기만 나오면 으레 붙는 수식어다. 지금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고아 수출 1위국이다. 숫자로는 중국 등에 밀리고 있으나 인구 비율로 보면 최고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동 수출 대국’이라는 불명예를 감안한 자책감의 표현이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지금까지 20만명 이상의 아동이 해외에 입양된 것으로 추정된다. 1955년 해리 홀트 부부에 의해 시작된 해외 입양의 역사는 1980년대 한 해 9천명으로 피크를 이뤘다. 2007년 해외입양쿼터제를 도입한 뒤 크게 감소했지만 지금도 매년 600명을 웃돈다. 미국 입양도 우리나라는 상위권이다. 지난해 734명이 입양돼 중국 2천589명, 에티오피아 1천727명, 러시아 970명에 이어 네 번째다. 그러나 국내 입양은 이에 훨씬 못 미친다. 2011년만 하더라도 405명으로 미국 입양보다 적다. 우리사회가 ‘핏줄’만이 ‘내 자식’이라는 강한 집착을 보이는 풍조 때문이다. 입양아동 중 여아가 많고 남아는 찾아볼 수 없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입양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도 국내 입양을 꺼리게 하는 한 요인이다. ‘배 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내수소비 둔화로 장사가 안 된다고 아우성이다. 식당 등 음식점의 평균 매출이 반으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전망으로는 이 같은 소비심리 위축이 2분기까지 이어져 자칫 경제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한다. 엄청난 세월호 참사 앞에 내수 경기마저 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환율이 곤두박질쳐서 수출경쟁력 약화의 원인으로 등장했다. 가뜩이나 좋지 않은 세계 경기에 환율하락이 우리 경제를 짓누를 기세다. 최근 1천20원 대를 오르내리는 환율은 수출 기업에는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내수 침체 속에 그나마 수출이 경제를 이끌고 있으나 원화 강세 변수로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약화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제조업 분야 대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조사 대상 업체들이 손익분기선으로 여기는 환율은 1천52.3원으로 파악됐다. 기업들이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할 당시 원·달러 환율은 평균 1천77.9원이었던 것에 비교하면 50원 가까이나 떨어진 것이다. 이러다가는 그나마 수출로 버텨온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흔들리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따라서 환율방어에 대한 선제적인 종합 대응이…
이번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국민들은 비탄에 잠겼고 어른들은 부끄러워했다. 300여명이나 되는 승객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숨이 끊어진 채 발견됐거나 아직도 실종상태다. 이 가운데 대다수가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다. 미처 피어보지도 못한 꽃들이다. 슬픔과 분노가 이 나라를 지배하고 있다. 이에 더해 들려오는 비리와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에 절망한다. 이 와중에 지난 2일엔 서울 지하철 2호선 추돌 사고가 일어나는 등 안전사고가 거듭 발생해 국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이 사고에서도 운영·안전 관리상의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안전사고는 너무 자주 일어난다. 이 나라의 정부 및 관리기관들은 모두 안전불감증에 걸린 듯하다. 올해 봄철 들어 세월호 사고와 상왕십리 지하철 추돌 사고 외에도 배·철도·버스 등 많은 사고가 발생했다. 따라서 요즘 국민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교통과 운송 부문만이 아니라, 건축·환경·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안전사고의 위험성은 상존한다. 그 중의 하나가 유해화학물질이다. 화학물질은 이미 구미 불산 유출사고나 화성시 삼성반도체 불산 유출사고를 통해 위험성이 널리 알려졌듯이 불특정 다수의 생명과 환경에 엄청난 피해를 줄
“미치고 화통 터져 죽을 지경인데 생떼를 쓴다고요? 촛불에 종북 좌파가 섞여 있다고요? 세월호 때문에 경기가 침체된다고요? 한 해 교통사고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고요? 도대체 무엇을 믿고 그런 소리를 합니까. 국민을 책임지지 않는 나라는 필요 없습니다. 우리가 직접 이 나라를 바꾸겠습니다.” 지난 10일 저녁 안산문화광장에 세월호 희생자를 잊지 않기 위해,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모인 2만 시민의 마음이 드러난 절규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지난 27일. 사고 당일 배의 침몰을 지켜볼 때까지만 해도, 국가가 한 사람도 구하지 못할 것이라는 상상은 하지 못했다. 조난신고 후 2시간도 채 못 된 오전 10시46분, 배는 선수만 남고 모두 가라앉았다. 이후 사흘 동안 해경, 해군 1천명이 넘게 구조에 투입됐다고 했다. 그런데 생존자를 구조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이라는 ‘골든타임인 72시간 동안’ 국가는 단 한 명의 국민을 구조하지 못했다. 위성을 쏘아올리고, 핸드폰으로 거의 모든 일상의 업무를 할 수 있을 만큼 과학기술이 발전된 나라에서 침몰된 배에서 멀쩡하게 살아 있었던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