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중의 소설 ‘구운몽’을 영문(The Cloud Dream of the Nine)으로 번역해 서양에 한국 문학을 처음 알린 캐나다 출신 제임스 게일(James S. Gale, 1863∼1937) 선교사. 그는 우리의 문화와 생활의 지혜를 매우 사랑했다. 개화기에 우리나라에 들어온 그는 특히 당시의 가난함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그 속에 흐르는 따스한 인간미에 크게 매료되기도 했다. 길거리를 지나다 젊은이들이 어른을 모시는 걸 보고 감탄한 것은 물론 ‘조선은 노인 천국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조선에서 노인으로 살고 싶다’라는 말을 회고록에 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젓가락으로 콩자반을 먹으면서 한 알도 흘리지 않는 것을 보고 ‘곡예’라는 표현을 빌려 감탄하기도 했다. 게일은 봄이 되면 산과 들에서 채취해 먹는 나물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도 했다. ‘먹을 수 있는 나물의 가짓수를 한국 사람만큼 많이 알고 있는 민족도 없을 것’이라고 말한 뒤 서양에서는 독초로 분류되어 가축도 안 먹이는 고사리를 물에 우려 독을 빼가면서까지 먹는 한국인을 보고 경탄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당시의 나물은 따지고 보면 우리에게 빈곤의 상징이기도 했다. 얼마나 먹을 것이 귀했으면 산과 들에 나는
우리나라 정치사에서 국회의사당 내의 소동을 ‘난장판’으로 표현한 예가 많았다. 오죽하면 초등학교 어린이들에게 국회의원의 하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부분이 ‘싸움’이라고 대답했을 정도라고 한다. 할 말이 없어진다. 난장판 중에서도 의정을 먹칠하는 대표적 케이스가 날치기다. 범죄 용어인 ‘날치기’가 국회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상습적으로 반복됐다. 그래서 2년 전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해 국회에서 날치기와 폭력을 없애고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실현하겠다고 여야가 합의했다. 엊그제 시흥시의회가 ‘군자배곧신도시 지역특성화사업 협약체결 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런데 12명의 의원 가운데 민주당과 무소속 등 7명 의원이 운영위원회 회의실에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을 배제한 채 불과 1분 만에 날치기로 가결했다는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단독처리다. 새누리당 소속 5명의 시의원들은 당장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법 64조 2항은 의장이 안건의 제목이나 결과를 선포할 땐 ‘의장석’에서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리 검토를 마치는 대로 의결 효력정지가처분신청 등 법적 조치를 강구키로 했다. 지난해 경남의료원 폐지에 대해 경남도의회 새누리당이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10일부터 정부의 원격진료 도입과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 방침에 반발해 집단 휴진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회원 총투표를 실시한 결과, 76.69%가 총파업 돌입에 찬성했다고 한다. 의사들의 집단 휴진결의는 2000년 의약분업 사태 이후 약 14년 만에 재현되는 것이다. 만약 집단 휴진 사태가 발생하면 심각한 의료대란이 발생한다. 이에 정부는 이번 집단 휴진 움직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자. 모든 국민들은 이번 사태가 극단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정부와 의협이 잘 협상해 발전적인 타결책을 도출하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다. 의협 측은 ‘의사들이 76.69% 비율로 총파업 돌입에 찬성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 의료영리화 정책이 얼마나 위험한지 의사들이 잘 알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집단 휴진’이라는 칼을 빼 든 의사들은 원격의료와 의료법인의 영리 자법인 허용 반대 등이 관철되지 않으면 집단휴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집단휴진이라는 것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행동이다. 따라서 의사들 스스로도 매우 부담스러운 카드인 것이다. 집단 휴진이라는 배수진을 쳐가
지난 3월1일 수원평화비(평화의 소녀상) 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했다. 여성계와 시민사회계, 종교계 등 수원지역 200여 단체와 뜻있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했다. 이날 생존해 계시는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는 진정한 일본의 사죄가 있어야 하고, 이 땅에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절규로 시민들의 가슴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다. 피해 생존자는 단 55명뿐 일본군위안부가 사회문제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에 들어와서다. 일부 학계에서 연구가 시작되어 그 내용이 사회에 알려지면서 민간에서 먼저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1990년 11월에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발족했다. 이듬해에는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공동생활공간인 ‘나눔의 집’이 세워졌다. 1991년 9월 정부는 ‘정신대 실태조사대책위원회’를 구성하였고, 일본에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였다. 또한 일본의 범죄를 입증할 자료를 찾는 데도 노력해 미국 국립문서보관소에서 일본군이 위안부 모집, 수송, 관리 등에 개입한 사실을 입증하는 문서를 찾아냈다. 정부는 이후 정신대문제 실무대책반을 설치하고 시·군·구청에 피해자 신고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 제6회 지방선거가 9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래서인지 선거와 관련한 사항들에 대한 선거법 안내 및 선거법 위반(신고 1390)에 대한 홍보 등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매년 5월10일은 ‘유권자의 날’로 지정하고, 유권자의 날부터 한 주간을 ‘유권자 주간’으로 명시하고 있다. 유권자(有權者)는 ‘선거인(선거할 권리를 가진 사람)’이라고도 하며, ‘권리나 권력을 가진 사람’을 뜻한다. 결국 유권자가 선거에서는 중심이 되거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당신 인생의 주인공이 누구냐?’라는 질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나’라고 바로 답한다. 자신의 인생에서는 자신이 어떤 일에서건 주도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유권자가 주인공이 되기 위해서는 ‘유권자 중심의 선거’라는 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유권자에게 선관위나 기관에서 무엇인가를 해줘야 하는 것만을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추진 과제 중 ‘유권자 중심 선거’ 구현을 위해 최적의 관리로 국
휴일 아침 창당소식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운영위원장이 2일 신당 창당을 전격 선언한 것이다. 아울러 3월 출범할 예정인 신당은 6월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을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정계개편의 핵으로 등장함으로써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또다시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이번 선거는 당초 3자 구도에서 여야 간 1대1의 구도로 치러지게 될 공산이 크다. 다만 민주당과 새정치연합 창당준비위원회의 신당 창당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이 문제다. 새 정치를 부르짖으며 국민들의 관심을 받아온 안철수의 새정치연합이 과연 지속적으로 지지를 얻을 수 있느냐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 것이다. 물론 정당은 정권 획득을 목표로 한다. 두 사람은 가장 이른 시일 내에 새 정치를 위한 신당 창당으로 통합추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2017 정권교체를 실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우선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를 배출하고, 공천은 하지 않지만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선거에서 우호 세력을 모아 대선까지도 승리하겠다는 것이 이들의 구상이다. 그러나 야권 내 최대 주주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노 세력들과의 원만한 연합을 이루는 것
경기도의 숙원사업 중 하나인 수도권광역급행철도(이하 GTX)가 드디어 추진된다. 정부가 경기도의 GTX 3개 노선 가운데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된 고양 킨텍스∼서울 삼성역 노선을 먼저 건설키로 한 것이다. 기재부는 최근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를 국토교통부로 통보했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는 이 A노선의 비용대비 편익비율이 1.33, B노선(송도~청량리)과 C노선(의정부~금정)은 각각 0.33, 0.66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경제적 타당성이 확보된 A노선(일산~삼성)을 우선 추진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경기도의 GTX 3개 노선 동시 시행 방안의 경제적 타당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GTX 사업은 고양∼삼성 36.4㎞ 구간, 송도∼청량리 48.7㎞ 구간, 의정부∼금정 45.8㎞ 구간 등 3개 노선에 총사업비가 무려 11조8천억원에 달하는 국가적인 사업이다. 당연히 도는 국토부의 발표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문수 지사는 ‘GTX는 투자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수도권의 교통복지 실현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며 정부의 GTX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발표를 1천250만 경기도민과 함께 적극 환영한다며 신속한 추진을 기대했다. 정부
따스한 햇살이 그리운 이른 봄, 바스락거리는 나뭇잎을 헤치는데 갑자기 선녀가 눈앞에 다가온 듯 시야가 밝아진다. 산마루 양지녘에 자주색 꽃잎을 한껏 뒤로 제친 도도한 모습의 얼레지가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고 있다. 꽃의 자태는 파격적인 개방의 아름다움 그 자체다. 꽃잎 6장이 뒤로 확 젖혀져 여인의 미(美)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얼마나 개방적인 꽃이던지 꽃말도 ‘바람난 여인’과 ‘질투’다. 이처럼 꽃잎을 열어젖힌 이유는 삐죽삐죽한 꿀 안내선이 선명하게 드러나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꿀벌이 찾아든다. 이름이 얼레지인 까닭은 잎에 얼룩덜룩한 무늬가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나의 발길을 붙잡는 들꽃은 구슬봉이다. 해맑은 미소를 오롯이 머금은 숲 속의 작은 연보랏빛 요정들이 재롱을 부리는 듯, 귀여운 꽃이 산들바람에 가냘프게 떨고 있다. 양지바른 땅위에 슬며시 고개를 든 구슬봉이는 나그네를 길섶에 주저앉게 만든다. 심술궂은 꽃샘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햇살에 만족하며 나지막이 꽃을 피운 구슬봉이는 초롱불을 한 데 모아 주위를 밝히는 봄의 전령이다. 꽃말도 귀여운 ‘재롱둥이’와 ‘기쁜…
사람에게는 각각의 자질과 품격에 대해 등급이 있기 때문에(人之資品各有等級) 작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큰 자리에 있을 수 없는 것이며(小者不可以處大), 어리석은 사람이 높은 자리를 엿보아서는 안 되는 것(愚者不可以窺高)이라는 말을 조선시대 牛溪(우계) 선생이 했다. 그 당시 왕이 사람을 보내 높은 벼슬자리를 내려 주겠노라고 하였으나 인품이 고고하고 학식과 덕망이 높은 분으로 이를 사양하고 위(上)와 같은 글(辭召命疏)을 왕에게 올렸다. 辭는 사양한다는 뜻이고, 召命(소명)이란 왕이 부른다는 뜻이다. 즉 왕이 자리를 주겠다고 부르는 것에 대하여 사양하며 올린 上疏(상소) 같은 것이다. 고대에 堯(요)임금에 대한 기록이 있다. 어떤 이가 요임금에게 장수와 부유와 아들 많은 것은 누구나가 바라는 바인데 임금께선 유독 바라지 않은 까닭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요임금은 “아들이 많아지면 정사에 걱정이 많아지고 부자가 되면 귀찮은 일이 많으며 장수하면 욕먹는 일이 많아진다”고 하였다. 명언이다. 우리의 역사만 보더라도 왕위를 지키기 위해 자식을 죽이고 형제간에 권좌에 오르려고 철퇴를 휘두른 일들은 얼마나 많았던가.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최근 배우자의 기여를 인정해 상속재산의 50%를 ‘선취분’으로 인정하고, 이러한 배우자의 선취분을 유언보다 우선 보호하는 내용의 상속법 개정안이 발표되면서 상속제도가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현행 상속법은 사적자치의 한 내용인 소유권 존중의 원칙에 따라 유언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유언의 자유를 무제한으로 인정하게 되면 극단적인 경우 상속재산 전부가 제3자에게 넘어 가거나 상속인 일부에게 집중되어 다른 상속인들의 생활기반과 상속에 대한 기대, 가족공동체의 화합이 무너질 염려가 있어 일정한 범위의 상속인에게 상속재산의 일정비율을 보장해 주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유류분입니다. 유류분권리자는 피상속인의 직계비속, 배우자, 직계존속, 형제자매에 한정되고,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으로 인하여 유류분액에 부족이 생긴 경우 그 부족한 한도에서 증여, 유증을 받은 사람을 상대로 그 받은 재산의 반환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한편 유류분액 산정의 기초재산은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재산에 사전에 증여한 재산을 합한 후 채무를 공제한 재산인데, 이때 증여는 피상속인의 ‘사망 전 1년 동안’의 것에 한정되나, 증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