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화성·오산을 연계해 하나의 광역 관광코스로 개발하려는 시도가 시작돼 주목된다. 수원시가 지지부진한 시티투어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착수한 방안이긴 하나 3개 시 광역 관광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살릴 신선한 아이디어다. 무엇보다도 역사와 문화의 뿌리가 같은 세 지역의 공동체성을 회복시킬 실질적 방안이어서 의미가 깊다. 세 지자체의 행정구역 통합시도가 벽에 부딪친 현 상황에서, 관광을 매개로 한 소통과 협력의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가 기대되므로 이를 통해 진정한 통합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전망도 갖게 한다. 화성시와 오산시도 반대할 이유할 없는 만큼 3개 시가 힘을 모아 시너지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바란다. 관광산업의 측면에서 볼 때 수원은 너무 협소하다는 게 단점이다. 세계문화유산 화성의 도시이면서도 당일 관광 이상의 코스를 개발하기 어렵다. 연간 400만명에 이르는 국내외 관광객이 세계문화유산을 둘러보러 찾아오지만 시티투어는 고작 연간 7천800명 수준에 불과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수원 시티투어는 역사가 15년이나 되는데도 코스가 너무 뻔하기 때문에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한다. 반면 화성시와 오산시는 풍부한 관광자원을 갖추고는 있으나 상징적 구심이…
어린이집 보육교사에게 맞아 몸에 상처가 난 어린이의 사진이나 학대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 아이를 길러본 사람으로서 분노까지 치민다.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최근 5년간 연평균 104건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신고된 것이니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당한 학대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어린이집의 아동 학대 등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기 위한 법안이 발의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이 법안을 개정, 보육 공무원들에게 특별사법경찰권을 부여한 뒤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려 했던 것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 법안은 발의 보름 만에 슬그머니 철회됐다. 어린이집 이익단체의 집단항의에 밀린 것이다. 이운룡 새누리당 의원(비례대표)은 지난달 18일 영유아보육 사무 종사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에게 관련 범죄에 대한 사법경찰권을 부여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이는 법안(사법경찰관리의 직무를 수행할 자와 그 직무범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의원 13명 명의로 공동 발의했다. 그런데 어린이집연합회 등 어린이집 원장들의 항의와 낙선 협박에 밀려 지난 3일 발의가 철회됐다는 것이다. 공동 발의에 참여한 지역구 의원들의 사무
‘다양성’이란 개념은 기업이 다양한 개성을 가진 직원을 채용하여 기업 내 균형 잡힌 분위기를 유지하거나 적극적인 여성 직원 채용을 통해 여성 관련 시장을 창출하기 위한, 최근 국외 우량기업들이 가장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는 전략적 키워드다. 그렇다면 기업경영에 있어서의 ‘다양성’이란 무엇일까? 이는 무수히 존재하는 축으로 분류할 수 있는 ‘개(個)’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직원들의 다양성을 분류하는 축은 보통 다음과 같은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첫째, 국적, 성별, 연령 등 외형적인 속성에 관한 것이다. 둘째, 스펙, 고용형태, 근속연수 등과 같은 인사조직적인 것이다. 셋째, 예를 들어 부모양성 선호 등과 같은 개인선호 및 생활양식에 관한 것이다. 넷째, 가치관, 종교와 같은 개인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다양성에 대한 분류 축 자체가 아니라, 이와 같은 축에 의해 분류되는 ‘개(個)’의 다양성이 지금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기업조직에는 한국인, 남성, 대졸, 정규직, 연령에 의한 서열 등으로 구성되는 매우 높은 수준의 동
어버이 날이다. 하여, 부모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깊은가를 다룬 ‘부모은중경(父母恩重經)을 읊으려고 했다. 부모님 은혜를 하해(河海)에 비길까. 그러다 문득, 우리네 부모들의 삶을, 특히 청춘을 온통 저당 잡았던 일련의 세력들에게 분노가 미쳤다. 일본 군국주의다. 그 자들의 만행을 거론하자니 입이 더러워질까, 접는다. 우리 부모의 개개인의 삶은 물론 가족과 민족사까지 피폐하게 만든 ‘견잡자(犬雜者)들’이다. 그런데 풍문에 그 유전자를 받은 이(蝨)들이 자신들의 섬에서 여전히 활개치고 있다니 안타깝다. 박멸되지 않는 DNA. 내가 그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소설가 전상국 선생의 중편 소설에서 였다. “아베의 가족”. 1979년 처음 세상에 나와 그 해 한국문학작가상과 이듬해인 1980년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으니, 전 선생의 필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이다. 잠깐 내용을 들추면 이렇다. “화자인 ‘나’의 어머니는 한국전쟁 때 미군에게 강간당해 백치인 ‘아베’를 낳았다. 그런데 이 아베의 IQ가 20에 못 미치는 극단적인 저능아다. 스물여섯 살이 될 때까지 그 입을 통해 나오는 단어는 오직 ‘아베’다. 대소변도 물론 가리지 못한다. 그러나 성욕만은 강해 ‘여자
‘산토끼를 잡으려다 집토끼 놓친다’는 속담이 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가치를 평가절하하고 남이 가진 것을 선호하는 심리는 누구에게나 있다고 보는데, 자칫 잘못하면 숲속에 있는 새에 욕심을 부리다가 손 안에 있는 한 마리의 새마저 놓쳐버리는 경우가 있다. ‘담장 너머의 잔디가 더 푸르다’고 했던가? 사람들은 항상 이웃의 소가 우리 소보다 더 많은 우유를 생산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분명히 똑같은 분량을 생산하고 있는데도 자기 것보다 더 많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고, 심지어는 자기 것은 하찮은 것으로 착각하게 된다. 남의 떡이 더 크게 보인다는 것이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실험결과에 따르면 사람이 어떤 행동을 할 때 같은 행동을 하는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힘들다는 결론을 입증했다. 예를 들어 같은 중량의 물건을 들고 있는데도 다른 사람의 상자가 더 가볍게 보인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부피는 같지만 중량에서 차이가 나는 150g과 750g의 상자를 들게 하면서 다른 사람이 든 상자의 무게를 가늠하게 했는데, 가벼운 상자를 든 사람이 무거운 상자를 든 사람을 부러워한다는 결과를 확인하였다고
얼마 전 후배를 포함한 지인들과 차를 마실 기회가 있었다. 잠시 세상사는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자연스레 자식 얘기 등 가정사로 이어졌다. 직장 못 구한 아들 이야기, 맡겨 논 외손자를 보는 애로사항, 자식 시집 장가보낼 걱정, 그들과 겪는 갈등과 고민 등등. 거기에 노후문제까지. 농반진반 속어로 ‘머리에 지진 나는 얘기’들을 푸념 섞어 하고 있는데 후배가 한때 유행했다며 이런 유머를 던져 모두 공감의 실소(失笑)를 자아냈던 기억이 있다. “잘난 아들은 국가의 아들, 돈 잘 버는 아들은 사돈의 아들, 빚진 아들은 내 아들” “사춘기가 되면 남남이 되고 군대에 가면 손님, 장가가면 사돈” “아들 낳을 땐 1촌, 대학에 가면 4촌, 군대 다녀오면 8촌, 장가가면 사돈의 8촌, 애 낳으면 동포, 이민가면 해외동포” “요즘 미친 여자란? 며느리를 딸로 착각하는 여자, 사위를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 며느리 남편을 아직도 아들로 착각하는 여자” 최근 부모 자식 간 시니컬한 관계를 우스갯소리로 패러디해 놓은 것이지만 씁쓸한 여운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그날 만난 후배와…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한 마음은 넘어짐의 앞잡이라는 말이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겸손은 사람들에게 최고의 덕목이지만, 겸손처럼 지키기 힘든 것도 없다. 그래서 부족한 겸손 뒤엔 항상 교만이 따른다. 교만은 남을 깔보고 자신을 높게 평가하여 반성함이 없고, 쉽게 우쭐거리는 마음을 뜻한다. 이 같은 교만이 지금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다. 특히 가진 자와 배운 자 사이에 팽배해 있다. 외모나 직업, 경제적으로 상대방을 판단, 막말과 위협적인 행동, 욕설은 보통이고 심지어 폭행까지 대수롭지 않게 한다. 기내에서 승무원에게 교만함의 극치를 보여준 포스코 이사가 어렵게 얻은 이사직을 고스란히 내놓고 회사를 떠났다. 그것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씻을 수 없는 수치심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프라임베이커리 강모 회장은 지난 4월 자신의 외제차를 빼달라는 호텔 지배인을 폭행하는 만용에 가까운 교만을 부렸다가 회사까지 폐업했다. 그 회사는 KTX에 경주빵과 호두과자를 납품하던 잘나가는 회사였다. 교만이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부와 명예를 패망의 길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그런데 엊그제는 남양유업 직원이 대리 점주에게 상스러운 교만함을 보이다가 속해있는 기업마저 어렵게…
이번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는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우선 비주류라고 불렸던 김한길 후보가 새로운 당 대표로 당선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더욱 이변은 이번 최고위원 선거에서 호남지역에 정치적 기반을 뒀던 후보는 모두 탈락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이번 전당대회는 단순한 비주류의 전면 등장이 아닌, 호남지역의 민주당에 대한 민심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에서 그 특징을 꼽을 수 있다는 말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번 대권후보 경선 때도 호남지역의 당심은 주류인 친노 측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하지만 모바일 투표라는 희한한 선거 방식 덕분에 민심과 당심이 모두 왜곡돼 호남 민심의 정확한 현황을 알 수 없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모바일 투표라는 제도를 배제함으로써 비로소 정확한 호남 민심이 드러났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즉, 이번 전당대회에서 호남 당원들은 친노 주류에게 분명한 거부감을 드러냈다는 말인데, 이것은 민주당의 미래에 중요한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 민주당의 지역적 기반은 분명히 호남에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지역에서 주류가 친노인 민주당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는 민주당이 전국 정당으로 태어나야지…
중국 전국시대 방공(龐恭)이라는 이가 다른 나라에 볼모로 가는 길에 왕을 알현하면서 ‘전하 만약 지금 누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났다고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그러자 왕은 ‘그런 말을 누가 믿겠소’. 방공은 ‘그러면 다른 한 사람이 더 나와서 똑같은 말을 하면 믿으시겠습니까’. 왕은 ‘그렇다고 한들 누가 믿겠소’. 방공은 ‘만약 다른 한 사람이 더 나와서 똑같은 말을 한다면 어쩌시겠습니까’ 하니 왕은 ‘그렇게 되면 아마도 믿게 되지 않겠소. 세 번씩이나 같은 말을 하는데’. 그러자 방공은 ‘저잣거리에 호랑이가 나타날 리는 없습니다. 그런데도 세 사람이 똑같은 말을 하면 호랑이가 나타난 것이 됩니다’(夫市之無虎明矣 然而三人言而成虎)라고 하였다. ‘제가 먼 나라로 떠나고 나면 저를 모략하는 자들이 셋만은 아닐 것입니다. 부디 헛된 말을 귀에 담지 마시기 바랍니다.’ 방공은 자신이 나라를 떠난 뒤 자신을 거짓으로 비방하는 자가 있을 것을 염려해 이 같은 말을 하였는데 왕은 어떤 비방이나 거짓도 방관하지 않겠으니 잘 다녀오라 하였다. 방공이 떠나자마자 비방하는 자들이 나타났고 왕은 결국 의심하게 되어 그를 귀국하지 못하게 했다고 사기(史記)에 기록돼 있다. 공자의…
라면 상무와 빵회장에 이어 주말 내내 욕우유 파문으로 분노한 시민들이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각각의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의 분노가 SNS를 통해 곳곳에 표출되었고, 기업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발 빠르게 대처했다. 포스코와 남양유업은 그들 기업의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는 개인의 잘못으로 처리하기 위해 가해자들을 회사에서 쫓아냈다. 프라임베이커리는 매출의 95%를 코레일관광개발을 통해 유통해 왔는데 코레일 측에서 납품중단을 통지 받자 폐업결정을 했다. 회장의 실수로 16명의 종사자들이 실직자가 되었다.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가 땅에 떨어졌다고 개탄하기도 했고, 또 일부에서는 권력의 유무로 사회적 관계가 갑을관계로 재편되면서 낳은 병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런 설명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어째서 한 기업의 임원이 여승무원을 폭행할 수 있고, 회사 상품을 판매해주는 대리점에 폭력적으로 강매와 욕설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회장이란 신분이 뭐라고 지갑으로 50대 종업원을 내리칠 수 있는지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비단 가해자들의 비정상적인 태도나 성격에서 기인된 문제로 보기엔 너무나 구조와 맞닿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