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대선 출마 등 굵직한 정치현안에 묻혔지만 법원에서 의미있는 판결이 나왔다. 어쩌면 대선후보들이 공통적으로 외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현실화는 법원에서 시작됐다는 느낌이다. 법원은 대한변호사협회가 K자동차를 상대로 제기한 에어백 허위광고 피해소송에서 피해 소비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을 명령했다. 소위 공공기관의 공익소송에 의한 첫 승소라는 점에서 그 영향은 대단할 전망이다. 법원은 K자동차가 특정 승합차의 홍보광고에서 “3열에도 커튼 에어백이 기본으로 장착됐다”는 허위광고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혔음을 인정, 원고 27명 25명에게 25만~115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대기업에 비해 약자일 수밖에 없는 소비자의 피해구제에 법원이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한다. 특히 이번 판례가 확장돼 소송에 직접 참가하지 않은 피해자도 소송 승소자와 똑같은 판결효력을 누리는 ‘집단소송제’로 진화할 수 있어 소비자단체들이 뜨거운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대기업들은 이번 소송으로 발아된 소비자위주의 소송제도가 집단소송제를 넘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로 성장할까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물론 원칙적 ‘공익소송제’는 기업의 불법행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 입안의 비린내를 헹궈내고 달이 솟아오르는 창가 그의 옆에 앉는다 이미 궁기는 감춰두었건만 손을 핥고 연신 등을 부벼대는 이 마음의 비린내를 어쩐다? 나는 처마 끝 달의 찬장을 열고 맑게 씻은 접시 하나 꺼낸다 오늘 저녁엔 내어줄 게 아무것도 없구나 여기 희고 둥근 것이나 핥아보렴 - 송찬호 시집 ‘고양이가 돌아오는 저녁’/2009년/문학과지성사 실제로 고양이를 키울 수도 있겠으나 시집 전체에서 보이듯 사물의 의인화로 가득한 시집이라는 점에서도 고양이는 퇴근하는 시인의 모습이거나 종일토록 드리우고 다니던 그림자이며, 나아가 시인 마음속의 깊은 그늘이 아닐까. 또는 우리들 모두의 그늘이며 문명의 그늘이 아닐까. 그래서 허기로 가득한 자신에게 우리 모두에게 달의 꿈 옥토끼와 함께 방아를 찧는 꿈을 나누자는 이야기가 아닐까. /조길성 시인
대형마트가 편한 것은 몇가지 있다. 주차장이 넓어 주차고민을 덜 수 있고 갖가지 공산품과 농산품 등이 질서정연하게 매대를 채우고 있어 필요한 물건을 손쉽게 고를 수 있다. 정해진 가격을 지불하기만 하면 일사분란하게 쇼핑이 이뤄진다. 이런점에 비해 전통시장은 불편한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주차장도 그렇고 물건을 골고루 사기 위해서는 이곳저곳 상점을 기웃거려야 한다. 물건에 정가표가 매겨져 있다고는 하지만 적정가격인지 의구심이 들때가가 간혹 있기도 하다. 그 옛부터 추석절 하면 우리 어머니들은 전통시장에서 추석 차례상에 필요한 물품들을 사오곤 했다. 또 명절빔 이라고 해서 멋들어지지는 않았지만 새옷을 사다 아이들을 입혔다. 그렇게 기다리던 추석절에 어미니를 따라 전통시장에 갈라치면 그곳은 천국이었다. 먹고 싶은것, 입고 싶은것, 또 갖가지 볼거리들이 신기하리만치 즐비했다. 하루종일도 힘들지 않았다. 우리의 최대 명절 추석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에도 많은 사람들은 대형마트에 들러 갖가지 물건들을 구입할 것이다. 한번쯤 옛 정취를 기억하며 전통시장에 가보자. 시장 입구에서부터 자기 물건이 최고라며 목청을 높이는 상인들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간다. 추석명절 분
소설가 오정희씨가 쓴 ‘중국인 거리’라는 작품이 있다. 6.25 도중에 인천으로 이주해 와 중국인 거리 속에 살게 된 한 소녀의 눈을 통해 본 전쟁의 비극상을 그리고 있다. 중국인거리를 비롯한 외국인거리는 인천 차이나타운 말고도 여러 곳에 존재한다. 인천 차이나타운은 아예 관광객을 노린 관광지로 육성되고 있지만 대부분의 외국인 거리는 해당 지자체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안산의 경우 원곡본동에 형성된 다문화거리는 중국 등 60여 개국 6만여 외국인의 생활공간으로, 2009년 안산시로부터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됐지만 문제점이 많다. 일명 ‘국경 없는 마을’로도 불리는 안산 다문화거리는 외국인들이 어우러진 이색 공간으로, 외국인들이 80%가량 자체상권을 형성하고 있다. 아시아권의 100개가 넘는 다양하고 별난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외국인 범죄도 그만큼 많이 일어난다. 안산 단원경찰서에 접수된 외국인 범죄는 2007년 408건, 2009년 790건, 2011년 863건 등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인다. 특히 밤의 안산 다문화거리는 '무법천지'라고 이곳에 사는 내국인 주민들이 탄식하고 있을 정도다. 안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수원역 일대에도 중국인…
대법원이 불심검문 기준을 판결문에 기재해 치안 현장에서 경찰의 올바른 공무집행 보장해야 한다는 대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외수 작가는 “불심검문, 기분 더럽다”라고 트윗을 날렸다. 날로 흉포화·잔혹화되는 범죄에 경찰이 ‘방범비상령’을 선포하고 성폭력·강력범죄 총력 대응 흉기소지 등 확인을 위한 불심검문을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한 말 같다. 미국의 불심검문은 형사상의 정식 수사절차가 진행되기 이전에 현장에서 혐의가 있는 자에 대해 정지시켜 신체수색과 질문을 하는 것을 총칭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경찰관이 개인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범죄행동의 진행과 관련이 있다고 합리적으로 의심되며, 이러한 의심을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이고 명백한 사실을 적시할 수 있는 경우에 행인을 영장 없이 정지시키고 신체외부에 대한 몸수색을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영국은 ‘경찰 및 형사증거법’, ‘형사사법 및 공공질서법’, ‘테러리즘법’ 등 의심의 합리적 근거를 요하는 정지 및 수색권한과 함께 의심할 만한 근거가 없는 경우에는 정지 및 수색권
대통령 선거 분위기가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박근혜, 민주통합당 후보로 문재인이 선정된데 이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원장이 19일 대권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나온다 안온다, 할거냐 말거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안 원장의 대권 거취표명으로 일단 3자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이번 대선의 특이한 점은 정당 후보보다는 일반 후보자의 인기가 더 크다는데 있다. 그렇다고 범 야권 유력주자로 일컬어지는 안 원장이 대선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정당정치의 고질병이 해소될 것이라고 보는 국민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현실정치의 한계라는 인식이 많이 깔려있기 때문이다. 일찌감치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는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며 큰폭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정당후보로 선출되고도 여의도 정치의 탈피를 표방하는 등 거리를 두는 표정이 역력하다. 이는 안 원장과의 후보 단일화를 의식한 선거전략으로 보인다. 이제 대선은 9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대선의 특징은 ‘여성대 남성’의 성(性) 대결구도에 기존 정당정치와 안철수식 새로운 정치형태의 대립 양상도 띠고 있어 역대 어느 선거보다 치열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시선을…
2012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가 약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도와 수원시가 주최하는 정원박람회는 오는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수원 청소년문화공원에서 펼쳐진다. 당초엔 개최 장소를 서호공원으로 준비했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문화재구역이라는 이유로 박람회 개최 뒤 시설을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여러 차례 협의 끝에 시설 존치가 가능한 인계동 청소년문화공원으로 변경했다. 사실 이 행사는 서호공원이나 만석공원에서 하는 것이 어울린다. 왜냐하면 이번 정원박람회 주제가 ‘공원, 도시농업을 품다’이기 때문이다. 서호나 만석거는 조선조 22대 정조대왕이 만든 농업용 인공저수지이다. 이 농업시설로 인해 당시 가뭄에서도 만족할 만한 소출을 올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 역사적인 의의로 보나 ‘도시농업의 재조명’이라는 면에서나 잘 어울리는 장소이다. 그러나 문화재구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행사 뒤 해체하는 기존 박람회와 달리 정원박람회의 모델정원 등 시설은 공원 전시공간으로 보존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의 요구로 장소를 변경할 수밖에 없지만 수원시민들이 정원박람회에 거는 기대는 크다. 이 행사는 도시 정원문화의 새로운 패러다
사기(史記) 자객열전에 소개돼 유명한 ‘사위지기자용(士爲知己者用), 여위열기자용(女爲悅己者容)’이라는 고사가 있다. 이는 선비는 자신을 알아주는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인은 자신을 기쁘게 해주는 이를 위해 화장을 한다는 뜻으로 주로 선비들의 강단을 강조할 때 인용된다. 전후 맥락의 뜻은 뒤로하고, 여기서 보여주듯 동양의 사고에서 화장(化粧)은 여성의 몫이었다. 불과 한 세대 전만해도 여학생들의 화장은 있을 수 없는 일로 학칙위반이었고, 성인 여성의 짙은 화장마저 손가락질 받던 시절이 있었음을 보면 우리사회 역시 화장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화장하는 한국 남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아니 놀라울 정도로 많은 남자들이 화장에 공을 들이고 있어 남성화장품 시장이 세계에서도 가장 크다는 집계다. 시장조사기관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우리니라 남자들이 피부관리를 위해 지출하는 돈이 한 해 4억9천550만 달러(5천574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는 세계시장의 21%에 차지하는 규모이며 올해는 우리나라 남성화장품 시장은 8억8천5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게 국내 최대 화장품회사 측의 추계다. 화장하는 남자가 크게 늘어난 것
뽀로로 시리즈 이야기는 매우 간단하다. 사계절 내내 눈과 얼음으로 뒤덮인 극지방의 어느 눈 속 마을에 여러 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이들에게 일어나는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줄거리를 이룬다. ‘뽀로로’는 이런 에피소드들로 이루어진 컴퓨터 애니메이션의 이름이자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주인공 캐릭터의 이름이기도 하다. 항상 비행 모자와 고글을 쓴 이 펭귄은 친구인 여우나 곰, 새, 공룡 등 다양한 동물들이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 극지방 가상세계는 사실 현실에선 기대하기 힘든 공간이며 조합이기도 하다.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2010년과 2011년에서 어린이 및 가족 관객을 위해 ‘뽀로로’를 상영하였다. 특히 야외 자동차 극장에서 공개한 ‘뽀로로’는 11월 밤 즐거운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이끄는데 있어서 초반부터 이를 보고자 하는 어린이집의 러브콜과 함께 연일 매진을 이룬 단연 화제거리였다.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는 일찌감치 ‘미키 마우스’를 통해 하나의 성공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얼마다 대단한가를 잘 보여주었다. ‘뽀로로’는 또한 디즈니 인수설의 루
운전기사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을 일컫다. 산업화 이전 우리사회에서 운전기사가 전문직으로 취급받던 때도 있었다. 자동차가 희소하던 시절, 운전기사도 적었고 이들은 운전부터 자동차 정비에 이르기까지 당시로서는 전문성을 인정받기 충분했다. 그러나 자동차가 길을 메우는 요즘, 운전기사는 3D업종 중에서도 천직(賤職)이라는게 운전기사들의 하소연이다. 이들 운전기사 대부분은 하루하루 사납금 채우느라 사투를 벌이고, 박봉 속에 폭력손님에 시달리고 있다. 이와 달리 기업인, 정치인 등에게 고용된 운전기사들은 사정이 천차만별이다. 우선 고용 불안으로 인해 택시나 버스기사들을 부러워하는 경우다. 임시직 혹은 비정규직 형태의 이들은 뒷자리에 앉는 ‘높은 분’이 주는 점심값이나 용돈을 아껴 생활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반면 요즘 ‘높은 분’의 불법 정치자금 폭로로 정치권을 흔드는 운전기사들은 우리가 아는 운전기사라기 보다는 쇼퍼(Chauffeur)에 가깝다. 자동차문화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서양에서 비롯된 쇼퍼는 주로 롤스로이스나 캐딜락 같은 최고급 차량을 운전하며 경호, 통역, 의전 등의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페셜리스트를 의미한다. 품격을 중시하는 영국 황실은 물론 영미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