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도는 사사로움이 없으며 늘 선인에게 되돌려주는 것이다. 노자(老子)에는 하늘의 참된 도는 삼라만상의 모든 것과 친함에 있어 단지 항상 선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푼다고 했다. 백이(伯夷)와 숙제(叔齊)의 아버지는 왕으로써 아들 숙제를 왕으로 삼으려 했는데, 왕이 죽자 숙제는 형 백이에게 왕위를 양보했다. 형 백이는 왕위에 오르지 않고 이것은 아버지의 지엄한 명령이었다고 거절하고 말았다. 이와 같은 아름다운 의리의 이야기는 공자(孔子)로 인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백이와 숙제는 끝까지 의리 속에서 수양산 속에 은거하면서 산나물 고사리로 배를 채우며 결국 굶어 죽었다. 우리에게는 친구의 의리 표상으로 늘 백이·숙제를 떠올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사기(史記)에 기록돼 심금을 울린 백이·숙제에 대한 전기를 보면 하늘이 착한 사람을 돕는다고 했는데, 그 말이 정말 부질없는 말인 것이다. 참으로 어질기만 한 백이·숙제는 맑고 착하게 살았지만 굶어 죽었다. 잘 알려진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는 가난 속에 술지개미로 연명하다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나 후세 많은 문장가들의 손끝에 청빈함의 대변자로 등장되고 있다. 한편으로 흉악
학교에는 학생과 교사가 있다. 학생은 학생대로 ‘인권’을 요구하고 있고 교사는 교사 나름대로 ‘교권’을 주장하고 있다. 다 맞는 얘기다. 그러나 상대를 배려하지 않은 자기 권리만을 주장하는 인상이 짙다. 하늘과도 같다는 스승과 또 그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제자 사이에 권리만을 주장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에 씁쓸함을 감출수가 없다. 지난 5월 한국교총이 조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교원들의 명퇴가 증가하는 원인으로 ‘교육환경 변화에 따른 어려움’을 지적한 비율이 94.9%였고 교육환경 변화로는 70.7%가 ‘학생인권 조례 추진 등으로 학생지도의 어려움 및 교권추락 현상’이라고 답했다. 즉,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학생들의 인권에 관한 의식이 높아졌고 더 나아가 학생들의 잘잘못을 따지고 지도할 수 없는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학부모의 무분별한 개입이 한 원인으로 지적되기도 한다. 교권 침해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것이 현실이다.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사례는 2009년에는 1천570건이던 것이 2010년에는 2천226명, 지난해에는 4천801건으로 늘었다. 최근 교사들의 명예퇴직이 증가하는 것도 교권침해와 무관하지 않다. 명예퇴직 교
결국 수원시 신풍초등학교의 광교신도시로 이전이 확정됐다. 수원교육지원청은 지난 27일 ‘신풍초교 이전과 분교장 운영계획’을 확정해 홈페이지에 공고함으로써 116년 전통의 신풍초등학교는 내년 광교신도시 내 신설학교인 가칭 ‘이의3초등학교’로 자리를 옮기게 된다. 그러나 학교 이름은 ‘신풍초등학교’를 그대로 사용하게 되며 현 교정은 재학생과 학부모들의 편의를 위해 재학생 181명이 모두 졸업하는 2018년 2월까지만 분교장 형태로 한시 운영된다. 당연히 이곳에서 새로운 입학생은 받지 않는다.(본보 29일자 7면) 학부모나 동문 입장에서 보면 참 아쉬울 것이다. 시민 가운데서도 116년 동안 현 위치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하면서 인재를 양성시켜온 유서 깊은 신풍초교가 다른 곳으로 이전한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많다. 오랜 전통을 가진 학교의 역사적 가치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10여년 전부터 이전 문제가 표면화되면서 수원시-수원교육지원청-학부모-동문들 간 극심한 갈등을 빚어온 바 있다. 현재 수원시는 화성행궁 2단계 복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때문에 신풍초교 이전을 요구하자 신풍초 학부모들은 학교가 이전할 때 발생하는 재학생들의 불편과 학교 부적
귀가 어두우셨던 아버지 늘그막엔 마을회관 확성기 소리조차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세상에 어디 들을만한 소리가 있다냐 차라리 안 듣는 게 맘 편혀 물질을 나서기 전에 하신 말씀 댓돌 위에 놓인 장화가 두 귀를 반듯하게 세워 먼저 들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적막한 바다로 나가면 한없이 맑아지는 아버지의 귀 바다를 무덤으로 삼을란다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어느 날 돌풍의 거대한 귓구멍 속 귓밥으로 가라앉았다 - 이종섶 시집 ‘물결무늬 손뼈 화석’/2012년/푸른사상 바닷가에 떠밀려온 소라 하나 내장을 다 비워 온몸으로 만든 커다란 귓속에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었다 귀를 댈 때마다 세상에서 들어보지 못한 소리를 쉬지 않고 들려주는 소리의 집 아버지의 유일한 유품이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아비가 됐을 때 더욱 선명하다. 바다를 삶의 자리이자 무덤으로 삼았던 아버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고 내장을 비운 소라 하나가 아버지의 소리를 들려주는 유일한 유품이 됐다는 한 편의 영상 같은 작품이다. 가족을 위한 아버지의 자리는 어쩌면 집이 아니라 거친 파도가 일렁이는 삶의 바다였음을 애잔하게 보여준다. 사랑을 위해 사랑의 자리에 있지 않고 사랑 밖에서 사랑
최근 몇 년 동안 성범죄 발생에 관한 뉴스나 인터넷을 자주 접하게 됐다. 최근의 사건 중에는 어린 여자아이를 납치하거나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크게 이슈화되면서 해당 범죄자를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도 들끓었으며, 그와 관련해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등 특별법이 제정되게 됐다. 성범죄라는 것이 비단 현대뿐 아니라 과거에도 발생했지만 최근에는 대중매체를 통해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런 성범죄를 규제하는 우리나라의 규정은 형법뿐 아니라 각각의 많은 특별법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사건에서의 법 적용은 각 특별법들을 우선 적용하는 경우가 많아 형법이 직접 적용되는 비율이 거의 없다. 다른 법률에 비해 보충성의 원칙에 충실한 형법은 그 특성상 모든 범죄를 미리 규정해 법전화(法典化)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견 하에 각종 특별법들이 난무하게 돼 규정을 명확히 살펴보는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최근 들어 성매매, 아동성폭력 등 문제가 되고 있는 성범죄에 관한 규정은 특히 특별형법 규정이 많다. 같은 강간 사건, 성매매 사건행위라 해도 행위객체가 일반 성인과 청소년을 구별해 각각 다른 규정이 적용되는 등 복잡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어린 자녀들의 앞날을 생각해서법보다 먼저 대화로 조정했으면… 잘못된 법과 규정이라면교과부와 시·도교육감들이합의점을 찾아 바르게 가야한다. 얼마 전 경찰공문 오해로 초1학년생들 학교폭력범으로 ‘낙인’이라는 기사를 읽었다. 급우 6명이 자기 자녀에게 학교 축구 골대에 강제로 손을 집어넣게 하고 매달았으며, 화장실에 열을 셀 동안 갇혀 있는 등 여러 차례 폭력을 당했다고 신고됐다. 신고를 받은 학교폭력 자치위원회는 촬영된 CCTV 화면에 찍인 내용으로는 아이들 간에 장난인지, 폭력인지 판독이 어렵다며 ‘학교폭력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피해자 부모는 지역위에 재심을 요청하고, 대전 서부경찰서에도 관련 사건을 신고했다. 시 지역위가 경찰서에서 받은 공문에 ‘범죄사실’이라는 항목으로 가해와 피해 사실이 기록돼 있는 것을 수사결과라고 오해해 학교에 재심을 지시하고, 학교는 가해자 학생들을 학교폭력범으로 판정해 생활기록부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에 기록돼 졸업 후 5년 동안 관련 기록이 남게 됐다고 한다. 급하게 시행된 자치위원
한번 맛을 들이면 천장에서 흰공과 빨간공이 돌아다니고, 책장을 넘겨도 4각의 틀안에서 당구공이 보인다. 그렇기에 대학시절, 강의실을 마다하고 당구장에서 자장면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청춘도 많았으리라. 1980년 전후, 당구장은 굉장한 인기를 누렸다. 암울한 정치상황과 젊음을 달래줄 마땅한 놀이문화가 빈곤하던 때여서 당구는 청바지, 생맥주 등과 젊은이들의 문화가 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당구장은 음습했다. 짙은 담배연기는 물론 취객들의 떠들썩한 소음, 그리고 내기당구로 인한 다툼이 그치질 않았다. 여기에 동네 왈패들이 포진한 당구장은 자칫 봉변을 당하기 십상인 곳으로 어른들은 당구장출입을 극히 말렸다. 그런 환경에 대한 거부감과 프로야구 등 새로운 놀이문화가 급속히 보급되면서 당구는 쇠퇴기를 겪었다. 요즘 당구의 인기가 다시금 살아나고 있다. 전국 주요도시의 오피스거리에는 당구장 간판이 빠지지 않고 눈에 띤다. 저녁식사와 간단한 음주 그리고 술을 깨기 위한 당구 한판은 샐러리맨들의 스트레스를 푸는 코스로 자리잡았다. 여기에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건전스포츠로 이미지가 개선됐다. 특히 방송사가 3쿠션 당구대회를 중심으로 TV중계에 까지 나서 인기 프로선수의…
안하무인인가, 뚝심인가. 곽상욱 오산시장이 초대형 태풍 예보로 온 나라가 비상인 시국에 해외 출장을 강행해 물의를 빚고 있다 28일 오후 3시. 태풍 볼라벤의 북상으로 가로수가 부러지고 간판이 떨어지면서 피해가 심해질까 정정 긍긍하고 있던 그 시각, 곽상욱 시장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잘 지키라’는 말 때우기식의 특별지시를 내리고 베트남 해외출장을 위해 그렇게 시청사를 떠났다. 전국이 초비상상태에서 지역 지키기에 올인하는 시점에 자매도시와의 신뢰를 내세워 해외여행을 강행한 시장이나 함께 따라 나선 의장이나 사회기관장들 모두 참 기가 막힐 따름이다. 특히, 공교롭게도 태풍만 오면 아랑곳없이 국내나 해외로 출장을 강행하고 있는 곽상욱 시장의 뚝심에 경의를 표한다. 어떤 이유로 변명한다하더라도 이러한 비상시기에 시의 수장인 시장이 자리를 비우는 행위는 공무여부를 떠나 시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자치단체장이 외교적 실리를 위해 해외 자매도시를 방문하고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상황과 때를 고려해 판단하지 못하고 조변석개(朝變夕改)의 행태를 보이는가 하면 오만과 독선에 빠져 시정의 우선순위를 헛갈리는 처사는 심히 우
초강력 제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이 한반도를 할퀴고 지나갔다. 28일 새벽 제주도와 서남해안을 통과해 정오 무렵 서산 서쪽 80㎞ 부근 해상에서 시속 41㎞의 빠른 속도로 이동해 수도권지역을 벗어난뒤 북한 옹진반도에 상륙했다. 볼라벤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경기 서쪽 120㎞ 부근 해상에 진입하면서 가장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 볼라벤은 기세등등할 때 중심기압 960헥토파스칼(hPa)에 최대풍속 초속 40m의 ‘강한’ 태풍이다. 태풍 ‘볼라벤’은 역대 손꼽히는 강풍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16분 전남 완도에서 초속 51.9m의 순간 최대풍속이 기록됐다. 풍속이 30m면 허술한 집이 무너지고 35m일 땐 기차가 넘어질 수 있다. 초속 40m의 강풍은 사람은 물론 커다란 바위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위력이다. 이날 아침 완도에 분 바람을 시속으로 환산하면 186.5㎞다. 태풍과 관련한 각종 집계가 시작된 1937년 이래 이보다 더 센 바람을 몰고 온 태풍은 네 개밖에 없다. 태풍 ‘볼라벤’의 북상에 따른 강풍으로 인해 인천대교가 28일 낮 12시22분을 기해 전면 통제해 만일에 있을 수도 있는 사고애 대비했다. 피해도 컸다. 오전 8시…
지난 8월 15일자 본란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수원군 우정면 주곡리(현 화성시) 출생 서지학자 고 이종학 선생의 특별기획전시회가 지난 14일부터 오는 10월 14일까지 수원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선생은 자비를 들여 우리 역사 자료 수집에 평생을 바쳤다. 이번 전시회는 그의 사후 유족들이 수원시에 기증한 유물과 자료에다 다른 곳에서 임대한 귀중한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특히 요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침탈 시도가 계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참 의미있다. 수원시민은 물론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가 반드시 봐야 할 전시회인 것이다. 염태영 수원시장도 최근 일본의 망동(妄動)에 분노하면서 예정돼 있던 일본 우호도시 후쿠이시 방문을 취소했을 뿐 아니라 수원국제음악회와 전국무궁화축제 등 가는 행사장마다 시민들에게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고 사운 이종학 선생의 특별 전시회를 관람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자기들의 잘못을 반성할 줄 모르는 후안무치(厚顔無恥) 일본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감정은 염 시장과 다르지 않다. 비록 작은 바위섬에 지나지 않지만 일본이 독도 문제를 건드리는 것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국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이 독도문제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길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