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인간은 마음이 통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당나라 시인 위징(魏徵)은 당태종을 도와 당나라를 세운 인물 중 일등공신이다. 당태종이 쿠데타를 일으켜 그의 형과 아우를 죽이고 왕권을 차지했지만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임금으로 칭송되고 있는데, 그 유명한 정관지치(貞觀之治)가 되기까지 위징의 보좌가 매우 컷다. 그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당태종의 잘못된 점을 지적했으며 간언에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당태종은 그런 그를 내치지 않고 더 높이 등용했다. 위징은 자기의 능력을 알아준 황제에 감동해 나를 알아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를 위해 목숨을 바쳐도 좋다고 말했다. 위징이 죽으니 태종은 사람을 거울로 삼으면 자기의 행실이 옳은가, 그른가를 알 수 있는데 나는 이제 거울로 삼을 사람을 잃었도다고 한탄했다. 인생이란 이렇게 의기가 투합돼 나아간다면 한세상 얼마나 행복할까. 사람들의 마음이 서로 다름은 마치 얼굴이 다름과 같고 입은 재앙이 드나드는 문이요, 혀는 육신을 동강내는 칼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남의 재능을 질투하고 남의 실수를 다행으로 여긴다. 세상은 번개인 듯 흘러가니 바쁘기 그지없다. 죽고 사는 것이 밤과 낮 사이에 물 흐르고 꽃피는 것이려니 지금…
영화 <건축학 개론>에서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은 90년대 학번의 말랑말랑했던 감성을 상징하는 노래로 쓰였다. 80년대 끝자락에 대학교를 다닌 나에겐 1989년에 발표된 김현철의 ‘춘천 가는 기차’가 그랬다. 이 노래에서 첫사랑과 경춘선을 타고 떠났던 춘천 데이트를 아련하게 떠올리는 이들이 많을 듯 하다. 특히 서울과 수도권에서 20대를 보낸 이들에게는 말이다. 오월의 내 사랑이 숨쉬는 곳… 안개의 도시 춘천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그런 기억 때문일지도 모른다. 춘천은 무작정 열차에 올라 멍하니 생각에 잠기던 아픈 청춘들에게도 묘한 치유의 힘을 지닌 도시였다. 봄, 가을이면 경춘선 열차는 대학생들을 잔뜩 태우고 달렸다. 대성리, 가평, 강촌 등 대표적인 MT촌들이 경춘선을 따라 자리해 있었고, 별처럼 총총 박힌 추억들에 줄을 대는 경춘선 열차는 그래서 ‘추억과 낭만의 기차’로 기억되어 왔다. 2010년 12월, 경춘선 복선 전철화 사업이 완료되며, 경춘선 열차에 담긴 수많은 이야기들은 영원한 추억이 되었다. 1939년 개통된 경춘선은 아름다운 경춘가도를 따라 달리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5일 공식 일정은 1건도 없다. 전날인 4일만해도 평택에서 발카코리아(주) 준공식과 제17회 여성주간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하루 전날인 3일엔 아침 일찍부터 실·국장회의를 필두로 경기도 삼남길 개통현약식, 도의회 정례회 개회식, 취업지원 MOU 및 일자리센터 수원역 상담실 개소식, 중소기업 현장방문 및 애로사항 청취 간담회 등 무려 8건이나 소화했다. 이유는 자명하다. 초미의 관심사로 부각된 김 지사의 새누리당 대선 경선의 참여 여부에 대한 ‘결심’때문에 막판 숙고할 시간이 필요한 때문이다. 예고된대로 김 지사의 측근인 김용태 의원은 지난 4일 늦어도 이번 주말 전까지는 ‘김 지사의 입’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애초 새누리당의 경선 후보등록일인 10일 직전까지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에서 더이상의 기다림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탓이다. 이제 김 지사의 선택만 남았다. 경선 참여와 불참이라는 2개의 답이 있다. 일단은 ‘경선 참여’로 기울었다는게 지배적이다. 이미 ‘비박 3인방’인 이재오 의원은 김 지사의 ‘강제하거나 구속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굳이 ‘비박연대 프레임’에 가둬둘 수도 없지만, 갇혀 있을수만도 없다는 입장은 분명
해서는 안되는 얘기지만 시중에는 전두환 정권 때의 이른바 ‘삼청교육대’가 다시 생겨야 한다는 말이 돌고 있다. 저자마다 조폭들이 설치고 술에만 취하면 주민들을 괴롭히고 파출소나 동주민자치센터에서까지 난동을 부리는 ‘주폭(酒暴)’까지 이 사회가 온통 폭력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다. 일본과는 딴 판이다. 지금도 일본 경찰은 밤중에 방범봉이나 가스총도 없이 수첩 하나 달랑 들고 자전거를 탄 채 골목길을 순찰한다. 범죄사건이 거의 없기 때문에 남는 시간을 이용해 마을신문을 만들어 직접 돌리는 경찰도 많다. 물론 일본에도 조폭들에 의한 범죄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야쿠자라고 불리는 일본 조폭은 자기들끼리 이른바 ‘전쟁’을 한다. 우리나라에도 예나 지금이나 조폭들은 늘 있었다. 지금은 친구, 조폭마누라, 말죽거리 잔혹사, 싸움의 기술, 투사부일체, 달마야 놀자 등 조폭을 소재로 한 수많은 영화들이 인기를 끌 정도로 조폭의 존재는 공공연한 현실이 됐다. 영화만의 잘못은 아니지만 일부 청소년들은 조폭을 꿈꾸기도 한다. ‘골목조폭’이란 것도 있다. 비속어로는 ‘양아치’라고 하는 부류들이다. 재래시장, 상가, 노점 등에서 상습적으로 금품을 뜯고 폭력을 휘둘러 영업을…
2000년 오늘,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법관 후보자 6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틀간 국회에서 열렸다. 오늘은 이규홍·이강국·손지열 후보 등 3명의 대법관 후보가 출석했다. 여야 의원들은 각 후보에 대해 과거 판결기록을 검증하고 사법개혁 등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다음 날, 청문회특위는 박재윤·강신욱·배기원 후보자를 대상으로 참여연대 사무처장인 박원순 변호사를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시켜 청문회를 계속했다. 입법부에 의해 사법부 인사가 검증을 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지만 여야 의원들의 질문이나 후보자의 답변이 원론을 벗어나지 못해 후보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1978년 오늘, 통일주체국민회의에 의한 간접선거 방식으로 제9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됐다. 공화당의 단일 후보로 나선 박정희 현직 대통령이 당선됐다. 출석 대의원 2,578명 가운데 2,577명으로부터 찬성표를 받았다. 나머지 한 표는 무효였다. 그는 이로써 1963년 직접선거로 5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5선을 기록하게 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1980년대에 조국을 번영시켜야 하는 사명감에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듬해 10월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총탄을 맞고 세상을 떠났다.
고려대생 습격사건의 주범들인 이정재와 유지광 등 ‘정치폭력배’ 26명에 대한 첫 공판이 1960년 오늘, 서울지방법원 대법정에서 열렸다. 피고들은 석 달 전인 4월 18일 3.15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시위행진을 벌이던 고려대생들을 습격해 20여 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국민들의 분노를 자아내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다. 피고들은 이날 공판에서 고려대생 습격사건이 반공청년단과 경찰이 공모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여름휴가를 바캉스(Vacance)라고 불러왔다. 피서나 휴양을 뜻하는 프랑스어인데, 그들의 대대적인 여름휴가문화를 대변한다. 6월을 넘어서자 여름휴가 계획을 짜는 직장인들이 분주해 졌다. 장맛비가 그치고 열대야가 시작되는 이달 중순이면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것이다. 산 혹은 바다로 장소를 정하고 함께 할 멤버가 결정이 되면 가장 현안은 비용이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직장인 500명과 기업 500곳을 대상으로 ‘직장으로 하계휴가계획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올해 여름 휴가비로 1인당 평균 52만9천원을 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금액은 지난해 예상 휴가비 49만8천원보다 6.3% 늘어나 물가상승률을 넘어서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휴가비를 ‘더 많이 쓸 계획’이라는 직장인이 41.6%인 반면 ‘적게 쓸 계획’은 9.7%에 그쳐 씀씀이가 커질 전망이다. 또 누구와 휴가를 보낼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67.8%가 ‘가족과 함께’라고 답해 가족중심의 휴가문화가 정착됐음을 보여주었다. 걱정은 절반이 넘는 51.5%가 ‘7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단비로 들판이 시끌시끌하다. 발아를 늦췄던 씨앗들 서둘러 잎을 꺼내고 더디기만 하던 성장이 하루가 다르게 웃자란다. 망초꽃 하얗게 일렁이는 묵정밭 앞에 걸음을 멈춘다. 묵정의 세월이란 것이 다 그렇듯 손길이 가지 않는 밭은 잡초와 날것들의 천국이다. 이름을 알 수 없는 들꽃과 봄에 꽃을 피우고 지금은 홀씨를 날리고 있는 민들레며 풀씨가 이 밭의 주인이다. 가끔씩 튀어 올라 날것들을 놀라게 하는 꿩과 비둘기가 한낮의 고요를 흔들곤 한다. 들꿩이 날아오른 자리 파르르 꽃잎을 떨고 있는 패랭이꽃에 눈길이 머문다. 조용하고 수줍은 듯 화려하지 않고 은근한 패랭이꽃, 나는 패랭이꽃을 좋아한다. 삶의 고뇌와 방황이 많던 스무 살 무렵 저수지 둑에 앉아 고요한 수면에 잡히는 물 주름을 바라보며 산다는 것이 뭔가, 왜 살아야 하는가 하는 이십 대의 고민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던 때가 있었다. 그날도 한동안 물을 바라보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꽃 한 송이를 보았다. 칡덩굴과 잡풀이 우거진 풀 속에서 보랏빛으로 피어있는 한 송이 꽃, 패랭이 꽃이었다. 그 꽃이 하도 예뻐서 꺾으려 했지만 쉽사리 제 몸을 내주지 않았다.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의연히 피어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2018년까지 9년에 걸쳐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시작됐다. 1955년에서 1963년에 사이에 태어나 곧 퇴직을 앞둔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Baby Boomer)들의 노후준비가 사실상 부실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전체 인구의 14.6%인 712만 명으로 수적 우위를 차지하는 집단이다. 이들은 급격한 경제성장과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한 세대로 사회의 중심축 역할을 해 왔다. 2010년부터 퇴직이 시작돼 이들이 노인세대에 접어드는 2018년 시점을 고려하면 고령화 사회를 대비한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들에 대한 퇴직준비가 있어야 한다. 안산시 베이비붐 세대 공무원은 418명이다. 이들은 시민의 봉사자로서 공적 자원이며 국가와 지역발전을 선도하는 역할과 책임을 지는 인적자원이다. 하지만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이 2008년 개정되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년퇴직을 60세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년이 도달하기 전에 공무원은 후배를 위해, 제2인생을 위해 조기퇴직, 명예퇴직 등으로 퇴직하는 사례가 많다. 이들을 위한 퇴직준비와 관련한 교육이 짧고 퇴직준비 교육내용도 일률적이고 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