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풍족하지 못했던 시절에는 학생이건 직장인이건 하루 세끼의 식사 중 점심에 해당되는 음식물을 넣는 그릇으로 도시락의 원조는 주먹밥으로 볼 수가 있다. 그 때에는 소풍을 비롯해 여행, 휴가철에도 가지고 다녔는데 반찬은 가급적 국물이 적은 마른 반찬이 주을 이뤘고 약간 간간하게 만들었다. 중년 세대들은 도시락에 대한 즐겁고 괴로운 기억 한 두가지 있게 마련인데, 지나고 보면 먹음직스러운 추억으로 남은 것이 그 때의 도시락이 아닌가 싶다. 변천사를 살펴보면 누런색 또는 회색 알루미늄이 대부분이었다. 그 후에는 모서리 부분이 조금 둥그러운 타원형이 있었는데 밥을 조금 싸오는 여학생들에 인기가 있었고 백설공주나 마징가 제트가 그려진 최신형도 있었으나 지금은 24시간 보온이 가능한 것으로 변천해 나갔다. 당시 같은 교복을 입어도 풍요와 빈곤을 숨길 수가 없었던 것은 도시락의 종류와 반찬에서 차이가 났기 때문이다. 최신 유행하는 것을 갖고 다니는 학생도 있었고 형이나 언니들에게 물려 받을 경우도 종종 있었다. 특히 부자의 대명사는 장조림, 멸치 볶음 그리고 밥위의 계란프라이었지만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가정에서는 늘 반찬을 무엇으로 싸주는 것이 엄마들의 고민이었다. 반
수사를 펼쳐야 할 경찰의 고위간부들이 줄줄이 비리혐의로 수사 대상이 됐다. 경찰청의 홍보담당자로서, 경찰을 천직으로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 3월은 잔혹한 달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국민 생활과 직결되는 목민관(지방 행정관)을 폈다. 공직에 처음 부임하는 순간부터 그 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각 단계마다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과 세부적인 행동요령까지 망라한 목민심서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체계적인 공직자의 바이블(Bible)이다. 목민심서는 12강 72조라는 방대한 내용을 수록하고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관통하는 하나의 정신을 꼽자면 그것은 바로 공직자의 ‘청렴’이다. 정약용 선생은 ‘청렴하지 않고서 능히 목민(牧民)을 할 수 있었던 자는 지금까지 한 사람도 없었다(不廉而能牧者 末之有也, 부염이능목자 말지유야)’라고 단언한다. 과연 청렴하지 않은 공직자가 크게는 국민을 위해 작게는 본인의 조직을 위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시대를 넘어 현재에 이르러서도 교훈을 주는 문장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공직자들 중 최고로 청렴한 조직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조직으로서 한 개인의 비리는 단순
부산 기장군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에서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완전 정전(Black out)’ 사고가 지난달 일어났었다고 한다. 사고도 문제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한 달여 동안이나 이런 사실이 감춰져 있었다는 점이다. 국내 첫 상용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에서 ‘완전 정전’ 사고가 일어난 것은 지난달 9일 저녁이었다. 하지만 원전 운영을 책임진 한국수력원자력은 이 사실을 한 달 넘게 숨겨오다 지난 12일에야 원자력안전위원회에 보고했다고 한다. 원전에서는 아주 작은 사고라도 즉각 원자력안전위에 보고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더구나 사고가 일어나면 당연히 비상경보가 울려야 하는데도 이마저도 작동하지 않았다니 아연할 따름이다. 원전 측 설명으로는 정전 12분 만에 전원이 복구돼 비상경보를 발령하지 않았다고 한다.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어처구니 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사고 당시 고리 1호기는 정기 정비 중이어서 원자로는 정지된 상태였지만 원자로 안에 남은 열을 제거해주는 설비가 기능을 상실했다. 정전이 오래 이어지면 냉각수가 돌지 않아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다. 일본…
지금 수원시내 곳곳에는 마을 만들기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른바 ‘마을 르네상스’라는 이름으로 펼쳐지는 이 사업은 마을 골목길 벽화그리기로부터 시작해 마을신문 만들기, 노인 합창단 등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얼핏 1970년대의 새마을 운동을 연상시키지만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특히 아파트 등 도회지에서 펼쳐지는 사업이니만큼 마을 공동체 형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수원시에서 펼쳐지는 마을만들기사업 가운데 눈에 띄는 곳은 행궁동과 지동이다. 이 두 곳의 주민들은 참 열정적으로 마을만들기에 나선다. 그 가운데서도 행궁동의 ‘공방거리’의 사례가 눈에 띈다. 공방거리는 화성행궁에서 팔달문 사이 옛도심 뒷길 420m 구간에 형성돼 있다. 이 길은 1970~80년대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거리였다. 토박이 젊은이들은 저녁 무렵 친구나 선후배 몇 명씩은 우연히 만날 정도였다. 그러다 팔달문 상권이 쇠락하면서 이곳 또한 사양의 길로 들어섰다. 적어도 3년 전 까지는. 그런데 이제는 이곳이 ‘제2의 인사동’을 꿈꾸는 새로운 거리로 살아나고 잇다. 쇠락하던 옛 도심은 전통 공예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공방과 맛집, 향기로운 차 냄새가 퍼지는 명소로 재생되고 있
새 학기가 시작되고 새 담임을 맡다 보니 아무래도 진학지도가 문제가 된다. 오늘 온 이 곳은 중소도시에 자리한 제법 진학에 관심이 높은 학교이다. 새 학년 시작에 즈음해 각 학년으로 나눠 워크숍을 진행했다. 나는 2학년 선생님들과 함께 진학지도 방법에 대해 토론을 했다. 젊은 교사들이 다수를 차지해서인지 활기가 넘친다. 워크숍을 마쳤다. 3학년 선생님들과 워크숍을 함께 진행한 김 선생이 조용히 이야기를 꺼냈다. “이 아이는 고려대 행정학과와 경희대 한의예과 두 군데 합격했어요. 그런데 최종적으로 어디를 가야하나를 고민하고 있었죠. 여러분들 같으면 무어라고 조언할까요?” 고려대 행정학과나 경희대 한의예과나 모두 이름이 높다. 이럴 때 무어라고 조언을 했을까. 당연히 한의예과라고 했을 것이다. 한의예과라는 이름이 주는 그럴싸함에 더 끌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생이나 학부모나 교사 모두 한의예과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런데 똑같은 질문을 부군에게 했다고 한다. “그게 왜 고민이 되지? 행정학과에 된 것을 보면 그 친구는 오랜 시간동안 인문계 쪽 공부를 했을 테고 다만 수능 성적이 잘 나와서 한의예과를 선택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최근 사회적으로 이슈화되고 있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해 광명시에 각 기관 및 단체 등이 연일 각종 위원회 설치와 함께 활동을 개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가고 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순수한 교내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회 지도층에서부터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 모습들이 각계각층에서 뚜렷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경찰추산에 따르면 전년도 학교폭력 가담자가 약 3천여명, 올 3월에 벌써 3천900여명에 이른다고 한다. 본 기자가 보는 관점에 학교폭력은 당초 가정폭력에서부터 학교로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보여지며, 근본적인 대책은 학부모들이 먼저 학생 스스로가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가족이라는 테두리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본다. 또 요즈음 부쩍 늘어만 가는 부모들의 가족관, 생활관 등으로 이어지는 결손가정, 소년소녀가장, 조손가정 등 변화되는 사회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나 자신만의 이기주의가 팽배해 가고 있고, 개인적인 윤리나 도덕성에도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내 자식들 외에는 어떻게 되든 알바 아니라는 부모들의 부도덕한 자식사랑이 그대로 학교생활에 안착되고 있는 거 같아 걱정이 앞선다. 학교폭력의 피해자가 다음 후배들에는 가해자가 되는 굴레를 벗어나지…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그리고 통합진보당까지 나서 ‘청년비례대표’를 확정 중이다. ‘청년비례대표’로 선발되면 기성 정치인들이 목숨까지 거는 국회의원 금배지를 손쉽게 달 수 있다. 각 정당은 선발된 ‘청년비례대표’를 당선권에 배치할 계획이어서 그야말로 로또가 아닐 수 없다. 정당들의 ‘청년비례대표’ 도입 논리는 하나같다. 고뇌하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정치에 직접 반영하라는 시대적 소명을 실천하는 것이란다. 정치가 원래 그렇지만 속뜻은 다르다. 과거 정당들은 투표율이 저조한 청년층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러나 최근 정치에 대한 청년층의 관심이 부쩍 높아지면서 선거결과를 좌우하기에 이르자 ‘표(票) 구걸’에 나선 것이다. 갑작스레 추진하다 보니 준비부족에 따른 결과물 빈곤이 눈에 띤다. 정당들이 ‘당찬’, ‘눈에 부신’ 청년들이라며 후보들을 내놓고 있지만 국민들의 눈에 들어오는 월척은 없어 보인다. 여기에 ‘청년비례대표’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표시하는 역풍이 만만치 않다. 청년층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청년비례대표’를 도입한다면 고령사회를 맞아 노인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해선 ‘어르신비례대표’도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비아냥이 그것이다. 또 청년층을 주요 소비시장
요즘 아이들을 기르는 집의 부모들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 장난감 가격이 그야말로 장난이 아니다. 보통 5만원을 넘고, 특히 아이들이 좋아하는 유명캐릭터 인형은 7~10만원은 한다. 수입 자동차 브랜드들이 선보인 인기 차종을 본뜬 전동식 모델제품의 가격은 60만원~80만원대다. 이에 따라 업체들의 지나친 상술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아이들의 심리를 이용해 돈벌이만 신경 쓴다는 지적이다. 아이들은 부자와 서민의 구분이 없다. 맘에 드는 장난감을 보면 가격과 상관없이 사달라고 떼쓰고, 비싼 걸 사줘도 조금 지나면 또 새로운 걸 사달라고 조르기 일쑤다. 부자들이야 별 부담이 없겠지만 서민들은 큰 문제다. 그럴 때마다 부모들은 장난감을 싸게 빌려주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품게 된다. 그런데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면 여러 곳에 장난감을 아주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주는 장난감도서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원시장난감도서관, 에코장난감도서관(고양시), 놀자장난감도서관(부천시), 아이꿈터(양주시), 신세계희망장난감도서관(성남시, 광명시) 등 곳곳에 장난감을 빌려주는 곳이 많다. 이런 곳들은 자치단체나 기업이 나서 운영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독특한 장난감 도서관
주민참여와 관련해 공동체 운영의 본보기로 언급되는 사례들이 있다. 이곳에선 구성원들이 공동체 운영에 적극 참여해 당면 문제를 해결해가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스위스 북부 발레스 주의 퇴르벨 마을이 있다. 이 공동체는 15세기 무렵부터 마을 공동 목초지를 운영해 왔다. 1517년 작성된 조례에는 “여름철 초지에 내보낼 수 있는 소의 수는 겨울철에 자신이 사육할 수 있는 소의 수만큼 만 허용된다”라고 적혀 있다. 마을 목초지에 내보낼 가축 수를 제한하고 이를 공동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이 규약은 마을주민 전원이 참석한 자리에서 투표로 결정됐으며 지금까지도 잘 지켜지고 있다. 이후 마을에선 소에게 먹일 풀이 부족한 적이 없었고, 환경파괴나 자원고갈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으로 필리핀의 ‘잔제라’라고 불리는 관개 공동체를 소개한다. 잔제라에서 농지는 셋 이상의 구역으로 나뉜다. 농부들은 각 구역마다 한 필지씩 배정 받는다. 농지는 관개 체계의 머리쪽에 위치한 물대기 좋은 구역과 꼬리 부분의 물 대기 불리한 지역으로 나눠져 있다.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 모든 땅에 물을 대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면 주민들은 꼬리 부분의 땅에서는 농사를 짓지 않기로 결정하고
고물가에 금리인상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파산지경에 이르고 있지만 은행들은 수익금 분배에 희희낙락이다. 쥐꼬리 만한 월급에 은행문을 두드려보지만 파상적인 고금리 압력에 뒤돌아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이 올 들어 일제히 신용대출 금리를 올리면서 예금금리는 오히려 내려 서민들의 이자 고통을 가중시키고 있지만 은행들은 이를 통해 얻은 이익으로 ‘성과급 잔치’를 벌일 예정이어서 서민들은 심한 배신감에 몸을 떨고 있다. 외환, 하나, 신한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은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해 순익분을 빠르면 이달 안에 직원들에게 배분하겠다는 것이다. 외환은행은 하나은행과의 인수합병에 따른 위로금 명목으로 기본급의 500%를 지급할 계획이다. 1인당 최소 1천만원, 최대 2천만원 이상의 보너스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하나은행도 외환은행과의 인수합병 성공 축하금 명목과 지난해 순익 호조에 따른 보상으로 기본급의 200% 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신한은행도 지난해 경영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이달 내 200~250% 가량의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낸 순익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로 생기는 수입인 예대마진의 결과물이다. 즉, 은행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