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힙합을 모른다. 더욱 솔직히 고백하자면 음악 장르에 왜 힙합이 존재하는지 의문인 멋모르는 사람이다. 따라서 힙합가수는 가창력이 떨어지고, 감성도 없으며, 1960년대 히피와 같이 생활이 자유분방하리라는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었다. 그러던 2010년 어느 봄날, 광화문을 지나다 교보생명 건물 외벽에 걸린 ‘광화문글판’을 봤다. 거기에는 ‘너와 난 각자의 화분에서 살아가지만, 햇빛을 함께 맞는다는 것’이라는 참으로 따뜻한 글귀가 지나는 이들의 마음을 적시고 있었다. 어찌 저리 멋들어지게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표현했을까 하는 감탄을 거듭했다. 궁금증에 겨워 글귀의 주인공을 찾아 나섰고, 힙합뮤지션인 ‘키비’가 썼음을 알아냈다. 그리곤 알량한 힙합에 대한 편향시각을 어느 정도 교정하기에 이르렀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 1월, 교보생명 신용호 창립자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고 한다. 1년에 계절별로 1작품씩 4번 게시되지만 20년이 넘는 역사 속에 걸렸던 작품만 60편을 넘어섰다. 서울의 대표적 문화아이콘으로 당당히 자리 잡은 ‘광화문글판’은 이제 선정위원회까지 구성돼 정금(正金)과 같은 작품으로 국민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지난해에는 그동안 걸렸던 작품의…
아버지는 교사, 어머니는 여성교육 활동가였다. 딸은 자연스럽게 사회문제 개혁에 관심을 갖게 된다. 21살 때 독일 사회민주당에 가입한 그녀는 독일의 진보적 여성운동을 발전시킨 선구자가 된다. 그녀는 사회민주당의 여성 분야를 이끌었고, 1891년부터 1917년까지 주도해 여성신문 ‘평등’을 발행했다. 클라라 제트킨(1857~1933)의 이야기다. 제트킨은 1910년 제2 인터내셔널의 노동여성회의에서 여성권리 신장을 위한 날을 제안한다. 이 제안이 받아들여져서 다음해 3월19일 독일·오스트리아·덴마크 등에서 첫 ‘세계 여성의 날’ 행사가 치러진다. 3월19일은 1848년 프로이센 왕이 노동자 계급을 무마하고자 여성 참정권 등을 약속한 날이다. 이어 1913년에는 날짜가 3월8일로 바뀌어 더 많은 나라로 확산됐다. 1908년 3월8일, 미국 뉴욕의 럿거스 광장에는 여성 1만5천여명이 모여들었다. 먼지 자욱한 공장에서 하루 14시간 힘들게 일하던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노동환경 개선과 임금인상, 투표권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다가 경찰에 의해 진압됐다. 세계 여성의 날에는 이렇게 일하는 여성들의 피와 눈물, 평등을 향한 갈망과 투쟁이 배어 있다. 유엔은 ‘국제 여
프로야구 인기가 곤두박질치게 됐다. 프로야구 투수들이 마운드가 아닌 검찰청에 줄줄이 소환됐다. LG트윈스의 박현준 선수와 김성현 선수가 완강히 부인하던 승부조작 개입 혐의를 결국 시인했다. 이중 김성현 선수는 구속됐고, 박현준 선수는 불구속 상태에서 추가수사를 받고 있다. 프로야구계는 물론 스포츠계 전반이 충격의 나락으로 더욱 깊숙이 빠져드는 느낌이다. 검찰은 혐의가 드러난 LG 이외에 3-4개 구단, 4-5명이 경기조작에 더 연루됐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즌 개막을 앞둔 프로야구계로선 전전긍긍하지 않을 수 없다. 프로야구계의 승부조작설이 나온 건 이미 오래됐다고 한다. 프로축구 승부조작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해부터 “프로야구에도 승부조작이 있다”는 말들로 설왕설래했다. 하지만 프로야구계는 진상파악보다는 파문 확산이 두려운 나머지 쉬쉬하고 말았다니 실로 안타깝다. 스스로 바로잡을 수 없는 잘못은 외부에서 강제로 바로잡게 할 수밖에 없어서다. 그 사이에 조작은 은폐·확대됐고, 선수들은 무감각해진 죄의식 속에 브로커 등 조작집단과 한통속이 됐다. 투수 뿐 아니라 타자도 조작에 가담했을 개연성이 크다고 하니 파문이 어디까지 번질지 알
3월은 일제 강점 하에서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국권을 회복하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만세 시위가 일어난 달이다. 도내에서도 수원, 화성, 안성 등지에서 들판의 불길처럼 뜨겁게 번져 올랐다. 이로 인해 제암리와 수촌리 등이 무자비한 보복을 당했고 많은 애국지사들이 투옥되고 고문을 당했으며 순국했다. 수원의 이선경 열사도 이때 체포돼 투옥됐고 고문을 당해 순국했다. 유관순 열사와 같은 나이다. 그런데 우리는 유관순 열사는 알아도 이선경 열사는 모른다. 지역에서 조차 그를 몰랐다. 독립유공자 포상도 받지 못했다. 이선경 열사는 1902년 당시 수원면 산루리 406번지(현 수원시 팔달구 중동)에서 태어나 수원공립보통학교(현 신풍초등학교)를 졸업하고 1918년 4월 30일 서울의 사립 숙명여학교에 입학했다. 1919년 3월 5일 서울 학생만세 시위에 참가했다가 구속돼 3월 20일 방면된 바 있다. 이선경은 임순남·최문순·박선태·이득수 등과 함께 비밀 결사조직인 혈복단(血復團-후에 구국민단으로 개칭) 멤버로 활약하면서 조국의 독립을 위해 활동했다. 혈복단의 목표는 ‘한일합방에 반대해 조선을 일본 제국 통치하에서 이탈케해 독립국가를 조직할 것과 독립운동을 하다가 수감돼
2011학년도 종업식이 끝나고, 정년퇴직을 하는 학교장 정년퇴직(경력38년) 행사가 있었다. 다소 소박하고 조촐한 행사였지만 축하객들이 원근각처에서 참석했다. 물론 일부 재학생들도 참여해 교장선생님의 정년퇴직들 진심으로 축하하는 시간이었다. 사립교원으로서 교직생활 38년이란 적지 않은 세월을 후학양성에 애를 쓴 노고는 분명했다. 홍조근정훈장까지 수상한 것으로 보아 교장선생님으로서는 영광임에 틀림없다. 화환과 꽃다발이 꽤나 많이 증정됐다. 물론 필자도 이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은 진심으로 축하하는 마음이었다. 동시에 명예 퇴직하는 김모 교사는 종업식 행사가 진행되는 사이 정년퇴임하는 교장선생님의 간단한 보고라 할까? ‘김모 선생님이 34년 간 교직을 끝으로 명예 퇴직한다’는 간단한 멘트였다. 담임교사, 부장교사만 역임하고 관리자 반열에 오르지 못한 채 교단교사로서 임무를 마감하는 상황이었다. 종업식이 끝나고 교장선생님 정년퇴임식 준비관계로 교무실은 손님 맞을 준비로 바빴고 교사들도 분주했다. 나는 잠시 생각과 감정을 정리하느라 창밖을 봤다. 아침 교무회의 때 받았던 감사패와 꽃다발 하나를 들고 김모 교사는 주차장으로 쓸쓸히 바람처럼 걸어가는 것이었다. 행사장의…
오는 26~27일 양 이틀간에 걸쳐 서울에서 세계 핵안보 정상회의가 열린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 개최하는 가장 큰 국제행사가 된다. 2010년 4월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고 두 번째다. 미·중 핵보유국 5개국과 비회원국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을 합쳐 50개국에다 3개 국제 및 지역기구(UN, EU, IAEA)가 참가해 ‘핵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캐치프레스를 걸고 회의를 진행한다. 이에 경찰은 지난 12월 카운터 점등식을 가졌다. 전국 16개 지방경찰청과 서울과 인천, 경기청 소속 81개 경찰서에서 동시에 치러진 것이다. 카운터 점등식 이후 경호(警護)와 경비(警備) 연습 및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또 각계에서 입수되는 첩보를 분석하고 이에 대비하고 있다. 경찰에서는 일찍이 경비, 경호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때 그 숨은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아무 사건이나 사고 없이 무난히 세계적인 회의를 치룬 뒤의 평가였지만 여기에 수반되는 정보와 과학적인 수사에도 그 힘이 있었던 것이다. 서울G20 정상회의는 경제를 중심으로 문화와 스포츠 교류를 골자로 하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들의 먹
하남시가 지난 2일 4급 서기관 승진인사를 단행했다. 민선 5기들어 4번째 서기관 승진인사 였다. 2년여 사이 5명이 서기관으로 승진하고, 그 가운데 서기관 4명이 자리를 떴다. 이제 민선 4기 승진인사 가운데 남은 사람은 유홍종 주민생활지원국장 한사람 뿐이다. 하남시는 그동안 서기관 승진인사를 통해 적잖게 인사적체를 해소했다. 워낙 인사적체가 심해 하남시로서는 고육지책이었음은 두 말 할 나위 없다. 그런데 서기관 승진인사와 둘러싼 재미있는 얘기가 있다. 시 승격 이래 최초의 기술직 서기관이 된 안동규 전 개발사업단장은 6개월짜리 였다. 그는 당초 약속(?)대로 6개월만에 자리를 그만뒀다. 이에 앞서 민선 4기 정연수 전 국장도 6개월짜리 였다. 이교범 시장이 취임 이후 첫번째 서기관을 달아준 사람은 전 주민생활지원국 양홍준 국장이었다. 양 전 국장은 성실하고 근면한 전형적인 공무원이었다. 윗 사람의 말을 거역하는 법도 없고, 누구를 함부로 탓하는 사람도 아니다. 일의 능률이나 결과를 떠나, 오로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공복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 연말이 가까워지자 그를 둘러싼 이상한 소문이 꼬리를 물었다. 연말에 자연스럽게 그만 둘 줄 알았던 그가…
공천(公薦)이 본격화하자 국민의 눈과 귀가 정당의 발표에 쏠려 있다. 우리 정당관련 법규는 대통령후보부터 기초의원후보까지 모두를 정당이 공천토록 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만 해도 지역구의원 공천과 비례대표의원 공천을 모두 정당이 행사해 3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한걸음 더들어가 보면 지역구의원 공천의 경우에도 정당이 여론조사결과와 선거의 전략적 구도를 감안한 단수 공천이 있고, 2~3명의 후보로 압축한 후 경선(競選)을 통하는 방식도 있다. 공천(公薦)이 본격화되면서 여야 모두가 몸살을 앓고 있다. 거대 정당인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공천심사위원장이 당내 갈등 속에 한 번씩 경고성 파업에 들어가는 진통을 겪었다. 공천은 선거에 나갈 후보를 정당이 추천하는 단순행위로 본다면 정치판에서는 쑥맥이라고 비웃음을 살 일이다. 공천에는 다수당을 누가 차지하느냐, 또 다수당이라도 전체의석의 과반수를 확보할 수 있느냐를 가름하는 심오한 정치공학이 숨어 있다. 여기에 대권후보와 차기 당권이 분리된 정황에서 누가 자기 계파를 많이 심어 차후 정국의 주도권을 쥐느냐도 관심사다. 따라서 과거에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져 낙선의 위험이 있음에도 자기 계파를 공천하는 악습이…
농협중앙회가 지난 2일 재탄생 했다. 우여 곡절 끝에 신용사업(금융)과 경제사업(유통·판매)을 분리해 새롭게 출범한 것이다. 농협 조직으로서는 51년 만의 대개편이다. 이번 개편으로 농협중앙회는 농산물 판매·유통 업무를 맡는 ‘농협경제지주회사’와 은행·보험 기능을 전담하는 ‘농협금융지주회사’로 분리된다. 농협은 경제부문에서는 판매농협의 토대를 구축하고, 금융부문에서는 국제수준의 협동조합 금융그룹으로 변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민간 기업과의 본격적인 경쟁이 예상된다. ‘거대공룡’으로 비유돼온 농협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인력 구조조정을 비롯한 내부 개혁에 속도를 내야할 것이다. 지금의 농협은 1961년 농업은행과 농업인 자조 조직인 농업협동조합이 합쳐져 탄생했다. 하지만 이후 경제사업은 만성적인 적자구조를 보인 반면 신용사업은 엄청난 수익을 내면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농민들로부터 ‘농협이 농민을 지원하기보다 돈놀이에 열중하고 있다’는 불만이 쏟아져나온 것이다. 신경분리가 힘을 얻게 된 것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 때문이었다. 정부는 지난 1994년부터 신경분리를 정책으로 추진했으나 자본확충 재원문제, 정치권의 이견, 농협중앙회 노조의 반발…
경찰이 학교폭력을 줄이기 위해 묘안을 짜내고 있다. 청소년들의 기대심리를 이용해 경기지방경찰청은 배우 지진희, 가수 아이유가 모델로 참여한 학교폭력 예방 홍보포스터를 제작해 5일부터 경기도내 초·중·고교와 도서관, 학원가 등에 배포하고 있다. 학생층에게 인기가 있는 배우를 등장시켜 학교폭력의 근절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사법기관으로서 강력한 척결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동네 후배들의 돈을 상습적으로 갈취한 10대에 대해 경찰은 보복 폭행을 우려해 이례적으로 이 10대를 구속하는 결단을 내렸다. 의정부경찰서는 동네 후배들로부터 현금, 점퍼, 스마트폰 등을 빼앗은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A(16·중1년 중퇴)군을 구속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경찰의 학교폭력 근절의지는 단호하다. 서천호 신임 경기지방경찰청장도 이날 “학교폭력 문제는 국민들이 치안현장에서 요구하는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그 어떤 치안문제 못지않게 큰 비중을 두겠다”고 밝혔다. 서 청장이 이날 지방청에서 열린 취임식 자리에서다. 서 청장은 “국민을 불안케 하고 피해자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조직폭력, 심각한 학교폭력, 납치·실종사건에 대해 경찰력을 집중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