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예기(禮記)의 단궁하편(檀弓下篇)에서 나오는 공자의 설화에서 유래된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중국의 춘추시대 말엽, 공자가 고국인 노(魯)나라 조정의 실세인 대부(大夫) 계손자(季孫子)의 가렴주구(苛斂誅求)로 백성들이 몹시 시달리고 있을 무렵, 이에 환멸을 느끼고 제나라로 가던 중 지금의 산둥성 태산(泰山) 기슭을 지나가고 있을 때 풀숲의 허술한 세 개의 무덤 앞에서 슬피 우는 여인을 만났다. 사연을 물은 즉 시아버지, 남편, 아들을 모두 호랑이가 잡아먹었다는 것이었다. 이에 공자가 “그렇다면 이곳을 떠나서 사는 것이 어떠냐”고 묻자 여인은 “여기서 사는 것이 차라리 괜찮습니다. 다른 곳으로 가면 무거운 세금 때문에 그나마 살 수가 없습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는 호랑이 보다 무서운 세금 때문에 이사마저 가지 못하는 것으로 세금을 극히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이다. 권력자들이 칼과 권력을 앞세워 국민의 재산을 수탈해갔던 모습이 궁핍한 백성들 뇌리에 얼마나 깊게 남아 있었는지를 말해주는 것이리라. 우리가 사는 오늘날은 ‘소통과 협력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정치는 물론 노사관계, 국제간 무역거래, 직장 상하관계, 가족관계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고위 공직자들이 그 직에 앉기 위해서는 국회의원들이 하는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현행법 위반에 변명으로 이어지는 청문회는 사람을 참 우습게 만든다. 어떻게 저런 사람들을 장관자리에 앉힐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속이 타들어가지만 그 사람은 장관에 취임하고야 만다. 그래서 정부는 점수를 많이 잃었다. 국가 지도층 인사의 덕목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나라를 보위하고 국민의 안위와 행복을 담보하는데 스스로의 희생을 아끼지 않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 고위층의 상당 수는 국가와 국민보다는 자신의 치부와 안위를 위해 도덕적 양심을 내팽개친지 오래다. 무엇보다 자신들만 챙기는 지도층의 소인배적 처신 중에 병역의무의 불공정 행위는 국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든다. 나라를 지키는 일에 서민은 목숨을 내놓고 피 흘리며 희생하는데 반해 지도층은 뒤로 빠져 보신하고 있다가 과실만 따먹으려 한다면 과연 이게 말이 되는가. 국회 안규백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정부 고위층 자녀 병역이행 현황’에 따르면 현 정부의 청와대 수석비서관과 장차관급 자녀의 40%가 상대적으로 편하고 안전한 이른바 ‘꽃보직’에서 병역을 이행했거나 복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 보
본보는 그동안 본란을 통해 경기·인천지역의 접경·낙후 지역에 대한 역차별을 지적하면서 개선을 수차례 촉구한 바 있다. 경기도 연천군과 인천시 옹진·강화군은 그동안 수도권정비계획법(이하 수정법),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 등 중첩 규제를 받아왔다. 김문수 지사의 말마따나 ‘악법’ 중의 ‘악법’임이 분명하다. 행정구역상 경기·인천에 속해 있긴 하지만 차리리 ‘오지’라고 해도 될 만큼 접근이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수정법으로 인해 이들 지역에서는 기업 활동이나 학교 설립 등 각종 개발행위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물론 이들 지역은 그동안 수도권에서 제외시켜달라고 끊임없이 호소해왔으나 진척되지 못하고 지금껏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에 참다못한 연천, 강화, 옹진군 3개 군수가 6일 수정법, 군사규제 등 중첩규제로 역차별을 받고 있는 이들 지역을 수도권에서 제외해 줄 것을 결의하고 공동대응키로 했다고 한다. 경기도와 인천시도 이들의 노력에 힘을 합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경기도의회 의원 40명도 이 같은 내용의 결의안을 다음달 경기도의회 임시회에 상정해 처리한 후 정부 관계기관에 요구하기로 했다. 실제로 이들 지역이 겪어온 상실감과 배신감, 규제로 인한 고
유기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제17차 ‘세계유기농업운동연맹(IFOAM) 세계유기농대회’가 오는 26일부터 10일간 남양주시에서 열린다. ‘농업 올림픽’이라 불리는 이 대회가 아시아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계유기농대회는 지난 1977년 스위스에서 처음 열린 이래 미국·독일·브라질·호주 등 대륙을 순회하며 개최됐다. 3년마다 열리는 이번 대회의 주제는 ‘유기농은 생명이다’로 정해졌다. 화학비료나 농약 등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생태계의 순환과정에서 생성되는 유기물·자연 광석·미생물만을 이용한 농업을 ‘유기농업’이라고 한다. 세계유기농대회는 각국에 유기농업 규모를 늘리고 새로운 기술 개발 및 보급을 위해 시작됐다. 경기도와 남양주시는 2008년 16차 대회가 열린 이탈리아에 대규모 유치단을 파견해 압도적인 지지로 한국 유치를 이끌어 냈다. 이번 남양주 세계유기농대회에 참가가 확정된 전 세계 전문가 및 유기농업 관계자는 110개국 1천100여 명에 이른다. 역대 최대 규모다. 국내 관람객도 2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유기농대회를 주최하는 IFOAM은 1972년 프랑스에서 창립된 세계 최대 규모의 민간유기농업운동단체다.
여성들에게 가장 두려운 질병이 무엇이냐고 질문을 한다면 유방암이라고 대답하는 분들이 가장 많지 않을까 싶다. 유방암은 서구화되는 생활 패턴과 함께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질병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성장과 더불어 정기검진의 증가로 인해 조기발견이 많이 돼 완치율이 상승하고 있어 다행스럽기도 하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유방암 발생양상은 60세 이후에 가장 호발하는 서구와는 달리 좀 더 젊은 나이인 45~55세 사이에 최고로 많이 발생하고 있으며, 20대 여성에게서도 발생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유방암의 가장 큰 원인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다. 유방세포는 일차적으로 에스트로겐의 자극으로 인해 증식, 분화하므로 초경을 시작하면서부터 임신을 하고 폐경에 이르는 동안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총 기간이 길수록 유방암의 발생 위험이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초경은 점점 빨라지고 있지만 폐경은 예전에 비해 오히려 늦어지는데다 첫 출산은 점점 늦어지고 출산율도 매우 낮아 과거에 비해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기간이 훨씬 증가한 상태이기에 유방암의 발생이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폐경 후에 호르몬 대체요법 등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노출기간은 더욱 늘어나고 있다.
‘生者必滅(생자필멸)’ 모든 동물은 죽어 그 주검을 남긴다. 초원의 제왕 사자의 주검은 자연계의 순환에 따라 다른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하고, 또 일부는 분해돼 완전히 사라진다. 사람도 동물인 이상 그 순환의 궤를 벗어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사람에게만 있는 인지(認知)가 생겨난 이후 사람의 주검은 자연의 순환과정과 좀 다른 궤를 걷기 시작했고, 여기서 탄생한 것이 무덤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무덤은 같은 기능을 지닌다. 외부 환경과 물리적으로 차단함으로써 시신을 보존하고, 또 시신으로 인해 다른 이들이 보건위생상의 위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 또 다른 기능은 메모리얼(memorial) 즉, 숭배와 추모 기능이다. 돌이켜보면 무덤은 농경사회의 전형적인 장법(葬法)이었다. 산속 양지바른 명당(?)에다 조상의 산소를 마련하고 농사일 틈틈이 봉분을 손질하며, 한여름을 넘긴 산소에 벌초를 한 다음 가을철 풍성한 결실을 거둬 조상에게 감사의 예를 표해 왔다. 추석을 앞둔 요즘, 전국 산하에는 조상의 산소에 벌초를 하는 예초기 소리가 울러 퍼지고 있다. 주말이면 벌초와 성묘차량으로 인해 전국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는다. 농경사회에서 전해진 유산이 면면하게 이어지고 있는…
일본의 총리는 국회의원 중에서 국회의 의결에 의해 지명된 뒤 일왕에 의해 임명되며 임기 제한은 없다. 그러나 1885년 초대 총리가 된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1841~1909)부터 95대 총리로 취임한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일본 총리들은 1년을 넘기지 못하고 단명했다. 2009년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벌써 세 번째 총리다. 역대 일본 총리 가운데 최장수 총리는 1964년부터 1972년까지 7년 8개월간 재임한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1901~1975)다. 그의 친형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로 역시 총리(1957~1960)를 지냈다. 사토는 1974년에 “핵무기를 만들지도, 갖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비핵(非核) 3원칙을 내세운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 다음으로 장수한 총리는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1878~1967)로 1946년부터 1955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7년 2개월간 재임했다. 전후 일본의 부흥을 이끈 요시다는 한국전쟁이 발발했다는 소식을 듣고 만세삼창을 불렀다는 일화가 전한다. 노다 총리의 미꾸라지를 빗댄 ‘서번트(servant) 리더십’이 화제다. 이를테면 ‘전방위 저자세’ 전술로 단명 총리가
놀라셨죠? ‘화장하는 아이가 웬일로?’ 그러셨죠? 교장선생님께는 면구스럽지만 사실은 요즘엔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저처럼 화장하는 아이가 많아졌기 때문이에요. 이젠 웬만큼 표가 나도 괜찮겠다는 생각이기도 해요. 휴일에 동네 공원이나 시내 곳곳에 나가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것 같고, 중학교 1학년인 저희 반만 해도 반 정도는 화장을 해요. 중·고등학생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초등학생 중에도 피부색 보정용 선크림에 간단한 아이라인을 한 아이도 눈에 띄고, 심지어 마스카라에 붙임 속눈썹, 볼터치까지 하는 아이도 있으니까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생들이 네다섯 명씩 편의점에서 간식을 먹으면서 자신이 써본 화장품의 좋은 점, 나쁜 점을 서로 얘기해주기도 해요. 그러다가 함께 화장품 로드숍에 쇼핑을 하러 가기도 하구요. 그런 가게에 가면 아이들을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친절하게 대해 주니까요. 사실은 간단해요. 인터넷에서는 ‘학교에서 안 걸리는 화장법’ ‘시내 나갈 때의 아이라인법’ ‘얼짱 화장법’을 다 볼 수 있고, ‘화장 선배’들은 친절하게 ‘초등학생을 위한 화장법’을 올려놓기도 하니까요. 초등학생들은 구체적인 정보가 없으면 기초화장이 뭔지, 포인트 메이
혹시 정치적인 ‘쇼’였다고 할지라도 좋다. 현직 지방 정부의 수장이 일주일간 곡기를 끊고 물만 마시며 단식을 한 의지가 중요하다. 김윤식 시흥시장이 지난 4일 일주일간의 단식을 끝냈다고 한다. 그는 ‘석고대죄(席藁待罪)’라는 표현까지 썼다. 석고대죄란 지은 죄를 용서받기 위해 바닥에 거적이나 돗자리를 깔고 용서할 때까지 잘못을 빌며 기다리는 행위다. 용서 해주지 않으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있어야 한다. 김시장은 일주일만에 스스로 단식을 중단했지만 시흥시 공무원들과 시민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그가 일주일동안 단식을 한 이유는 시흥시의 잇따른 공무원비리 때문이다. 건설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과장과 6급 직원이 구속되고 검찰수사가 확대됐다. 시흥시청 5급과 6급 공무원이 지난달 건설업체 현장소장으로부터 각각 800만원과 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돼 조사를 받는 등 시흥시 공무원 비리가 잇따르자 단식에 돌입했던 것이다. 김 시장은 단식소식은 주변에서도 몰랐다고 한다. 지난 1일 월례조회를 통해 신임 공무원들에게 시민들을 위하는 참다운 공직자가 되라는 의미로 다산 정약용 선생의 ‘목민심서’를 전달하면서 단식
우리 사회에서 학력 인플레이션의 심각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선진국은 대졸자 비율이 30~50%대에 그친다. 우리의 대학진학률은 80% 안팎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러다 보니 어렵게 대학을 나와도 절반이 백수로 떨어지는 등 고학력 실업자만 양산된다. 이러한 사회적 낭비와 폐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부실·비리대학에 대한 구조조정과 퇴출은 과감하게 추진돼야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5일 국내 346개 대학(대학 200개, 전문대 146개)중 43개를 정부 재정지원 제한 대학으로 선정했다. 평가순위 하위 15% 대학을 대상으로 대학구조조정을 시작하겠다는 신호탄을 쏘아 올린 것이다. 43개 대학 중 대학이 28개, 전문대가 15개이고, 수도권 소재 대학이 11개, 지방 소재 대학이 32개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대학 9곳과 전문대 8곳 중 17곳은 학자금 대출이 제한된다. 특히 루터대, 동우대, 벽성대, 부산예술대, 영남외국어대, 건동대, 선교청대 등 7곳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대출제한대학이 돼 신입생뿐 아니라 2학년생도 대출을 제한받는다. 교과부는 국립대에 대해서도 이달 중순 평가결과를 발표하며 6개는 특별관리대학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