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팽성에서 안중 쪽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비밀장소가 있다. 그곳에는 가끔 낚시를 즐기거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기도 하니 나만 안다고 생각하는 공공연한 비밀장소인 셈이다. 난 이따금씩 하루의 일과로 머리가 아프거나 일상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을 때면 숨어 있기 좋은 방을 찾듯 저녁 무렵 혼자서 카메라 하나와 메모지를 들고 차로 이십분 거리에 있는 이곳을 찾곤 했다. 도로변에 차를 세우고 둑 위로 올라가 걷다보면 강물은 지는 해를 따라 황금빛으로 물들었고 강을 끼고 펼쳐져 있는 넓은 습지에서는 갈대가 숲을 이뤄 그들만의 언어로 소살거렸다. 습지에서 둑으로 이어진 곳에는 하얀 개망초 꽃이 하나 가득 피어있고 키 큰 코스모스는 둑을 따라 길게 늘어서 바람이 흔들릴 때마다 그들만의 유연하고 환상적인 화무(花舞)를 보여주었다. 그 풍경에 취해 울퉁불퉁한 둑길을 걷다보면 흰 백로 떼가 길 위에 무리를 지어 앉아있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그러면 가던 길을 멈추고 쪼그리고 앉아 백로 떼가 날아가기를 마냥 기다리곤 했다. 기약 없이 한참을 기다리다보면 백로 떼는 무리를 지어 석양이 지는 하늘로 날아올랐고, 그 순간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그 곳에서만
경기국제항공전은 다소 생소하게 느껴져도 무섭기까지 한 하늘의 세계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줬다. 나도 한번 조종간을 잡고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는데도 일조했다. 지난 5일 안산에서 개막된 ‘2011 경기국제항공전’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다. 개막식이 끝나고 곡예비행이 진행됐다. 국내 최정예 특수 비행팀인 블랙이글스의 고난이도 편대비행 행렬이 하늘을 수놓았다. 이어서 미국의 미녀 조종사 멜리사의 스릴 넘치는 곡예비행은 탄성을 자아낸다. 이어 등장한 날렵한 모양의 경비행기가 활주로로 미끄러져 들어온다. 하늘을 박차고 오른 비행기는 갖가지 묘기로 박수를 받는다. 동체를 108도 뒤집은 상태에서 활주로 위를 아슬아슬하게 날아오르거나 동체를 뒤틀린 상태에서 활주로 위를 날아 오르는 묘기는 거의 신기에 가깝다. 하늘로 치솟았다가 뒤뚱뒤뚱 추락하는 듯 땅으로 내동댕이 치는 묘기는 비행기 엔진음이 박수소리에 묻힐 정도다. 비행을 마친 조종사가 동체에서 나와 관중석으로 걸어가면서 연신 인사를 한다. 장내 아나운서가 그를 롤란다스 팍사스 전직 리투아니아 대통령이라고 소개하자 이번에는 환호성이 터져나온다. 그는 38년 이상의 비행경력을 가진 베테
입이 떡 벌어지는 피로연의 메뉴, 으리으리한 하객명단, 신부가 입을 웨딩드레스, 하나같이 우리네 일상과는 동떨어지기 때문에 세기의 결혼식이라고 떠들썩했던 영국 황실 혼인에는 애당초 관심이 없었다. 솔직히 한번 입고 장롱에 넣어둘 웨딩드레스가 왜 그리 비싸야 하는지 아직 잘 이해가 되질 않는다. 귀금속 예물이야 급하면 현금화 할 수 있으니 별개로 치더라도…. 대부분의 사람은 이런 생각을 쪼잔하게 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왕세손이 결혼 당일 입은 군복사진을 보고 뭔가 찌릿한 감동이 일었다. 신랑이 공군헬기 조종사로 복무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설명은 육군군복(陸軍軍服)이라 했다. 신랑이 입은 군복은 아프카니스탄 전쟁에 3명의 전사자를 낸 영국 육군 아이리시가드 보병연대의 예복(禮服)이란다. 신랑왈 “나의 가슴은 육군에 있다. 아프간에 못간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하고 직접 아프칸 주둔지를 방문해 여기에 대한 보답으로 그 부대에서 명예대령으로 추대됐기 때문이다. 혹시 복무했던 공군이 삐칠 것은 아닌가하는 얄팍한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식 표현을 한다면 육군이나 공군, 해군, 모두 국군이 아닌가. 국군을 사랑하는 국민 그리고 국민의 존경 받는 왕
1970년대 방글라데시는 가혹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홍수, 가뭄, 호우로 인한 기아와 빈곤으로 수백만의 사람들이 절망적인 상황에 처했었다. 방글라데시의 시민들은 하루 종일 일해서 번 돈의 대부분을 고리대금업자에게 빌린 돈의 이자로 갚아야 했다. 그 때문에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그들과 가족은 가난에서 벗어나기는 불가능했고 사실상 고리대금업자의 노예나 다름이 없었다. 방글라데시의 경제학자 무함마드 유누스는 시민들이 빈곤으로부터 자립 할 수 있도록 무보증 무담보 소액 대출을 시작한 것이 마이크로 크레디트(Micro credit)의 효시인 그라민은행(Grameen)이다. 그라민은행은 방글라데시의 모든 마을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있는 전국적인 은행으로 기존 은행들이 신용이 없다고 여기는 극빈자들에게 집중을 하고 있다. 이들의 대출 상환율은 약 98%에 이른다 한다. 얼마 전 동구의회에서도 동구에 거주하는 구민 중에 자립의욕은 있지만 신용도가 낮아 금융혜택을 받을 수 없는 저신용 등급자에게 빈곤 탈출과 경제적으로 자립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희망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전에는 본인들이 열심히 노력하면 ‘개천에서 용이 난다’라는 말
안산시는 고위 공직자들의 뇌물 수수 사건으로 유명한 곳이다. 시청과 연관이 된 업자로부터 돈을 받아 챙긴 고위공직자들이 매년 끊이지 않고 사법당국의 처벌을 받고 있다. 이같은 일이 계속되자 시민들은 ‘창피한 일’이라며 공직사회에 대해 극도의 불신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인산업도로 안산 진입로를 지나다 보면 철근을 엮어 만든 달걀모양의 ‘안산 소나타’라는 이름이 붙여진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이 조형물이 설치된 2008년 1월 경 담당과장 등이 설치업체 관계자로부터 2천만원과 500만원을 각각 받았다는 것이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지청장 오광수)은 조형물 시공업체 관계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안산시청 간부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6일 밝혔다. 지난해 1월에는 안산시 사동 복합개발사업 로비 의혹을 수사중인 수원지검 특부수에 의해 복합개발사업 참여 업체인 D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안산시청 김 모 국장을 특가법상 뇌물수수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국장은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도록 힘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미화 6만 달러와 현금 4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었다. 사실 안산시는 고위 공직자들의 뇌물 수수 혐의가 끝없이 이어지
인체기능을 유지하는 영양성분인 필수지방산은 인체가 스스로 합성생산 하지 못해 음식으로 섭취해야만 하는 지방산을 말한다. 지방은 단지 인체활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는 사실 이외에도, 지방은 생체대사에 필요한 역할을 한다. 인체에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두 종류가 있는데 주로 식물의 종자 기름에 존재하는 탄소수가 18개 오메가3 불포화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과 오메가6 지방산인 리놀레산이다. 그 이외 식물의 지방산인 감마-리놀렌산, 라우르산, 팔미트산이 준 필수지방산에 포함된다. 이들 지방산은 모두 식물의 종자기름에서 섭취될 수 있다. 이 두 종의 필수지방산인 알파-리놀렌산과 리놀레산은 1923년에 처음 발견됐을 때 비타민F로 불리었다가, 1930년 이후에 비타민에서 지방산으로 다시 분류됐다. 인체에서 필수지방산은 다양한 기능을 한다. 그 기능들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체로 섭취되는 오메가3과 오메가6 지방산의 균형이 중요하며, 그 균형에 의해 생체기능이 조절된다. 오메가3과 6의 필수지방산들은 인체에서 필수호르몬으로 전환돼 활성을 가지게 된다. 필수지방산에서 유래된 호르몬의 일종인 에이코사노이드는 염증 및 면역반응과 신경세포활성에 관여 한다. 또 다른…
봄의 전령사처럼 찾아온 개나리 꽃들의 향연이 노랗게 가슴을 물들게 하고 밤에도 대낮처럼 환하게 불 밝힌 도청의 벚꽃과 수줍은듯 그러면서도 당당하고 고고한 자태의 목련이 가슴 설레이게 하더니 벌써 연록의 잎들이 반들거리며 상큼하고 여유로운 5월을 열었다. 마침 남문에 볼일이 있어서 이 아름다운 5월을 만끽하며 조원동에서 남문까지 수원천변을 걸어서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흥겹게 콧노래까지 부르며 걸으니 수원도 참 보석처럼 아름다운 도시구나 라는 생각을 새삼해보며 이 아름다운 수원에 살고 있는 나는 정말 행복하다고 느꼈다. 그러나 그 행복은 금방 깨지고 말았다. 길은 군데군데 파헤쳐져 있고, 몇 년 전만해도 주차장이 모자란다고 수원천 남문 부분을 콘크리트로 덮고 주차장으로 이용하더니 지금은 콘크리트를 깨내고 자연하천으로 복원한다고 남문 수원천변은 온통 난리였다. 물론 주차장도 중요하고 자연 생태계도 중요하다. 그러나 공사를 하기 전에 좀 더 심사숙고해야 되지 않았을까 하고 아쉬움이 많았다. 도로만 해도 전선 공사 때문에 파서 다시 덮고 몇 달 후 도시가스 때문에, 또 몇 달 후는 상하수도 때문에…. 거기에다 년말이 가까워지면 멀쩡한 보도블럭까지 걷어내고 새것으로 깔
참으로 이상한 일이 생겼다. 혐오시설이자 기피시설로서 건립 때마다 지자체와 해당지역 주민들 간의 첨예한 갈등이 발생하곤 했던 장사시설, 즉 화장장, 납골당, 장례식장을 서로 유치하기 위해 마을 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믿을 수 없는 얘기는 이천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실이다. 본보 보도(5일자 21면)에 따르면 서로 자기 지역이 화장장 유치에 적당한 장소라며 다투어 유치작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6개 마을이 후보지로 신청했다니 세상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원래 이천시는 시립 장사시설 입지 후보지를 공모하면서 주민들이 기피할 것이라는 우려를 했었다고 한다. 예상은 빗나갔다. 장호원읍 노탑2리, 부발읍 죽당1리, 부발읍 고백1리, 설성면 자석2리, 중리동 단월1통, 신둔면 용면리 등이 적극적으로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천시는 1차 서면심사와 2차 현장조사에서 3개 후보지로 압축한 뒤 타당성 조사와 종합평가를 거쳐 올 7월까지 최종 건립지역을 선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들 마을이 혐오시설인 화장장과 납골당을 유치하고자하는 까닭은 국민들의 장사시설에 대한 인식이 바뀐 것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지역주민들이
예전 초등학교 운동회는 지역의 큰 축제였다. 운동회날이면 학부모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학교 인근 마을주민들로 성황을 이뤘다. 대개 운동회는 봄, 가을로 나뉘어 봄 운동회는 소운동회, 가을운동회는 대운동회로 불렸다. 봄 운동회는 학생들로만 체력을 겨루는 약식(?)으로 열렸지만 가을 운동회는 달랐다. 지역의 대동제나 다름없었다. 운동회 날짜도 추석 다음날로 잡는 등 명절 분위기를 이어갔다. 운동회 종목도 학생들 뿐 만 아니라 선생님과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고루 참가할 수 있도록 배려해 모두가 함께 신나는 축제의 장을 연출했다. 운동회가 우리나라에 첫 선을 보인 것은 1896년 5월 2일 한성 외국어학교가 동소문밖 삼선평(三仙坪, 현재 삼선교 부근)에서 개최한 ‘화류회(花柳會)’다. 오늘날과 같은 경기대회라기 보다는 일종의 야유회로 좁은 교실을 벗어나 경치 좋고 공기 맑은 교외에서 운동회를 겸해 심신수련과 호연지기를 배양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독립신문은 ‘영어학교 교사와 학도들이 이튿날 동소문밖으로 화류를 갔나니, 오래 학교속에서 공부하다가 좋은 일기에 경치 좋은데 가서 맑은 공기를 마시고 운동을 하는 것은 진실로 마땅한 일이니 다만 마음과 지각만 배양하는 것도 매
지난달 6일 한 의류매장에서 13만9천원 상당의 재킷에 스카프를 계산하지 않고 가방에 담아 나온 혐의로 경찰에 의해 불구속 입건돼 현재 검찰에 송치된 용인시의회 한 의원이 제명돼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본보 5일자 23면) 4일 열린 용인시의회 본회의에서 제명이 결의된 것이다. 참 어이없는 일이다. 주민의 의사를 행정에 반영하고 집행부를 감시하라고 뽑아준 ‘민의의 대변자’ 시의원이 남의 물건을 훔친 파렴치범이 됐다는 사실에 주민들은 혀를 차며 탄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이다. 지방의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최근 유난히 많이 신문지면을 아름답지 못하게 장식하고 있다. 지난 1월 27일 성남시의회 소속 시의원도 판교주민센터에 들어오자마자 구두를 벗어 바닥에 집어던진 뒤 가방을 공공근로자를 향해 던지는 등 소란을 피워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4월 14일에는 화성시의회 의원이 예산편성 실무를 맡은 과장을 의회 전문위원실로 불러 무릎을 꿇게 한 뒤 폭언과 의자를 집어 던지며 20분간 행패를 부렸다는 보도도 있었다. 현직 광주시의회 모의원은 2008~2010년 아파트 시행업체 대표로부터 개발행위허가 담당 공무원 청탁 명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