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때아닌 막걸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값도 저렴한데다 한사발 들이키면 배가 든든해 끼니도 해결되는 일거양득 때문일게다. 막걸리는 탁주(濁酒)·농주(農酒)·재주(滓酒)·회주(灰酒)라고도 한다. 한국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술로,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하며 6∼7도로 알코올 성분이 적은 술이다. 각 지방의 관인(官認) 양조장에서만 생산되고 있는데, 예전에 농가에서 개별적으로 제조한 것을 ‘농주’라고 불렀다. 한때 막걸리 담그는 것을 금지시켰는데 이를 몰래 만드는 술이라고 해서 ‘밀주’라고도 했다. 고려시대부터 알려진 대표적인 막걸리로 이화주(梨花酒)가 있는데, 가장 소박하게 만드는 막걸리용 누룩은 배꽃이 필 무렵에 만든다 하여 그렇게 불렀다. 제조방법은 주로 찹쌀·멥쌀·보리·밀가루 등을 찐 다음 수분을 건조시켜(이것을 지에밥이라고 한다) 누룩과 물을 섞고 일정한 온도에서 발효시킨 것을 청주를 떠내지 않고 그대로 걸러 짜낸다. 지에밥에 누룩을 섞어 빚은 술을 걸르면 텁텁한 탁주가 되는데, 이것에서 용수를 박아 떠내면 맑은술(淸酒)이 된다. 이때 찹쌀을 원료로 한 것을 찹쌀막걸리, 거르지 않고 그대로 밥풀이 담긴 채 뜬 것을 동동주라고 한
자전거는 묘한 기구다. 두개의 바퀴가 서열을 거스르지 않고 달린다. 최소한의 속도만 유지되면 넘어지지 않는다. 언덕을 만나면 다리에 힘이 들어가고 숨이 가빠오기 시작한다. 언덕에 올라설 즈음이면 심장은 터질듯 고동치고 숨은 최고조에 달한다. 땀이 온몸에 흘러내린다. 내리막길이 시작되면서 언덕을 오르며 겪어야 했던 온갖 고통들을 말끔히 날려 버린다. 산악자전거 마니아들은 임도(林道)가 잘 만들어져 있는 50km~80km의 산속 길을 오르막, 내리막 수도 없이 반복해 가며 4~8시간의 고통속에 달린다. 고통이 온몸에 전률로 다가오지만 ‘산뽕’을 맞았다며 즐긴다. 도심에서 자전거 타기란 위험과의 싸움이다. 신경질적으로 울려대는 경고음이나 차량 꽁무니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은 고통에 들지도 않는다. “이까짓 자전거 따위가 왜 차도에서 달리냐”는 식으로 자전거를 위협하는 운전자가 많다. 그래도 자전거는 달려야 한다. 도심의 천덕꾸러기였던 자전거가 드디어 대접을 받으려나 보다. 자전거 이용을 활성화하기 위한 범국민적 스포츠 이벤트인 ‘제1회 대한민국 자전거 축전’이 지난 25일 개막됐다. 이 날 서울을 출
우리나라는 UN으로부터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나라다. 잦은 기상이변과 지형적 특성 등으로 언제부터인지 하천은 건천으로 변하고 집집마다 생수나 정수기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다. 항상 풍부해 그 값어치를 몰랐던 물이 우리 곁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고 오리혀 더욱 악화될 것이란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도내 지자체들의 지하수 관리방안을 들여다보면 씁씁한 마을을 떨쳐 버릴 수 없다. 지자체들이 예산 부족 등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지하수 관리계획 수립은 뒷전으로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하수 관리에 대한 법적인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1993년 지하수법을 제정해 각 지자체들이 지하수관리계획을 수립·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도는 2004년 12월 ‘경기도 지하수 관리계획’을 수립, 17개 시·군을 지하수 관리계획 우선대상지역으로 선정하고 단계별 추진계획을 확정했다. 도는 낮은 상수도 보급율과 제한급수, 잠재오염원 분포 등을 선정 기준으로 삼아 수원·안성 등 12개 지역은 2011년까지, 시흥·포천 등 5개 지역은 2014년까지…
“8.15 해방은 정신적 마비상태에 있는 우리로 하여금 하루 아침에 주의사상과 이해관계가 양극으로 상반된 민주, 공산 양 진영의 대립과 모순이 자아내는 강한 폭풍의 세례를 받게 하였다. 온겨례가 하나로 뭉쳐 통일된 조국의 독립을 이루어야 할 우리는 홍수와 같이 밀려든 외세의 사상과 문화에 휩쓸려 주체를 차릴 수 없이 되었고, 좌우로 사분오열되는 비극을 막아낼 수 없었다.(중략) 싸우는 적이 주장하는 주의사상과 문화라 하여 그 나쁜 면만을 확대하거나 무시할 것이 아니요, 자기 편이 신봉하는 주의사상이나 국정 현실이라 하여 과장망대(誇長妄大)하여 내세울 것이 아니고 남의 것이라도 장점은 취하며, 자기 것이라도 허물은 버리고 고쳐 올바른 길을 택하는 것이 승리하는 요체가 될 것이다.”(하략) 인용이 길어졌지만 위 글은 1951년 9월에 첫 선을 보였던 ‘사상(思想)’의 창간사 일부이다. ‘사상’은 부산 피난 시절 장준하가 기획해 창간했던 잡지로, 1953년 4월 창간된 ‘사상계(思想界)’와는 다른 잡지다. 그러나 광복군 시절 ‘등불’, ‘제단’ 등을 발간했던 장준하가 간여한 만큼 이 잡지를 ‘사상계’의 시작품(試作品)으로 봐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 같다. 그런데…
“혼란스럽다”, “교육은 천지개벽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진보성향의 교육감을 맞이해야 하는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들은 요즘 심정을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교육 책임자를 모셔야 하는 교육청 직원들은 애써 태연한 척 하지만 좌불안석이다. 정부 인수위를 연상케 하는 취임준비팀의 검증되지 않은 발언이 불협화음을 낳고 있다. ‘MB식 교육정책 심판’을 내건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당선자가 처음 선보인 것은 고양·화성국제고 백지화다. 김 당선자 측근은 지난 21일 “교육감 당선자가 반대 의견을 가지고 있는 특목고의 설립을 교육부가 결정해 공개한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말까지 했다. 이는 곧 고양·화성시민의 공분을 샀다. 고양시민이 항의방문한 자리에서 준비팀은 종전의 입장을 180도 뒤바꾸는 촌극을 연출했다. 경기교육 현장 경험이 없는 관계자들의 섯부른 발언과 정책발표는 경기도내 학부모들의 혼란만 부채질할 뿐이다. 고양·화성국제고는 이미 예산을 확보하고 실시계획을 승인받아 설계·공모중인 사업인데 이제와서 정책을 바꾸면 도교육청의 정책을 누가 믿겠느냐며 반발을 산 것이다. 취임준비팀은 지난 22일 도교육청으로부터 당선자를 대신해 업무보고를 받으려다 무산됐다. 당선자가 아닌…
쏟아지는 봄볕과 함께 각종 재보선 선거운동이 한창이다. 특히 수도권은 경기교육감 선거에 이후 시흥시장 보궐선거와 인천부평을 국회의원 재선거가 따가운 봄볕보다 더 유권자들의 마음을 달뜨게 하고 있다. 경우는 다르지만 1년 2개월 임기의 교육감 선거를 놓고도 그렇게 말이 많았다. 공연한 돈 버리기 선거에서부터 정치권 개입 선거에 이르기까지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선거였다. 연이어 이어지는 시흥시장 보궐선거에도 잡음이 그치질 않고 있음을 볼 때 아직도 공직선거는 우리사회에 큰 관심사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이 같은 관심사와는 별개로 이미 유권자들은 충분히 지쳐있다. 그 잘난 선거 때문에 또 한 번 이웃끼리 등을 돌려야 하고 20%에도 못 미치는 투표율을 보면서도 여전히 자리 따먹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권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희망을 보여 달라는 국민들의 열망에도 불구하고 4월 국회는 여전히 싸움판을 못 면하고 있다. 4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민생법안은 팽개쳐두고 소위 지도부라는 사람들이 떼 지어 다니며 보궐선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방이익을 위해 지방의회가 있고 자치단체장이 있다. 단체장과 국회의원은 그 임무가 서로 다르다.…
좀 유식한 난센스 퀴즈가 있다. 여우가 죽을 때 머리를 어느 쪽으로 둘까? 동·서·남·북이 아니다. 정답은 고향 쪽으로... 수구초심(首丘初心)이란 고사성어(故事成語)를 응용한 것이다. 짐승도 그러한데 하물며 사람이야,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고향을 향하는 마음은 끝이 없다. 계절 좋은 봄, 가을. 한번 우이동에 가 보시라. 여기저기 한 무더기씩 모여 자기네 진한 고향 사투리로 “아재요! 선배님! 족장(族長)어른!” 하면서 떠들썩하게 정을 나누는 걸 쉽게 볼 수 있다. 내 고향은 경상북도 안동(安東)이다. 중앙선 종착지인 청량리역 앞엔 안동이란 지명을 붙인 상호가 많이 있다. 안동식당, 안동이발소, 하다못해 안동이란 지명(地名)을 붙인 점집도 있다. 이런 상호를 보면 우선 마음이 푸근해진다. 도대체 고향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는 무엇일까? 대통령 다음의 높은 벼슬을 지낸 분의 회고록에 여러 직함중 가장 영광스러운 게 향우회장(鄕友會長)과 종친회장(宗親會長)이라고 했다. 하기야 도덕적, 경제적, 사회적 존경없이 언감생심(焉敢生心) 넘겨 볼 자리가 아니다. 안동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풍산(豊山·
우리 사회는 무엇이 되어야겠다고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은 많지만 무엇을 해야겠다는 사고와 가치관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은 것 같다. 말로는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떠들어대지만 막상 무엇이 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표리 부동한 사람들을 많이 보곤 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어떤 자리에 대한 욕심만 가득 차 있을 뿐 그 자리에서 하지 않으면 안될 의무와 책임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이것을 사회학자들은 노블레스 오블리지(noblesse oblige)의 결여라고 말한다. 이른바 일반인보다 높은 신분을 갖기는 원하지만 높은 신분에 걸맞는 의무는 저 버리는, 다시 말해서 높은 신분과 남을 지도하는 신분, 남의 뜻을 대변하는 신분의 사람이 갖추어야 할 정신적 도덕적 의무와 책임이 결여되어 있다는 뜻이다. 오랜 유교사회의 전통이 빚어낸 이 같은 권력지향은 그 권력이 갖고 있는 양면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데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즉 권력에 따르는 이권이나 개인적 이득을 노리는 소유욕에만 집착한 나머지 모든 권력에 수반되어야 하는 무겁고도 고된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이다. 며칠후 우리
아름다운 가게가 첫 선을 보인 것은 2002년 10월 안국동 가게였다. 물건의 재사용과 순환을 통해 우리사회의 생태·친환경적 변화추구를 목적으로 설립됐다. 그 후 6년이 지난 오늘 아름다운 가게는 우리사회를 대표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 전국적으로 재사용문화를 정착시킨 아름다운 가게는 500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연간 200억 가까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시민들이 기증한 물품을 판매하고 그 수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단순한 구조를 가진 비영리법인으로 그 사회적 기여도는 웬만한 대기업을 능가하는 위력을 보이고 있는 단체다. 비영리법인이기 때문에 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은 최소한의 범위에서 급여, 관리비 등의 실경영비만을 지출하고 나머지 이익금은 온전히 사회적 목적을 위해 투자된다. 이렇게 재투자되는 기부금은 우리사회가 부담했어야 할 비용이다. 따라서 아름다운 가게의 나눔과 순환운동은 아직은 미흡한 기증문화, 재사용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선구자적 사회운동이라 할 수 있다. 판매수익을 전액 사회로 환원한다. 그러나 환원이라는 사회적 목적은 판매라는 시장기능이 원활하게 작동한 이후에나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가게만의 독특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