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관측 /천서봉 불행이 따라오지 못할 거라 했다. 지나친 속도로 바람이 지나갔고 야윈 시간들이 머릿속에서 겨울, 겨울, 우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지나치게 일찍 생을 마친 너를 생각했다. 대개 너는 아름다웠고 밤은 자리끼처럼 쓸쓸했다. 실비식당에서 저녁을 비우다 말고 나는 기다릴 것 없는 따스한 불행들을 다시 한번 기다렸다. 하모니카 소리 삼키며 저기 하심(河心)을 건너가는 열차, 왜 입맛을 잃고 네 행불의 궤도를 떠도는지. 콩나물처럼 긴 꼬리의 형용사는 버려야겠어, 말하던 네 입술은 영영 검은 여백 속으로 졌다. 그래도 살자, 그래도 살자. 국밥 그릇 속엔 늘 같은 종류의 내재율이 흐르고 사람을 끌어당기는 건 여전히 사람이지만 나는 더 이상 사람을 믿지 않는다. - 천서봉 「서봉氏의 가방」 문학동네 2011년 12월 그래도 살자, 봄이 오는 길목에서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버렸다. 얼마나 수많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을까.한번도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세금을 지불했으나 그들의 안위는 아무도 보장해 주지 않았다. 버티다 더 이상 밀릴 곳이 없는 많은 사람들이 고공에서 노상천막에서, 살 수 없는 곳이 되어가는 고향땅에서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그래도
각종 재난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조대원들은 참혹한 현장이나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하게 되면 그로 인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거나 사람들을 회피하게 되는 등 여러 가지 정신질환으로 발전하여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소방은 국내는 물론 세계의 각종 재난현장에 파견되어 구조활동 및 구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그 어느 부서보다 다양하고 수많은 현장경험을 쌓고 있다. 소방에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더없이 자랑스러운 일이지만 또한 이로 인해 항상 각종 사고에 노출될 우려가 있으며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을 수 있기에 많은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PTSD는 재난현장에서 충격적인 사건을 경험한 후 그 장면이나 감각·생각 등이 계속 반복되며, 정서적 괴로움, 사건과 관련된 사람, 장소·대화를 피하는 회피행동 등 다양한 증상을 겪게 되는 정신질환 중 하나로, 위험한 상황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소방공무원 등 재난 관련 직업군에서 특히 높게 나타난다. 또 PTSD를 방치할 경우 직장과 가정생활에 심각한 지장을 줄 뿐 아니라 우울증·알코올 의존 등 다른 정신질환을 유발할 위험성도 높아서 소방공무원 등 외상사건에 반복적으로
여객선 세월호 사고로 ‘안전’에 대하여 국민적인 관심이 집중되었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어달라는 국민 요청에 정치권이 호응하면서 6월4일 실시하는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 또한 ‘안전’과 관련한 공약을 많이 발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가 원하는 안전한 대한민국, 우리 모두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우리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면 6·4지방선거에서 우리가 원하는 세상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정치에 대한 회의주의나 혐오로 후보자들을 외면하기보다는, 이들에게 우리 모두를 위해 일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투표로서만이 후보자를 직접 만나고, 후보자에게 원하는 바를 이야기하고, 우리를 위해 일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시장이나 마트에 가서 물건을 고를 때, 가격과 수량·품질 등을 꼼꼼하게 따져서 구입할 물건을 선택한다. 쇼핑에도 이처럼 수많은 고민과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데, 4년이라는 긴 임기를 가지는 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교육감 등을 선출하는 선거에는 얼마나…
세상 카메라 /정연홍 사람들마다 셔터 소리가 난다 렌즈가 보이는 곳마다 찰칵찰칵 사진기 터지는 소리 눈꺼풀 닫혔다 열리는 소리 빛이 조리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소리 조이고 풀어내는 동공의 깊이로 희미해졌다가 밝아지는 세상의 심도 5분의 1포로 찍히는 세상은 슬로우 모션 동영상 500분의 1초로 찍히는 세상은 돌발 영상 찰칵찰칵 지구를 돌리며 찍어대는 소리 세상을 만들어내는 소리 누구나 카메라 한 대씩 화경처럼 이마에 달고 서로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연홍시집 『세상을 박음질하다』/푸른사상 시인은 확대경이나 청진기를 들지 않고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듣는다. 촉수가 예민하다. 시인에 의하면 눈을 깜빡이는 것은 세상을 찍는 행위이다. 세상의 온갖 소리들은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소리이다. 세상은 각자가 찍은 이미지대로 흘러간다. 지구를 굴린다. 그 이미지로 너와 내가 소통하고 나라와 나라 사이가 소통되고 더 나아가 내가 우주와 소통한다. ‘서로 다른 이미지’가 다툼이나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더불어 온갖 아름답고 훈훈한 풍경이 묘사되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세상
일과성 허혈 발작(TIA)은 혈전에 의해 혈관이 막히기 전에 저절로 녹아 그 증상이 몇 분 또는 몇 시간 이내(24시간 이내)에 사라지는 것을 말합니다. 즉, 마비되었던 팔·다리가 금방 회복되며, 잠시 말을 못 하다가 다시 할 수 있게 되기도 하는데, 이러한 일시적인 뇌졸중 증세를 ‘일과성 허혈 발작’이라고 합니다. 일과성 허혈성 발작을 일으키는 원인은 속목동맥 기시부의 죽상 경화판이나 심장 내 혈전의 색전, 전신적인 혈압하강 등 다양합니다. 따라서 그 원인을 정밀 검사를 통해 알아내면 향후 생길 수도 있는 마비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머리 혈관문제가 아닌, 심장에 이상이 있어도 이런 마비가 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씩 오른손에 힘이 빠지고 금방 다시 원래 상태대로 돌아와서 병원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시간 날 때가 아니라 지금 당장 병원에 가서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지금 말씀 드린 이런 증상을 병원에서는 일과성 허혈 발작이라고 합니다. 이름이 복잡한데, 쉽게 말해서 뇌경색의 전조 증상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당장은 불편함이 없다고 하지만, 갑자기 뇌경색이 와서 마비
우리가 잘 아는 도연명(陶淵明)은 중국 진(晋)나라 때 시인이다. 그는 나이 40이 넘어서야 겨우 작은 고을 팽택(彭澤) 현령(縣令) 감투를 썼다. 그러나 석 달도 안 돼 사표를 쓰고 낙향했다. 이유는 이랬다. 어느 날 자신보다 높은 군독우(郡督郵)가 나오는 날 참모가 ‘의관을 갖춰 입고 맞이하라’고 하자 ‘내가 오두미(五斗米)를 위해 아무에게나 허리를 굽힐 수 없다’고 사표를 던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향으로 훌훌 떠났다. 그때 지은 시가 그 유명한 ‘귀거래사(歸去來辭)’다. 오두미는 쌀 다섯 말이다. 지금으로 치면 20만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당시의 값어치는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안 되지만 도연명은 ‘쌀 다섯 말 월급’ 받으려고 ‘하찮은 자에게 머리를 숙이겠느냐’는 나름의 기개를 편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지금같이 월급을 생존을 위한 소득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는 현실 속에선 그것이 오만인지 오기인지를 따져 볼 수 있다. 하지만 월급을 재화로서의 값어치를 따지기 이전에 그 값을 하는 ‘사람의 능력과 됨됨이’도 생각해야 한다
진도 앞바다를 향해 차디찬 땅바닥에서 며칠 동안 자식의 무사 생환을 기다리는 실종자 가족들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안타까움에 마음이 저려 온다. 다시는 이 땅에서 인재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리며, 일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고에 대해 안전한 대한민국을 생각해 본다. 미국의 한 보험회사 관리감독관이던 하인리히는 각종 산업재해사고를 분석한 결과, 중상자 1명이 나오면 통계적으로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른바 ‘1:29:300’ 하인리히 법칙이다. 무릇 대형 사고는 수많은 사고의 조짐에도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아찔한 위험 경고마저 무시한 끝에 터지고 마는 것이다. 음주운전이 대표적이다. 난생 처음 음주운전을 한 날 운 나쁘게도 음주단속에 딱 걸리거나 교통사고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남의 인생까지 씻길 수 없는 상처를 주는 대형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하인리히 법칙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비단 음주운전만 그럴까? 우리 생활 곳곳에서 하인리히 법칙에 따라 다니며…
대학 연극반 시절이었다. 시골 촌놈이 서울 신촌의 산울림 소극장에서 연극 한 편을 만난다. 부조리극의 대명사로 불리는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다. 연극이 끝난 후 자리를 떠날 수 없었던 것은 혼란과 혼돈, 그리고 놀라움 때문이었다. 전무송과 주호성, 김성옥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코 앞에서 봤던 것이 그 하나요. 오지 않을 ‘그 무엇(et was)’을 기다리는 주인공을 통해 인생을 반추해 내는 무미건조했던 대본이 그 둘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와 ‘무엇을 할 것인가’를 화두(話頭)로 이고 살던 ‘안개의 생(生)’이 조금은 밝아진 것이 그 셋이다.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다.’ 연극은 끊임없이 이 한 주제로 관객들의 뇌리에 못을 쳤다. 부조리극(Absurdes Theater)은 그런 것이다. 불합리 속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소통의 부재를 드러내 인간에게 존재의 부조리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해답은 관객의 몫으로 어지러이 던져 놓는다. 그렇다면 부조리한 세상은 어떨까.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인간이나 세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