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연극반 시절이었다. 시골 촌놈이 서울 신촌의 산울림 소극장에서 연극 한 편을 만난다. 부조리극의 대명사로 불리는 사무엘 베케트(Samuel Beckett)의 ‘고도를 기다리며(En Attendant Godot)’다. 연극이 끝난 후 자리를 떠날 수 없었던 것은 혼란과 혼돈, 그리고 놀라움 때문이었다. 전무송과 주호성, 김성옥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코 앞에서 봤던 것이 그 하나요. 오지 않을 ‘그 무엇(et was)’을 기다리는 주인공을 통해 인생을 반추해 내는 무미건조했던 대본이 그 둘이다. ‘어떻게 살 것인가’와 ‘무엇을 할 것인가’를 화두(話頭)로 이고 살던 ‘안개의 생(生)’이 조금은 밝아진 것이 그 셋이다. ‘오지 않을 것을 기다리다.’ 연극은 끊임없이 이 한 주제로 관객들의 뇌리에 못을 쳤다. 부조리극(Absurdes Theater)은 그런 것이다. 불합리 속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을 통해 인간의 고독과 소통의 부재를 드러내 인간에게 존재의 부조리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그리고 해답은 관객의 몫으로 어지러이 던져 놓는다. 그렇다면 부조리한 세상은 어떨까.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는 ‘인간이나 세계는
지난해 과천경찰서는 고층아파트만을 골라 금품을 턴 절도범을 잡았다. 이 절도범은 마치 영화 속 스파이더맨처럼 맨손으로 아파트 옥상 난간에 매달려 발로 꼭대기 층 베란다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가는 수법을 사용했다. 대부분 고층아파트 거주자들이 범죄에 안전하다고 생각해 창문을 잘 잠그지 않는 심리를 이용한 범죄이다. 이 절도범에 따르면 고층일수록 열에 아홉은 베란다 창문을 잘 잠그지 않고, 창문을 열고 들어갈 때도 눈에 잘 띄지 않아 고층아파트를 이용한 범행을 선호한다고 했다. 특히 귀중품의 경우 눈에 잘 띄지 않는 깊숙한 곳에 숨겨놓는 경우가 많고, 뒤처리를 말끔히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도난당한 사실을 알아채기 힘들다. 이번 절도범 수사에서도 피해자의 무관심으로 금품을 도난당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제 곧 휴가철이 다가온다. 올해는 유독 일찍 찾아온 불볕더위로 일찍 여름휴가를 떠나는 피서객이 많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여름 휴가철인 6~8월에 발생하는 절도사건이 평소보다 30%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또 침입절도의 대부분은 출입문과 창문을 이용한 수법을 사용하므로 휴가철 집을 장기간 비울 때에는 반드시 창문과…
이 잔인한 봄의 끝자락에서 또다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 열흘, 아직도 일부 실종자들을 수습하지 못한 가운데 일어난 사고다. 지난 26일 오전 9시1분쯤 고양시 일산동구 중앙로에 위치한 고양종합터미널에서 화재가 발생, 7명이 숨지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소방당국은 이 불이 터미널 건물 지하 1층에서 진행된 인테리어 공사 현장에서 용접작업 시 발생한 불티가 인근 가스배관에 옮겨 붙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먼저 더 이상 사망자가 늘어나지 않길 빈다. 불은 20여분 만에 진화됐지만 유독가스가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타고 지상으로 빠르게 번지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관계자는 추정하고 있다. 사고가 난 고양종합터미널은 2012년 6월 개장한 건물로 지하 5층, 지상 7층, 연면적 14만여㎡ 규모다. 터미널과 홈플러스, 영화관, 쇼핑몰 등이 입주해 있다. 그런데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부가 전국 주요시설에 대해 실시한 ‘총체적 안전점검’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소리가 들린다. 보도에 의하면 경기와 전남 지역은 세월호 수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매번 ‘소…
고령사회가 도래하면서 가족 간의 갈등, 경제적 빈곤, 대인관계 단절 등의 문제로 노인들이 외로움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따뜻한 인정을 느낄 수 있는 원만한 인간관계를 만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마침 성남시가 홀로 사는 노인의 단절된 사회관계 회복을 위해 ‘홀몸노인 친구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여 기대가 모아진다. 만혼과 핵가족화가 급속히 이루어지고 가치관의 변화로 부모 봉양의식이 약화되면서 혼자 사는 노인들을 위한 돌봄이가 필요해졌다. 이웃공동체 기능이 크게 약화된 현실에서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한 자원봉사자의 활동도 중요하지만 평상시에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친구를 만들어주는 일은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를 위해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특별사업으로 추진해가는 일은 매우 의미가 크다. 가족과 이웃 간의 교류가 거의 없으며 사회관계가 단절된 노인을 특성별로 분류하여 심리치료를 통하여 새로운 인간관계의 설정을 시도하고 있다. 이 외에도 노인들의 건강과 여가 프로그램을 제공해 주므로 활력 넘치는 노후생활을 추구해간다. 지루한 시간을 원만하게 보낼 수 있는 외롭고 쓸쓸한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은 우리사회를 한층…
최근 농업의 6차 산업화가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서 6차 산업화란 1차 산업인 농수축산의 원물을 2차 산업인 제조와 가공을 거쳐, 유통이라는 3차 산업으로 연결시키는 것을 뜻한다. 결국 농업 원산물을 그대로 팔기보다 제조기업의 기술을 결합하고 제 값 받고 팔 수 있는 유통경로와 연결하여 부가가치를 극대화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굳이 농업과 제조업만의 결합이 아니다. 농촌과 관광, 식품과 체험, 농산물의 요리교실, 신토불이 식품에 대한 바른 이해 등 협력분야를 다양하게 펼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6차 산업화의 모델이 되고 있는 일본 미에현(三重縣) 모쿠모쿠 농원의 사례를 살펴보자. 우리말로 ‘뭉게뭉게’라는 뜻의 모쿠모쿠 농원은 20여 년 전 두 명의 농협 퇴직자가 현지의 돼지고기 값이 들쭉날쭉하다는 단점을 보완하고자 돈육가공제품을 판매하는 쪽으로 사업을 구상한 것이 시작이었다. 여기에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농장은 수제햄 공방으로 시작해 지금은 푸드 마켓, 레스토랑, 관광농원, 숙박시설과 소시지 만들기 체험교실을 운영하면서 연간 60만명의…
세상 카메라 /정연홍 사람들마다 셔터 소리가 난다 렌즈가 보이는 곳마다 찰칵찰칵 사진기 터지는 소리 눈꺼풀 닫혔다 열리는 소리 빛이 조리개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소리 조이고 풀어내는 동공의 깊이로 희미해졌다가 밝아지는 세상의 심도 5분의 1포로 찍히는 세상은 슬로우 모션 동영상 500분의 1초로 찍히는 세상은 돌발 영상 찰칵찰칵 지구를 돌리며 찍어대는 소리 세상을 만들어내는 소리 누구나 카메라 한 대씩 화경처럼 이마에 달고 서로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정연홍시집 『세상을 박음질하다』/푸른사상 시인은 확대경이나 청진기를 들지 않고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들리지 않는 소리도 듣는다. 촉수가 예민하다. 시인에 의하면 눈을 깜빡이는 것은 세상을 찍는 행위이다. 세상의 온갖 소리들은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소리이다. 세상은 각자가 찍은 이미지대로 흘러간다. 지구를 굴린다. 그 이미지로 너와 내가 소통하고 나라와 나라 사이가 소통되고 더 나아가 내가 우주와 소통한다. ‘서로 다른 이미지’가 다툼이나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하지만 더불어 온갖 아름답고 훈훈한 풍경이 묘사되기도 한다. 그래서 세상은 살만한 곳이고 세상
‘지식의 저주(The Curse of Knowledge)’라는 말이 있다. 스탠퍼드대 경영학과 교수인 칩 히스(Chip Heath)가 2007년 발간한 ‘Made to Stick’이라는 책에서 처음 언급한 용어로, 사람이 무엇을 잘 알게 되면 그것을 모르는 상태가 어떤 것인지 상상하기 어렵게 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전문가들은 자신의 수준에 기대어 일반인들 수준을 예단하게 되고, 그 때문에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쉽게 설명한다고 생각하는 내용도 일반인들은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등 의사소통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히스는 정보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의사소통에 실패하는 이유가 ‘지식의 저주’에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 저주를 극복해야 사람들의 마음속에 새겨지는 아이디어가 창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범수 카카오이사회 의장은 ‘지식의 저주’의 대표적인 예찬론자다. 그는 카카오의 성공 비결을 물을 때 으레 “웹에서의 성공 기억을 버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지식의 저주’를 잘 이해하는 사람 중 한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인터넷 시대의 성공 공식을 버렸기에 또 다른 성공을 할 수 있었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얘기하곤 했다. 한창 잘나가던 그는
세월호의 충격이 40일째 계속되면서 우리 경제가 위축되고 있다. 특히 수학여행 중지 조처는 여행 및 숙박업계에는 직격탄이 된 데다 단체 회식마저 중지돼 음식점들도 울상을 짓기는 마찬가지다. 게다가 현장체험학습이 전면 보류되면서 경기도청소년수련원을 비롯한 경기도내 곳곳의 청소년수련시설 대부분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달 세월호 참사 이후 수학여행 및 소풍 체험학습 등 대규모 해약사태를 빚은 여행업계는 직원들의 급여를 줄 수 없는 형편이어서 부도의 위기를 맞은 곳이 허다하다. 용인, 광주 등지에 산재한 수련원들도 개점 휴업상태다. 매년 4∼7월이면 생활관과 야영장 등에 1천명 가까운 인원이 몰려들던 경기도청소년수련원도 개점 휴업상태일진대 사설 수련원은 아예 줄도산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전국청소년수련원협의회와 전국유스호스텔협의회가 지난달 20일부터 29일까지 수련시설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56%가 올해 안에 도산할 위기에 처했다고 답했고, 24%는 3개월 안에 파산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 사태 이후 국민들도 소비심리가 위축된 건 사실이다. ‘안 가고 안 먹고 안 사는’ 소비침체가 지속돼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경제를 더욱 옥죄고 있는
웃는 얼굴 /강인한 변기가 살아 있다, 이 밤에 아무도 없는 화장실에서 변기 저 혼자 클클클 웃는 소리, 부글부글 용암이 솟구치듯 이따금씩 내 머릿속을 헤집고 나와 불쑥 내지르는 주먹. 휩쓸어 끌어들이는 소용돌이 물살 속에 너도 들어오라고 클클클 기분 나쁘게 웃는 소리. - 강인한 시집 『강변북로』(시로여는세상, 2012) 가끔 화가 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를 때가 있습니다. 불편한 장면이나 이해가 되지 않는 사실들,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 어떤 것들에 대해서 말이지요. 변기가 비웃듯이 기분 나쁘게 웃는 소리를 읽으면서 세상에 소리치고 싶은 기분이 듭니다. 그러면 조금 속이 나아질 것 같아요. 마치 볼 일을 다 보고 변기의 물을 내리는 것처럼요. 사는 것이 팍팍한 오늘입니다. 기죽어 사는 일이 일상이 돼버릴 수도 있겠지요. 그래도 가끔 팽팽하게 살아봐요. 비웃는 웃음이 많아도 불쑥 한 번 주먹을 던져요. 시를 오래 쓴 아름다운 시인이 이야기하잖아요. 명쾌하게./유현아 시인…
6월2일까지 640만명 이상의 납세자가 2013년 소득에 대한 종합소득세를 신고 납부하여야 한다. 금년에는 5월 말이 휴일이라서 6월2일이 기한이 되는 것이다. 사업자뿐만 아니라 근로소득자라도 다른 소득이 있거나, 연말정산을 정확히 하지 않은 사람은 이번에 신고 대상이다. 건설회사의 CEO로 있는 친구가 며칠 전 전화하여, “수년간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매월 70만원 수준의 강사료를 받았는데 금액도 적고 기타소득으로 80%가 필요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하여 그간 신고를 하지 않았다. 혹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나?” 하고 물어왔다. 이에 대해 연말정산시 합산하여 신고해야 하는데 하지 않았다면 이번 종합소득세 신고를 할 때 강사료 전액을 본인 급여에 합산하여 세금을 신고·납부해야 하고, 이에 더해 지금까지 신고·납부하지 않은 잘못으로 무신고 가산세와 납부불성실 가산세를 내야 함을 알려주었다. 결과적으로 수년간 강의료로 받은 금액을 거의 세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딱한 처지가 된 것이다. 올해 종합소득세 신고 때 달라진 제도로는 첫 번째로, 금융소득 종합과세 기준이 1인당 4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낮아진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