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났던 자유가 돌아왔다. 2년여 동안 수없이 변이를 일으키며 만남과 이동을 제한하고 사람들을 옭아맸던 코로나가 기세를 꺾었고, 이제 매일매일 가파르게 상승하는 확진자 수 소식 대신 자유로운 시대를 향한 소식이 쏟아진다. 그러나 긴 시간 동안 트라우마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여전히 야외에서도 마스크를 끼고, 원숭이두창 같은 새 전염병 소식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해외는 아직 두렵고 국제선 항공권 요금은 2~3배로 치솟아 여행의 자유는 국내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런 시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2022 여행가는 달’ 캠페인을 추진한다. 6월 2일부터 30일까지 진행되는 이 캠페인은 KTX와 5개 관광열차 요금 최대 50% 할인, 5만원 숙박 특별 할인권, 지역 특화 콘텐츠 등 다채롭고 풍성한 혜택을 마련했다. 국내 여행을 통해 일상을 회복하고, 멈춰있던 대한민국을 살리자는 의미를 담은 ‘2022 여행가는 달’의 주제는 ‘여행으로 재생(再生)하기’다. 재생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테이프나 필름 등으로 본래의 소리나 모습을 다시 들려준다는 의미. 죽게 되었다가 다시 살아났다는 의미. 또, 상실된 생물체의 일부가 다시 자라나는 일이라는 의미. 어떤…
미국 시카고 학파의 신자유주의 이론은 시장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개입을 반대하는 극단적 자유주의 이론에서 시작해 이제는 강대국 자본가의 패권적 이데올로기로 변했다. 세계 곳곳에서 큰 역풍을 불러일으켰다. 칠레에서는 1970년대 미국 자본 소유의 기간산업에 대한 국유화를 추진하던 아옌데 정부가 미 CIA 주도의 군사쿠데타로 전복됐다. 냉전 종식 이후 이 이론은 한 단계 더 포악한 얼굴을 띠게 된다. 유통-제조업을 수직 계열화한 금융자본이 ‘최상위 포식자’가 되도록 돕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것이다. 이들은 현지 정부를 세계화와 ‘작은 정부’라는 그럴 듯한 담론에 매혹되도록 해 가장 먼저 자본 이동의 장벽을 스스로 허물도록 한다. 이후 허술한 자국 화폐 시스템을 집중 공격해 현지 정부가 이를 이겨낼 수 없도록 한 다음 부도 위기로까지 몰아간 뒤 국가 인프라를 ‘민영화’라는 이름으로 헐값에 취한다. 이 부도덕한 투기자본의 폭주는 20세기 전후 남유럽과 동아시아에서 각국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다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를 거치면서 세계 금융위기와 함께 기세가 다소 꺾였다. 이같은 ‘약탈’로 얼마나 많은 우리 알짜 기업들이 그들의 먹이감이 되었고, 또 얼마나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고통이 전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신에게 가치있는 목표를 위해 얼마간 노력하고 투쟁하는 것이다. 또 사람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어떤 상황에서도 고통을 경험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가 충족해야 하는 잠재적인 삶의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빅터 프랭클: 아우슈비츠 생존 정신과 의사) 당신이 바라는 것이 확장되기를 추구한다면 그리고 인생의 행복을 추구한다면 당신은 원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을 이뤄낼 수 있다. 거기에는 단 한 가지 조건이 있다. 그것은 내 인생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도 고마움을 잊지 않았을 때이다. 기회, 인간 관계 심지어는 부까지도 내게로 다가왔다. (오프라 윈프리: 14세 때 미혼모. 사고로 아기 잃음) 사람이 잘나서만 큰일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의 숨에 접하기만 하면 아무도 없어서는 아니 되는 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큰 것을 생각 아니하는 사람들일수록 시시하고 조그만 일에 걸려 싸움을 합니다. 남의 결점에 공연히 신경이 곤두서지 않을 만큼 큰 것을 내다봐야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 역사의 대체를 파악하도록 힘써야 할 것입니다. 세계의 흐름 속에 몸을 던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다를 건너뛰려면 우선 바닷가에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주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은 전세계 뉴스의 중심에 섰다. 언론은 첫날 삼성 평택공장 방문, 다음날 한미 정상회담, 마지막 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단독 면담 등을 주요 뉴스로 보도했다. 언론의 취재경쟁도 뜨거웠다. 우리 언론보도의 고질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무엇보다 심각한 점은 외눈박이 보도였다. 장점만을 부각했다. 국가간 거래에서 한 나라에게만 혜택이 일방적일 수는 없다. 얻는만큼 잃는 것도 있다. 언론은 부작용도 짚어야 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우리는 중국을 자극할 여지가 있는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참여를 확정 했다. 중국은 우리 교역량의 25%를 차지한다. 이면을 비추는 언론은 극히 드물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보인 자국민을 위한 처절한 일자리 창출 노력을 부각하지 못했다. 조선일보는 23일(월)자 4면에 《올땐 삼성, 갈땐 현대차···》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이 미국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신설해 3000개, 현대차그룹은 8000개 이상의 일자리를 미국에 만들어 줄 것이라며, 미국 대통령이 두 재벌 총수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업총수들에게 미국에 투자해달라고 굽신
호미 같은 할머니다. 꼬부라진 허리가 호미를 닮았다. 호미를 닮아서, 반듯하게 서도 얼굴은 땅으로 쏟아진다. 할머니는 종일 땅만 보고 산다. 이불을 개고, 밥을 하고, 마당을 쓸고, 풀을 뽑고, 밭고랑을 맨다. 할머니는, 고개 들어 하늘을 보는 것보다 물웅덩이에 비친 하늘을 내려다보는 게 편하다. 내려다보는 것에 익숙한 할머니가 집 앞 자갈밭에 물을 준다. 한 마지기 자갈밭은 할머니의 전부다. 호미로 긁어 판 한평생이 고스란히 자갈밭에 묻혀있다. 아들 하나에 딸 하나, 고구마 같이 튼실한 자식들도 밭일을 하다 낳았다. 호미 같은 할머니가 자갈밭에 물을 준다. 마당에 있는 수도꼭지에 호스를 꽂아 물을 뿌린다. 호스는 마당과 텃밭을 이어주는 탯줄 같다. 가느다란 호스를 타고 밀려온 수돗물이 마른 자갈밭에 찔끔 떨어진다. 전립선(前立腺) 걸린 늙은 사내의 오줌발도 저러할까. 할머니의 한숨이 물을 따라 자갈밭으로 추락한다. 딸을 건져 올릴 때도 저렇게 물이 떨어졌었다. 사십년 세월이라고 지울 수 있겠는가. 그날, 저수지로 물놀이 간 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밭일을 하던 할머니는 맨발로 저수지로 달려갔다. 건져낸 딸은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호미 같은 할
의정부시 안동광 부시장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가 4일 만에 복구됐다. 안병용 시장이 24일 오후 열린 긴급 간부회의에서 안 부시장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의 복구를 지시했기 때문이다. 안 부시장은 취임한 지 3개월 만에 안 시장으로부터 직위해제 조치를 당했다. 이 일은 안 시장의 모 과장급 직원의 승진 인사로부터 시작됐다. 이와 함께 용도 변경 허가와 관련해서도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퇴임을 앞둔 안 시장은 최근 모 과장의 국장 승진을 추진했다. 그런데 해당 직원은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카일 개발 사업과 관련 시행사 선정 특혜에 연루된 의혹을 받은 인물이었다. 의정부시는 지난 2007년 반환된 의정부 캠프카일 부지에 법조타운을 짓기로 했지만 계획은 무산됐다. 이후 시는 이곳에 복합 공공시설과 공동주택 등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한 업체가 100% 민간개발 계획을 제안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에 감사원은 지난 2월 22일 관련자 2명을 징계하도록 요구했다. 의정부시가 반환 미군기지 캠프카일 개발사업을 추진하면서 조건도 갖추지 못한 특정 민간업체와 사실상 수의계약을 맺고 담당 국·과장이 나서 업체를 지원했다면서 해당 과장을 해임하는 등…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 한국말 번역은 “불쌍한 사람들”, “가엾은 사람들”이다. 19세기 중반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쓴 대역작이다. 주인공 장 발장(Jean Valjean). 그는 어느 일요일 밤 모베르 이자보 빵집에서 빵 한 덩어리를 훔쳤다. 그 일로 5년간 갤리선에서 노역하는 형벌을 받는다. 그러나 탈옥수로 잡혀 19년의 형을 살게 된다. 빵 한 조각 때문에 청춘이 산산조각 났다. 마흔 살이 되어 출소한 발장. 수도사들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을 열심히 배웠다. 영리해지는 길이 증오심을 기르는 일이라는 일념에서다. 발장을 통해 위고는 가난한 사람을 궁지로 모는 프랑스의 사회상과 인간군상을 신랄하게 고발했다. 가난한 사람을 유독 옹호했던 위고. 그는 최후까지 가난한 사람들을 걱정했고, 그들의 곁에 묻히길 희망했다. 그리곤 그들을 위해 5만 프랑의 유산을 남겼다. 너무도 인간적이었던 위고. 그는 작가이자 시인, 그리고 레지스탕스 운동의 수장이었다. 그는 쿠데타를 일으킨 나폴레옹 3세를 프랑스의 반역자라 비판했다. 목숨이 위태로워진 위고. 그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파리를 1851년 떠나야 했다. 그에게 파
더불어민주당이 오는 6월 시작되는 21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법제사법위원장)직을 국민의힘에 이양하겠다는 기존 합의를 공식적으로 뒤집은 일은 아무리 보아도 민심 회복에 유익하지 않은 ‘무리수’로 읽힌다. 당장 정부·여당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리하다고 해도 비논리적 언행을 지켜보는 국민의 눈에 곱게 비쳐질 리가 만무하다. 그러잖아도 국민의힘에 지지율을 역전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형태의 ‘내로남불’로 여겨질 수도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4일 한 방송에 나와 후반기 법사위원장직에 대해 기존 합의의 파기를 재확인했다. 박 원내대표는 합의 파기의 명분으로 “국민의힘이 그동안 법사위를 야당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를 펴 오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하지만 대다수 국민은 지난 2020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자 법사위원장직을 장악하면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던 민주당의 모습을 곧바로 떠올릴 것이다. 작년 7월 합의의 당사자인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며칠 전 “후반기 법사위원장을 국민의힘에 주기는 쉽지 않다”고 밝혔다. 윤 위원장은 그 이유로 “검찰 쿠데타가 완성돼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견제할만한 사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