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농촌을 떠나는 농민들의 아픔을 취재한 적이 있다. 자식보다 소중히 30년 동안을 일궈왔던 농토를 팔아야 하는 농민의 눈에는 허탈감과 배신감이 가득 담겨있었다. 자신이 평생을 바쳤던 농토를 부채 청산을 위해 농촌공사에 넘겨야하는 상황을 설명하는 농민의 목소리에는 슬픔이 짙게 배어 나왔다. 농민은 자신의 처지도 처지지만 농촌공사를 더 원망하는 듯 했다. 내 땅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걸고 농촌공사 토지은행에 농토를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다시 찾긴 힘들 것이라는걸 그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년 내 농사를 지어 벌어들이는 수입은 눈에 불보듯 뻔하고 경작할 땅은 점점 줄어드는데 자신이 판 농토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점점 올라 다시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는게 그의 설명이었다. 취재를 다녀온 농촌의 현실은 정부의 농촌살리기 대책이 얼마나 농촌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지 여실히 보여줬다. 농민들의 숨통을 틔웠던 면세유는 존폐 위기에 처해 있었고 농가 수익 보장을 위해 만든 변동직불제 보상액은 농민들에게 돌아가기는 커녕 투자 목적으로 땅을 구입해 논 땅주인의 통장으로 고스란히 입금되고 있었다. 그러나 농민들의 권익 보호와 농가 회생 대책 마
이태호<객원 논설위원> 북한의 독특한 접두사는 소리글의 특성을 잘 나타낸다. 예컨대 ‘덧’은 ‘거듭’이란 뜻으로 덧글씨, 덧손실을, ‘맞’은 ‘마주’란 뜻으로 맞그네를, ‘외’는 ‘홀로’란 뜻으로 외그루, 외기둥을, ‘먹’은 ‘검은’이란 뜻으로 먹바지, 먹방(캄캄한 방)을, ‘잔’은 ‘작은’이란 뜻으로 잔메, 잔도랑을, ‘된’은 몹시 심한‘이란 뜻으로 된겁(몹시 놀라거나 혼이 나는 일), 된걱정(무겁고 큰 걱정) 등 여러 가지 합성어를 만들어낸다. 평북 용천 출신의 종교인 함석헌 옹이 <뜻으로 본 한국역사> 32항 해방편에서 “기독교가 태평양의 물결을 끊으며, 압록강의 얼음을 밟으며, 노량진 새남터에 서리 같은 칼날을 받으며 이 고난의 역사가 그 가장 된고비에 들 무렵에 건너온 것은 민중을 건지는 새 윤리와 새 정신의 종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었던가?”라고 썼을 때 많은 독
제가 여인을 그릴 때 과거 나와 관련된 여인들을 연상한다거나 혹은 아련한 추억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경우는 없어요. 그리다 보면 상상 속의 한 여성의 모습이 그려지게 되지요… 저는 스케일이 큰 화가가 못 돼요. 저는 큰 작품을 잘 안 해요. 그림이 커지면 거짓말을 하게 돼요. 그림 앞에서 거짓말을 하면 안 돼요… 투명한 슬픔 담은 ‘청회색 빛’의 소녀, 세상을 홀리다 필자는 네 살 때부터 그림을 그려왔으므로 미술과의 인연이 40여 년을 넘었다. 그간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지만 어찌되었든 미술이 천직이거니 하고 그 울타리 안에서 생활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 동안 많은 그림과 많은 작가들을 만나왔다. 필자가 만나 본 화가들 중에 작고하신 분이 벌써 여럿인 걸 보면 세월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생존하는 작가 중에서 그 작품이 좋은 느낌을 지속적으로 주는 작가를 손에 꼽아본 적이 있다. 그 몇 안 되는 화가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권옥연이었다. 물론 이것은 작가의 여러 정황이나 인품 그리고 예술세계를 전혀 고려치 않은, 오로지 작품만을 본 순수한 나의 주관적 취향이다. 칸트가 그의 ‘판단력비판&r
이태호 <객원 논설위원> 한강은 북한과 강원도에서 북한강으로, 충청북도에서 남한강으로 두 줄기 물을 흘러보내 한반도의 중심부를 굽이굽이 흐르는 생명의 젖줄이다. 어느 나라의 수도를 봐도 서울처럼 빼어난 경관을 가진 산들과 아름답고 큰 강이 조화를 이룬 곳은 없다.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방 하천들은 거미줄처럼 분포돼 있다. 이 가운데 양재천(良才川)은 과천시, 서울시 서초구, 강남구로 휘돌아 한강으로 빨려드는 15.6km 길이의 지방 2급 하천이다. 양재천은 서울의 안산(案山)으로서 불꽃처럼 기세가 강한 관악산의 갈현동 쪽 계곡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과천시내를 관통하여 문얼리에 이를 때 이미 청계산 계곡에서 출발하여 막계천을 이루며 흘러온 다른 한 물줄기와 합하여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으로 뻗어간다. 이 물은 청계산 동쪽에서 떨어진 물이 형성한 여의천을 품고 강남구 학여울에 이를 때 성남시에서 흘러온 탄천과 섞인다. 그런데 양재천은 중하류 지역에서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상중류인 과천에서는 상당기간 동안 복개도로 밑에 갇혀 있었다. 양재천의 절반 이상인 8.4km를 관리하는 과천시가 2004년부터 양재천 5.5km 구간에 자전거 도로를 개
제36대 이진용 가평군수가 ‘변화와 활기가 넘치는 가평’이란 슬로건 아래 지난달 27일 취임식을 가졌다. 취임식이 열린 문화예술회관은 800여명이 운집해 좌석이 없어 일부 참석자들은 로비에서 취임식 광경을 지켜보았다. 그러나 이날 취임식을 지켜본 가평군민들의 표정은 새삼 놀라움과 함께 새 가평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충만한 모습이었다. 식전행사로 양재수 전 군수와 4.25재선거의 경쟁자였던 한나라당 조영욱 후보가 나란히 참석, 축하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용서와 화해를 다짐하며 군정을 잘 이끌어 달라는 격려와 함께 세사람이 서로의 손을 마주잡고 두손을 번쩍 들어보이는 모습에 참석자들은 기립박수로 이들에게 찬사를 보냈다. 그동안 민선군수 선거를 치르면서 쌓인 지역간 갈등과 감정을 깨끗이 치유하는 한편 서로서로 가평군 발전에 동참하겠다는 뜻도 내포되어 있어 가평군민의 한사람으로서 마음 흐믓한 시간이었다. 네편 내편하고 빗고개 운운하던 선거판도가 사라진 것 같다. 선거가 끝나면 뒤숭숭하는 모습도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내고장 살림살이를 잘할 수 있도록 군민 한사람 한사람 힘을 보태줘야 할 시기이다. 기자 간담회 석상에서도 밝혔듯이 경제적 어려움을…
도립오케스트라 운영을 둘러싸고 불거진 파열음이 점입가경이다. 당초 기존 단원들을 무더기로 해촉시키면서 불거진 문제가 단지 여기에 그치지 않고 금난새 단장이 운영하던 유라시안 단원을 대거 새로 뽑고 도립극단 지도위원의 공연수당 부당 수령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본보 4월 27일자 참조) 도립예술단원들의 무더기 해촉 논란과 관련해서, 도의회 문공위 진상조사 소위의 조사결과 최근 신입단원 공모에서 도립오케스트라 최종합격자 16명 중 6명이 유라시안필 단원으로 밝혀졌으며 특별 채용되는 3명의 단원도 유라시안 필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유라시안 단원을 채용하기 위해 도립단원들을 해촉했다는 의문 제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해촉된 단원들의 제보에 따르면 지도위원 일부가 예술 감독 직무대행을 맡아 오면서 작품에 출연하거나 연출하지 않고도 공연수당을 착복했으며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전당이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당을 편법적으로 수령해 온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도의회의 진상조사 소위도 활동을 마치고 경기도문화의전당 측에 도립예술단 감독의 오디션 평점 권한 과중, 공연수당 편법 수령 등의 문제를 지적하고 제도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 4월 2일 타결되면서 우리나라는 또다시 새로운 개방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번 협상타결로 우리 기업들은 중국·일본·아세안을 합친 것보다 더 큰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지금 세계경제는 WTO체제 하에서 국가간의 이해관계에 따라 지역경제통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북미자유무역(NAFTA) 및 최근에 체결한 국가간 FTA 등이 그 범주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다자 또는 양자간의 협상을 통하여 국가간의 교역을 늘이고자 하는 노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도입된 GATT(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체제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2차대전 종전 무렵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선진공업국들은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피폐된 국내산업보호와 자국 상품의 대외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경쟁적으로 외국상품에 대한 수입억제조치와 자국통화의 평가절하를 단행하였다. 이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생산 및 교역규모가 축소되는 등 국제경제 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었다. 이렇게 침체된 세계교역을 회복하여 국제경제를 살리기 위해 19
국회는 30일 본회의에서 일부 중범죄 사건에 한해 국민을 배심원으로 참여시키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키는 한편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하는 절차인 재정신청 대상을 모든 고소사건으로 확대하고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모든 피의자에게 의무적으로 실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체질로 굳어있는 분야 중의 하나인 사법부의 개혁에 힘을 실어주었다. 재판은 법관만 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고수해온 우리나라 사법제도의 역사상 처음으로 도입되는 배심원 제도란 살인 사건 같은 중대한 사건의 재판에서 피고인이 희망할 경우, 내년 1월 1일부터 일반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해 피고의 유무죄와 형량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제도다. 국민이 배심원으로 참여하여 내린 결정은 재판에 권고적 성격을 띨 뿐 강제력은 갖지 않는다. 미국에서 오래 전에 정착한 배심원제도를 축소하여 도입한 우리나라의 국민참여 재판제도는 사람의 생명을 죽인 행위와 그에 대한 응보로 사형이 선고되기 쉬운 사건에 국민이 직접 참여하여 광범하게 증거를 수집하고, 사건의 의의와 성격에 관해 종합적이고도 탄력적인 해석하여 의견을 제시할 수 있
곽성진 <인터넷 독자> 흔히들 시장, 백화점, 마트에서 물건을 사면 물건값에 대한 영수증을 발급하여 준다. 영수증은 어린이, 아저씨, 아줌마를 불문하고 꼭 챙겨서간다. 챙기지 않고 가는 날은 가계부를 작성할 때 계산이 맞지 않는다. 한국도로공사가 건설하고 유지·관리하는 고속도로는 유료도로이다. 즉 통행료를 내야지만 이용할 수 있다. 돈을 받았으니 그에 대한 영수증을 요금소 근무자들이 고객들에게 배부한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영수증을 준 손이 무안하리만치도 빠르게 창문을 닫기도 전에 휙 버리고 간다. 물론 영수증을 꼼꼼히 챙겨가는 고객들도 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이 어울리진 않지만 적용 가능할 것 같다. 영수증이 쌓이고 쌓여서 지나가는 차들에 흩날리고, 밟히고, 바람에 날리면 정말로 1시간전에 청소한 보람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우리나라는 인적자원만 풍부할 뿐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자원은 거의 없다. 도로공사에 영수증으로 발행하는 감열용지에 소요되는 예산이 1년에 10억원 이상이다. 모든 고객들이 교부한 영수증을 꼭 챙겨간다면,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 그렇지 못하는 현실이라면 영수증이 꼭 필요하신 분들만 영수증을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