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대왕은 뒤주에서 비참하게 세상을 떠난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를 1789년 양주 배봉산(현 서울시립대 뒷산)에서 수원 인근의 화산으로 옮기고 현륭원이라 이름 했다. 그리고 해마다 1월이나 2월 신하들과 함께 참배 행차를 했다. 오죽하면 수원·화성 지역에 “모처럼 능참봉 한자리 얻었더니 임금님 행차가 한달에 스물 아홉번”이란 푸념 섞인 말이 아직도 전해 내려올 것인가. 정조의 1796년(을묘년) 원행을 다룬 소설 ‘원행’이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한다. 작가 오세영씨는 ‘베니스의 개성상인’ ‘소설 자산어보’ 등을 펴낸 밀리언셀러 작가이자 대학에서 역사를 공부한 역사학도이기도 하다. 최근 역사학자들은 정조의 화성축성과 잦은 수원 행차를 단순한 효심의 발로라고 보지 않는다. 임금을 능가하는 정치적 권력을 바탕으로 아버지 사도세자를 죽게 한 노론벽파들의 본거지인 한양 보다 수원을 배경으로 강력한 왕권정치를 펼치겠다는 뜻이 있었다는 것이다. 오세영씨의 역사추리소설 ‘원행’은 바로 이런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물론 이 작품에는 정조대왕과 정약용, 조심태, 김종수, 심환지 같은 역사적 인물들이 실명으로 등장하지만 작가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소설일 뿐이다
북한의 핵개발, 6자회담 거부, 미사일 발사 등으로 악화돼온 미국과 북한의 관계는 미국이 유엔을 통해 주도하는 대북 초강경 제재가 임박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강력한 응징의 신호인 동시에 시종일관 북한을 자극하는 정책에 반대해온 한국 정부에게 중요한 선택을 강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한반도 문제는 남북한이 기본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가 사실상 국외자로서 머물고 미국과 북한이 표면에 나서 공방전을 벌여온 종래의 정황은 획기적으로 변화할 조짐이 일고 있다. 미국이 6자회담 참가국뿐만 아니라 190여 유엔 회원국에게 발송한 공문은 북한의 대량살상무기의 구매 및 판매와 관련된 분야의 엄격한 제재, 북한 선박의 해상 검문, 강력한 금융 제재 등 군사적, 경제적 조치를 포함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제 노무현 정부는 같은 민족이란 의미에서 북한 편을 드느냐, 아니면 유엔의 결의에 입각하여 북한 제재에 가담하느냐의 중대한 기로에 봉착한 것으로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한반도가 지구에서 유일한 분단민족의 멍에를 안고 있고, 이 지역의 주변에 세계의 4대 강국인 미중일러가 포진하고 있으며, 역사적으로도 이들…
손가락 하나는 족히 들어갈 듯 싶게 가슴이 움푹 패어 있다. 살점을 도려내듯 파고 들었던 상흔이 생생하다. 패인 가슴 아래라 배는 더 불룩해 보인다. 해산을 앞둔 임부였을까, 분만이라도 할 것 같은 배를 가누지 못해 온몸을 힘없이 늘어뜨렸다. 한쪽 구석에 흐릿한 동공의 흔적, 덮어줄 눈까풀조차 없는 안구는 무채색의 허공이다. 박수근 화백의 ‘굴비’를 보고 있다. 꼼꼼히 훑어본다. 두 마리 굴비를 검은 선으로 구분해 놓았지만, 그런 붓질로는 그들을 떼어놓지 못한다. 경계선은 오히려 뒤편에 누운 녀석의 살 속을 파고드는 몸부림이 된다. 그것을 뒤에 있는 녀석이 온몸으로 싸안아준다. 꼬리지느러미까지 쳐들어 받쳐주고 있다. 그러나 표정만큼은 서로 다르다. 한 줄에 엮여진 후 피를 말리고 살을 말리는 시간을 함께 했을 그들이 아닌가. 굴비 두 마리의 표정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움푹 꺼진 눈만큼이나 지쳐 있는 어순이, 앙다문 입술만큼이나 노한 어돌이, 뒤에 있는 녀석은 어쩌면 앞에 있는 녀석의 지아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이름을 붙여보다 고개를 흔든다. 모두가 알배기를 엮어놓았을 터이니 그들은 모녀 사이거나 자매간 일지도 모른다. 그러면 어떠랴. 두 녀석의 이름은
경기도의회 추가경정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도 고위 공무원들이 보여준 모습은 한마디로 ‘실망감’ 그 자체다. 준비 부족은 물론 무성의한 태도와 답변, 안이하고 고자세적인 생각 등 고질적인 문제점 등이 총집결된 모습이었다. 도청 고위 공무원들의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은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8일 열린 기획위 조례안 심의 과정에서는 회의가 끝나기도 전에 최고 담당자인 보건복지국장이나 사회복지국장은 모두 퇴근했다. 7급 공무원이 발언대에 올라왔으나 현안 안건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못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됐다. 답변에 나선 공무원들의 태도도 문제다. 일부 실·국장의 경우 부임한 지 얼마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 수도 있지만 실무 담당자들조차 형식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질의 요지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때문인지 다른 답변이 나오기도 했다. 도의원들이 같은 질문을 반복했지만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했다. 특히 10조원이 넘는 추경안을 심의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식구(?)니까 당연히 봐 주겠지 하는 나태한 모습도 엿보였다. 연례 행사인 만큼 이 시간만 지나면 된다는 식의 인식 때문일게다. 추경예산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해 긴급히 예산을 사
그거나 내려놓으시지?
추수의 계절 가을이다. 가을이 되면 그동안 잊고 지냈던 이웃들이 생각난다. 어느날 오랜만에 후배를 만났다. 그는 진로 문제에 대해 상의하기 위해 나를 찾아왔다. 약속한 장소에 나가니 후배는 먼저 나와 있었고, 함께 만날 사람은 좀 늦는다는 전화가 왔다. 평소보다 검게 그을린 후배를 보면서 내심 “어떻게 지냈니”라고 물었더니 뜻밖의 답변이 돌아왔다. “여름내내 인력소개소에 나가 일당잡부로 일했어요.” 무언가 갑자기 나의 온몸을 감싸는 차가운 냉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는 순간에도 후배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선배님! 세상에는 아침 먹으면 점심 걱정하는 이들이 많지만, 무엇보다 이 사회의 고통과 절망을 함께 하는 사람은 힘 있는 사람도 아니고 부자도 아닌 것 같아요!” “그곳에서 함께 일하시는 분들은 힘들고 어렵게 살아가지만, 무엇보다 이 사회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하면서 후배가 일하는 작업현장에서 있었던 일화를 들려주었다. 하루는 인력소개소에 5시 반에 나가 기다리다가 5명과 아파트 건축현장에 나갔다 한다. 맡은 일은 자재정리라고 했다. 일을 하다가 점심때쯤에 비가 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작업반
최근 서울시교육감이 국제중학교 설립을 추진하다 국제중학교 설립을 신청하겠다는 학교가 설립 신청을 포기한 일이 있었다. 국제중학교 설립은 또 하나의 새로운 학교형태로 볼 수 없다. 평준화정책에 대한 딴지걸기는 학교선택권 보장으로 시작되었고, 이에 대한 보완책 운운하며 그동안 설립된 학교유형으로는 특수목적 고등학교가 있다. 그러나 특수목적 고등학교중에서 설립목적에 부합하게 운영되는 예술계 특목고와 체육계 특목고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시 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외국어 고등학교나 과학고에 대해서는 정책을 입안하여 15년간 시행해온 교육부가 바로잡겠다고 나서고 있는 판국이다. 결국 평준화 정책에 대한 보완책으로 논의된 새로운 학교유형들은 대부분 대학입시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이러한 유형의 학교에 진입하기 위한 사교육의 강화를 불러왔다. 게다가 외국의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국제반이 운영되더니 이제는 외국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국제 중학교와 국제 고등학교 설립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학교유형을 다양하게 해야한다는 논리는 영국과 미국의 경우에서 보더라도 학생 선발에 차등을 두는데 이용되고 있음이 밝혀졌고 학교선택권은 계층간의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학교의 다양성 보
일본 후지산 기슭에 있는 금식수련장에서 금식을 같이 하던 일행 중에 마이니치신문의 기자 한 분이 있었다. 그가 자신이 바쁜 생활을 하는 신문 기자로서 열흘에 걸친 짧지 않은 기간의 금식수련에 참여케 된 동기는 담배를 끊기 위하여서라 했다. 그는 스스로 밝히기를 하루에 담배를 무려 3갑이나 피워대는 체인스모커(chain smoker, チェ―ンスモチェ―ンカチェ―ン)라 하였다. 그런 상태로는 도저히 정상적인 건강을 유지할 수 없을 것 같은 위기감 때문에 큰 결단을 하고 특별 휴가를 내어 금식수행에 참여 하였다고 자신을 소개하였다. 그런데 그의 경우 금식이 3일째 이르렀을 때에 온 몸에 두드러기가 일어나 보기에 심각할 정도였다. 이를 보고 금식 지도 선생이 이르기를 몸 안에 쌓인 니코틴이 금식 탓으로 밖으로 뿜어 나오는 명현현상이니 견디어 보라고 일러 주는 것이었다. 그가 죽기를 각오하고 견디는 모습을 곁에서 보며 퍽 안쓰러움을 느꼈다. 그런데 그렇게나 심하던 두드러기가 금식 7일째에 이르니 완전히 사라지고 말았다. 금식 기간 열흘이 지난 후 헤어질 때 그는 완전히 새로 태어난 기분이라며 흡족한 마음으로 작별하였다. 이 시대는 먹지 못하여 생긴 병보다 너무 먹거나…
한나라당 소속 국방위원 김학송 공성진 송영선 의원 등이 정기국회 회기 중인 12일 오후 국정감사를 받는 해병대 사령부의 골프장에서 골프를 친 것으로 밝혀져 이 당 소속 의원들의 골수에 골프병이 사무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월 수해지역에서 골프를 쳐서 제명된 홍문종 전 경기도당 위원장 사건이 잠잠해지기도 전에 또 일어난 이번 골프파문은 골프 도중 일부 방송사 취재진의 카메라가 들이닥치자 세의원이 즉시 골프를 중단했으며 한 의원은 화장실로 몸을 피하기도 한 점을 감안할 때 떳떳하지 못한 행위임을 자인한 것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번 골프파문은 국회 국방위 한나라당 쪽 간사이기도 한 김학송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상임위별로 워크숍 등을 통해 준비하라는 방침에 따라 일정을 잡았다”며 “골프는 (해병대 사령부에) 간 김에 의원들끼리 친목을 다지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한 점, 모 의원의 보좌관이 “이런 일정(골프)은 사전에 당 지도부에 보고됐으며, 1인당 1만3천원인 골프비는 의원들이 각자 부담했다”고 실토한 점으로 봐 국정에 몰두해야 할 한나라당 의원들이 당에 보고하고 골프에 몰두할 정도로 해이된 당 기강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하
5.31 지방선거에서도 여전히 선거법 위반자들이 줄어들지 않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지난 10일 대검찰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제4회 통합지방선거에서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입건된 선거사범은 5천899명으로 이중 1천241명이 불기소 처분을 받았고 3천130명이 기소되었으며 나머지 1천528명은 검찰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특히 당선자 중 233명이 이미 기소가 됐고 180명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어 무더기 재-보궐선거가 예상되고 있다. 재-보궐선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의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선거 때마다 사라지지 않고 반복되는 선거비리의 문제는 우리사회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기의 징후이며 철저한 처방으로 해결해 나가지 못한다면 전반적인 사회발전은 불가능해 진다. 선거로 선출된 당선자들에 대한 불신이 깊어지면서 깨끗한 선거운동을 통해 당선된 사람들에게 까지 불신의 분위기가 전염되어 당선자의 모든 정치행위들이 주민들의 무관심과 불신 속에서 진행될 것이다. 이러한 무관심과 불신은 효과적인 단체장의 정책집행에 심각한 장애가 될 것이다. 이렇게 사라지지 않고 있는 고질병인 선거비리문제를 매니페스토 운동으로 해결해 나갈 것을 제안한다. 매니페스토 운동으로 선거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