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목숨을 끊었다. 한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 피땀 흘리신 분의 말로는 너무도 비극적이다. 이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으랴. 그런데 애도도 맘 놓고 할 수 없다. 죽음을 놓고는 왈가왈부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우리 사회의 감정의 골, 이제 치료할 수 없을 정도까지 와 버린 느낌이다. 왜 우리 사회는 이다지도 혹독한가. 정치인들의 말로는 왜 이다지도 비극적이어야 하는가. 비극을 선택한 것은 그들의 몫이라고 수수방관만 할 것인가. 우리사회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점을 해부할 필요성은 없는 것인가. 우리는 스피노자의 말처럼 “아무 곳에도 실재하지 않을 인간성을 여로 모로 찬양하고, 그러면서 실제로 존재하는 인간성을 이러쿵저러쿵 헐뜯으며 무슨 숭고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있는 그대로의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있어 주었으면 하는 인간을 머릿속에 그리고” 그러다가 실망하고 분노하고 처형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프랑스 정치인들의 말년은 영광이다. 파리시장을 18년간 지내고, 대통령이 되어 12년간 프랑스를 통치한 자크 시라크는 2007년 정계를 은퇴해 편안한 노후를 보내다 작년 9월 88세로 타계했다. 마크롱
코로나19로 인해 배달 서비스를 주도적으로 영위하는 계층을 홈(Home)족 이라 부른다. 코로나19 창궐도 이유지만 스스로 집에서 삶을 즐긴다. 사회생활에 부적응으로 집밖을 두려워하는 ‘방콕족’과는 구별된다. 집을 일상의 생활공간으로 꾸미는 ‘홈스케이프(Home+Escape)’, 집에서 휴가를 보내는 ‘홈캉스(Home+Vacance)’, 카페처럼 집을 만드는 ‘홈카페’, 예능인이 방송에서 보여준 ‘나래바’ 그리고 코로나19 침체속 급성장한 출장 청소.세탁.방문수거 서비스도 이들 홈족이 주도한다. 여기에 홈트레이닝도 그중 하나다. 여러 사람이 밀집해서 체취와 체액이 곳곳에 묻어있고 밀폐된 공간인 헬스장을 피하려것이 지금의 상황이다. 모 스타트업 온라인 PT 프로그램은 수강 신청이 급증한 것은 안전하게 운동하고 싶은 단면을 보여준다. 이처럼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한 공포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만 지내는 ‘홈족’이 증가하고 있다. 반면 이들 중 상당수가 은둔형 외톨이로 진행된다는 우려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때 슬기로운 홈족생활로, 그리고 홈족생활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며 가파른 확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다른 문
국제관광에서 변하지 않는 정론이 있다. 국가 간의 거리이다. 여행의 경우 거리는 비용 결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여행거리가 멀어질수록 교통비용(거리와 관련 있는 항공료, 승선료 등)은 증대되고 이에 따라 관광수요는 감소하게 된다. 이 때문에 한국과 중국, 일본은 해외관광객 송출과 유입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1차 타겟시장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가 간의 정치, 경제, 사회의 변화에 따라 한중일 3국의 관광시장은 요동쳤었다. 현재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멈춰있는 상태이다. 한중일 관광대전 1차전은 사드(THAAD,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에 따른 한한령 이전으로 볼 수 있다. 한한령은 2017년 3월에 한국의 사드 배치를 이유로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여행상품 판매금지에서 시작되었다. 한국관광 금지령이 내려진 직후부터 중국 최대 여행사인 씨트립을 비롯해 취날왕, 투니우 등의 중국 대형 여행사들이 한국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이에 따라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감하고, 숙박업, 도소매업, 쇼핑업 등 관광업계의 매출이 감소하는 등 심각한 패해를 입었다.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해외관광객 유치에서 앞지르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현상은 상반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후 “오로지 도민과 국민만을 보고 앞으로 나가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지사가 직을 유지하게 됨에 따라 ‘이재명표’ 정책들은 추진에 탄력을 받을 것 같다. 그 가운데 특히 관심을 끄는 정책은 기본소득과 더불어 핵심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국토보유세(기본소득토지세) 전국 확대다. 이 지사는 지난 4월 자신의 2018년 대선 공약이었던 국토보유세를 다시 주장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해 투기투자용 토지에 대해 국토보유세를 도입하고, 증세분 전액을 지역화폐로 전 국민에 균등 환급하자고 주장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 관련 증세가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실업과 사회적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그는 단기적으로 지방세법에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운용한 뒤, 장기적으로 종합부동산세법을 폐지하고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법을 신설하자고 주장한다. 부동산으로 얻는 불로소득을 지방세로 환수해 기본소득으로 지급하자는 것이다. 이 지사의 주장은 헌법상 토지공개념, 즉 토지의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혁명적인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지사는 이 정책의 전국시행이 어렵다면 경기도가 선도
부동산 정책 혼선으로 갈팡질팡하고 있는 청와대와 정부, 더불어민주당이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잘못 건드렸다가 혼쭐이 나고 있다. 지난 7·10 대책발표 이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그린벨트 해제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가 14일에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을 바꿨다. 바로 다음 날인 15일 박선호 국토교통부 1차관은 “아직 검토하지 않았다”고 홍 부총리 발언을 바로 뒤집었다. 그리고 지난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그린벨트 해제 문제에 대해 “당정이 이미 의견을 정리했다”고 발언했다. 논란은 범여권으로 옮겨 붙었다. 대권 주자로 꼽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분양가 상한제에 따라 그린벨트를 해제해서 지은 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가격이 낮아 ‘로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 지사는 “비싼 집에 사는 게 죄를 지은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실거주 여부를 따져 징벌적으로 중과세해야 한다”며 현 정부 정책 기조에 비판적 입장을 취했다. 차기 당권 주자인 김부겸 전 의원은 “그린벨트 문제는 정말 최후의 수단이 되기 전까지는 너무 쉽게 풀어서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그린벨트를 풀어 서울과 수도권이 투
숫자 12가 아니고 1과 2이다. 1은 시장실 비서가 스위치를 내리면 꺼지는 것이고 2는 부시장실 비서가 전원을 OFF하는 전등이다. 1970년대까지 공무원들은 저녁 6시30분부터 숫자 1, 2를 바라보면서 1번이 꺼지기를 기다렸다. 연이어서 2번이 꺼지는 순간 퇴근이다. 1번이 꺼지면 시장님이 퇴근하셨거나 외부에 출장가셨다가 귀청하지 않으심을 알리는 희망(!)의 메신저이고 2번은 부시장이 퇴청하였다는 알림이다. 과거 공무원들은 늘 저녁시간을 이렇게 기다리며 보냈다. 심한 말로 ‘죽은 말 지키기’라고 했다. 말을 소중히 취급하던 시대에는 말고기를 먹지 않았으니 말이 죽으면 도난당할 일이 없는데도 병졸들이 밤새워 지킨다는 의미다. 혹시 기관장이 호출할까 염려하여 퇴근 못하고 기다림을 빗댄 말이다. 수 년전 시청 간부가 시장님께 정부방침을 보고했다. 기관장 사무실이 정부지침보다 넓어서 줄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시장님은 즉시 부시장실과 교환하자 했다. 부시장실 면적은 제한규정이 없었다. 시장님실이 좁으니 대기실은 더 협소하다. 시장님 일정상 몰아서 접견을 하시는 날에는 손님 3팀이 동시에 대기한다. 기다리는 2팀은 부시장실에서 차대접을 했다. 초면에 재미있는 이
낙화 /허진아 의사가 나가자 남자가 소리친다 등산하고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는 게 낙인데 술을 끊으라니 살아도 죽은 목숨이라고 살아도 죽은 목숨의 남자가 있다 참척의 유골함을 가슴에 안고 허깨비로 사는 아버지가 있다 낙이 없어 목숨을 끊은 4월의 아버지가 있다 ■ 허진아 1958년 광주출생. 2010년 ‘유심’으로 등단. 시집 ‘피의 현상학’
요즘 신문과 방송을 보노라면 이재명 경기도지사 무죄판결과 징벌적 과세, 그린벨트 해제 등 온통 이분법적 사회이슈의 홍수시대를 맞고 있는 듯하다. 가뜩이나 내년말까지 지속되리라 예견되는 ‘위드(with) 코로나’ 상황으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와중에 그야말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뒤숭숭한 뉴스들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심리적(?) 거리두기가 오히려 더 불편할 지경이다. 심지어 일부 언론들의 경우 우리사회에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전통 윤리마저 저버린 채 금도(禁道)를 넘어선 편향적 보도로 민의를 또다시 흩트리는가 하면 숱한 가짜뉴스와 유언비어로 계속 꼬리를 물게 하면서 끊임없는 시비(是非)를 양산시키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한국사회에 큰 족적을 남긴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의 죽음에 대한 보도행태는 마치 조선시대의 부관참시(剖棺斬屍)를 보는 듯한 섬뜩함을 지울수가 없다. 조선시대 왕권에 맞서다가 혹은 당파싸움으로 무참히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던 수많은 대역죄인(?)들도 세월이 흐르고 나면 다시 그의 죽음이 재평가되면서 신원(伸?)을 풀게 되거나 만고의 충신으로 회자되기도 했다. 굳이 과거 역사를 돌이켜보지 않더라도 불과 수십 년 전 군부독재…
요즘 코로나의 어려움 속에서도 잘 나가는 중소기업 사장을 만나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직원이 50여명인데 한 가족처럼 지낸다고 한다. 20여년을 경영하는 동안 문을 닿아야 하는 경영난에 처한 적이 있었다고 했다. 그 극복의 방법이 ‘말의 긍정적인 매력’에 있었다고 한다. 기업이 어려워지자 직원들은 주변사람들의 눈치만 보면서 모두가 피동적으로 움직였다. 물론 출근 시간을 지키지 않는가 하면 실수도 연발했다고 한다. 하루는 담당 팀장이 늦었는데 ‘왜 늦었어?’라는 말 대신 ‘오느라고 고생했네’라고 밝게 웃어주었다고 한다. 오후에는 직원 하나가 결정적인 실수로 완성된 물건이 사용할 수 없게 되자 담당 부장이 ‘왜 그런 실수를 했어?’라고 야단을 치고 있는데 사장이 지나다가 보면서 ‘일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지. 다시 만들자고’라면서 격려를 했다는 것이었다. 사장의 이 두 마디가 회사를 살렸다고 한다. 다음날부터 회사의 분위기가 눈에 띄게 변하더라는 것이었다. 그 사장은 말의 긍정적인 매력 앞에 눈물이 나왔다고 한다. 그는 현재까지도 직원들에게 단 한 번도 단점은 말을 않는다고 한다. 인간의 좋지 못한 행동도 긍정적인 말을 통하여 바로 잡는 일화가 많이 존재
글을 쓴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언론이나 SNS에 넘치는 수많은 글들을 보면 경이롭다. 좀 더 신중하게 집필여부를 결정했어야 하는데, 이제 와서 이런 저런 통밥을 굴리느라 어지럽다. 아무튼 몇 번이라도 조심스럽게, 가능하면 모두를 행복하게 해볼 요량이다. 맹자, 순자의 성선설 성악설을 운운할 실력은 안 된다. 다만 인생 60이 넘으니, 앞만 보고 착하게 사는 게 답이라는 생각을 요사이 더 많이, 엄청나게 하고 산다. 그저 사람들끼리 만나고 부대끼며 살다보면 별일이 다 있다. 이걸 피하고 혼자 살수는 없지 않은가? 자초지종을 떠나서 많이 화도 나고 분노와 불쾌감까지 일지만, 그럴 때마다 어깃장을 놓고 성질을 부리면 인생이 좀 초라해 질 것이다. 작년에 새 자동차를 출고해서 애지중지 모시고 다니며 떨어지는 낙엽에도 신경을 썼는데, 얼마가지 못해 접촉사고를 냈다. 사고경위가 애매모호한 반면, 사고처리는 깨끗하고 만족스러웠다. 가해·피해자 입장을 떠나서 제3자가 “신부님, 힘내세요!” 하면서 차량수리를 모두 거저 해주었다. 그 후 얼마동안은 신바람이 났다. ‘그래, 인생 이런 거구나. 잘 살아야해, 착하게 살아야 해. 베푸는 사람, 기버(Giver)가 되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