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을 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찼다. 붓꽃 싹이 귀를 쫑긋거리며 물가에 모여 있었다. 새는 봄을 물고 가지를 날아 다녔다. 웅덩이에 하늘이 담겨 있었다. 바람이 불자 하늘이 흔들렸다. 바람의 방향으로 쓸려갔다가 쓸려왔다. 윤슬이 반사되었다. 눈을 가늘게 떴다. 화려한 날이었다. 고양이가 물가에 죽어있었다. 봄빛을 닮은 털. 목에는 분홍 리본이 매어 있었다. 목걸이가 있으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아끼는 고양이였겠지 싶어 가슴이 내려앉았다. 고양이는 옆으로 누워있었다. 모로 누워 잠을 자는 듯 고요했다. 하얀 네발 가지런히 한 쪽으로 모았다. 머리도 그쪽으로. 한때 내 발도 한쪽으로만 향했던 날이 있었다. 버석한 뒤꿈치 들키고 싶지 않은 날들이었다. 갈라지고 파인 날들. 자고 일어나면 똑같은 일과가 기다리고 있었고 바꿀 수 없는 현실은 틈을 내주지 않았다. 뒤꿈치는 아무도 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웅덩이에서 따라 왔을까. 하루 종일 죽은 고양이가 발끝에 따라붙었다. 쌀을 씻어 안칠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책을 펼치면 책 속에 누워있었다. 분홍 리본을 두르고 네 발 가지런히 모으고. 강아지처럼 며칠 따라 다닌 말이…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상의 내용이 현실이 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꼼짝달싹 못 하게 옥죄고 있다.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하늘길, 바닷길도 멈추게 했다. 사실상 관광을 포함한 전 세계의 인적교류를 전면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여행·관광산업에서 1억 80만 개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세계여행관광협회(WTTC:World Travel & Tourism Council)는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전 세계의 관광시스템이 단 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 등에서는 내달부터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제한했던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솅겐협정(Schengen Agreement, 유럽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국경통행 자유화 협약) 가입국을 대상으로 우선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우려가 있지만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유럽연합의 평균 국내총생산(GDP) 중 관광업의 비중은 10%이며, 고용인구는 12%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까지 기다릴 수 없다. 지금 이 시각에도 관광의 시스템은 무너지
별건 뉴스로 /황경식 입속에서 머리칼이 뭉텅뭉텅 튀어나왔다 금단의 봉인을 뜯어버린 걸까 정색하고 본색을 드러내며 어떤 조치나 치료도 밀어내고 꾸역꾸역 목구멍을 열고 나왔다 오래된 불만을 노래하듯 리드미컬하게 춤추며, 검은 털뭉치가 유유장장한 흐름으로 쏟아졌다 끝에서 끝까지 긴 행렬을 이루었고 아주 세상을 휘감아버릴 기세였다 공전의 막장 대하드라마를 꿈꾸며 오래된 금지곡처럼 압도적인 거짓 뉴스처럼 시종 거침없고 막힘이 없었다 쉴 새 없이 머리칼이 몰려나왔고 처음부터 제대로 준비된 각본 같았다 ■ 황경식 1946년 경북 의성 출생. 1994년 1월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시집 『실은, 누드가 된 유리컵』이 있다.
도농복합시인 인구 46만 명의 파주시는 북한과 마주하는 접적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운정신도시와 산업단지 유치 등으로 나날이 유입인구가 증가하면서 교육, 문화를 비롯한 사회 제 분야에서 시민들의 민원이 폭증하고 있는 지역이다. 민선7기 파주시장에 당선된 최종환 시장은 시정목표를 ‘평화, 상생, 분권’으로 정한 후, 9개 분야 170개 세부실천계획을 수립하고 ‘공정한 사회, 따뜻한 경제, 도약하는 파주’라는 시정철학 하에 강단 있게 공약사항 실천을 추진해 왔다. 이러한 가운데 최 시장이 취임한 2018년 국민권익위원회 청렴도평가에서 2등급을 받아 청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던 파주시가 최 시장 체제로 시정이 본격 추진된 2019년에 4등급으로 추락하는 불명예 사태가 야기됐다. 비교적 파주의 지정학적 위치와 경제현실에 적합한 시정으로 미래의 희망을 보여주던 최 시장으로서는 시의회의 질타와 시민들의 곱지 않은 시선에 고개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모든 가치는 정의를 담보하는 ‘청렴’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 하에 특단의 조치를 강구했다. 종합청렴도 평가에 영향을 준 공사 관리감독 분야의 부패행위 예방을 위해…
정치란 무엇일까. 정치의 앞 글자인 정(政)을 파자(破字)하면 손으로 무엇인가를 잡고 상대를 때리는 글자요소가 담겨져 있다. 그래서인지 대게 정치는 늘 시끄럽다. 고요가 단순함에서 발현된다면 정치는 복잡함의 소산이기에 그렇다. 정치는 맞섬이고 다툼이고 물어뜯음이다. 정치는 연못처럼 고요를 모른다. 정치가 있는 곳이 늘 시끄러운 것은 정치가 애초부터 상대방 사랑을 배제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까닭이다. 이념이 틀리고 정강정책이 다른 탓도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또한 정치가 고요를 싫어하는 이유다. 정치란 ‘고요에서 달아나기’고 차라리 ‘고요를 집어삼킴’이다. 사람은 고요 속에서 사고(思考)를 하며 바뀐다. 그래서 고요는 내적혁명의 단초다. 고요 속에서 우리는 부단히 묻고 절망 속에 꿈꾸면서 변모되어간다. 정치인이라면 궤변에 가까운 말솜씨를 부릴 수 있어야 국회의원 노릇을 해먹는 것일까. 등원도 하지 않은 당선인 신분으로 최근 불거진 이슈에 대해 한쪽으로 치우친 논평을 해 실망스럽다. 제대로 잘못을 지적하는 사람이 없으면 권력자는 언제나 자기가 잘하는 줄 안다. 세간의 여론과 국민정서를 정확히 읽고 쓴소리를 하는 국회의원이 많아야 희망이 있다. 자신은 영
우리나라는 세계 약 237개의 나라에서 제일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세계 인구 약 77억 명 중에서도 제일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모든 국민에게 재난 기금을 주는 나라, 인터넷 발달이 최고인 나라, 의료시설이 최고인 나라, 국가에서 주는 각종 혜택으로 최저 생활보장과 함께 사회복지가 최고인 나라, 정류장에서 버스 정보를 알려주는 가하면 여름에는 그늘을 만들어주고 겨울에는 의자를 따뜻하게 해주는 나라, 밤새도록 유흥을 즐길 수 있는 나라, 먹을 것이 넘쳐나고 백화점, 재래시장 등에서 생활에 필요한 물건들이 넘쳐나는 나라, 좋은 제도나 국가에서 혜택을 주는 것이 너무 많고 좋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지만 참으로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인 것이다. 외국 여행을 해보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나라가 얼마나 살기 좋은 나리인지를 느끼고 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하지만 이상한 것이 있다. 첫째는 전 세계국가에서 자살률이 1, 2위를 오르내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생활이 너무 편하게 되어서 작은 고통이 생겨도 견뎌 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모가 자가용 등교, 생활에 필요한 물건 등 부족함 없이 해주고 있다. 음식은 원하는
■ 경기도일자리재단 여성능력개발본부 사업 (1) 여성을 위한 취업지원 ‘3종 패키지’ 취업지원금 & 새일여성인터지원금 & IT 교육훈련 (2) 여성을 위한 워라밸 & 창업 가장 좋은 일자리로 안정적인 ‘오너’를 꼽는다. 대기업은 아니더라도 꾸준하게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면서 스스로 정년을 정할 수 있는 길, 바로 창업이다. 창업은 일을 통해 스스로를 개발하며 수익도 창출하고, 사회에도 공헌하는 길이지만 창업에 따른 위험부담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경기도와 경기도일자리재단은 워라밸을 꿈꾸는 여성을 위한 직업교육과 창업에도 많은 교육과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 등을 소개한다. #워라밸링크, 13b.gg.go.kr 경기도 워라밸 링크(13b.gg.go.kr)는 워킹맘, 워킹대디 등 일과 삶의 균형이 절실한 도민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과 관련된 정보를 이곳 플랫폼에서 원스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워라밸링크는 여성이 휴식권(자기돌봄)을 갖도록 플랫폼을 통해 가사예약서비스 및 아동돌봄기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가사예약서비스의 경우 Y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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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운 분수 /정민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빙빙 도는 해 분수는 꼭지를 잠그고 휴가를 가 버렸다 물안개를 뿜어내며 탄성을 지르던 분수는 현관이 조용하다 과부화된 심장을 식히러 멀리서 왔는데 여기까지 오느라 다리도 아프고 가슴도 뻐근한데 일 년 동안의 물줄기를 다 쏟아내고 사라진 분수대 앞에서 파업하는 대로를 바라본다 상처를 잘 낫게 하는 법은 트램을 타고 파리 외곽을 돌고 있다. 프래카드는 어지럽게 펄럭이고 사이렌은 ‘청결’이라는 이름의 분수를 지나가며 운다 내가 떠나온 마을의 복잡하게 얽힌 지도는 사방으로 뚫린 도로와 폐활량이 넉넉한 분수를 잇지 못하고 꼭 있어야 할 크리스마스 마켓을 감추고 있다. 불협화음의 시계를 꺼내 손바닥에 얹어본다 볼록한 심장을 지그시 누르면 채칵채칵 거침 숨을 쉰다 눈꺼풀이 무거운 분수대 앞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면 속시원한 해법의 물줄기 청결의 분수가 돌아올까 ■ 정민나 1960년 화성 출생. 1998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꿈꾸는 애벌레』, 『E 입국장, 12번 출구』, 『협상의 즐거움』, 『파동이 신체를 주파한다』 등을 펴냈으며 시론집 『점자용 이야기가 있는 시창작 교실』, 『정지용 시의 리듬양상』이 있다. 현재 인하대학교 프
경기신문이 2002년 6월에 창간한 이후 2020년 5월에 지령 4,720호를 기록했다. 지난 18년간의 기록이니 매년 평균 270번 신문을 발행한 것이다. 이를 위해 수 많은 기자들이 취재현장에서 다름박질을 하였고 사진 기자들은 무거운 장비를 메고 동분서주, 새벽과 밤을 달려 순간을 포착했다. 편집회의는 밤늦게 끝나고 다음날 취재를 걱정하면서 늦은 퇴근을 했다. ‘창룡문’이라는 코너는 경기신문이 수원 화성의 창룡문 인근에 자리하면서 조선시대 정조의 개혁정신과 다산 정약용의 실학사상을 그 기초에 깔고 시작했을 것이라 짐작한다. 2002년 월드컵 당시에 경기도청 기자실 옆 대변인실에서 공무원으로 일하면서 경기신문의 창간을 지켜보았다. 1988년 지방언론 창간 해에도 공보관실에서 기자실에 도정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일을 담당했었기에 언론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이후 사옥을 장안구청 건너편 지방행정동우회관 3, 4층으로 이전하였다. 아마도 창룡문(동문)과 장안문(북문)을 바라보는 각도는 대략 30도 정도로서 본 코너의 제목을 ‘장안문’으로 개칭해도 좋을 듯 싶다. 무취불귀 정조가 한양에서 화성으로 천도를 추진하였다 하고 축성 당시 행궁을 짓고 북쪽의 문은 당시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