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지 않는 슬픔 /김영석 멍들거나 피흘리는 아픔은 이내 삭은 거름이 되어 단단한 삶의 옹이를 만들지만 슬픔은 결코 썩지 않는다 옛 고향집 뒤란 살구나무 밑에 썩지 않고 묻혀 있던 돌아가신 어머니의 흰 고무신처럼 그것은 어두운 마음 어느 구석에 초승달로 걸려 오래 오래 흐린 빛을 뿌린다. - 김영석 시집 ‘썩지 않는 슬픔’ / 창작과비평사 흙수저 금수저 은수저 등 수저 論이 우리 마음을 흔들어 놓곤 한다. 과연 개천에서 용이 난다던 때처럼 지금도 멍들거나 피 흘리는 아픔이 삭은 거름이 되고 강장제가 되어 더욱 단단한 삶의 옹이를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슬픔은 쉽게 퇴비화되지 않는다. 결코 썩지 않는다. 우리들의 본향은 어머니라는 사실이 변하지 않듯, 슬픔이라는 것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서 오래오래 흐리지만 강한 빛을 뿌리는 것이다. /김은옥 시인
피는 건 오래여도 지는 건 잠시라고 했던가. 전국적으로 개화 소식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천지간에 낙화 소식뿐이다. 그러나 꽃의 절정은 낙화 직전이라는 말처럼 아직 꽃을 머리에 이고 있는 나무들의 자태가 보기 좋다. 바람결에 흩날리는 벚꽃 잎을 보면 더욱 그렇다. 견디다 못해 떨어져 거리에 나뒹구는 꽃잎조차 불쌍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꽃말이 순결·담백이어서 그런지 마음 한 켠을 아리게 한다. 시인 이형기는 이런 모습을 ‘낙화’란 시에서 다음과 같이 읊었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봄 한철/격정을 인내한/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분분한 낙화/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지금은 가야 할 때/무성한 녹음과 그리고/머지않아 열매 맺는…” 물론 지는 꽃이 모두 다 아름다운 건 아니다. 큰 몸체를 자랑하며 피운 큰 꽃일수록 마지막은 처량하다. 순백의 육감적인 꽃잎이 누렇게 마른 누더기가 돼 힘없이 떨어질 때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꽃이 된다는 목련이 대표적이다. 그런가 하면 피처럼 붉은 꽃잎을 힘없이 떨어뜨리며 노란 꽃술만 남기는 동백도 비슷하다. 인생은 멀고, 또한 순간적이다. 봄꽃의 낙화도 다르지 않다. 길고 혹독
공직자의 민간청탁이나 사적 노무 요구 등 ‘갑질’ 행위가 금지되고 직무 관련 퇴직자와의 사적접촉이 제한된다. 민간에 직무권한이나 영향력을 행사해 알선·청탁하는 것을 막고 또 퇴직공무원의 로비·전관예우 등을 차단하기 위함이다. 금지되는 민간 청탁 유형은 투자·출연·기부·협찬 등 요구, 채용·승진·전보·징계 등에 개입, 업무상 비밀누설 요구, 계약 당사자 선정에 개입, 재화·용역을 정상적 거래 관행을 벗어나 특정 개인·법인·단체에 매각·사용토록 하는 행위, 학교 입학·성적·평가와 수상·포상·장학생 선발 및 감사·조사 등에 개입하는 등 8가지이다. 이와 함께 공무원은 자신의 직무권한을 행사하거나 지위·직책 등의 영향력을 행사한다거나, 직무 관련자 또는 직무 관련 공무원으로부터 사적인 노무를 요구 또는 약속해서는 안 된다. 이밖에도 차관급 이상 공무원, 지방자치단체장 등 고위공직자가 임용 또는 임기 개시 전에 3년간 재직했던 법인·단체와 그 업무 내용 등이 포함된 민간 분야 업무활동 내역을 소속기관의 장에게 제출하는 것도 의무화됐다. 17일부터 시행된 강화된 공무원 행동강령으로 사기업에 대한 출연요구 등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에서 드러난 각종 문제점을 차단하고,…
김기식 금감원장이 사퇴한 직후 국민들의 국회의원 해외출장 전수조사 요구가 거세다. 지난 16일 저녁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란에 국회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은 국회의원 해외출장 사례를 전수 조사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제기됐다. 이 청원은 국민들의 뜨거운 공감을 얻고 있다. 하루도 채 되지 않은 17일 오전 8시 8만5천명이 참여했다. 그리고 18일 오전 10시 현재 20만 명을 넘겼다. 가히 폭발적인 반응이다. 청원 제기자는 ‘선관위의 위법사항 내용에 따른 국회의원 전원 위법사실 여부 전수조사를 청원합니다’라는 글에서 “선관위는 해당 내용에 대해 위법이라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에 국민의 한사람으로, 정치자금법 위반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되는 전·현직 국회의원 전체에 대한 위법성 관련 전수조사를 청원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위법으로 판단이 내려지는 국회의원 전원에 대한 형사처벌 및 위법적으로 사용된 세금환수를 요청하는 바입니다”라고 촉구했다. 짧은 시간에 이처럼 청원에 찬성자가 급증하는 것은 이 나라 국회의원들과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반영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에 정세균 국회의장이 17일 오후 본인 SNS에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교섭단체 협의를 거쳐
“역사란 무엇일까?” 그리고 “과연 그 역사를 100% 신뢰할 수 있을까?” 역사는 과거 속에 존재한다. 하지만 과거에 있었던 역사적 사건의 사실(史實)에 대해서 기술자(記述者)가 투시하는 관점(史觀)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다른 한편, 지금까지 세계사의 흐름에서 볼 때 역사문제는 민족과 국가들의 세력 강화와 생존문제와도 깊이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어찌 보면 역사란 강한 자의 전유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강한 자는 자신들이 더욱 강해지며 영속 가능해지기 위한 목적으로 타 역사를 없애기도, 왜곡도 하는 것이다. 역사학자 리홍범 박사는 ‘역사’를 ‘자아투쟁’으로 보며 기존의 모든 역사관을 ‘유아적 역사관’으로 규정, 역사발전의 단계에서 종국에는 ‘무아적 역사관’으로 전진할 것과 그것은 결국 홍익주의 정신과 일체됨을 강조한다. 그의 저서 ‘홍익민주주의’에서는 한민족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며, 세계사의 전개과정에서 빼어난 사상가들의 거대한 영향력들도 예시하고 있다. 일례로 5세기 초에 쓰인 아우구스티누스의 &lsq
우리는 인터넷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의 홍수시대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6.13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론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SNS 선거방식은 후보자들은 선호할 것이다. 후보자합동연설회가 없기에 더욱 그렇다. 게다가 인터넷과 SNS의 파급속도는 시간을 잴 수 없을 정도로 빠른 데다 효과 또한 높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에서 댓글공작 파문이 일고 있어 이에따른 폐해도 심각하다. 상대에 대한 부정적인 공격이나 가짜뉴스가 이를 통해 여과 없이 퍼졌을 때 그 피해는 단시간 내에 보상받기가 어렵다. 이같은 조직적이고도 무분별한 위법 행위를 차단해야 할 대책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012년 인터넷과 SNS 등을 이용한 선거운동을 상시·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선관위가 헌재 결정 취지에 따른 것으로 이를 반영한 것은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공직선거법 254조가 금지하고 있는 ‘선거 당일 및 선거운동기간 전 온라인 선거운동’까지 허용키로 한 것이다. 그래서 허위사실 유포나 비방 등이 아니면 언제든지 포털사이트·블로그·e메일·트위터·페이스북·모바일메신저 등 모든 온라인 수단을 통해 정당·후보자 지지를 호소할 수 있게
지난 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열린 희생자 영결·추도식을 끝으로 안산 화랑유원지 내 정부 합동분향소가 문을 닫았다. 세월호 참사의 상징이었던 이곳을 찾은 추모객은 73만여 명이나 됐다. 이들은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면서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원하고 또 기원했을 것이다. 정부도 세월호 참사 이후 특히 안전관리에 관한 다양한 대책을 발표하고 규제를 실시했다.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높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인가?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오히려 해양사고는 더 증가했다. 여객선과 유람선, 화물선, 어선이나 낚싯배 등의 안전은 구멍투성이다. 실제로 지난 16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밝힌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해양사고는 2012년 1천573건, 2013년 1천93건이었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2014년엔 1천330건이었다. 그런데 2014년 이후 오히려 크게 증가했다. 이듬해인 2015년엔 2천101건으로 급증하더니, 2016년 2천307건, 2017년 2천582건으로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사망·실종자도 증가하고 있다. 2015년엔 100명이었고, 2016년 118명, 2017년 145명이었다. 지난 5년 동안 해양사고를…
오산시가 지난 2000년 초부터 오랫동안 공무원 공로 연수제를 폐지해 이로 인한 후유증과 동요가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공무연수제도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지고 있던중 지난 13일 오산시가 다시 공로연수를 시행했다. 곽상욱 오산시장이 예비등록 직전 부시장 및 간부들의 요청으로 재가를 한 것이다. 특히 경기도 31개 시·군 중 공로 연수제를 시행하지 않는 곳은 오산시가 유일했다. 이재명 성남시장도 작년에 공로연수제를 부활시켰고 최근 광주시를 포함, 포천시도 다시 공로 연수제를 실시하면서 오산시도 이번에 참여한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노조나 일부 공무원들은 민선5·6기 시장에게 공로연수의 부활을 건의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시행이 안 되고 있다가 중견 간부들의 적극적인 요구로 받아들여진 것이다. 당초 공로연수제는 도입 취지와 달리 지자체의 인사적체 해소나 퇴출 수단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오산시의 경우 사정은 달랐다. 오산시의 경우 공무원들의 복지부동은 점차 확산되고 조직의 승진 적체, 공직자들의 사기 저하 등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년 만료 시점까지 자리를 지
피어남의 근원 /진순분 제비꽃 애기똥풀, 찔레꽃 수수꽃다리 꽃 피어 제 색깔 제 향기로 빛나면서 누구나 상처 입은 영혼 햇살 위안 받는 곳 다독이며 기대주며 한 생을 펴는 환한 봄꽃 아프고 외로울수록 문향文香은 오래 피어 어둠속 서로의 등대 빛 따뜻이 길 밝히는 삶 시인의 감각이 탁월하다. 첫수는 엘리엇 황무지 4월은 잔인한 달을 회귀시킨다. 꽃 피는 봄의 ‘문학의 집 개관’을 은유로 상징하였고, 문학인들의 개성을 색깔과 향기로, 햇살에 위안 받는 곳으로 비유법을 담은 時調다. 인문학이 갈증을 일으키면 민초들의 삶이 가난해 질 수밖에 없다. 首丘初心(수구초심)으로 문학이 돌아갔으면 좋겠다. 인간 내면의 본질적인 구조적인 모순들이 결합해 개성의 목소리로 정착이 어려운 사람들이 길을 걸어가고 있다. 믿음과 신뢰를 바탕으로 성장을 하지만 익숙함이 넉넉함으로 긴장의 연속일 때 편함은 지친일상의 자유로운 영혼을 관리하는 구심체에서 시련을 맞기도 한다. 어지러운 시대에 사람과 만나는 문화예술의 중요성은 갈수록 더 심오하게 요구되는데 순수한 영혼의 숨결들은 더디기만 한다. 문학은 성찰하는 학문이다. 성찰을 더 모색해 가는 여정일 수밖에 없으니 어쩌랴
수원시 남창동엔 지금도 1937년 건립된 제법 큰 규모의 한옥이 있다. 1961년 신상옥감독은 이곳에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라는 영화를 촬영했다. 주연은 35살의 배우 최은희. 그는 구습의 범절 때문에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청상과부 역할을 애절하고도 심도있게 묘사해 관객의 심금을 울렸다. 이 영화로 그는 제5회 부일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당대 톱스타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 시기는 한국 영화의 황금기였다. 최은희는 그 중심에 있었던 배우로서 지금도 올드 팬들에겐 기억이 생생한 명작 영화의 여주인공을 도맡아 했다. 이후 1970년대 중반까지 줄잡아 130여 편의 영화에서 활약하며 전성기를 보냈다. 특히 신상옥 감독과 함께한 ‘춘희’(1959), ‘로맨스 빠빠’(1960), ‘백사부인’(1960), ‘성춘향’(1961), ‘로맨스 그레이’(1963) 등의 영화가 대표작으로 꼽힌다. 1967년엔 ‘공주님의 짝사랑’을 연출, 여배우 출신 국내 첫 감독이라는 명예도 얻었다. 그리고 영화제작소 ‘신필름’을 운영하고 안양예술학교를 설립하는 등 한국 영화의 눈부신 한 시대를 이끌었다. 그는 한반도 분단 상황을 극적으로 체험하며 남과 북 모두에서 영화 활동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