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매섭게 차다. 예전처럼 입동 추위 잠깐 하고 물러서 잠시 숨고르기하고 오는 추위가 아니라 연일 한겨울 추위다. 올겨울은 추위가 만만치 않을 모양이다. 설상가상으로 지진까지 나서 많은 피해를 주고 여진이 계속되는 모습이 많은 사람을 불안하게 한다. 이럴 땐 날씨라도 따듯하면 좋으련만 그게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인가 오늘 아침에는 일찍 조정천 변을 지날 일이 있었는데 응달진 보 위에는 비록 살 얼음이지만 개울물이 전체가 얼어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절기가 소설이다. 일 년 중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날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는 눈발도 날렸다. 이십사절기의 하나로 입동과 대설 사이에 들어있으며 양력 11월 22일쯤이다. 농가에서는 소설 즈음이 되면 담에 이엉을 얹고, 지붕을 인다. 옛날에는 초가지붕이라 이엉을 엮고 얹고 잇는 일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민속촌이나 가야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어 버렸다. 어린 시절에는 이엉을 엮어서 얹는 모습이 신기하여서 추위도 모르고 한참을 바라보던 기억이 있다. 친구 영섭이 아버님은 워낙 손재주가 좋으셔서 서로 그분을 모셔다가 이엉을 잇는 일을 하였다. 가파르게 경사진 지붕에서 둘둘 말린 이엉을 펼쳐서 이어 가시는…
‘어디 이자 좀 더 주는 데 없을까?’ 이 문구에 가장 솔깃할 사람은 아마 은퇴 후 금융기관 예치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얼마 전 일부 은퇴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조금이라도 더 이자를 많이 주는 금융기관을 찾아다닌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직장 은퇴 시에는 받은 퇴직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해두면 이자만으로도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난 10년간 현저히 낮아진 금리가 이러한 생각을 바꾸게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와는 반대로 ‘어디 이자 좀 덜 내는 데 없을까?’하는 문구에 솔깃할 사람들도 있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금리가 높다고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금리가 낮은 곳을 찾아다닌다. 집값이 상승하지 않거나, 월급 임대료 등 안정된 수입이 없어지면 곤란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이자에 대한 입장은 개인이 처한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데,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그런 방법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정책 당국으로서는 개개인보다는 전체가 보다 많은 이익을 받는 방향을 택해야 할 것이다. 통상 가계는 저축을 많이 하는 경제주체이므로 이
몇해 전 겨울철, 교복 위에 입는 윈드자켓이 10대를 중심으로 유행한 시절이 있었다. 일명 ‘노페’(노스페이스)라 불리는 수십만원짜리 아웃도어로부터 2천100만원이 넘는 ‘캐몽’(캐나다 쿠스 몽글레르) 패딩까지, 종류와 디자인이 다양하고 화려한 것은 물론이고 가격 또한 고가였다. 이 같은 패딩을 입는 것이 당시 학생들에게 얼마나 큰 ‘로망’이었나를 잘 대변하는 노랫말도 있다. 한 공고생이 지었다는 ‘노스 패딩’이라는 시에서 나왔다는 가사는 이렇다. “비싼 노스 안에 내 몸을 숨기고/ 무엇이라도 된 듯하게 당당하게 거리를 걷는다/ 한겨울엔 노스만 입어도 무서울 게 없다.” 그러자 일반 학생들마저 너도나도 우르르 사서 입는 유행이 급속도로 번졌다. 또 일부는 부모들을 압박, 구매를 강요하다시피 하면서 가계 부담을 가중시켰다. 사람들은 이러한 패딩을 ‘등골 브레이커’라 불렀다. 자식이 유행에 뒤지지 않게 하려고 등골이 휠 정도로 돈을 마련하려는 부모들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그럼에도 의류업계는 너도나도 윈드자켓 시장에 뛰어들어 상혼을 부추겼고 제품은 포화 상태를 이루었는데 1년 후쯤 패딩의 인기가 사그라들자 재고 처리에 골치를 앓는 진통도 겪었다. 최근 평창동계
칼로의 나비를 그리다 /정영숙 철제 코르셋에 그려 넣던 그녀의 나비들 그녀는 얼마나 훨훨 창공을 날고 싶었을까 침대에 누워 천정의 거울 속을 들여다보며 심장의 붉은 피로 철제 코르셋에 그리던 나비들 지진이 난 것처럼 한순간 206개의 뼈가 흔들렸던 그녀의 몸 32번의 수술을 하고도 창공을 날아오를 꿈을 꾸던 불굴의 나비가 되고 싶다 순수 영혼의 알록달록한 나비들을 내 심장에 그리고 싶다 해와 달을, 그녀가 태어난 대지를 가슴에 품고 사랑하는 디에고를 이마에 백호처럼 그려 넣고 영원을 날고자 했던 불사조, 붉은 나비들 목뼈에 금이 간, 내 거울 속 지도에 불러 보아 그녀가 간 길을, 천만 번 백만 번 따라 그리며 내 굳어진 심장의 코르셋을 푼다. - 시집 ‘볼레로, 장미빛 문장’ 프리다 칼로, 그녀의 그림에선 늘 섬뜩한 선혈이 뚝뚝 듣는다. 소아마비, 최악의 교통사고, 수십 번의 수술, 남편 디에고 리베라의 여성편력, 세 번의 유산 등, 인간으로서 감내할 수 없는 극한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자의식을 일깨운 혁명적 전사의 이미지가 가득하다. 화가가 꿈이었다는 시인의 명화감상평은 이미 독보적이지만 이 작품을 통해 예술이 고통으로부터 피어난 피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또 다시 발생,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전북 고창의 한 오리농장이다. 게다가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면서 철새들의 이동이 시작돼 AI 확산이 우려되고 있다. 고창의 오리농장에서 고병원성 H5N6형 AI 가 발생하면서 20일 새벽 0시를 기해 전국에는 48시간 동안 가금류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위기경보도 ‘주의’에서 ‘심각’으로 격상됐다. AI가 발생한 농가의 오리 1만2천여 마리는 모두 살처분됐다. 하지만 인근 10㎞ 내 70개 농가에서 닭과 오리 247만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어 어떻게 확산될지 모르는 상항이다. 방역 당국은 철새에 의한 전파일 가능성이 많다고 여기는데 해당 농가 250여 m 거리에 국내 최대 겨울 철새도래지인 고창 동림저수지가 있기 때문이다. 고창에서 고병원성 AI가 발생하기 전에 경기도 수원 신대저수지 인근과 용인시 청미천, 제주시 하도리 야상조류 분변에서도 AI가 발견된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은 모두 저병원성이나 음성으로 확인됐다. 저병원성 AI는 전염성이 약하고 폐사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고창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는 가금류에 치명적이어서 자칫하면 또다
다가오는 11월 25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International Day for the Elimination of Violence against Women)이다. 1960년 11월 25일, 도미니카공화국의 미라발(Mirabal) 세 자매(파트리아, 미네르바, 마리아 테레사)가 독재 정권에 대항하다 정권의 폭력으로부터 살해를 당했다. 이에 라틴 아메리카는 1981년 이 세자매가 살해당한 11월 25일을 추모의 날로 지정한 것이 유래가 되었다. 이후 1991년 미국 뉴저지주 ‘여성의 국제 리더십을 위한 센터’에 모인 세계 각국의 여성 23명이 ‘성폭력과 인권’에 대해 토론했으며, 세계여성폭력추방의 날인 11월 25일부터 세계인권의 날인 12월 10일까지를 ‘세계여성폭력추방 주간’으로 정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1990년대 한국사회는 성폭력특별법의 논의가 활기차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이 네트워크에 참여했던 한국여성의전화는 199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폭력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행사를 하였다. 그 후 전국에서 ‘세계여성폭력추방 주간’ 행사를 동시에 진행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야당 반대가 있었지만, 정부 조각이 시급히 마무리되어야 하고 중소벤처기업부의 갈 길이 아주 바쁘기에 야당들도 양해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대선 때 경제정책 전반을 다 준비해주고 특히 중소기업 정책을 책임지고 해주신 분이기에 아주 기대가 크다고 홍 장관을 치켜세웠다. 게다가 (청문회에서) 반대가 많았던 장관님들이 오히려 더 잘한다며 그동안의 마음고생도 위로했다. 지난 대선에서의 공신임을 내비친 것이다. 홍 장관의 임명강행으로 가뜩이나 얼어붙은 정국은 더 냉랭해질 전망이다. 장관임명을 환영하는 여당은 이번 인사가 예산과 입법 등 남은 정기국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면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역대 최장기간인 195일 만에 초대 내각이 완성돼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홍 후보자 임명강행은 문재인 정부의 오기 정치”며 “오기 정치로 인해 협치라는 말은 문재인 정부 제1호 거짓말로 정치사에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역시 “문재인 정부의 (장관) 임명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어떤 차이도 찾아볼 수 없다”며
지난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의 날이었다. 인간 수명이 늘어나면서 뇌졸중의 발병률이 점차 증가함에 따라 뇌졸중의 날을 임의로 지정해 대중적인 관심을 유도할 만큼 현재 우리에게 뇌졸중은 흔한 질환이 됐다. 흔히 ‘중풍’이라고 불리는 뇌졸중은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은 질환이다. 특히 노인연령이 젊은연령에 비해 10배 이상 많이 발생하고, 65세 이상 인구 중 5% 정도가 뇌혈관 질환으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이런 뇌졸중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환자나 보호자는 즉시 병원에 가야 한다. 많은 환자나 보호자들이 별 증상이 아닌 줄 알고 시간을 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뇌졸중은 국내 사망률 2위를 차지하는 흔한 질환으로써 6명 중 1명은 뇌졸중을 경험한다고 한다. 증상으로는 편마비(주로 감각이상 보다는 힘이 빠지는 듯한 증상), 심한 두통 및 구토, 어지럼증, 언어장애, 안면마비, 시야흐림, 의식소실 등 여러 가지가 있다. 특히 일단 뇌에 혈류 공급이 중단되면 뇌세포가 죽기 시작하고, 발병하면 대부분 한쪽 마비와 같은 후유증이 남는데다가, 뇌 손상부위가 클 경우에는 이후 혈관성 치매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
지난 15일 오후 8시20분쯤 우리나라의 시계는 1주일 뒤로 미뤄졌다.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다음날 치러질 예정이던 대학수학능력시험이 23일로 1주일 미뤄졌기 때문이다. 방송을 통해 알려진 이같은 사실에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처음엔 귀를 의심했다. 지진이 일어난 시각은 15일 오후 2시29분. 30분 뒤인 3시에 교육부는 수능시험이 정상적으로 치러질 것이라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6시 이후에는 각 교육청에 보내진 시험지가 학교 별로 분류작업에 들어가고 있었다. 일선 학교들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내일 치러질 수능준비에 만전을 기하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교육청 역시 교육부로부터 수능연기에 관한 정식공문을 받은 것은 브리핑이 끝난 8시 46분경. 퇴근 시간 이후인 오후 6시 이후에 하달된 공문은 그날 바로 확인할 수 없는 시스템이어서 9시30분 이후 부랴부랴 각 학교에 전화와 문자로 이 사실을 통보했고, 학교에 공문을 발송한 것은 밤 11시가 넘어서였다. 한쪽에서는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다”는 탄식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교육부에서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는 시점에서 이 사실만이라도 교육청에 귀띔해 대책마련할 시간을 줬다면
동동구리무 /박정규 그 시절 겨울은 길고 아팠다. 올망졸망 다리들이 부챗살로 뻗은 아랫목은 배가 불렀지만, 아랫목은 아랫목이 아니었다. 밤이면, 봉창 문풍지 마대자루가 둥둥 북을 쳤다. 아버지는 윗목에서 떨었고, 어머니는 문지방에서 시렸다. 낮이면, 철없던 나는 스케이트 놀이로, 논두렁 쥐불놀이로 하루해를 서산에게 주고 거북등짝 같이 언 손과 바꿔 왔다. 아버지 몰래 부엌에서 따슨 물로 만져주던 어머니 손이 더 파랬다. 동동구리무 발라 호호 불어주던 손 아프지 않았다. 손금처럼 지워지지 않는 그리운 그 결. 지갑 속에서 반세기로 함께해온 꿈같은 흑백사진 한 장, 파마머리 동동구리무 바른 봉선화 닮은 젊은 적 고운 어머니, 언제나 웃고 계신다. - 계간 ‘리토피아’ 가을호에서 예전엔 크림을 손수레에 싣고 다니며 팔았다. 북을 둥둥 치면서 돌아다녔기 때문에 동동구리무라 했다. 왜색이 짙은 단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렵게 살던 어머니 세대 여성들의 추억이 짙게 배어있는 단어이다. ‘파마머리에 동동구리무 바른 봉선화 닮은’ 옛 우리들의 어머니는 어쩌면 그 초상이 비슷한지도 모른다. 시인은 오래 된 ‘지갑 속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