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 날은 14일부터 치러진 조선변호사시험의 둘째날이었다. 4일간 치르는 고시 도중 상법시험을 마치자 갑자기 일본인 시험감독관들이 달아나버렸다. 사태를 파악한 수험생들은 ‘이법회(법대로하자는 뜻)’라는 단체를 결성, 시험위원회를 압박해 전원 합격증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한해 기껏 10명 전후의 합격자를 내던 시험에서 갑자기 남쪽에서만 106명의 법조인이 쏟아져나왔다. 그래도 일본인들의 빈 자리를 메꾸기에는 모자라 법원서기 경력자들에게 특별임용자격을 부여하는 시험을 실시해 판검사로 만들었다. 이들에겐 하늘에서 영감님 자리가 굴러들어오는 해방정국이었다. 벼락출세한 이력 때문에 법조 내부에서 자격지심에 시달리던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의 정통성을 입증할 돌파구로 좌익척결에 매달렸다. 선배 판검사든 항일투사든 빨갱이로 몰기만하면 자기가 올라서는 판국이었다. 일제 때 판검사를 하다 해방을 맞아 과오를 반성하고 양심적으로 일하려던 사람들은 보도연맹을 만든 오제도 같은 사상검사들의 먹이가 되었다. 빨갱이라 찍어 재판에 넘기면 판사들조차 눈치판결을 내놓아야 했던 시절, 그렇게 대한민국 법조계는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갔고 군사정권을 거치
정부는 2025년의 오사카 엑스포 등으로 당초 불가능했던 엑스포를 부산에 유치하겠다고 만용을 부리다 낭패를 당했다. 사우디 리야드에 119 대 29로 참패한 것이다. 사우디 득표를 2/3 이하로 단속하고 결선투표에서 뒤집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며 국고를 쏟아 붓다시피 했으나, 사우디는 72% 득표로 가볍게 승리했다. 더 한심한 것은 실패의 원인 진단도 자가당착이라는 점이다. 주로 사우디의 오일 머니 탓이 많았는데, 정부도 6천억 원 가까이 썼다. 게다가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공개한 홍보 영상은 수준 이하였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에서 시작해 K-Pop 스타들에 의존하는 PT는 졸작 중의 졸작이었고, 국영 KTV는 엑스포 유치를 응원한답시고 사우디를 조롱하는 내용을 방송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년 반 동안 “96개국 정상과 150여 차례 만났고, 수십 개국 정상들과 직접 전화통화도 해왔지만 민관에서 접촉하면서 느꼈던 입장에 대한 예측이 많이 빗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입버릇처럼 상투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사과라고는 했지만 정작 무얼 잘못했는지는 모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재벌 총수들을 대동해 부산을 찾아가 보여준…
경기도 인구는 1400만 명에 달하며 사회적경제 조직 6,200여 곳이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전체 사회적경제기업의 약 18%가 경기도에 있으며, 이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시 다음으로 많다. 민선 8기의 경기도가 사회가치 창출과 시장경제 발전을 위해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기도의 사회적경제는 시장과 공공 영역에서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보완하는 경제시스템이자 협력과 연대를 통해 함께하고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다. 올해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으로 설립된 경기도사회적경제원은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건강하게 구축하고 사회적·환경적 가치 창출과 확산을 미션으로 삼아 민관의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사회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행정과 현장, 기업과 자원을 연결하는 지원체계를 기반으로 많은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사회적경제기업, 중간지원조직, 투자기관 및 학계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여 실무 의견을 수렴하고, 생태계 발전을 위한 방안을 함께 모색해 가고 있다. 내년에는 R&D 기반 스케일업 지원 및 사회적가치 측정평가 지원사업을 통해 우수기업을 발굴하고…
인요한 교수가 이끄는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활동을 사실상 종료했다. 본래는 12월 24일까지가 활동 시한이었지만, 조기에 종료한 것이다. 과거의 사례를 보면, 혁신위의 활동이 끝나더라도 보고서 작성에 일정한 시간이 소요됐었는데, 그 시간마저도 단축했다. 본래 인요한 혁신위가 조기에 활동을 종료하면, 국민의힘과 김기현 대표에게 상당한 타격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까지만 보면, 타격은 크지 않아 보인다. 타격이 크지 않았던 이유는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하나는 활동을 종료하기 전에 김기현 대표와 인요한 위원장이 만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두 사람이 비공개 회동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두 사람이 만났고, 만남 이후에도 불협화음이 크게 불거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면, 갈등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관리'가 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둘째는, 윤석열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와 오찬을 가진 점을 들 수 있다. 정치에서는 상징 언어가 중요하다. 상징 언어가 중요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은 누구와 식사했는지를 의도적으로 공개할 때가 있다. 혁신위와 지도부의 갈등에 대한 말들이 나올 때,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 식사했다는…
드라마는 미디어를 통해 유통되는 상품이다. 그 경제적 속성과 가치는 미디어가 기능하는 사회경제적 맥락 속에서 변화된다. 현재 우리나라 드라마는 비즈니스 모델 측면에서 세 종류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지상파 주도의시장이었고 지상파 외주제작을 통해서 제작사가 살아가는 구조였다. 수입원별로 보면 편성조달비용이 70-80%, 협찬 20-30%, 판매 등의 부가사업은 매출도 크지 않았지만 IP대부분을 지상파방송이 가졌기 때문에 제작사 측에 대한 낙수효과도 미미했다. 잘해야 본전, 협찬규모에 따라 약간의 이익이 나는 구조다. 넷플릭스가 들어온 이후 글로벌OTT 외주제작이 또하나의 사업구조가 되었다. 넷플릭스는 전체 제작비를 지급하며 10-15% 정도의 적정이윤을 인정해주기 때문에 제작사는 협찬에 목매지않고 제작에만 신경쓸 수 있었다. 지상파처럼 광고판매가 제작비를 결정하는 구조가 아니어서 제작비 규모도 커 돈에 작품을 맞출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모든 IP는 넷플릭스 소유이고 제작사는 단순 외주사에 불과한건 똑같았다. IP의 가치를 인식하고 미래의 가능성을 보면서 IP보유 제작방식이 등장했다. 갯마을차차차, 이상한변호사우영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 편성매출로 50-7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김규현 국정원장 등 윤 정부 1기 국정원 지도부가 퇴진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되고 있다. 새로 지명된 원장을 중심으로 이미 임명된 1차장과 2차장 등과 함께 2기 국정원을 이끌어갈 것이다. 김규현 전 원장은 취임이후 민주노총 일부 간부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수사, 소위 신영복체 원훈 교체 등 국정원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조치를 단행하는 성과도 보여주었다. 그러나 국정원의 에너지를 집약해 나갈 조직과 인사 관리능력에 대해서는 항간의 비판대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사실상 경질’이라는 불명예 퇴진을 하게 되었다. 윤 정부 출범 약 2년이란 귀중한 시간을 허비한 꼴이다. 정부 출범초기 전광석화식 조직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어야 함에도 ‘화합’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에 예속되어 시기를 일실하여 오늘의 사태까지 이르렀다. 김 원장체제의 난맥상과 문제점은 2기 국정원 지도부에게는 자연스럽게 반면교사의 역할을 한다. 이 점에서 몇 가지 고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국정원을 ‘자유민주주의 수호 전사’로 키워나가야 한다. 영국 정보기관이 제 갈 길을 찾지 못하자 러시아 정보기관이 “영국 정보기관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이 최우선 목표여야 하
마침내 2주만에 500만을 돌파했군요. 저는 지난 일요일 이른 아침(早朝)에 봤습니다. 그날 그 시간에 거의 만석이었습니다. 놀라웠습니다. 1000만을 가뿐하게 넘길 것 같은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역대 최대 관객을 기록한 영화는 지난 2014년 7월에 개봉했던 '명량'이었더군요. 1700만을 넘겼으니 감독과 투자자들은 엄청난 돈을 벌었을 겁니다. 제가 초장부터 상업성을 들먹이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두환이 저지른 반란과 정권찬탈 과정을 윤석열의 패악(悖惡)정치와 동일시하게 만드는 복선이 강력하게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그 전두환이 이 윤석열과 똑같드라", 면서 친구들에게 구전합니다. 그 관객들이 이 태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법칙성을 갈파합니다. 윤의 머저리 같은 졸개들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강력한 움직임을 약화시켜서 왕초의 칭찬을 듣고 싶어할 겁니다. 예를들어 상영관의 숫자를 줄이도록 해서라도, 세무조사 따위로 겁박을 줘서라도 말입니다. 그 허접한 꼼수들이 발각된다면 신기록은 더 짧은 시간 안에 세워질 것입니다. 늘 그렇게 악수를 두는 패거리이니 이번에도 그렇게 하지 않을까요? 20~30대 관객이 60%에
지난 여름과 가을에 경주를 찾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남산까지 자세하게 훑어보려면 한 번의 여행으로는 어림없었기 때문이다. 맛집 순례도 여행의 큰 즐거움인데 생고기집과 횟집, 커피숍 등 찾아간 곳 모두 대단한 수준이어서 깜짝 놀랐다. 획일적인 맛을 자랑하는 프랜차이즈 음식을 비웃기라도 하듯 맛이 개성적인데다 깊었다. 생고기집은 인상적이어서 이틀 연속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한우 암소 갈빗살과 삼겹살 모두 최고 품질이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편이었다. 60대 사장은 그 비결을 젊어서부터 고기를 다뤄 안목과 확보돼 있는 거래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된장찌개도 담백하면서 깊어 자주 손이 갔는데 누군가 레시피 정보 제공 가격으로 2000만 원을 제시했지만 넘기지 않았다고 한다. 아무튼 생고집의 맛 비밀은 줄기차게 한 우물을 판 뚝심과 세월에 있을 것이다. 보문단지 쪽 뒷골목에 있는 횟집은 구식 건물에 들어서 있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다. 이렇다 할 정보 없이 찾아갔기에 맛집 순례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바구니에 담겨져 나온 참가재미회에서 윤기가 흘렀던 것이다. 쫀득한 식감에다 양도 넉넉해서 고급 일식집이 부럽지 않았다.…
2024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신입생 수는 통계청 발표로 35만 7000명이다. 23년 40만 6000명에서 약 5만 명 정도가 사라진 수치다. 17년도 당시에 출생아 수가 전년도보다 급감했기에 초등학생 수 감소는 정해진 미래였다. 5만 명이 얼마나 큰 숫자인가 하면 한국의 제2 도시인 부산 지역 23년 신입생 수가 2만 3000여 명 정도였고, 웬만한 도 지역 신입생이 1만 명에 많아야 2만 명이 채 안 된다. 도 지역 몇 개에 해당하는 신입생이 한꺼번에 사라졌다. 35만 명이 끝이 아니다 앞으로 6년 동안 빠르고 급한 기울기로 그 수가 붕괴될 예정이다. 내후년인 25년도에는 32만 7000명, 26년 30만 3000명, 27년에는 27만 2000명, 28년에는 26만 1000명이 예상된다. 옆 나라에서 한국은 끝났다고 호들갑 떨면서 신문 제목에 쓸 만하다. 통계청에 나온 출생아 수를 토대로 단순 계산해보면 6년 뒤에는 전체 초등학생 숫자가 현재보다 90만 명 정도 줄어든다. 현재 6학년인 11년생부터 1학년 16년생까지 초등학생 숫자를 대략 267만 명으로 생각할 수 있다. 내년에 입학하는 17년생부터 6년 뒤 신입생인 22년생까지의 숫자는 177만 명이
‘낙양(洛陽)의 지가를 올린다’라는 말이 있어요. 진(晉)나라의 시인 좌사(左思)가 지은 ‘삼도부(三都賦)’를 낙양 사람들이 다투어 베끼는 바람에 종잇값이 올랐다는 뜻인데, 요즘으로 말하면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정도겠죠. 예나 지금이나 책이 인류문화 전승 발전의 결정적인 매개체라는 건 상식에 속하지요. 그런데, 지금은 내용의 가치에 대한 공감 확산으로 책을 사는 독서인들은 희귀한 세상이 됐어요. 고(故) 김동길 교수가 쓴 칼럼 ‘3김(金) 낚시론’은 아찔했어요. 정곡을 찌른 이 용감한 글은 김영삼(YS)·김대중(DJ)·김종필(JP) 씨 등 이른바 3김이 1980년 초에 서로 대통령이 되려고 싸우는 바람에 ‘서울의 봄’을 무산시킨 원죄를 비판한 내용이었어요. 당시 칼럼을 접한 DJ는 “낚시하기 좋은 장소를 가르쳐 주면 그리하겠다”며 웃어넘겼고, YS는 “언론 자유가 보장된 사회라면 나올 수 있는 이야기”라고 받아넘겼다는 일화가 있죠. 도무지 책을 읽지 않는 시대에 출판시장의 왜곡 현상은 참으로 심각해요. 한때 베스트셀러 조작 사건이 세상을 시끄럽게 한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출판사 직원들이 서점을 돌면서 사들이거나, 지인의 개인정보로 도서를 사재기해 베스트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