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운영위원회는 6일 이재명 정부 대통령실에 대한 첫 국정감사를 실시했으나 여야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 출석 문제 여파로 초반부터 거세게 충돌하면서 시작 59분 만에 정회하는 등 파행했다. 특히 정회 후 퇴장하는 과정에서 여야 의원 간 몸싸움도 벌어졌다. 채현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질의에 앞서 윤석열 정부에서 법률비서관을 지낸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의 대통령실 국감 참여를 문제 삼았다. 그는 “오늘 국감 대상은 이재명 대통령실의 5개월도 있지만 국회가 철저하게 감사해야 할 대상은 윤석열 대통령실 3년”이라며 “그런데 이 자리에 윤 전 대통령의 법률비서관을 역임한 주 의원이 있는 건 이해충돌 소지가 매우 크다. 주 의원이 앉아 계실 곳은 피감기관 증인석”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주 의원은 신상 발언을 통해 “제가 김현지 부속실장 관련된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니까 민주당이 이렇게 조직적으로 ‘입틀막’하는 것에 대해 강력하게 항의한다”고 반박했다. 특히 “대통령실을 그만둔 지 1년 6개월이 지났고, 작년에도 이미 국감에 운영위원으로 참여했다. 이해충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을 부끄러운 줄 알라”며 “그렇게 김현지를 보호하고 싶냐”고 역공했다. 주 의원의 발언에 여당이 항의하고 여야 간 고성으로 회의 진행이 불가능해지자 민주당 원내대표인 김병기 운영위원장은 국감 시작 59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국감 정회 후 여야가 국감장을 단체로 퇴장하는 과정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이기헌 (고양병) 민주당 의원이 ‘배치기’를 하는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고, 송 원내대표는 즉각 운영위원장실을 방문해 강력 항의했다. 송 원내대표는 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정회 후 회의장 문을 나오는 상황에서 이 의원이 다가오더니 그대로 몸을 부딪쳤다”면서 “야당 원내대표에 대해 대낮에 테러와 유사한 폭력 행위가 발생한 데 대단히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 의원과 김 위원장의 사과 및 재발 방지 약속을 요구했다. 이에 이 의원도 기자회견을 열어 “‘국감을 방해하는 건 국민의힘 당신들’이라고 했더니 (송 원내대표가) 뒤돌아서서 제게 몸을 던지다시피 했다”며 “피해자는 저인데 폭력배라고 하는 것 등에 대해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약 35분 만에 재개된 운영위 회의에서 “송 원내대표가 먼저 몸을 던져 이 문제가 발생했다”고 거듭 주장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영위 진행과 관련해 이러한 일로 인해서 소란을 드리고 시간이 지체된 것에 대해서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국민의힘은 이어진 국감에서 김 부속실장의 증인 출석 문제와 이 대통령이 여당의 재판중지법 추진을 중단시킨 이유 등을 집중 질의했다. [ 경기신문 = 김재민 기자 ]
내년 시행을 앞둔 노조법 2·3조 개정안이 하청노동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지 못한 ‘절반짜리 개정’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노동계는 “법만 바뀌었을 뿐 구조는 그대로”라며, 고용노동부가 원청 사용자들의 교섭 회피를 막고 교섭장에 직접 나서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6일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만으로 원청 사용자와의 교섭권이 자동으로 보장된다고 기대할 수는 없다”며 “노동부가 원청 사용자들이 교섭에 참여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하청노동자가 ‘실질 사용자’인 원청을 상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사용자 책임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시행령 작업 과정에서 노동계 의견이 배제되고, 사용자 단체 의견이 중심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지금의 논의 방향은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아니라 기업 부담 완화로 가고 있다”며 “노동부가 사용자 측의 ‘가이드라인’ 요구에 휘둘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노동계는 노동부 내부에서 ‘창구단일화제도’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됐다고 주장했다.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사업장에서 하나의 교섭창구를 단일화하는 이 제도는, 사용자가 산별노조를 무력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민주노총은 “창구단일화를 강제하면 하청노동자의 교섭권이 박탈된다”며 “노동부가 자율교섭을 원칙으로 하청노동자 전원의 교섭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진희 민주노총 경기도본부장은 “노동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교섭 대상과 의제를 정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사용자에게 교섭 거부의 빌미를 제공한다”며 “노동조합이 적극적으로 사용자를 교섭장으로 이끌 수 있도록 행정이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금의 개정안은 원청 사용자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교섭권이 다시 하청업체 단위로 분산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법이 개정돼도 집행이 뒤따르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노동부가 교섭을 회피하는 기업을 제재하고, 교섭 성사를 위한 자율교섭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또다시 ‘절충형 개정’으로 노동자의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며 “노동부가 본연의 조정자 역할을 방기한다면 이번 개정은 ‘무늬만 개혁’으로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6일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표결을 오는 27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문금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오는 13일과 27일 본회의를 열어달라고 국회의장께 요청하는 상황”이라며 “그리되면 13일 (본회의에서) 체포동의안이 보고되고, 그다음 열리는 27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일정이 확정되면 추 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입장에도 불구하고 체포동의안을 원칙대로 표결 처리할 방침이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BBS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나와 “추 전 원내대표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개인의 일탈이 아니고 당 전체 문제가 된다”라며 “하지만 국민의힘을 위헌정당으로 해산시키자 이런 논의는 구체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장경태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당연히 (추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될 것”이라며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고는 했는데, 그러면 (국민의힘) 동료 의원들께서 그 의사를 존중해서 체포동의안에 압도적인 가결 표를 던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 의원은 국민의힘 원내대표이던 지난해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 계엄 해제를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앞서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은 추 의원에게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무부는 전날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국회의장은 요구서를 받은 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본회의를 열어 표결에 부쳐야 한다. 시한을 넘기면 그 이후로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을 상정해 표결한다. 체포동의안은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하고 출석 의원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민주당 의석만 166석으로 과반이 넘어 추 의원 체포동의안은 무난히 가결될 전망이다. [ 경기신문 = 한주희 기자 ]
국내 아파트 시장이 빠르게 ‘빅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과거에는 입지·가격·평면이 집값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였지만, 최근에는 브랜드가 분양 성적과 시세 형성, 금융 조달, 재건축 추진 여부까지 좌우하는 절대적 변수로 자리 잡았다. 래미안(삼성물산)·자이(GS건설)·힐스테이트(현대건설) 등 대형 건설사 중심의 쏠림 현상은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넘어 일반 분양시장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은 수주 급감과 자금난 속에서 생존을 위한 ‘틈새시장’ 전략에 몰리고 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올해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에서 입주했거나 연내 입주 예정인 모든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10대 건설사가 시공을 맡았다. 중견 또는 중소 건설사가 이름을 올린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권에서는 브랜드가 곧 분양 성공률”이라며 “조합원들도 사업 안정성과 시세 방어를 이유로 대형사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도 이 같은 ‘브랜드 효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10대 건설사가 분양한 아파트의 1순위 평균 경쟁률은 11.78대 1로, 기타 건설사 단지(5.98대 1)의 두 배 수준이었다. 전체 평균(8.49대 1)보다도 높다. 1순위 청약자 수도 대형사에 몰렸다. 10대 건설사 단지에 접수된 1순위 청약자는 15만 474명으로, 전국 전체(25만 395명)의 약 60%를 차지했다. 청약자 10명 중 6명이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선택한 셈이다. 도시정비 수주 실적에서도 대형사의 독주는 이어지고 있다. 올해 1~9월 기준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 수주액은 총 37조 원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삼성물산, 현대건설이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2강 구도’를 굳혔다. 반면 중견 건설사들의 성적은 초라하다. 수도권 정비사업에서 꾸준히 현장을 확보해온 한신공영은 올해 4곳, 약 4815억 원 규모의 수주에 그쳤다. KCC건설은 약 7000억 원, 두산건설은 9000억 원 수준이다. 대형사들이 ‘수십조 원 단위’로 실적을 쌓는 상황과는 비교 자체가 어렵다. 이에 중견사들은 대형사가 관심을 두지 않는 1만㎡ 미만의 소규모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남광토건, 동부건설, 진흥기업, 자이에스앤디 등이 가로주택정비사업, 모아타운, 소규모 재건축 등을 중심으로 서울·수도권 시장을 공략 중이다. 하지만 이 역시 한계가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안전 규제 강화, 조합원 권리양도 금지, 토지거래허가제 등 각종 규제가 겹치며 사업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대형사는 브랜드 파워로 이를 상쇄하지만, 우리 같은 중견사는 리스크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중소·중견사의 숨통을 트기 위해 가로주택 정비사업 구역 요건 완화, 용적률 상향, 인허가 간소화 등의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업계는 “시장 구조 자체가 대형사 중심으로 고착화됐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건설 경기 침체 장기화도 중견사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만 해도 대우조선해양건설, 신동아건설, 대저건설 등이 잇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장 수주가 줄면 자금 흐름이 막히고, 이는 다시 신규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쏠림이 지속될 경우 주택 공급 구조가 왜곡되고, 가격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브랜드가 집값을 결정하는 구조가 고착되면 결국 몇몇 대형사가 시장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며 “소비자의 선택권이 줄고, 지역 간·단지 간 가격 격차도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브랜드 쏠림을 완화할 제도적 장치와 중견사 지원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며 “시장 경쟁력을 지키려면 다양한 건설사가 공존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오다경 기자 ]
유족이 산업재해 신청을 철회했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은 돌아서지 않았다. ‘런던베이글뮤지엄(런베뮤)’의 산재 논란이 불매운동으로 확산되면서, 기업의 윤리 리스크가 매출 리스크로 직결되는 현실이 뚜렷해졌다. 최근 SNS에는 “산재는 취하할 수 있어도 책임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문구와 함께 런베뮤 불매를 선언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런베뮤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숨진 사건이 지난 3일 유족의 산재 신청 철회로 일단락된 듯 보였지만, 소비자들의 분노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특히 전직 직원의 폭로가 논란에 불을 지폈다. 런베뮤 전 근무자 A씨는 “논란이 터질 줄 알았다”며 “3개월 단위로 쪼개 계약서를 쓰고, 아프거나 실수하면 바로 계약이 종료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매장 내 CCTV로 직원의 실수를 찾아내고, 단순 실수에도 시말서를 작성하게 했다”며 “효율만 강조하는 비인간적 관리 구조가 문제의 근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2022년 SPC그룹 협력사 SPL 공장에서 20대 여성 노동자가 소스 배합기에 끼어 숨진 사건은 기업의 노동 환경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크게 키웠다. 올해 5월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근로자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이 재점화됐다. 불매운동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전히 사그라들지 않았다. 이처럼 반복되는 산재 사고와 기업의 미흡한 대응은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의 품질이나 브랜드 이미지보다, 기업이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가’를 브랜드 신뢰의 핵심 가치로 본다. 소비자 A씨(25)는 “소비자이자 노동자로서 런베뮤와 같은 기업을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것에 죄책감까지 느껴진다”며 “2022년 사고 당시부터 SPC그룹 계열사도 소비하지 않고 있다. 불매는 강요도 의무도 아니지만 이제는 생활화됐다”고 전했다. 유통업계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켓컬리는 최근 런베뮤 제품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 지난해 런베뮤 제품을 온라인 단독으로 선보였던 컬리는 “기관과 파트너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로사 의혹 이후 유통업계의 첫 공식 조치로, 소비자 불매 요구가 직접 작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의 윤리 리스크’가 더 이상 이미지 관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인 재무적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사회적 논란에 휘말린 기업들의 매출 감소, 브랜드 가치 하락 사례가 잇따랐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이제 제품을 사는 동시에 기업의 태도와 철학을 평가한다”며 “노동 인권, 사회적 책임, 상생 등 비재무적 요소가 브랜드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엔 ‘예쁜 브랜드’가 잘 팔렸다면, 이제는 ‘올바른 브랜드’를 선택하는 소비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며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흐름의 연장선”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런던베이글뮤지엄은 현재 전국 7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 7월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에 약 2000억 원 규모로 매각됐다. 하지만 고용노동부의 전방위 근로감독이 이어지면서 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추진하던 해외 진출 등 성장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윤리 리스크는 단기적인 이미지 훼손을 넘어, 투자와 파트너십, 소비 신뢰 등 경영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며 “이번 사태는 ‘노동 존중’이 단순한 도덕적 요구가 아닌,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하는 기준이 됐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사설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을 개발해 매매·공급하거나 자체적으로 수백억 원대 불법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일당이 경찰에 무더기로 검거됐다.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도박장소개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법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개발업체 대표 A(40대)씨와 총책 B(30대)씨 등 7명을 구속하고, 도박자금 인출책 C(60대)씨 등 22명과 도박에 참여한 122명 등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또 본사 총책 등 주거지에서 현금 약 2억 원 및 고가의 명품 시계 등을 압수하고, 부동산과 차량 등 범죄수익금 약 19억 원을 추징 보전하는 한편, HTS 프로그램 개발업체의 범죄수익금 약 12억 원에 대해서도 기소 전 추징 보전 절차를 진행 중이다. A씨 등은 지난 2021년 12월쯤 초·중·고 동창들을 끌어 들여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로 위장한 회사를 설립한 뒤 사..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채 상병 순직사건 관련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에 배우 박성웅 씨와의 대질신문을 요청했다. 6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이날 특검팀에 박 씨와 대질신문을 요청했다며 "임 전 사단장과 만난 적이 없는데 이를 봤다고 진술한 이유를 묻고 싶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씨는 지난 9월 참고인 신분으로 특검 조사를 받으며 '2022년 서울 강남 모처에서 이 전 대표, 임 전 사단장 등과 밥을 먹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는 임 전 사단장과 이 전 대표가 채 상병 순직 사건 이전부터 친분을 이어왔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임 전 사단장의 구명로비 의혹의 개연성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정황으로 주목받았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가 김건희 여사의 최측근인 만큼 임 전 사단장과의 친분을 기반으로 김 여사에게 구명을 부탁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이 전 대표와 임 전 사단장에 대한 조사에서 관련 내용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다만 이 전 대표 측은 임 전 사단장과 일면식 없는 사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박 씨 등과 식사를 한 것은 맞지만 임 전 사단장은 그 자리에 없었다"며 "박 씨의 발언은 허위 진술"이라고 반박해왔다. 특검팀은 이 전 대표와 박 씨의 대질신문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날 정민영 특검보는 브리핑을 통해 "수사팀에서 신문이 필요하면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두 번 연속 조사에 응하지 않은 임 전 사단장에 대해 합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한다고 보고 체포영장 청구 등 강제수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임 전 사단장은 불출석 사유서에 "특별히 진술할 내용이 없다",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 수사를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특검보는 "구속 이후에 조사받겠다고 하다가 (이완규 전 법제처장을) 새 변호인으로 선임한 이후 돌연 입장을 바꾼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임 전 사단장의 구속 기한은 오는 11일까지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큰 이번주 중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임 전 사단장이 체포에 불응할 경우 개정 특검법에 명시된 '교정공무원 지휘권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특검이 수개월간 출국금지하고 그 기간도 연장했다는 우편 통지를 확인했다"며 "근거 없는 고발"이라고 주장했다. 한 전 대표는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해제 당시, 인사검증 결과가 나온 당시 모두 법무부 장관이 아니었다"며 "저와 무관하다"고 썼다. 한 전 대표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 의혹과 관련해 범인도피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돼 있다. 그는 이 전 장관의 대사 임명이 논의되던 2023년 12월 법무부 장관을 지냈다. 특검팀은 한 전 대표에 대한 소환조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에 들어서자마자 코끝을 스치는 낯선 냄새가 감각을 깨운다. 천연 고무액이 굳으며 풍기는 고약한 향은 불쾌하기보다 오히려 생생하다. 그 냄새 속에서 강지율의 작업은 살아 있는 듯 꿈틀댄다. 단단해졌다가 다시 녹아내리는 재료의 성질은 곧 삶과 죽음, 생성과 소멸의 순환을 닮았다. 작가는 그 냄새조차 전시의 일부로 삼으며 몸의 기억과 감각을 되살리는 ‘호흡의 예술’을 펼친다. 강지율 개인전 ‘심장 위에 하트를 새긴 날’은 질병과 죽음을 개인적 사건으로만 한정하지 않는다. 생애 첫 예술활동지원 작가로 선정된 그는 자전적 허구 서사를 통해 개인의 경험을 타인과 나누는 확장된 이야기로 이끌어낸다. 전시는 하트 모양의 흉터를 지닌 인물 ‘분홍’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분홍은 유방암의 상징인 핑크리본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사랑과 상실 그리고 살아남은 이들의 공기를 품은 존재다. 작가는 그 빈자리에 하트를 새기며 어둠이 사랑의 빛으로 변할 수 있음을 말한다. 이번 전시는 드로잉, 판화,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든다. 관객은 단순히 ‘보는’ 행위에 머물지 않고 ‘만지고 듣는’ 감각으로 작품을 경험하게 된다. 특히 천연 고무액 위에 주삿바늘로 새겨진 문장과 형상들은 고통과 치유, 기억과 소멸의 흔적을 동시에 담아낸다. 작가는 허구와 현실의 경계를 오가며 개인의 상처가 공동의 감각으로 이어지는 순간을 포착한다. 전시장 한켠에는 동명의 아티스트북 ‘분홍’이 놓여 있다. 관람객은 책을 직접 들고 걸으며 이야기를 읽는다. 죽음을 무겁게 바라보지 않고, 일상 속에서 함께 숨 쉬는 감각으로 되묻는 작업이다. 이번 전시는 11월 9일까지 경기도미술관 프로젝트갤러리에서 진행된다. 자세한 내용은 경기도미술관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오는 13일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일주일 앞두고 유통업계가 ‘합격 기원’ 마케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전통적으로 상징적 의미의 엿·찹쌀떡 중심이던 수험생 마케팅이 집중력 보조식품, 실용형 선물, 건강·뷰티 상품 등으로 옮겨가며 시장 양상이 뚜렷하게 변화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서도 소비 반응이 빠른 수험생 시장을 겨냥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편의점 업계는 단순 응원 이벤트에서 벗어나 브랜드 경험을 강조한 상품 전략으로 변화를 꾀했다. GS25는 EBSi와 협업해 ‘빼빼로특강’을 선보이며, 단순 스낵이 아닌 교육·공부와 연계한 체감형 마케팅을 펼쳤다. CU는 사격 국가대표 김예지 선수와 함께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건강기능식품 시리즈를 내놓으며 수험생과 학부모를 동시에 겨냥했다. 이마트24는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밥스누’와 협업해 약콩두유·빵 시리즈를 출시, 일회성 굿즈보다 실속 있는 공감형 선물에 방점을 찍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최근 수능 마케팅은 단순 응원 의미를 넘어 브랜드 체험과 실용성을 동시에 전달하는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와 온라인몰은 실용형 상품 할인과 심리 안정형 상품 강화에 나섰다. 이마트는 방한용품, 도시락 등 수능 당일 필수품 중심으로 할인율을 높였고, SSG닷컴은 스트레스 완화 오일, 숙면 패치 등 심리 안정형 상품을 전면 배치했다. 컬리는 전통 퓨전 찹쌀떡, 마누카꿀, 핸드크림 등 건강·뷰티 상품을 아우른 기획전을 운영하며 선물 다양화에 주력했다. 유통업계는 “수능 시즌은 작은 규모의 시장이지만 소비 반응이 빠르고, 연말 소비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출 신호등 역할을 한다”고 평가했다. 백화점과 베이커리 업계는 고가 프리미엄 상품으로 ‘가심비(價心比)’ 소비층을 공략 중이다. 신세계 강남점 등 주요 백화점은 해외 초콜릿 브랜드와 협업한 한정 세트를 출시했고, 파리바게뜨는 전통 찹쌀떡에 현대적 디자인을 접목한 ‘합격 기원 세트’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단순 응원 선물을 넘어 선물 경험을 중시하는 트렌드를 반영한 전략이다. 스타벅스도 집중력 강화용 초콜릿·쿠키 등 한정 상품을 선보였다. 네잎클로버 모양의 ‘클로버 샌드 쿠키’와 메시지를 직접 적을 수 있는 ‘쿠키 카드’는 가족·친구에게 행운의 마음을 전하는 용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외식업계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63레스토랑은 오는 30일까지 수험생 대상 코스 요리를 최대 40% 할인하고, 뷔페 파빌리온 용산은 사전 예약 고객에게 20% 혜택을 제공한다. 업계는 수능 이후 가족 단위 외식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마케팅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능 시즌은 단순 이벤트가 아니라 연말 소비 전환의 분기점”이라며 “엿 대신 초콜릿, 기념품 대신 건강식품이 주류가 된 변화는 소비자들의 실용성과 심리적 만족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사진첩 속에는 당시의 감정과 내면이 고스란히 남는다. 가죽 표지와 48면의 검은 바탕지로 이루어진 나혜석의 사진첩에는 그의 가족과 주변 인물, 일상 속 순간들을 세심하게 담아낸 흔적이 기록돼 있었다. 개관 10주년을 맞아 내년 1월 11일까지 수원시립미술관에서 진행되는 한국근현대미술전 ‘머무르는 순간, 흐르는 마음’은 나혜석의 기억이 응고된 한 권의 사진첩에서 출발한다. 나혜석은 당시 여성으로서는 드물게 도쿄에 있는 여자미술전문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이자 시대를 앞서간 신여성이다. 1920년 그는 여성 잡지 '신여성' 창간을 비롯해 여성으로서 국내 최초의 유화 개인전을 여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또 남편 김우영과 세계여행을 하며 얻은 예술적 영감을 작품에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 시절 나혜석의 흔적은 한 권의 사진첩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시는 총 4부로 구성되며, 1부 '한 예술가의 사진첩'에서는 나혜석이 정신적, 육체적 어려움을 겪던 만년에 제작한 사진첩과 101점의 사진들을 소개한다. 나혜석의 사진 속 모습들은 특별히 화려하거나 인위적이지 않다. 오히려 주변인과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 속에서 느낀 삶의 온기와 관계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예술가 나혜석이 아닌 인간 나혜석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전체 사진의 상당수가 가족과 관련된 이미지라는 점도 눈에 띈다. 낡은 인화지 속 흐릿한 얼굴들에서 그녀가 가족을 향해 품었던 그리움과 애틋함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사진첩은 나혜석에게 관계의 기억이자, 삶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또 사진첩 해제 연구와 보존 처리 과정도 함께 공개되면서 한 예술가의 아카이브가 어떻게 연구되고 보존돼 전시로 확장되는 과정을 관람객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2부 ‘가장 일상적이고 가장 평범한 순간으로부터’는 나혜석의 사진첩 속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하는 가족이란 존재들을 영원 속에 담고자 했던 박수근, 백영수, 이중섭 등의 작품을 소개한다. 3부 ‘여정의 어딘가에서는’과 4부 ‘나를 잊지 않은 행복’에서는 나혜석의 여행을 매개로 배운성, 백남순, 천경자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관람객은 그들의 흔적을 따라가며 여러 시선이 얽혀 만들어내는 풍경을 경험할 수 있다. [ 경기신문 = 황서영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