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장기 연체 채권을 조정·소각해주는 이른바 '배드뱅크' 설립에 이어,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후불 교통카드 발급을 허용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소상공인의 재기 지원을 주요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관련 조치가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채무조정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액 후불교통카드 기능이 포함된 체크카드 발급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 신용능력이 없는 청소년들도 후불 교통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착안해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에서 회생 절차를 밟고 있거나 새출발기금 지원 대상자 등 채무조정자들은 신용거래가 중단돼 신용카드와 후불 교통카드를 사용할 수 없다. 이로 인해 대중교통 이용조차 어려워 일상생활 전반에서 곤란을 겪기도 한다. 빚을 갚기 위해서는 근로 등 경제 생활이 필요한 이들이 돈을 갚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것이다. 우선 소액으로 후불 교통카드 기능을 허용한 뒤 추후 상환 상황을 봐가며 점차 한도를 올려주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도는 현재 소액 후불결제 서비스(월 30만 원)와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카드업계도 포용금융 측면에서 협조하겠다는 분위기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연체 채무자 등 저신용자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와 일맥상통한다. 정부가 소상공인을 비롯한 연체 채무자들의 재기를 주요 국정과제로 삼은 만큼 정권 초기부터 관련 정책들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금융당국은 7년 이상 연체된 5000만 원 이하의 개인 무담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조정하는 프로그램(배드뱅크)을 신설했다. 총 매입채권 규모는 16조 4000억 원이며, 113만 4000만 명이 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배드뱅크 설립 소요 재원 8000억 원 중 4000억 원은 2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나머지 4000억 원은 금융권의 분담금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출석해 “상환 능력이 있는 분은 갚게 하는 게 원칙이고 상환이 어려운 분을 대상으로 (채무를) 소각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9월 중으로 새출발기금 확대 시행도 추진한다. 관련 예산 7000억 원을 추가로 확충해 지원 대상을 지난달 사업영위자로 확대하고 총 채무 1억원 이하 중위소득 60% 이하 저소득 소상공인 무담보 채무의 원금감면율을 기존 60~80%에서 90%로 늘린다. 분할상환도 최대 10년에서 20년으로 확대한다. 아울러 금융위는 소상공인 금융애로 해소를 위한 간담회를 추진, 개인회생 공공정보 공유 기간을 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하는 등 빠른 정책 대응을 이어가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대전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금융위에 "소상공인들의 부채 문제는 열심히 노력을 해도 현장에서는 잘 체감을 못할 수 있다"며 "수요자 중심 행정을 위해 빚진 소상공인들과 집단 토론을 하고 정책을 발굴해달라"고 당부했다. 이후 8일 열린 간담회를 주재한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소상공인 채무 문제와 관련된 정책은 현장에서 직접 발굴하고, 피드백을 통해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정책 수요자, 관련 전문가 등 현장의 목소리를 광범위하게 청취한 뒤 관련 기관들과 함께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 경기신문 = 고현솔 기자 ]
남동구의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닥터헬기 전용계류장 설치사업이 다시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민수(국힘·남동5) 시의원은 16일 황규진 남동구의회 총무위원장과 면담을 거쳐 ‘2025년도 수시분 공유재산관리계획안(닥터헬기 계류장 설치)’의 ‘제305회 남동구의회 임시회’ 총무위원회 제5차 회의 재상정을 공식화했다. 이 사업은 남동구 월례근린공원 인근에 사업비 73억 원을 투입해 이착륙장·격납고·방음벽 등을 포함한 전용시설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앞서 남동구의회 총무위원회가 인근 연수구 주민들의 반대 등을 이유로 지난달 계획안을 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기로 결정하며 사업이 중단된 바 있다. 월례근린공원은 남동구에 속해있지만 연수2동 아파트 밀집지역과 거리상으로 450m밖에 떨어져있지 않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국힘 인천시당 및 시의원들과 민주당 소속 남동구의원들 간 갈등이 불거졌고, 그동안 사업 반대를 주장하던 연수구의회까지 다시 목소리를 높이며 순식간에 정쟁 도구로 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시는 남동구의회를 설득하겠다는 입장을 보였고, 한 의원이 시의회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계류장 설치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후 이뤄진 재상정 추진은 응급환자의 골든타임 확보와 인천시민의 의료복지 향상을 위한 필수 인프라를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각계의 공감이 모아지며 성사됐다. 특히 황 총무위원장과 시 보건의료정책과장의 적극적 협의와 행정적 뒷받침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한 의원은 “이번 재상정은 시·시의회·구의회 등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협의와 설득을 통해 만들어낸 결실”이라며 “오는 22일 예정된 총무위에서 300만 인천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성숙한 판단이 내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박지현 기자 ]
내년 1학기부터 수업 중 교실에서 학생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원칙적으로 금지될 것으로 보이며 학교 현장의 변화가 예고된다. 다만 스마트폰 사용 문제는 오랜 기간 찬반이 나뉘어 온 만큼 학생·학부모·교사 모두에서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지난 8일 국회 교육위원회는 학생의 수업 중 스마트기기 사용을 금지하고, 필요하면 교내 사용과 소지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의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이 다음 달 중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게 될 경우 내년 1학기가 시작되는 3월 1일부터는 수업 중, 또는 일과 중 스마트기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장애가 있거나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은 예외되며 교육 목적이나 긴급 상황 대응이 필요할 때도 사용이 가능하다. 이번 법안은 학생들의 스마트폰 과의존과 수업 방해를 막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실제 현장 교사들은 수업 중 무분별한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집중력 저하와 수업 분위기 훼손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교실 질서 유지를 위해 환영한다는 입장이 나오는 반면 스마트폰이 곧 '연락 수단'인 만큼 일괄 보관에 따른 긴급 상황 대응과 사생활 침해 문제가 우려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용인 지역의 한 학부모는 "수업 중 사용 제한은 동의하지만 학생들에게서 스마트폰 자체를 수거하는 것은 과한 것 같다"며 "갈수록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자녀와 연락할 수단이 사라지면 불안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미 교실 내 스마트기기 사용이 보편화 된 상황에서 해당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고등학교 2학년 김영서 양(18)은 "많은 학생들이 아이패드, 갤럭시 탭 등 태블릿 PC를 활용해 공부를 하고 있다"며 "스마트폰과 기능이 거의 같은 태블릿 PC를 금지 대상에 포함할지 그 여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사들의 반응도 엇갈린다. 일부 교사들은 "교실 질서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지만 또 다른 교사들은 "보관과 분실 책임을 교사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냈다. 경기교사노동조합도 논평을 내고 법적 근거 마련을 환영한다는 입장과 함께 "예외 학생들에 대한 별도 구분과 차별 소지가 우려돼 수정이 필요하다"며 "보관 시스템 표준화, 관리 책임 분산, 학교 단위 운영 매뉴얼 마련 등 구조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스마트폰 사용 금지를 위한 구체적 지침이 핵심이 될 전망이다. '학교 자율' 원칙 속에 어떻게 세부 운영안을 마련할지, 관리 책임과 사생활 보호 문제에 대한 보완책 등 교육계 관심이 쏠린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
인천경찰청이 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인천 계양 맨홀 사고와 관련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16일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에 따르면 경찰은 중부지방고용노동청과 협동해 인천환경공단 2곳과 인천·성남·대구에 있는 도급업체 사무실 3곳에 압수수색 했다. 이날 경찰 및 근로감독관 50여 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용역·계약·안전관리 관련 서류와 컴퓨터, 휴대전화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앞서 인천환경공단 업무 담당 팀장과 감독관, 부감독관, 용역 원도금업체 대표이사, 하청업체 대표, 숨진 재하청업체 대표 A씨 등 7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했다. 이어 중부고용청에서도 이들 7명 중 인천환경공단 관계자 3명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했고, 다른 4명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가 새로운 백남준 연구를 위한 2025년 학술 프로그램 '48시간 음미체 학교'를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개최한다. 음악, 미디어, 신체를 아우르며 수행적 연구의 장을 마련한 이번 프로그램에는 국내외 연구자와 예술가 13팀이 참여한다. 이들은 1965년 독일 파르나스 갤러리에서 8명의 플럭서스 작가가 24시간 동안 각자의 퍼포먼스를 지속하며 함께 밤을 새웠던 ‘24시간(24 Stunden)’ 처럼 시간·연대·수행이라는 새로운 물질성을 나누는 것을 목표로 한다. 첫날인 18일에는 백남준이 1977년 발매한 한정판 LP 음반 '나의 축제는 거칠 것이 없어라'를 함께 듣는 감상회와 음악평론가, 학예연구사의 대담이 진행된다. 이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가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을 연주한다. 19일에는 뉴욕시립대 알렉산드라 주하즈 교수의 미디어 워크숍과 함께 "지루한 비디오, 나쁜 TV"를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린다. 김상민, 그랜트 볼머, 이수영 연구자가 발표자로 참여해 인공지능과 통계적 정보화,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을 비판적으로 탐색한다. 저녁에는 원재연과 타무라 료, 신비밴드, 모어가 참여하는 퍼포먼스 '오신의 밤'이 열린다. 마지막 날에는 조류 세밀화 작가 이우만의 'TV 정원 탐조', 하은빈의 움직임 워크숍 '플러스-마이너스'가 진행되며 비디오와 무용을 결합한 감각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다.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되며 일부 퍼포먼스는 청소년 관람이 제한된다. 자세한 정보와 예약은 백남준아트센터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남희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프로그램은 백남준의 예술 세계를 현재적 관점에서 새롭게 탐색하고, 음악과 미디어, 신체가 만나는 열린 실험의 장"이라며 "48시간 동안 참가자들은 세계와 물질의 낯선 소리와 어색한 몸짓의 다성적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 경기신문 = 류초원 기자 ]
인천 송도국제도시 주민단체가 국제업무지구의 신규 주거사업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16일 김성훈 올댓송도 대표와 회원들은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발 23년차인 송도국제도시 국제업무지구 개발률은 아파트가 93%인 반면 업무·상업은 47%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수익이 나는 부지인 아파트는 개발에 분양까지 완료돼 가지만 국제업무지구의 핵심인 업무·상업시설은 절반도 개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비수익시설인 업무·상업 개발을 위해 수익부지인 주거 부지를 싼 값에 제공한 것이 원인으로 꼽히는데, 현재 개발률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다. 하지만 송도국제도시개발유한회사(NSIC)는 주상복합 G5블록 개발을 서두르고 있으며, 또 다른 오피스텔 개발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올댓송도 측의 주장이다. 현재 국제업무지구..
폭염을 식히는 빗줄기가 그치면 다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기상청도 올해 8·9월 모두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해가 갈수록 기록적인 폭염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인천시민들은 어떻게 무더위를 피할 수 있을까. 15일 인천시에 따르면 폭염 예방을 위해 시민에게 생수를 지급하고 양산을 대여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우선 동구는 야외 무더위 쉼터 7곳에서 각 200개씩 생수를 지급 중이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부터 12시, 오후 1시부터 4시까지다. 생수가 일찍 떨어지면 운영 종료 시간이 앞당겨질 수 있다. 관리는 재난 예방·대비·대응·복구에 참여하는 민간 자율조직인 자율방재단에서 맡고 있다. 조은빌리지 앞 쉼터. 화도진공원 정·후문, 화평동 쉼터, 송현근린공원, 황금고개쉼터, 창영어린이공원 쉼터 등에서 지급 받을 수 있다. 또 각 구는 55곳의 행정복지센터에서 양산 대여소를 운영한다. 남동구와 서구는 각 20개·23개 행정복지센터 모두에서, 동구는 11개 행정복지센터와 구청 민원실에서 양산을 빌려 쓸 수 있다. 동구 대여소는 양산 분실·고장 등 문제로 인해 이번주 구입 예정이다. 야외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열기를 식혀 주는 시설도 있다. 바로 햇빛을 차단하는 그늘막과 주변 온도를 낮추는 안개분사시스템인 쿨링포그다. 인천의 그늘막은 보행자가 많은 횡단보도와 교통섬 등 2522곳에 설치돼 있다. 쿨링포그는 동인천역 북광장 등 동구 5곳과 연수구 내 버스 승강장이나 공원 등 21곳에서 가동 중이다. 강화군에는 갑룡공원·길상공원 등 7곳에 쿨링포그 작동이 한창이다. 야외가 아닌 실내에서 더위를 식히는 것도 온열질환에 빠르게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다. 인천은 행정복지센터, 구청 민원지적과, 종합복지관, 공공도서관, 지하철 역, 문화체육시설 등 189곳에서 누구나 무더위 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장소와 운영시간은 국민재난안전포털(safekorea.go.kr)에 들어가 안전시설정보란에서 ‘무더위쉼터’를 누르면 확인 가능하다. 시 관계자는 “지난 13일 오후 3시 기준 온열질환자 수가 97명인데, 지난해 24명에 비해 70여 명이 더 많다”며 “특히 폭염 특보가 발효되면 시민들은 야외 활동을 자제하시고 가까운 무더위 쉼터에서 휴식을 취하시길 권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유지인 기자 ]
경기도 안성시 당왕지구의 530세대 규모 공동주택 사업이 3년 넘게 멈춰선 상태에서, 시공사인 금호건설이 오는 16일 조합 측에 착공 여부를 공식 통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금호건설 내부에서는 2026년 상반기 착공 가능성이 거론돼,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또 시간 끌기냐”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15일 경기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사업은 2022년 착공 예정이었지만 지금까지 첫 삽조차 뜨지 못했다. 그 사이 조합원 265명은 1인당 최대 1억 원에 달하는 추가 분담금을 부담했고, 금호건설은 공사비를 230억 원 증액했지만 공사는 여전히 시작되지 않았다. 이에 안성당왕 지역주택조합 측은 지난달 27일 조완석 금호건설 대표와 임원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했다. 조합은 “금호건설이 공사 의사가 없으면서도 공사비 증액을 유도해놓고 착공을 미뤘다”며 “명백한 기망 행위”라고 주장했다. 2020년 안성시로부터 사업 승인을 받은 조합은, 2022년 금호건설과 891억 원 규모의 도급계약을 맺었다. 이후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추진했으나, 금호건설이 연대보증을 거부하며 자금 조달이 무산됐다. 재협상을 통해 지난해 7월 공사비를 1121억 원으로 증액했지만, 금호건설은 여전히 착공에 나서지 않고 있다. 금호건설은 “분양성 우려”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조합은 “실제 이유는 금호건설의 재무 악화”라고 보고 있다. 공사를 시작할수록 손해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고의로 시간을 끌고 있다는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당초 2022년 착공을 전제로 현장소장과 컨테이너까지 배치했지만, 금호건설은 착공 직전 발을 뺐다”며 “조합원들은 수억 원을 부담했는데 시공사는 책임을 회피하고, 안성시는 상황 파악조차 못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합은 현재 금호건설을 상대로 89억 6000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진행 중이다. 일부 조합원은 개별 소송도 제기했다. 금호건설은 지난해 자사 프리미엄 브랜드 ‘아테라’를 출시했지만, 이전에 분양한 단지 상당수가 여전히 미분양 상태다. ‘아테라’ 출시 전 분양한 14개 단지 중 8곳이 분양을 완료하지 못했고, 이 중 7곳은 준공을 마쳤음에도 미분양이다. 수원, 강릉, 제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분양률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금호건설 입장에서는 미분양 부담을 줄이기 위해 착공을 늦추는 게 손실 최소화 전략일 수 있다”며 “결국 조합원과 입주 예정자만 피해를 보는 구조”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전국 618개 지역주택조합을 전수조사했고, 이 가운데 293건이 민원 및 분쟁 사례로 확인됐다. 대부분이 공사비 갈등, 착공 지연, 분담금 문제로, 안성 사례와 구조가 비슷하다.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됐지만, 부실한 감독 속에 대형 건설사의 리스크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정작 조합원 보호 장치는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안성시는 “조합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할 뿐, 사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 경기신문 = 정성우·오다경 기자 ]
이재명 정부의 초대 내각을 구성할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이틀째인 15일 야당은 적격성·자격 문제를 놓고 맹공을 펼쳤고 후보자들은 적극 대응에 나서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김성환 환경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국회 각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실시됐다. 권 후보자는 국민의힘이 ‘무자격 5적’ 중 한 사람으로 지목한 만큼 전문성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대통령실은 권 후보자가 얼마나 전문성 없으면 지역과 이념을 넘어 국민 통합을 이끌 적임자라고 했겠냐”며 “후보자는 보훈 경력이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에 권 후보자는 “제가 보훈 전문가가 아니라는 우려도 있지만 의원 시절 독립유공자 관련 법률을 발의하고 경북 독립기념관 건립을 추진했다”며 “국회 사무총장 시절에는 국회에서 6.25 참전 용사 초청 행사를 기획했고 독립운동 관련 뮤지컬 상영회도 개최했다”고 반박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추가로 8개월 군 복무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었다. 방위병 출신인 안 후보자의 복무기간은 14개월인데 22개월을 복무한 것에 대해 영창이나 징계 등의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안 후보자는 “어찌 보면 병무행정의 피해자”라며 군 복무 시절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1983년 11월 5일 단기사병으로 소집을 받고 14개월이 지난 1985년 1월 4일 소집이 해제된 뒤 대학에 복학했는데 같은 해 8월 부대로부터 며칠 복무를 더 해야 한다는 연락을 받고 복무를 했다고 밝혔다. 다만 안 후보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요청한 병적기록 열람을 수용하지 않아 자료 미제출로 고성이 오가다 정회가 되는 등 초반 파행을 겪기도 했다. 한 후보자에 대해서는 네이버 재직 시절 직장 내 괴롭힘으로 발생한 사망 사건이 논란이 됐다. 한 후보자는 “당시 너무나 충격적 사건이었고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해서 전체적인 경영진을 모두 교체했다”며 “저 또한 대표를 사임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더 성찰하겠다”고 덧붙였다. [ 경기신문 = 김한별·한주희 기자 ]
지난 2023년 여름, 5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지는 와중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14명의 사망자를 낳은 충북 청주 오송읍의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닌 관리 시스템 부재가 빚은 인재였다.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았고, 출입 통제는 이뤄지지 않았다. 당시 사고로 차량 17대가 고립됐고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지만 전국 지하차도 관리 실태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 미호강 임시제방, 배수펌프, 행정 부실 등 원인 참사 원인은 단순하지 않았다. 미호강 임시제방이 무너지면서 2~3분만에 6만 톤(t)의 강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를 덮쳤다. 미호강은 차선 확장공사를 위해 기존 제방을 제거하고, 임시 제방을 쌓아둔 상태였다. 오송 지하차도는 총 길이 685m, 지하 터널 길이 436m, 높이 4.3m의 왕복 4차선 도로인 만큼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돼 있었다. 시간당 최대 83㎜의 물을 처리할 수 있도록 50㎝까지 침수를 감지하면 경보를 알리는 수위계, 분당 3t의 빗물을 처리할 수 있는 배수펌프도 4개가 그 시스템이다. 하지만 수위계의 경보를 확인할 시간이 부족했고, 배수펌프에 전기를 공급하는 내·외부 배전반이 모두 고장나며 배수펌프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특히 사고 발생 전부터 관계 기관들은 재난을 충분히 예고받았던 것으로 드러나며 비판은 커졌다.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발생 약 4시간 전인 오전 4시 20분쯤 홍수주의보를 총리실, 행정안전부, 충청북도, 청주시 등 70여 곳에 통보했다. 이후 오전 6시 30분쯤 수위가 계획홍수위 9.2m에 근접하자 관할 구청인 흥덕구청 건설과에도 직접 전화를 걸어 재차 경고했다. 흥덕구청은 금강홍수통제소로부터 받은 경고를 청주시청 안전정책과와 하천과에 전달했지만, 자체적인 현장 조치나 통제는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13시간 전부터 현장 인근 도로가 물에 잠기기 시작했음에도 차량 출입 통제 등 선제 대응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지하차도가 침수되기 40분 전까지도 모든 관계 기관에서 실질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았고 심지어 사고 발생 직후인 오전 8시 49분경에도 청주시는 침수 여부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버스 기사들에게 해당 지하차도로 우회 운행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이번 사고는 충분한 정보가 공유됐음에도 각 기관이 책임을 떠넘긴 채 현장 대응을 방기한 행정 실패 사례로 남게 됐다. ◇ 단순 설비 확충 아닌 '종합 안전 시스템' 필요 이처럼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근본적인 문제는 관리 주체가 불명확했다는 점이다. 하천 관리 부서와 도로 관리 부서가 서로 책임을 넘기는 구조 속에서 재난 대비체계는 작동하지 않았다. 경보, 통제, 배수 등 지하 공간 전체의 안전 관리가 분절적으로 운영됐고, 결국 재난 대응은 무력화됐다. 정부는 참사 이후 침수 위험 지하차도를 중심으로 안전 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개선 속도는 더딘 상태다. 행정안전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25년 현재 전국 침수 이력 지하차도 200여 곳 중 절반 이상이 여전히 인력 의존 체계에 머물러 있다. 펌프가 설치된 지하차도는 다수 존재하지만 상당수는 자동 감시 체계나 원격 제어 기능이 없는 상태다. 경보와 출입 통제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일부 대도시 지역을 제외하면 차량 진입을 자동으로 차단하거나 운전자에게 침수 위험을 알릴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지 않은 곳이 여전히 많다. 안전 매뉴얼은 존재하지만 지자체마다 관리 기준이 제각각이라 일관된 안전 기준 적용도 어렵다. 소규모 지자체일수록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안전 점검과 설비 개선이 더욱 지연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 이후 정부와 지자체가 '배수펌프 설치'와 같은 단순 설비 확충에만 집중하는 것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펌프가 설치돼 있어도 제때 작동하지 않거나 수동 점검에 의존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침수 감지, 경보 발령, 차량 진입 통제, 배수 자동화까지 포함하는 통합 안전 시스템 구축이나 지자체 부서 간 권한 분산 해소와 지하차도 관리 책임자 명확화, 표준화된 관리 매뉴얼 및 법제화 등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 "우리는 무엇을 점검했는가" 오송 지하차도 참사는 한국 여름철 재난 관리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침수 위험이 예고된 공간에서 경보도 통제도 작동하지 않는 동안 차량은 그대로 고립됐다. 2년이 지난 지금, 전국 지하차도 200여 곳 중 절반 이상에서 같은 위험이 반복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펌프 한 대로 재난을 막을 수는 없다"며 "지하 공간 전체에 대한 종합적 안전 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비가 다시 시작되는 여름, 재난이 시작되는 것은 비가 내리는 순간이 아니라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을 때부터다. [ 경기신문 = 박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