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익” 커브를 돌자 갑자기 뒷바퀴가 몸에서 떨어져나간 다리처럼 제멋대로 허우적거렸다. 차는 크게 S자를 그리면서 미끄러져 나갔다. 브레이크를 밟은 오른발에 ‘드드드득’ 하는 잔망스러운 느낌이 전해져 왔지만 차는 멈추질 않았다. 건너편 차들이 황급히 멈추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고 그 운전자의 당황스러운 표정이 순간 스쳐갔다. 차는 중앙선을 크게 지나 겨우 멈춰 섰다. 등골이 오싹했다. 살살 차를 몰아 갓길에 세웠다. 엄동설한에 배달 일을 시작한지 불과 일주일 만에 생긴 일이다. 2022년을 코앞에 둔 지난 연말에 나는 큰 결심을 했다. 그렇게 계속 살 수는 없었다. 우선 생활비가 바닥났고, 빚은 늘어만 가고, 둘째는 고3이 되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배달 일을 해보자는 것이었다. 몸뚱이 하나만으로 돈벌이가 되는 일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1톤..
사람을 이르는 문자는 많지 않다. 인(人)과 자(者)가 일반적이다. 서예가 음악가 등의 가(家)나 공자 맹자(孟子) 등의 子가 특별한 칭호(稱號)다. 무뢰한 치한 등 ‘문제적 인물’을 이르는 한(漢)도 있다. ‘어떤 사람’이라는 뜻을 이루는 접미사다. 이 중 家는 전문직이나 어떤 분야에 능(能)한 사람이다. 재산가처럼 뭘 많이 가진 이를 이르기도 한다. 子는 공부자(孔夫子)처럼 공자와 같은 큰 학자를 스승으로 높여 부르는 이름이다. 공자의 원래 이름은 구(丘)다. 자작(子爵)처럼 봉건시대 귀족 칭호이기도 하다. 이런 이름들은 중국 역사의 여러 모습을 반영한다. 한 중 일 3국이 일정 부분 공유하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당선자와 당선인, 두 이름을 두고 언론의 보도가 설왕설래한다. 헌법에는 ‘당선자’지만 者의 훈(訓 뜻)이 ‘놈’이라서 (느낌 나쁘니) ‘자’ 말고..
국립 인천대학교가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광역시의회, 연수구의회, 서구의회, 미추홀구의회 등이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힘을 실어주고 있으며 연수구는 인천대의 공공의대 설립을 위해 모든 노력을 함께 기울여 나가기로 했다. 구는 ‘인천 제2의료원 및 인천대학교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상호협력과 범시민 서명운동과 홍보에 적극 노력하기로 했다. 인천광역시교육청도 인천대와 ‘인천대 공공의대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내용은 공공의대 설립 추진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하고 교육 분야 자문과 범시민 서명운동 홍보·참여 등에 협력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김교흥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서구갑)은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 설립·..
산길을 걷기 위해 과수원 옆을 지나며 본다. 어젯밤 비에 젖어 눈트는 매화나무 가지 끝 부분의 매화를. 콩알만 한 크기의 매화 꽃망울은 붉은 화피가 별자리 같이 째지면서 희고 맑고 연한 매화의 속살이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저렇듯 여리고 보드랍고 아련한 꽃잎으로 빗물이 스민다면 아리고 쓰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서둘러 오신 화신이요 이 땅의 고운임처럼 바삐 오신 꽃잎이 비에 젖고 있다는 생각에 안쓰러웠다. 매화는 분명 꽃망울을 터트리려고 화피가 째지는 아픔을 견디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지난 밤 편한 잠결이었구나. 나무라고 아픔이 없겠는가. 매화는 삼천 년 전 중국을 원산지로 한국에 전해졌다. 이어서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문화적 의미와 함축된 뜻은 각기 다르다. 우리나라에서는 절개와 금욕의 상징으로서 선비정신을 나타내는 데 있어 으..
제20대 대선 마지막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대장동 특검'을 해야 한다며 몰아붙였다. 무려 다섯 번이나 대답할 것을 재촉했다. 이 장면만 보면 단군 이래 최고의 부동산 사기사건인 대장동의 몸통이 윤 후보일 것이라는 심증이 굳어질 만 하다. 따라서 이 장면은 이 후보에게 대선 토론의 가장 눈부신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이 후보 쪽은 윤 후보를 아예 대장동 몸통이라고 못을 박았다. 때 맞춰 대장동으로 구속 수감 중인 김만배 씨와 전 언론노조위원장인 신학림 씨 간 6개월 전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었다. 김 씨가 검사였던 윤 후보에게 대장동 불법 대출에 관한 무마를 관철시켰다는 것이 요지였다. 민주당은 이 녹취록을 SNS에 도배질 하다시피 했다. 이 후보 명의의 모바일 문자로도 녹취록을 무차별적으로 뿌렸을 정도였다. 민주당..
제1야당 후보의 0.73% 신승으로 끝난 20대 대통령선거 이후 정권인수를 서두르고 있는 윤석열 당선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뉴스의 중심에 등장했다. 변혁기를 예보하는 굵직한 소식들이 줄줄이 등장하면서 온갖 기대를 모으는 중이다. 제왕적 권력행태의 상징인 청와대를 혁파하겠다는 윤 당선자의 의지가 진심이라면, 이참에 여야 정치권이 대국적 ‘인식 혁명’으로 ‘승자독식(勝者獨食)’의 고질적인 권력 독점구조를 깨트리는 계기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이다. 여소야대로 갈 수밖에 없는 정치지도가 오히려 민주주의의 진화, 그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는 생각인 것이다. 치열한 선거전 끝에 닥쳐온 정권 이양기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단어는 ‘국민통합’이다. 퇴임을 저만큼 앞둔 문재인 대통령도 대선 이후 나흘만인 지난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선거가 끝난 이후의 대한민국은 다시 하나”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은 통합의 시간”이라며 “선거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주문했다. 새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으로 낙점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인수위원회 운영원칙으로 ‘겸손’·‘소통’·‘책임’ 3가지를 제시했다. 그는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라면서 “함께 문제점을 인식하고 서로 공감하며 수평적 관점과 위치에서 해법을 찾아내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의 ‘점령군이 아니다’라는 발언 속에 소중한 ‘국민통합’의 단서가 있다. 윤석열 당선자는 절대로 오만해서는 안 되는 정치 환경에 직면해 있다. 0.73% 진땀승으로 귀결된 선거결과가 이미 민심의 소재가 어디에 있는지를 충분히 암시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와 배타적 소선거구제가 빚어내고 있는 구시대적 ‘승자독식’ 구조부터 혁파해야 한다. 51%가, 때로는 41%가 100% 권력을 다 독점해온 모순된 권력 구조로 21세기 대명천지에 무슨 공정한 선진사회를 구축할 수 있나. 윤 당선자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인수위원장으로 낙점하면서 ‘통합정부’를 천명한 일은 변혁의 작은 씨앗이다. 실현 여부를 떠나서, 김부겸 현 정부 국무총리 유임 아이디어는 변화의 예각을 드러내는 좋은 시그널이다. ‘탈 청와대’ 선언이나 ‘민정수석실 폐지’도 인기영합적 접근이 아닌, 통합을 향한 확실한 신호탄이길 바란다. 그 시작점에 편견이 배제된 탕평인사가 있다. 무원칙한 권력 나눠 먹기 행태가 아닌 정치적 배려에 기반한 ‘권력 분산’ 인사라면 나쁘게 받아들일 이유가 전혀 없다. 수렁에 빠진 국민을 구하는 일인데, 여야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재 풀(pool)이 왜 문제가 될 것인가. 의회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사명이 더 막중해진 시점이다. 구시대적 진영 주의의 소인배적 배척에서 벗어나 더 큰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거대 야당으로서 타협과 양보라는 정치적 미덕을 폭넓게 발휘해야 한다. 다수의 힘으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몽니 야당으로 퇴보해서는 안 된다. 소수 여당과 쉼 없이 소통하면서 약속했던, 또는 시대가 요구하는 개혁작업들을 주도하는 게 옳다. 행정부와 의회 모두 고질적 ‘승자독식’의 퇴행적 후진국형 정치문화 타파에 앞장설 때다. 지금이 기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혁신을 기반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소셜벤처를 육성시키고자 ‘18년 5월 ’소셜벤처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였으며 ’19년 1월 소셜벤처 판별기준과 평가모형을 개발하여 소셜벤처가 명확한 정책대상으로서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이후 소셜벤처가 사회적경제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기 위한 근거법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따라 ‘21년 4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을 통해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22년에는 ‘사회적가치 측정 플랫폼’을 구축하고 사회적가치 측정 대상 기업에 대한 임팩트 투자 등 지원 프로그램을 오픈할 예정이다. ’21년 8월 현재, 소셜벤처로 판별된 기업은 2,031개사로 실태조사를 처음으로 실시한 ’19년의 998개 대비 2배 넘게 증가하였고 ‘21년..
사려니숲길은 천천히 걸어야 한다. 제주의 자연을 오롯이 느끼기 위해서다. 유네스코 지정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이자 제주시 숨은 비경 31 중 하나인 사려니숲길에는 졸참나무, 서어나무, 때죽나무, 산딸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과 제주족제비, 팔색조, 쇠살모사 등 갖가지 동물이 서식한다. 수많은 종이 모여 사는 숲인데, 같은 종이라도 형태가 모두 다르다. 제 몸의 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구멍을 품고도 싹을 틔우는 나무가 있는가 하면 니은(ㄴ)자 모양으로 가지를 뻗은 기괴한 형상의 나무도 있다. 어떤 나무들은 적절히 떨어져 위를 향해 쭉 뻗었지만 어떤 나무들은 밀착되다 못해 서로를 휘감으며 자라나고, 또 다른 나무는 홀로 제 몸을 배배 꼰다. ‘자연스럽다’는 말은 ‘힘들이거나 애쓰지 않고 저절로 된 듯하다’는 의미를 내포하지만 사실 자연..
다언삭궁(多言數窮)이라는 사자성어가 있어요. 노자(老子)의 도덕경 제5장에 나오는 ‘말이 많을수록 자주 궁색해지니 속을 지키는 것만 못하다(多言數窮 不如守中)’는 구절이 그 유래랍니다. 일상생활에서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일수록 곤경에 처하게 되는 경우를 보는 일이란 그리 귀하지 않지요.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까지는 아니더라도, 과연 속에 든 것도 없이 말만 많은 사람이 인정을 받거나 실속을 차리기는 힘든 건 사실이잖아요? 20대 대통령선거가 1% 차이도 아닌 고작 0.73% 차이로 당락이 갈리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군요. 어느 쪽도 흔쾌하지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여야 정치권 표정들이 야릇하네요. 길게는 선거 기간 1년 내내 쏟아낸 말 중에 몹쓸 말들이 얼마나 많았는지를 헤아려보면 기가 막히지요. 상대방을 향해 날린 용감무쌍한 악담..
1. 경기신문에 문재인이라는 이름 석 자를 명기한 칼럼을 처음으로 쓴 것이 2021년 3월 12일이었다. 꼭 1년 사흘 전이다. 이후 다섯 번의 칼럼을 통해 직접 대통령을 거명했다. 부동산과 인사문제를 필두로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본원적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을 강력히 행사해줄 것을 곡진하게 요청했다. 대통령은 단순히 초월적이고 중립적인 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적 핵심 사안에 단호히 개입하여 권력을 행사할 의무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라고 국민이 대통령을 뽑은 것이다. 칼럼을 통한 나의 요청이 일개 필부의 사견을 넘어, 시민들의 절박한 요구를 대신 전하는 것이라고 감히 믿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그에 상응하는 해답을 보여준 적이 없었다. 주지하다시피, 이번 대통령 선거의 핵심 분수령 중 하나가 (정부 지시에 적극 협조하다가 심대한 피해를 떠안은) 자영업자 및 중소상공인에 대한 즉각적, 대대적인 손실보상 및 재정 지원이었다. 추경예산의 획기적 증대를 비롯한 이에 대한 절절한 요청 또한 무시당했다. 개혁지향 시민들의 거듭된 분노와 절규에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홍남기 기재부 장관을 정권 마지막까지 안고 가는 중이다. 그리고 결국 선거에 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는 이제 2달도 채 남지 남았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에게 모든 권력을 이양해야 한다. 하지만 남은 2달 동안 그는 여전히 헌법이 부여한 권한을 지닌 국가 최고지도자다. 그러므로 나는 이 자리에서 그에게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권한 행사를 요청드린다. 바로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면이다. 2. 우리 헌법 제79조 제1항은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고 적시한다. 이른바 대통령 고유권한으로서 사면권이다. 1997년 12월 22일 제 15대 대통령 선거가 김대중 후보의 승리로 끝난 직후, 김영삼 대통령은 전두환과 노태우에게 ‘국민 대화합’을 명분으로 특별사면을 실시했다. 반란죄, 내란죄, 수뢰죄 등으로 전두환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노태우는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그렇듯 광주를 피로 물들이며 권력을 찬탈한 자들이 구속 2년 만에 감옥을 나온 것이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온갖 비난의 화살을 홀로 감당하며 사면권을 행사한 이유는 명백했다. 후임 정부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주고 국민 대통합의 길을 닦기 위한 정치적 판단이었던 게다. 그것이야말로 국가지도자로서 응당 감당해야 할 책무였기 때문이다. 출근하다 보니 윤석열 당선자의 감사 현수막이 동네 어귀에 걸렸다. 거기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통합의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언론에 내보낸 그의 첫 번째 당선 소감 역시 “통합과 번영”이었다. 문 대통령은 윤 당선자의 그러한 여망에 화답하여, 차기 정부의 국민 화합 기초를 닦아줘야 할 역사적 책임이 있다. 3. 시각에 따라 정명(正名)은 달라질 것이다. 누구는 ‘검찰의 난(亂)’이라 부르고 누구는 ‘조국사태’라고 부른다. 하지만 관점 여하에 상관없이, 2019년 늦여름부터 시작된 해당 사태가 나라를 완전히 둘로 쪼갠 충돌과 분열의 정점이었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나는 문재인 대통령이 그러한 국론분열의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음을 이 자리에서 지적하고자 한다. 헌정 사상 최초로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이 된 윤석열을 총장에 임명한 사람이 누구인가. “정치할 생각을 하면서 검찰총장 역할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그를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 평가한 사람이 누구인가. 그와 동시에 한국 검찰의 쌓이고 쌓인 구조적 적폐를 해결하라고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사람 역시 문재인이었다. 이후 사태의 진행이 어떠했든 지는 만천하가 안다. 그러므로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묶은 매듭을 남은 임기 내에 스스로 풀어야 한다. 그것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뿐 아니라 인간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심지어 그는 민주당 정권 탄생의 진원지였던 국정농단 사태 주범이자, 형기의 4분의 1도 못 채운 박근혜 전 대통령조차 사면시키지 않았는가. “우리 앞에 닥친 숱한 난제들을 생각하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과 겸허한 포용이 절실하다”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말이다. 한술 더 떠 이제는 대선이 끝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까지 대통령 당선자와 여당 국회의원의 입에서 공개적으로 요구되기에 이르렀다. 그에 즉각적으로 응답하여 문 대통령 자신이 "무엇보다 지금은 통합의 시간이다...선거 과정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갈라진 민심을 수습하고, 치유하고, 통합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스스로의 입으로 천명했다. 4.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정경심 교수는 구속기간 만료와 법정구속 등을 되풀이하며 현재 총 1년 9개월 동안을 수감 중이다. 우리나라 형법은 형기의 3분의 1을 마친 수감자에게 가석방 자격을 부여한다. 이미 그 자격은 충족되었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문 대통령의 사면 이유는 국민 통합과 포용이었다. 그렇다면 차기 정부의 국론분열 극복 차원에서 정경심 교수에 대한 사면은 박근혜에 못지않은 중요성을 지니고 있다고 믿어진다. 정경심 교수가 흰 광목천처럼 흠이 없고 순일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의(正義)의 균형에 있다. 정의는 그 자체로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인 개념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권한을 가진 모든 국가기관은 비록 법률에 명시돼 있더라도 그 권한을 형평성에 기초해서 행사해야 한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집권기간 동안 벌어졌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폭행 혐의에 대한 판결을 보라. 홍정욱 전 국회의원 딸의 마약 밀반입사건 판결을 보라. 86억원 뇌물공여 범죄를 저지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보라. 우리 사회 기득권층에 대한 이 같은 조치들에 비해 정경심 교수에게 내려진 처벌 수위가 상대적으로 얼마나 과도한 것인지는 법률가 출신인 대통령 자신이 명증하게 인식하고 있으리라 본다. 그녀에 대한 가혹한 징벌이 검찰개혁을 둘러싼 격심한 충돌이 빚어낸 정치적 희생양의 성격임을 세상의 어느 누가 부인하겠는가 이 말이다. 각자가 처한 위치에 따라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정경심 교수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을 달리는 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정할 수 없는 것은, 문 대통령 스스로가 공언한 필생의 목표였던 ‘검찰개혁’의 대의를 대신하여 십자가를 진 사람이 조국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러한 ‘검찰기득권에 대한 도전’의 결과로, 역시 문 대통령이 임명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의해 조국과 그의 일가가 (법률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으로 마녀사냥에 가까운) 난도질을 당하고 온 가족의 인생이 산산이 부서졌다는 사실이다. 이 같은 사태 진행에 과연 문 대통령의 책임이 없다고 도리질 치겠는가? 그러니 당신이 묶어놓은 매듭을 당신이 풀어라. 국민 통합을 위한 대통령으로서 마지막 역사적 소명을 실천하고 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