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나는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운동습관에 대해서 항상 질문하게 된다. “운동을 어떻게 하세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세요.?” 가 주 내용인 물음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환자들은 말한다. “ 운동을 해야 하는데 요즘 바빠서 잘 못했어요.” 또는 “제가 운동하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요.” 또는 “운동을 하고 싶은데 발, 또는 무릎이 아파서 못해요.”이다. 운동을 좋아하고 또 해야 한다는 것도 아는데 바빠서 못했어요.라고 하는 분들의 경우는 이야기하다 보면 헬스장을 끊어놓고 가야 하는데 시간이 안돼서 못 갔다던지 등 특별히 시간을 내어서 하는 활동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운동을 싫어하는 분들의 경우도 그렇다. 운동이 건강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아는데 당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즐겁지 않다. 이런 경우들에서 절충안으로 나는 “..
요사이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존속 여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청원 게시판도 사라질 것이다, 아니다 청원 게시판의 효용성은 있으니 게시판을 없앴다가는 불통의 이미지만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등등의 주장들이 그것이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의 모델은 미국 오바마 행정부가 만든 “We the People”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해당 사이트는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폐쇄됐다. 이런 미국의 사례를 통해 보건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청원 게시판이 사라질 가능성은 있다. 그런데 무조건 폐지하기보다는 해당 게시판의 장단점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그 장점을 보자면 이렇다. 우리가 살다 보면, 억울한 일을 당하거나, 아니면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을 경우가 있게 마련이다. 이런 경우가 발생했을 때, 하소연을 하거나 자..
2년 1개월 동안 이어졌던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면서 대한민국의 ‘시민정신’ 역량이 오롯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미 서구 몇몇 나라의 실패 사례에서 보듯이 무절제한 행동은 금물이다. 통제된 삶에서 비로소 온전히 해방된 희열을 자칫 방종으로 어그러지게 해서는 안 된다. 과도한 일탈과 방심은 감당 못 할 고통을 되불러올 수도 있음을 절대로 망각하지 말아야 한다. 높은 ‘국민 의식’ 수준만이 팬데믹 재연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 정부는 사적 모임 인원과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 제한 등을 모두 해제해 오랜 기간 국민의 일상을 옥죄던 족쇄를 풀었다. 299명까지 허용하던 행사와 집회, 70%까지 가능하던 종교시설 인원 제한도 해제했다. 25일부터는 4주 이행 기간을 거쳐 코로나19를 1급 감염병에서 독감처럼 2급 감염병으로 하향 조절할 예정이다. 마스크 착용 의무는 그 실효성을 포기할 수 없어서 당분간 실내외를 막론하고 유지하기로 했다. 온 국민이 겪어온 불편과 상공인들의 막심한 피해를 생각하면 이번 거리두기 해제는 큰 다행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일주일간 일 평균 확진자가 16만 명으로 줄었고 감염 재생산율도 1.29에서 0.82로 낮아졌다. 거리두기 전면 해제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변이를 거쳐서 감염력이 높아지는 대신 치명률이 낮아져 엔데믹(풍토병)으로 가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시중에는 “코로나는 이제 감기약만 잘 먹어도 낫는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세상이 달라졌다. 그러나 거리두기 해제는 결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거리두기 해제가 감염 재확산의 도화선으로 작용할 소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이미 오미크론 재조합 변이 ‘XL’이 국내에서 확인되는 등 새로운 변이의 발생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잊지 말아야 할 일은 우리가 정상적인 수준으로 일상을 온전히 복귀하려면 지금까지 유지해오던 긴장의 끈을 아주 놓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거리두기 해제 첫날부터 거리 곳곳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거리에는 활기가 돌았으며 사람들은 하나같이 들뜬 모습이었다. 벌써부터 심야 교통 대란, 치안 수요 급증, 의료현장의 혼선 등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팀의 설문조사 결과 ‘마스크 착용 의무화 행정명령’이 코로나19 감염 예방에 가장 효과적인 조치였다는 답변이 무려 85.9%에 이르렀다. 이 조사 결과는 거리두기 해제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능동적인 방역 수칙 준수가 코로나 팬데믹 재연을 막는 가장 강력한 수단임을 시사한다. 지난 2년여 세월 코로나19라는 희대의 전염병 혼란 속에서 그나마 우리가 이 정도로 건강하게 생존을 이어온 것은 다른 그 어느 나라에도 비견할 수 없는 건강한 ‘시민정신’, 높은 ‘국민 의식’ 덕분이었다는 분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방역지침이 풀렸음에도 우리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된다. 코로나 위기가 이 땅에서 모두 사라질 때까지 이웃에 대한 배려, 공동체 의식의 발현은 더욱 절실하다. 우리 국민의 자발적인 방역 의지는 추호도 흐트러트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는 옛말이 있지요. ‘입은 비뚤어져도 주라(朱螺)는 바로 불어라’도 같은 뜻이지요. 사람들이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서 워낙 이치에 닿지 않는 고약한 말들을 많이 지어내니 이를 경계하자고 내놓은 교훈일 거예요. 비뚤어진 입으로도 바른말을 하고 나발도 바로 부는데, 어찌 멀쩡한 입으로 곡변(曲辯)을 늘어놓는 사람이 이리 많으냐는 탄식의 의미도 보이는군요. 요즘은 뉴스마다 시사평론가들이 따라붙네요. 개 중에는 언론계에 오래 활약하여 전문성을 갖춘 이들도 있지만, 소위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려고 등장시킨 정당 소속 ‘말꾼’들도 수두룩하지요. 그런데 어떤 경우든, 지식인이랍시고 방송 프로그램에 나온 멀쩡한 양반들이 하나같이 현란한 말재주로 ‘저질 청백전’을 벌이는 모습이라니 거저 혀를 내두르게 되는..
봄은 꽃의 축제이다. 약속하듯 일시에 피었다가 밤새 우수수 지고, 나뭇가지에는 파릇하게 새싹이 돋아난다. 죽고 사는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계절, 4월은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달이기도 하다. 교회에서는 이날에 감사예배를 드리고 계란이나 떡을 나눈다. 고향 북쪽은 어떠한가. 남쪽의 봄과는 의미가 다르다. 꽃의 축제가 아니라 수령의 탄생을 기념하는 4월의 봄 축제가 열린다. 모든 행사를 김일성의 생일인 4월 15일에 맞추어 진행한다. 국외 예술단을 초청해 예술축전 행사도 아주 크게 한다. 부모님 생신은 잊고 있어도 절대 잊어서는 아니되는 수령의 생일을 축하하려고 평양은 분주하게 움직인다. 생필품이 부족한 시기 이날에 맞추어 교복이나 당과류를 공급받으면 수령의 은덕이라고 칭송했다. 지방도 이날에는 거리를 청결하게하고 울긋불긋 꽃..
상선약수(上善若水). 가장 좋은 것은 물처럼 사는 것이다. 도덕경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글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사람들이 혐오하는 곳도 마다하지 않으며, 땅을 좋아한다고 했다. 탈레스가 우주 만물의 아르케(원질)는 물이라고 한 것을 연상케 한다. 상선약해(上善若海)는 어떤가? 가장 좋은 것은 바다처럼 사는 것이다. 땅에서 소비되거나 증발하지 않은 물은 바다로 모인다.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서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바다라고 한다. 강과 하천은 다양한 생태환경을 유지하는 가운데 바다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바다는 강이나 하천과는 다른 독창적인 생태환경을 형성한다. 강과 바다는 인류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뱃길을 내주기도 한다. 35억 년 전 생명이 시작된 곳도 바다였다. 물이 낮은 곳으로만 흐르는..
학교교육이 위기에 처했으며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현행 학교교육은 지식전수 위주의 국영수 중심 교육 성격이 강하고 경쟁심과 우열의식을 부추기며 개별맞춤형 교육은커녕 지역특색교육도 구현하기 어렵다. 뚜렷한 고교서열화와 대학서열화로 고입경쟁과 대입경쟁이 치열한 우리현실에서 학교교육은 부모 운을 극복하기보다는 부모 운을 증폭시키는 역기능까지 수행한다. 부모의 유전인자와 경제자본, 학술문화역량에 따라 아이의 발달과 성장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교육기회와 교육환경이 달라지고 관심사와 가치관, 사회관계가 달라진다. 공교육의 분명한 목표 중 하나는 부모 운이 상대적으로 안 좋은 아이들이 교사효과와 학교효과로 교육기회를 풍부하게 누리며 높은 교육성취를 이루게 하는 데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
새정부 첫 조각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정국의 막이 오르고 있다. 이달 말과 다음 달 초까지 진행될 국무총리‧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윤석열 정부의 미래를 결정할 최대 시험대다. 지난 대선이 초접전속에 끝난데다 거대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버티고 있어 전례없는 대결구도가 예상된다. 이미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놓고 신‧구권력이 갈등을 빚은데 이어 민주당의 이른바 ‘검수완박’과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이 맞물리면서 정국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여기에 지방선거가 6월1일 실시된다. 이를 감안해 윤 대통령 당선인측은 인선에서 능력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치밀한 검증 작업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일부 후보자를 중심으로 도덕성 흠결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인 정호영 전 경북대병원장은 아들과 딸의 ‘아빠 찬스’ 의..
아프가니스탄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망명한 작가 칼레드 호세이니의 첫 번째 장편소설 『연을 쫓는 아이』는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되어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 소설 안에는 또 다른 흥미로운 소설과 신화가 나온다. 소설 안의 소설과 신화 모두 아이러니를 그 자체다. 아프가니스탄에 사는 소년 아미르가 처음으로 쓴 소설은 마법의 잔을 발견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마법의 잔에 눈물을 흘리면 눈물이 진주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는 울려고 노력했다. 비록 가난해도 늘 즐겁게 살아온 남자였기에 눈물을 흘리기 쉽지 않았다. 그는 매일 슬퍼질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다 찾았다. 나날이 진주가 늘어갔지만 사내는 만족하지 못했다. 마침내 사내는 산더미처럼 쌓인 진주 옆에서 자신의 아내를 죽인 칼을 손에 든 채, 아내의 시체를 안고 하염없이 진주 눈물을 흘..
얼마 전 연천군은 인구수가 의미 있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월 말 기준 인구수가 4만2784명으로 지난달에 비해 59명 늘었다. 이 같은 반짝 증가세에도 연천군이 반색을 하는 이유는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2000년 이후 유일하게 인구가 감소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연천군 인구는 2000년 12월 5만3019명이었으나 2021년 12월 4만3553명으로, 9466명이나 줄었다. 20여년 사이에 무려 17.9%나 감소한 것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신서면 대광리의 경우 한때 인구가 7000∼800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2600명대에 불과하다고 한다. 마을 어디를 가나 빈집과 빈 상가를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초·중 통합학교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정부가 지난해 10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한 89곳 중 연천군이 포함돼 있다. 인구감소의 직..